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알라룸푸르=코리안프레스) 민양희 = 말레이시아 동부에서 원숭이 말라리아 감염 위험이 늘고 있다. 말레이시아 현지 언론과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등은 원숭이 말라리아 때문에 동부 보르네오 섬 일대에서 상당수 중증 환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동말레이시아 사바(Sabah) 주 보건당국도 원숭이 말라리아 감염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원숭이로부터 사람에게 말라리아를 전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학질모기(Anopheles mosquito)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밝혔다.
코타 키나발루 전염병 학회 회장이자 말레이시아 국제 연구 수석 조사관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Timothy William 씨는 6월 말 현지 일간지 ‘더 스타’를 통해 “보건부 관계자들이 인간에게 전염되는
‘원숭이열말라리아’(Plasmodium knowlesi malaria) 또는 더욱 흔하게는 ‘원숭이 말라리아’라고 불리는 신종 질병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면서, “모기가 많은 지역에 살충제를 살포하는 것과 별도로 모기의 번식지를 줄이기 위한 시도가 진행되고 있으며 치료법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Timothy William 회장에 따르면, 원숭이 말라리아 감염 환자는 현재
아르테미시닌 병합 요법으로 치료를 받고 있으며, 심각한 감염증으로 3차 의료기관으로 맡겨진 사례들도 많다.
LSHTM(런던 스쿨 오브 하이지인 & 트로피칼 메디신)의 감염 및 면역학
교수이자 말라리아 국제연구 협력자인 Chris Drakeley 씨는 “원숭이 말라리아 원충은 복합적이고 잠재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기생충으로서
원숭이가 숙주인 만큼 모기약이나 모기장 같은 기존의 접근법으로는 이 원충을 퇴치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연구와 함께 현지 주민들이 원숭이
말라리아의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말레이시아 보건 당국의 협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멘지스리서치(Menzies Research) 센터의 연구원이자 원숭이 말라리아
국제 연구의 주 저자인 Matthew Grigg 박사는 “말레이시아가 국가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말라리아 퇴치 계획은 신종인 ‘원숭이 말라리아’
이외의 말라리아 발생 건수를 줄이는 데는 매우 효과적”이라는 언급과 함께, “원숭이 말라리아의 경우는 그 감염사례가 농업, 토지 개간 활동,
야자농장, 여행 등 ‘야외 활동’이라는 인간의 행동적 요인이 확대됨으로 함께 증가하고 있다는 우리의 연구 결과는 사회적 개입이 원숭이 말라리아
사례를 줄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중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신종 ‘원숭이열말라리아’에 대한
이해
모기를 매개로 전파되는 감염 질환인 말라리아는 말레이시아의 풍토병 중 하나로서
1세기 이상 계속되고 있다.
말라리아 원충이 학질모기를 숙주로 하여 사람에게 감염된다는 사실은 19세기말
노벨상 수상자인 로날드 로스와 지오바니 바티스타 그라시에 의해 밝혀진 사실이다. 오랫동안 말라리아 원충 속(Plasmodium)에서 열대열
원충(P. falciparum), 삼일열 원충(P. vivax), 난형열 원충(P. ovale), 사일열 원충(P. malaria) 등 사람과
모기에 기생하며 감염증을 전염시킬 수 있는 4개종이 인간에게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다섯 번째 말라리아 원충 P.
knowlesi의 인간 감염 사례가 밝혀진 것은 그리 오래지 않다.
▶감염 사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세계에서 원숭이열말라리아의 발생률이 가장
높은 국가이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동말레이시아(사바와 사라왁) 및 서말레이시아(말레이
반도)에서 각각 4,553건과 204건의 감염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인근 아시아 국가들 - 인도네시아(465건), 태국(37건),
미얀마(33건), 싱가포르(6건), 필리핀(5건), 베트남(3건), 브루나이(1건), 중국(1건)-의 사례 건수와 비교하면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가장 처음 보고된 원숭이말라리아 감염 사례도 1965년 말레이시아(말레이반도)를
방문했다가 미국으로 돌아간 한 남성에게서 발생한 바 있다.
WHO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총 2천206건의 인간
말라리아 감염 사례 중에서 69%에 해당하는 1천 523건이 P. knowlesi 원충에 기인한 원숭이 말라리아였다.
사바 주 보건부 자료에 따르면 P.knowlesi 원충의 자연적인 숙주는
짧은꼬리원숭이(마카크)와 띠잎원숭이로서, 정글이나 숲, 또는 그 인근 지역을 오가는 농부, 벌목 현장 노동자, 사냥꾼, 삼림 관리 종사자,
여행객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또, 원숭이 말라리아 환자의 80%가 남성이고, 여타 말라리아에 비해 고령인 경우가
많다.
