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롯의 밤
신달자*
홀로 와인 반병을 마셨으니
나는 지금부터 미쳐島에 닿는다
量의 선을 넘으면 언제나 저미는 핏줄을 안고 운다
아버지는 대부자였지만 주색잡기로 쫄딱 망해 고향 쫓겨나
서울 변두리 살며 누울 때도 고향 바라보며 눕는다고 했던 아버지
어느날 술 한 잔 마시고 "고향 떠나 십여 년에 청춘은 늙어어엉어" 으윽 울던 아버지
그 눈물 아버지 피같이 내 가슴 위로 흘렀지
아버지 바람나 집에 뜸할 때 술로 배를 채우며 울어울어 울었던 어머니
불현듯 마당 가운데 서서 아리랑을 살 찢어지게 부르다 쓰러지는 미친 여자
그 모습 아직 나를 발광하게 만드는데
나의 성장 공간에는 빈 공간이 없어라
누구도 볼 수 없는 공간마다 젖은 손수건이 무겁게 흔들거려
아버지 어머니 눈물 지금까지 따라왔어라
빈 와인 병을 들고 가슴을 치며
연분홍치마가 봄바람에... 애간장 저미는 내 노래가
방울방울 눈물방울
연분홍치마를 몇 천 번을 불러도 기다리는 남자는 오지 않고
오늘밤 취한 나를 두고 봄날은 간다
*미쳐島는 김승희의 그래島에서 연상된 것임.
계간『시와함께』(2021, 봄호)
*43.경남 거창
64.《여상》 여류신인문학상 등단, 72.박목월 시인의 추천으로 《현대문학》에서 재등단
카페 게시글
하루 그리다~
트롯의 밤
미켈란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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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4.15 2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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