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서] 무늬만 문·이과 통합, 역사·국어 교과서 국정화 시도 2015 교육과정 개정 즉각 중단하라!
우리 학교와 교육은 행복이 아니라 고통의 대명사가 되었다.
세계 최고의 수업일수와 수업시수, 학습 내용의 과다와 고난이도, 과다한 영·수 수업시수, 전국의 학생을 줄 세우고 경쟁을 내면화시키는 상대평가, 세계 최고의 입시 경쟁체제와 극심한 사교육, 학습흥미도 OECD 최하위 상황에 처해있다.
유치원부터 스트레스를 주는 영어, 중학교 학교별 교과 집중이수제로 전·출입생 중복·미이수, 학년별 발달 단계에 맞지 않는 과목 이수, 스포츠클럽활동 전면·졸속 시행, 고교 문·이과 편식을 넘어 과목간 편식 심화로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소양의 고른 함양 실패, 특목고·자사고 고착화로 심화되는 고교 서열체제, 대학 서열화 심화 등으로 학생, 교사, 학부모 모두가 불행하다.
2000년 7차교육과정 시행 이후 전면·부분 개정 포함하여 모두 14차례에 이르는 빈번한 교육과정 개정으로 교육과정은 누더기가 되어가고 학교현장은 교육과정 실험의 마루타가 되어버렸다.
2015개정 교육과정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모순을 심화시키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학교 교육에 돌리고자 소위 ‘인성교육’을 추진하고, 초등 1~2학년 수업시수를 늘려 안전교과를 신설하면서 어린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오히려 늘리고, 실업, 기술·가정, 과학, 체육, 보건 교과 등에서는 초·중·고 전체에 걸쳐 안전 단원을 신설하고 있다.
초·중·고 교과서 한자 병기 추진은 한자 사교육업체의 이해관계를 지켜주고 학습 부담과 사교육을 더욱 부추기고 한글 전용 정책을 후퇴시킬 것이다. 또한 어떠한 근거와 연구결과도 내놓지 않은 채 대통령 말 한마디와 소프트웨어 산업계의 일방적인 요구에 따라 심지어 초등학교에서부터 중·고등학교에 이르기까지 소프트웨어 교육을 도입하려 하고 있다.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역사 교과서는 이미 전 국민적인 저항에 부딪혀 사실상 폐기된 바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친일독재를 옹호하고 교육 획일화를 가져올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서 더 나아가 국어 교과서, 통합사회, 통합과학 국정화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9월 교육부는 고등학교 문·이과 통합을 교육과정 개정의 명분으로 내세워 개정을 추진해왔는데 정작 문‧이과 통합은 온데간데없이 무늬만 문·이과 통합교육과정이 되었으며, 오히려 위와 같이 초·중·고 전체에 걸쳐 교육과정을 개악하고 있다.
의학, 경영학, 행정학, 환경학, 정보학, 건축학, 체육학 등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학문 분야가 문과와 이과로 구분하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한편 초·중학교에서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고 고교 단계에서 문·이과를 선택할 수 있는 교육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나 한 것인가? 그런데 수십년간 우리 교육은 고등학교부터 문·이과로 나누고 게다가 문·이과 과정별로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교과들을 수십 개의 과목으로 잘게 세분화하여 선택하는 칸막이 교육이 심화되어 감에 따라 다양한 기초 소양의 함양에 실패하고 영·수·국 비중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세계에 유례가 없는 편식 교육을 하고 있다.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소양의 고른 함양과 영역별 균형 있는 학습을 위해서는 영·수 수업 비중을 대폭 축소하고, 지나친 과목 세분화 체제를 폐지하고 인문사회와 자연과학 교과들을 통폐합하여 기본 과목들을 공통으로 이수하고 예술·체육 영역, 생활교양 영역 등도 균형 있게 이수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행 입시에서 실제적으로 80~90%의 비중을 차지하는 영·수·국 중심의 입시폐지, 대학평준화, 수능 자격고사화 등 근본적인 개선책이 함께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근본적 해결 방안은 전혀 내놓지 않고 단지 고1 사회와 과학 두 과목 내용만 약간 바꿔서 문·이과 통합을 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해서는 문·이과 통합이 결코 이뤄질 수 없으며 교육과정 개정 명분 자체가 사라지게 된다. 이는 애초에 문·이과 통합은 안중에도 없었으며 정부의 입맛에 따라 교육과정을 뜯어고치기 위한 의도가 드러나고 있다.
한편 고1 ‘통합사회’ 과목은 시장경제 제일주의로 일관하고, 경제 문제 해결을 개인 차원의 ‘금융관리’ 교육으로 제시하고 있으며 경제에서 가장 근본적인 문제인 노동 문제조차 다루고 있지 않다. 이런 공부가 모든 학생들이 알아야 할 기본 소양 공부인지 묻지 않을 수 없으며 차라리 배우지 아니함만 못하다.
민주정부라면 무리하게 일방적으로 정한 일정에 따라 단지 몇 사람의 참여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비판을 뒤늦게라도 겸허히 받아들여 수정해야 마땅하다. 정부는 9월로 예정된 총론과 각론 법적 고시를 포기하고, 충분한 일정 하에 사회적 논의에 기초한 교육과정을 수립하기 위해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 설치에 당장 나서야 한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촉구한다.
1. 2015 불통 교육과정 개정 전면 중단하라!
1. 한자 사교육업계 이익을 위한 초·중·고 교과서 한자병기 계획 즉각 철회하라!
1. 교육 획일화를 가져올 역사‧국어 교과서 국정화 반대한다!
1. 세월호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학교로 전가하는 안전교과 신설 중단하라!
1. 무늬만 문‧이과 통합, 안 하느니만 못한 교육과정 개정 중단하라!
1. 사회적 합의에 의한 교육과정개편을 위한 ‘사회적 교육과정위원회’를 신설하라!
2015년 6월 24일
초등교육과정연구모임, (사)전국국어교사모임, 전국사회교사모임, 전국지리교사모임, 전국역사교사모임, 전국도덕교사모임, 전교조전국수학교사회, 전국과학교사모임, 전국가정교사모임, (사)전국체육교사모임, 전국음악교과모임, 전국미술교과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