히브 5,7-9; 요한 19,25-27
+ 찬미 예수님
오늘은 고통의 성모 마리아 기념일입니다. 성 십자가 현양 축일 다음 날인 9월 15일, 특별히 성모님의 고통을 기억하고 묵상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 환호송 전에 부른 부속가는 1300년경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많은 작곡가가 “스타바트 마테르”라는 곡을 작곡했는데, 이 부속가를 가사로 한 음악들이고요, 특히 11절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는 우리가 십자가의 길을 할 때 부르고 있습니다.
사람이 성숙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저는 고통에 대한 업데이트가 이루어지는 것이 성숙의 일부라고 생각합니다. 대학교 1학년 때, 대학을 그만두고 신학교에 가는 것이 하느님 뜻인지 아닌지 여쭈며 애가 탔을 때 정신적으로 무척 힘이 들었고 이것이 당시 제가 겪은 가장 큰 고통이었습니다. 신학교에 입학하면서 고민은 해결되었지만, 실망하신 아버지의 지속적 반대에 부딪히며, 차라리 이런 정신적 고통보다 육체적 고통이 낫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신학생 때에 무릎을 수술하고 물리치료를 받으면서, 그런 생각은 육체적 고통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온몸으로 깨달았습니다. 한 달간 깁스해서 뻣뻣해진 다리를 억지로 꺾을 때, 육체적 고통이 무엇인지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순교자들은 어떻게 극심한 육체적 고통을 겪으시면서도 목숨을 내주고 신앙을 지킬 수 있었을까요? 정말 기적이라고밖에 할 수 없습니다.
작년에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다니면서, 병원의 보호자 침대에 쪼그리고 누워 잠을 청하면서, 고통에 대한 제 정의는 다시 업데이트 되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서도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것이 가장 큰 고통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 복음을 보면, 성모님의 고통이 어떠하셨을지 조금이나마 짐작이 됩니다. “아들 예수 높이 달린 십자 곁에 성모 서서 비통하게 우시네. 섧고 설운 슬픔 고통 성모 성심 칼에 찔려 참혹하게 뚫렸네.”
당신의 아들이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모습으로 죽어가시는 것을 보시면서, ‘예수님을 잉태하실 때 천사에게 들었던 말씀이 과연 하느님 말씀이었나, 나의 착각은 아니었을까’라는 인간적 의심이 들지는 않으셨을까요?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릴 것”이라던 시메온의 예언에, ‘각오는 했지만 설마 이 정도였을까’라는 마음은 없으셨을까요?
부모님의 고통을 보는 것보다 자식의 고통을 보는 것이 더 큰 고통이라는 말이 떠오릅니다. 9년 전, 세월호가 바다로 가라앉고 있는 것을 멀리서 지켜보며 발만 굴러야 했던 부모님들, 작년 이태원 참사 소식을 뉴스로 들으며 설마 내 자식이 저기에 있을까 하고 병원마다 수소문했을 부모님들의 아픔을 우리는 과연 내가 알고 있다고, 공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고통을 성모님 앞에 꺼내 놓고 기도드립니다.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는 예수님 말씀에 의지하여, 인간으로 가장 깊은 고통을 겪으신 성모님께서, 수난의 어머니시기에 또한 위로의 어머니심을 믿으며, 성모님의 품에 안겨 나의 고통을 십자가 위의 예수님께 봉헌합니다.
또한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라는 말씀을 따라, 자식을 잃고, 가족을 잃고 우는 이 땅의 수많은 어머니를 우리 기도의 품에 안으며, 그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마음으로 함께 합니다. 우리는 고통 안에서 연대하고 공감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예수님께서 왜 수난당하셨는지, 성모님께서 왜 고통받으셔야 했는지 이해할 수 없고, 알아들을 수 없습니다.
첫댓글 אמן
오늘 또 하나 더 배웠습니다
아바도가 지휘하는 이 음반에서 단 두사람이 청아한 소리로 성모님의 고통을 아련하게 노래하는것으로 짐작했는데 이노래의 구체적인 가사가 이 기념일미사 "부속가"라는것을. 알게되었습니다
매일미사책 부속가를. 오려서 CD케이스에 넣어야겠어요
신부님 고맙습니다
아~ 아버님, 이 음반 들으시나봐요! 저도 해마다 재의 수요일부터 듣기 시작해서 일년 내내 듣게 되는 음악인데요, 들을수록 두 가수가 서로를 배려하며 부르는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더 감동이고요, 찾아보니 콘트랄토 부르신 루치아 발렌티니 테라니는 1998년에 52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셨더라고요. 그래도 작곡가보다는 두 배나 오래 사셨지만... 특별한 정감이 가는 음반이예요. 제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산 CD여요~
페르골레지, 스타마트 마테르는 여기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https://youtu.be/7FWMBqjxX20?si=6VgIWRwcW2EJguQW
PLAY
예 가끔. 듣습니다
그런데 아니....이음반이 태어나서 처음 산 음반이라니 아마 10대에 구입하셨다면 신앙젹으로 엄청 성숙하셨나봐요
ㅎㅎㅎ
아. 아닙니다. 신학생 때 군대 제대하고 착의식 할 때 돈이 조금 생겨서
큰 맘 먹고 이 음반과 마태수난곡 두 개를 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