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암초등학교로 가서 방학 전 마지막 책 읽어주는 날입니다. 오늘은 승우, 선우와 함께 갑니다. 이제는 차디찬 바람도 얼굴로 맞을 때면 “시~원하다 시~원해.”라는 말이 자연스레 나옵니다. 오전에도 오른 이 뒷산이 절대 힘들지 않다며 승우, 선우와 같이 숨을 헐떡이며 올랐습니다.
오늘은 초등학교 5학년 아이들에게 책 읽어주기로 했습니다. 책의 제목은 ‘시작해봐! 너답게’입니다. 이제 초등학교에서 가장 언니, 오빠이자 금방 중학교에 갈 아이들이니, 새로운 일을 하나하나 경험하며 나다움을 찾고 그 곁에는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말을 전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골랐습니다.
5학년 교실을 찾아가니, 담임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노크하고 인사드리니, 자리를 비켜주셨습니다. 아이들도 오늘 책 읽어주러 오는 날인지 깜빡하고 있었나 봅니다.
“와 예린 선생님이다!”
깜빡 잊었어도 제 얼굴을 본 지헌이가 반겨줍니다. 5학년 아이들은 여덟 명이지만, 그중 지헌이와 경수만 얼굴이 익숙합니다. 아이들에게 먼저 자기소개했습니다. 아이들이 힘차게 손뼉 쳐줍니다. 아이들에게도 자기소개를 부탁했습니다. 쑥스러운지 서로 순서를 미룹니다.
“제가 먼저 하겠습니다!”
아이들이 주저하는 가운데, 지헌이가 손을 번쩍 들고 먼저 하겠다고 나서줍니다. 씩씩한 지헌이의 자기소개 뒤로, 서로 웃음 가득한 채로 눈치만 봅니다.
“자! 먼저 자기소개하는 사람 내가 마이쭈 준다!”
“나!!!”
잠깐의 침묵 속 지헌이가 복숭아 맛 마이쭈를 들며 외칩니다. 그러자 준범이가 곧바로 손을 들고, 마이쭈를 받아갑니다. 철암초등학교 전교 회장 지헌이 덕분에 수월하게 자기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지헌이, 준범, 은태, 예음, 서윤, 민서, 경수까지 일곱명입니다. 혜나는 금방 올 거라고 말해줍니다.
가져온 책을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모두가 처음 본다고 합니다. 일곱 명 중에서 아무도 이 책을 본 사람이 없다니, 기분이 좋습니다.
책을 읽어주었습니다. 갑자기 빈 교실이 된 듯 조용해집니다. 책을 읽어주면서도 엄청 조용하길래 한번 쓱 쳐다봤는데, 모두가 고개를 앞으로 쑥 내밀고 책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저 멀리 앉은 준범이도 그림 보며 한 마디씩 거듭니다.
책을 다 읽어주고, 아이들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눴습니다.
“애들아 이제 6학년이 되잖아. 기분이 어때?”
“아무렇지 않아요!”
“싫어요! 훨씬 공부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곧 있으면 중학생도 되잖아요!”
6학년이 되는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아무렇지 않기도 하고, 싫은 마음도 있습니다. 6학년이 되면서 공부도 많이 해야 할 것 같고, 새로운 일도 많이 경험할 수 있을 텐데 그 가운데 곁에는 항상 나를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 전했습니다. 아이들이 그렇게 둘레 사람과 서로 돕고 도움받으며 잘 자라길 소망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돕는 일, 참 의미 있습니다. 다시금 느낍니다. 항상 바르게 사회사업의 길을 걷는 사람이 되자고 오늘도 다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