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를 찾아가는 길(불교교리 입문/김형중 지음)8. 계율의 성립
(2)계율의 종류
2) 오계(五戒)
오계는 재가자나 출가자의 공통된 근본 계율이다. 오계는 모든 계율의 근본이 되므로 사미십계, 비구 250계, 보살10중대계, 48경계 등 모두가 오계를 바탕으로 확대되고 조율(調律)한 것이다.
오계는 생물을 죽이지 말라〔不殺生,불살샐〕, 훔치지 말라〔不偸盜,불투도〕, 사음을 하지 말것〔不邪婬,불사음〕, 거짓말 하지 말라〔不妄語,불망어〕, 술을 마시지 말라〔不飮酒,불음주〕, 등의 다섯 계율을 말한다.
특히 오계중에서 사음(邪淫) · 투도(偸盜) · 살인(殺人) · 망어(妄語)의 4종의 죄를 ‘4바라이(波羅夷:parajika)’라 하여 이를 범하면 계율 가운데 가장 엄한 승려로서의 생명이 없어지고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바라이(波羅夷)는 ‘목을 자른다’는 ‘단두(斷頭)’, ‘함께 살 수 없다는 ’불공주(不共住)‘의 뜻이다.
1) 제1 음계(淫戒) :음행하지 말라
“비구(比丘)가 비구들과 함께 계를 지키다가 계를 참답게 지나지도 못하면서 계를 버리지도〔捨戒,사계〕 않고, 고백도 하지 않고, 음행을 범하면 그것이 설령 축생과 음행이라고 하더라도 바라이(波羅夷)이다.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사분율》.”
이 계는 처음에 수제나(須提那) 비구가 어머니의 간청을 받고 출가 전의 부인에게 아들을 가지게 한 일이 원인이 되어서 비구(比丘)가 음행하면 바리이죄가 된다는 계가 제정되었다.
《수능엄경》에서는 ’음욕을 끊지 않고서 수도한다는 것은 모래를 쪄서 밥을 지으려는 것과 같다‘고 하였다. 설사 근기가 뛰어나서 선정이나 지혜가 생겼다. 하더라도 음행을 끊지 않으면 반드시 마군의 길에 떨어진다.
소승의 출가계에서는 세속의 탐욕과 애욕을 버리고 출가하여 진리를 성취하는 것을 목표로 삼기 때문에 불음계(不婬戒)가 첫째 계목(戒目)으로 설해진 것이다.
재가자(在家者)는 부부가 아닌 다른 사람과 부정한 성(性) 행위를 하는 것을 사음이라 한다.
《사분율》에 ‘차라리 남근(男根)을 독사의 입에다 넣을지언정 여근(女根)의 속에 넣지 말라’고 하였으며, 《사십이장경》에도 ‘모든 애욕 가운데 색욕(色欲)만큼 큰 것이 없으니 색욕의 크기가 한량없다. 그러나 다행히 그것이 하나뿐이었기 망정이지 만일 그와 같은 것이 둘이었다면 이 세상 사람으로는 능히 도(道)를 닦을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라고 하여 수행자가 사음계를 잘 수지(受持)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2) 제2 도계(盜戒) :도둑질하지 말라.
“비구가 촌락이나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주지 않는 물건을 훔치려는 마음〔盜心,도심〕 으로 훔치다가 법에 따라 왕에게 체포되어 ‘너는 어리석은 절도자 이다’라고 하는 말을 듣거나 추방되거나 죽임을 당한다면, 이러한 도둑질은 바라이죄가 되어 함께 머물러서 살 수 없다.《사분율》.”
이 계는 세속의 국법으로 사형이나 추방에 처하게 되는 도둑질을 한 비구는 바라이죄가 된다는 것이다. 사형 또는 추방에 처하는 도둑질이란 5전(錢) 이상의 경우이나 현재의 화폐 가치로 얼마나 되는지는 분명히 알 수 없다.
자신의 사욕을 채우기 위해 다른 사람의 소유물을 훔치는 것은 불자가 아니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한없는 보시(布施)로써 베풀어 주는 것이 불자의 길이다.
《사미율의》에 보면 ’내 물건이 아니거든 탐할 생각을 내어서는 안 되며, 언제나 베풀어 주는 마음을 간직하라. 차라리 손을 끊는 한이 있더라도 떳떳하지 못한 재물을 취하지 말라‘고 했다.
3) 제3 살인계(殺人戒) :사람을 죽이지 말라.
“비구(比丘)는 고의로 사람의 생명을 빼앗거나, 생명을 빼앗기 위해서 살인 도구를 가진 사람을 찾거나(살인청부업자). 죽음을 찬미하거나, 죽음을 권유해서, 이른바 ’애달프다, 그대여 이렇게 고생하며 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대는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낫다’라고 하면 바라이죄가 된다. 함께 머물러서는 안 된다《사분율》.”
