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언론소비자주권행동의 '사설 탐정'입니다.
오늘 우리가 해부해 볼 텍스트는 조선일보의 사설, [정치 주도 '1450조 프로젝트', 물·전력·인재 여전히 불투명]입니다. 겉보기엔 국가 경제와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진심으로 걱정하는 애국적인 글 같죠? 하지만 기사의 행간을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아주 익숙하고 낡은 의도가 숨어있습니다.
지금부터 저와 함께 이 사설이 쳐놓은 프레임을 걷어내고, 그 이면의 본질을 하나씩 파헤쳐 보겠습니다.
1. 현상과 본질: '지역 균형 발전'을 '정치 쇼'로 덮으려는 프레임
기사가 말하는 껍데기(Fact)부터 볼까요? "정부가 호남, 충청, 영남 등 비수도권에 1450조 원 규모의 반도체 및 AI 메가 프로젝트를 발표했다"는 겁니다. 사설도 초반에는 "경기 남부에 부지가 부족하니 비수도권을 거점으로 하는 구상은 맞는 방향"이라고 마지못해 인정합니다.
그런데 바로 다음 문장에서 본색을 드러냅니다. "여당의 8월 전당대회를 겨냥한 '정치 반도체'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며 이 거대한 국가 생존 전략을 하루아침에 '선거용 정치 쇼'로 축소해 버립니다.
이건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
수도권 과밀화로 산업 부지가 포화 상태인 건 누구나 아는 사실입니다.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국가 전체의 공간을 활용하는 메가 프로젝트가 필수적이죠. 이 '본질'을 조선일보는 '대통령과 장관이 주도하고 대기업 총수가 동원된 정치 주도 사업'이라는 '프레임'으로 덧칠해 버립니다. 정책의 뼈대는 지워버리고, '여당 전당대회'나 '지역 갈등' 같은 정치적 꼬리표만 잔뜩 달아놓은 겁니다. 시민들의 눈을 정책의 효능이 아니라 정치 공학적 피로감으로 돌리려는 전형적인 수법이죠.
2. 논리적 허점 타격: 서울이 막히니 지방도 안 될 거라는 억지
사설의 가장 큰 논리적 구멍은 기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예로 드는 대목에 있습니다. 조선일보는 "용인 클러스터도 토지 보상과 민원 때문에 첫 삽 뜨는 데 6년이 걸렸다. 수도권도 표류했는데 기반 시설이 취약한 지역에 짓겠다는 건 우려스럽다"고 주장합니다.
합리적으로 추론해 보자면... 이 논리는 완전히 거꾸로 되었습니다.
용인 클러스터가 6년이나 걸린 진짜 이유가 뭡니까? 바로 수도권이 미어터질 듯이 과밀화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땅값은 천정부지로 솟아 있고, 이해관계가 거미줄처럼 얽혀 있으니 보상과 합의가 어려운 것 아닙니까?
비유하자면 이런 겁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빌딩 짓는 데 민원 때문에 6년이나 걸렸으니, 땅 넓고 상대적으로 규제 해결이 용이한 지방에는 아예 건물 지을 생각도 마라." 앞뒤가 맞나요? 오히려 수도권의 포화 상태가 극에 달했기 때문에, 이제는 국가가 주도해서라도 부지와 자원을 새롭게 발굴할 수 있는 지역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으로 증명해 주는 꼴입니다.
게다가 발표 당일 날, "물과 전력 대책이 구체적이지 않다"며 14년짜리 장기 프로젝트를 당장 폐기할 것처럼 몰아붙이는 것도 억지스럽습니다. 국가 주도 프로젝트란 원래 비전을 먼저 세우고, 그에 맞춰 인프라(물, 전기, 도로)를 정부가 책임지고 깔아주겠다는 약속입니다. 인프라가 없어서 안 된다? 인프라를 깔기 위해 발표한 겁니다.
3. 역사·사회적 맥락: 기득권의 아주 오래된 레퍼토리
우리는 여기서 맥락을 봐야 합니다. 이 사안이 왜 중요할까요?
과거 노무현 정부의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 이른바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화두가 던져질 때마다 보수 언론이 꺼내든 무기가 바로 저 '효율성'과 '인프라 타령'이었습니다.
"기업들이 원하지 않는다", "지방엔 인재가 안 간다", "인프라 비용이 너무 든다."
이 논리들이 20년 넘게 대한민국의 모든 자원을 서울과 수도권에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결과가 무엇입니까? 초저출생, 지방 소멸, 부동산 폭등이라는 국가적 재난입니다.
조선일보의 이 사설은 단순히 반도체 공장의 물과 전기를 걱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자본과 권력, 그리고 훌륭한 인프라를 독점하고 있는 '수도권 기득권 체제'를 허물지도 모르는 거대한 국가 균형 발전 프로젝트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의 발로라고 봅니다. '기업 걱정'을 방패막이로 삼아, 시민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국가 자원의 고른 분배'를 막아서는 것이죠.
사설 탐정의 결론
물론, 1450조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사업인 만큼 전력과 용수, 인재 확보에 대한 치밀한 계획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정부가 말잔치로 끝내지 않도록 시민사회가 매의 눈으로 감시해야 하는 것도 맞습니다.
하지만, "완벽한 인프라가 없으니 지방엔 아무것도 짓지 마라"는 기득권 언론의 냉소적인 프레임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척박한 땅에 길을 내고 물을 끌어오는 것이 정치의 본령입니다. 우리는 정부에게 '정교한 대책을 내놓으라'고 요구해야지, 보수 언론의 장단에 맞춰 '역시 지방은 안 돼'라며 패배주의에 빠질 이유가 없습니다.
시민 여러분, 기득권의 차가운 논리에는 냉소하되, 우리의 삶과 지역을 살리려는 모든 시도에는 따뜻하지만 예리한 시선을 유지합시다. 언소주 사설 탐정이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8kcTXlCuP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