한편, 여성 감염 환자의 연령은 10대 초반(12세)와 50대 초반(52세)에서
가장 높은 분포를 보였다.
▶증상과 진단
P. knowlesi 원충의 감염은 무증상에서 치명적인 감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는데, 일반적인 임상 특징에는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식욕 부진, 관절통, 기침, 복통 및 설사가 있으며, 이러한 증상은
열대열 말라리아 및 삼일열 말라리아 감염의 경우와 유사하다.
동말레이시아의 사바와 사라왁 지역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총 원숭이말라리아 환자 중
중증 감염이 10% 이상, 치사율도 약 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중증 감염의 경우에는 황달, 급성신부전, 저혈압, 급성 호흡기 질환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고, 혈소판 수치가 낮아지는 것은 매우 흔한 현상인데, 혈액 parasitaemia 및 연령의 증가가 감염의 심각성 여부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는 점은 주목할 만 하다.
원숭이열말라리아가 발견된 후 감염 보고가 급속히 증가한 데는 진단의 개선, 인간
말라리아 사례의 감소, 인간 말라리아 발병률 감소로 인한 면역력 저하, 원숭이 숙주와의 더 긴밀한 연관성이나 감염된 모기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인수공통감염을 증가시키는 토지 이용의 변화 등의 원인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말라리아의 진단은 종종 혈액막의 현미경 검사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원숭이말라리아
원충(P. knowlesi)의 현미경적 특징은 감염 초기와 후기에 각각 열대열 원충(P. falciparum) 및 사일열 원충(P.
malariae)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에, 이제껏 잘못 식별되어 온 것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분자 검출 방법은 원숭이말라리아(P. knowlesi) 여부를 식별하는데 가장
정확하고 민감한 검사이지만, 이 방법은 비용이 높고 절차가 느리며 모든 의료시설에 보편화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요약하여 말하면 P. knowlesi의 정확한 진단이 그리 쉽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한편, P. knowlesi 감염증은 ‘아르테미시닌’ 치료에 매우 잘 반응하고, 클로로킨 및 메플로퀸에도 어느 정도 반응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사람 간 전염의 가능성
“말레이시아에서 사람이 원숭이열(P. knowlesi) 말라리아에 걸릴 위험성과 관련된
개인적 요인”에 관한 문제를 다룬 최근 한 보고서가 있다. (출처 : Grigg MJ 외, Lancet Planetary Health
Vol.1, 2017년 6월)
이 보고서는 P. knowlesi 감염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서 15세 이상의
연령, 남성, 농장 업무, 야외 취침, 여행, 최근 4주 이내에 원숭이를 목격한 적이 있는 경우, 집이 개방 처마 구조이거나 벽에 균열이 있는
경우 등을 제시하고 있다.
또한, P. knowlesi 감염의 위험은 농장 종사의 경우, 초목 처리의 경우,
집 주변에 무성한 잔디를 가진 경우에도 높아졌지만, 그러나 이러한 요인들은 여타 말라리아 원충의 감염 위험을 높이지는 않았다.
G6PD(포도당-6-인산탈수소효소) 결핍, 주거지의 벽면에 잔여 살충제 살포,
젊고 빈약한 숲, 그리고 집 주변에 논이 있는 경우에는 P. knowlesi 감염의 위험이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숭이말라리아가 자연적인 중간 숙주인 원숭이가 없이도 모기를 매개로 하여 사람에서
사람으로 전염될 수 있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따라서, 아직까지 P. knowlesi는 여전히 인수전염병(동물과 사람 사이에 상호
전파)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러나 빈약하게나마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징후가 있다.
이는 실험 연구 및 게놈 연구로부터, 그리고 열대열 말라리아와 삼일열 말라리아, 사일열 말라리아 등 인간 말라리아의 혼합 감염으로서
입증되었다.
그렇다면 P. knowlesi의 사람과 사람 간 전염이 더 흔해질 수 있을까?
그것은 시간과 기생충의 적응에 달린 일인 듯 하다.
말라리아 퇴치 프로그램을 통해 말라리아 발생률은 지난 2010년과 2015년에
인구 10만명 당 각각 23.47에서 7.58로 감소했다. 한편, 그 사망률은 2010년과 2015년에 인구 10만명 당 각각 0.12에서
0.03으로 감소했다.
이러한 감소 추세로 말레이시아는 2020년까지 인간 전용 말라리아 종을 퇴치하고자
하고 있다. 그러나 다섯 번째 말라리아 원충 P. knowlesi가 이 퇴치 프로그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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