생명은 무엇으로 환치할 수 없는 유일한 것이며 숭고한 것이다. 모든 생명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인간의 생명은 가장 소중하다. 그래서 계율에서는 사람을 죽이게 되면 바라이죄가 되는 것이다.
살인계(殺人戒)가 제정된 인연은 육체의 부정함을 관하는〔不淨觀,부정관〕많은 비구들이 염세주의에 빠져서 살인 도구를 가진 녹장(鹿杖) 사문에게 죽여 주기를 부탁하여 죽은 대형 참사가 있었다. 그래서 부처님은 ‘고의로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 저 비구와 같은 살인 도구를 가지고 있는 자를 찾아서는 안 된다’라고 계율을 제정하였다. 또 비구들이 어떤 미인의 남편인 우바새(남자 신도)가 병중임을 알고서 그 병자에게 ‘죽는 것이 남편인 우바새(남자신도)가 병중임을 알고서 그 병자에게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낫다‘라고 하여 스스로 음독(飮毒)하여 죽게 한 사건이 있었다. 그래서 ’죽음을 찬미하여 그 사람을 죽임에 이르게 해서는 안 된다‘고 하였다.
살인계(殺人戒)가 대승불교의 경전에서는 살생계(殺生戒)의 덕목으로 확대되어 10중계(十重戒)의 맨 첫 번째 계목으로 나타난다.
보살은 인자한 마음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생명을 외경하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어야 한다. 보살은 중생구제가 으뜸이기 때문에 불살생계(不殺生戒)를 맨 처음에 두고서 인간 본성의 참다움을 실현하고자 한 것이다.
《범망경(梵網經)》에 보면 ’불자들아, 직접 죽이거나, 남을 시켜서 죽이거나, 방편을 써서 죽이거나, 칭찬을 해서 죽게 하거나, 죽이는 것을 보고 기뻐하거나, 주문을 외워서 죽이는 따위로 죽이지 말아야 하느니라. 즉, 죽이는 원인〔因,인〕 이나, 죽이는 인연〔緣,연〕 이나 죽이는 방법이나, 죽이는 행위〔業,업〕 를 하여서 온갖 생명 있는 것을 죽이지 말아야 하느니라. 보살은 항상 자비로운 마음과 효순 하는 마음을 일으켜 일체중생들을 방편을 다해 구호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제멋대로 하며 통쾌한 마음으로 산 것을 죽이는 것은 보살의 바라이죄(波羅夷罪)가 되느니라’라고 하여 살생계(殺生戒)를 설하고 있다.
《화엄경》에는 ‘살생하면 그 죄로 삼악도(三惡道 : 지옥 · 아귀 · 축생)에 떨어지며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단명하거나 병이 많은 업보를 받는다’라고 하였다.
죽어가는 생명을 살려내는 방생(放生)은 불살생계를 실천하는 적극적인 측면으로 참으로 가치 있는 일이다.
4) 제4 대망어계(大妄語戒) : 거짓말을 하지 말라.
“비구는 깨닫지도 못했으면서 거짓으로 상인법(上人法)이 자기에게 있으며, 완전한 정지정견(正智正見)을 얻었다고 주장하여 ‘나는 이처럼 알고 이처럼 보았다’라고 하였다. 그는 그 후에 다른 사람의 추궁을 받아서든지 아니면 자발적으로든지 자기의 죄를 청정히 하고자 하여 ‘벗이여, 나는 알지 못하고서 알았다고 하고 보지 못하고서 보았다 했으며 거짓말을 했다’라고 한다면 증상만(增上慢) 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라이죄(波羅夷罪)이다. 함께 머물러 살 수 없다.《사분율》,”
이 계가 제정되게 된 인연은 밧지 지방에 기근이 들었다. 그곳에서 안거한 비구들은 걸식하기가 어려워지자 한 계책을 생각해 내기에 이르렀다. 아직 깨달음을 얻지도 못한 비구가 마치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재가자들 앞에서 서로서로를 찬양하였다. 이 비구들의 말을 믿은 재가자들은 궁핍한 중에서도 그들의 식사를 줄여서 비구들에게 공양을 올려서 공덕을 얻고자 하였다. 이러한 사실이 폭로됨으로써 이 계가 제정된 것이다.
다만 ‘증상만인 경우를 제외한다’라는 것은 그 거짓말이 ‘증상만에서 보지 않은 것을 보았다.’ 허고 ‘도둑질하지 않은 것에 도달하였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악의(惡意)에 의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죄가 아니라는 것이다.
깨달음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비구가 깨달음의 불도(佛道)를 증득(證得)하지 못하고서도 얻었다고 하는 거짓말은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나쁜 거짓말이므로 대망어(大妄語)라고 한다.
수행자가 대망어를 하게 되면 여래의 종자를 잃어버리게 되고, 선근(善根)이 완전히 없어져 버린다. 뿐만 아니라 지혜가 생길 수 없으며 삼악도에 떨어진다. 남을 속이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게 되면 먼저 자기 자신을 속여야만 한다.
《수능엄경》에서는 ‘거짓말을 하면서 수행하는 것은 똥으로 전단향(旃檀香)을 만들려는 것과 같다’라고 하였다.
이상의 네 가지 계를 계율의 근본4계(根本四戒)라 한다. 이는 밖에서 규제하는 계가 아니라 자기 심성(心性) 속에서 일어나는 죄성(罪性)에 기반을 두므로 이것을 성품적인 계〔性戒,성계〕 라고 하여 모든 죄성 가운데 가장 근본적이고 모든 죄의 근원이 된다.
《수능엄경》에는 ‘불자는 이 네 가지 계율을 서릿발처럼 지녀야 한다. 그러면 저절로 번뇌의 가지와 잎이 나지 못해 마음이 청정하여 어떤 마군의 장난도 생기지 않는다’라고 하였다.
5) 제5 불음주계(不飮酒戒) : 술을 마시지 마라.
《수능엄경》에 보면 ‘술은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독약이다. 술을 마시게 되면 총명한 지혜의 종자가 죽어 버리고 여러 가지 허물이 생겨난다. 차라리 구정물을 마실지언정 술은 마시지 마라’고 하였다.
술은 재산을 손실하게 하고 혼미하게 하여 게을러지게 합니다. 술은 탐욕, 성냄, 어리석음을 발생하여 온갖 죄악을 만들어 냅니다. 그래서 술은 독 중의 독이요, 병중의 병이라고 부처님은 설했다. 술의 허물이 한량없는 죄를 낸다고 함은 비록 성악(性惡)은 아니라 하더라도 성악(性惡)을 능히 열기 때문에 허물이 한량없다고 한다. 술에 취했을 때면 온갖 악을 짓지 아니함이 없다는 것이다.
《사분율》에 술의 열 가지 과실이 설명되어있다.
1) 술을 마시면 얼굴빛이 나빠지고
2) 힘이 없어지며
3) 눈에 보이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4) 성내는 모양을 나타내며
5) 농사일과 살림을 파괴하고
6) 질병을 덧붙이며
7) 싸움이 늘고
8) 명성이 없어지고 나쁜 소문만 퍼지고
9) 지혜가 주어지고
10) 죽으면 악도에 떨어지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나를 스승으로 삼는 수행자가 풀과 나무 끝을 술 속에 넣어둔 것까지도 입에 대지 말라’고 했다.
《범망경》에 나타나 불음주계(不飮酒戒)를 보면 ‘불자들아, 어찌 짐짓 술을 마시리요. 술의 허물은 한량없이 크리라. 자기 손으로 하면 오백 생(五百生)동안 지렁이가 됨을 받거든, 하물며 스스로 마시는 것이겠는가. 모든 사람이 술을 마시지 않게 해야 하겠거늘, 하물며 스스로 마시겠는가. 온갖 술을 마시지 말지니, 만일 짐짓 마시거나 남에게 마시게 하면 경구죄가 되느니라’라고 했다.
《우바새계경(優婆塞戒經)》에는 ‘만일 우바새(남자 신도)가 계를 받아 지닌 뒤에 음주에 즐겨 빠지면 실의죄(失意罪)가 된다고 했다.
《범망경》에 보면 술을 직접 팔거나 남을 시켜서 파는 행위를 보살의 바라이죄(波羅夷罪)로 규정하고 있다〔十重戒,십중계 중 제5 고주계(酤酒戒)〕,
‘불자들아, 제가 직접 술을 팔거나 남을 시켜서 팔거나 술을 파는인(因)이나 술을 파는 연(緣)이나 술을 파는 방법이나 술을 파는 업을 지어 어떠한 술일지라도 팔지 말라. 술은 죄를 저지르는 인연이니라. 보살은 으레 온갖 중생에게 밝게 아는 지혜를 내게 해야 할 터인데, 도리어 중생에게 뒤바뀐 마음을 내게 한다면 보살의 바라이죄가 되느니라.’
그러나 술을 먹어도 범(犯)함이 없는 예도 있다. 즉 어떠한 병에는 딴 약으로는 낫지 않고 술로 써 약으로 삼는다거나 술을 상처에 바르는 것 등이니, 치유 · 치병의 목적이 분명할 때는 음주가 가능하다고 율장에서 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