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장> 마지막 싸움 5
여기가 어디지......
보이는 것은 오직 어둠어둠어둠. 어둠만이 존재하는 곳에 나미가 서 있다.
그녀의 몸에는 아무것도 걸쳐지지 않아져 있었다. 단지 손에 하얀검이 있을 뿐이었다. 하얀검도 그나마 빛도
내지 않고 있었다. 나미는 쓸쓸한 표정으로 하얀검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나를 향해 빛을 보여주지도 않는구나.
하얀검이 약하게 울렸다. 마치 자신은 그러고 싶지 않다는 것 같았다. 나미는 미소를 지었다. 그때였다.
'시간이 되었군.'
누, 누구야!
'놀라지 마라. 난 너와 오래 전부터 알아왔던 사이니까. 설마 나를 모른다고는 하지 않겠지?'
난 널 몰라! 그리고 넌 대체 어디있는 거야!
마음속으로 들려오는 목소리는 한숨을 쉬는 것 같았다. 그의 말이 이어졌다.
'나는 지금 네 손에 들려있는걸? 그리고 정말 날 몰라?'
하...... 얀검? 하얀검이라고?
'아아, 넌 그렇게 부르더군. 하지만 정확한 명칭은 아니야. 나는 빛의 전사가 사용하는 하얀검의 보좌관 블로
카다. 블로카. 잘 외워두도록 해.'
블로카.......? 블로카......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해지는 이름인걸......
'물론이지 너와 난 오랫동안 같이 있었으니까. 네가 그런 감정을 가지지 않았다면 난 화를 내었을거야. 킥킥
킥......'
나미의 말에 왠지 기분이 좋아진 것 같은 블로카였다. 나미의 눈 밑이 환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나미는 놀라
빛을 내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그것은 하얀검이었다. 아까와는 달리 지금은 환한 빛을 나미에게 보여주고 있었
다. 나미는 환호성을 지르며 말했다.
와! 이제 네가 제대로 보이는 구나!
'훗...... 역시 넌 나의 주인이 맞구나.'
응? 그게 무슨 소리야?
'넌 지금 빛을 원했어. 너는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지금 너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그것을 원했어. 그리고 난
너의 바람에 따라 이렇게 환하게 빛날 수 있는 거지. 즉 네가 원하지 않으면 나는 어떤 것도 하지 않아. 오직
너의 결정만이 필요한 거지.'
그럼 아까는 왜 빛나지 않았지? 아까는 지금보다 더 많이 빛을 원했던 것 같은데.
'그거야 네가 멍청하게 나를 부르지 않았으니까. 너 혼자 바란다고 내가 움직일거라고는 생각하지마. 나도 원
하고 너도 원해야 나는 힘을 발휘해.'
정말 카이드라스를 능가하는 말버릇이 나쁜 보좌관이구나.
'카이드라스? 그의 이름이 왜 나오는 거지?'
그는 붉은검의 보좌관이 되었어. 어? 몰랐던 거야?
'전혀...... 옛날에는 그와 싸웠는걸. 그런데 어떻게 그가......'
아아...... 그 가이샤란 창조신이 무슨 재주를 부려 그렇게 만든거 같더군.
어쨋든 내가 아는 카이드라스는 주인을 무시하는 말투를 무지막지하게 사용하는 그런 존재야.
'그런가......'
그런데 하얀검에는 너 뿐인가?
'무슨 소리지?'
붉은검에는 카이드라스와 붉은검이라는 붉은검자체가 있던데...... 넌 너 하나뿐인거야?
'뭐야? 붉은검?'
매우 놀라는 것 같네. 맞아. 카이드라스가 아닌 다른 존재가 붉은검속에 있어.
'그, 그럴리가...... 우리 같은 7개의 검에는 하나의 보좌관밖에 들어오질 못해. 어떻게 2명이......'
어쨋든 너 하나라는 이야기구나. 하...... 아깝다. 2명이었으면 라이샤를 놀려먹을 수도 있는데.
'......이봐요, 주인님. 나는 장난감이 아니랍니다.'
알어알어, 그냥 해본 소리야. 그런데 말야, 넌 왜 이때까지 안 나타나다가 갑자기 나타난거지?
'아, 그거야 나의 주인이 멍청해서.'
뭐?
'너는 오직 자신만의 힘만을 믿었어. 다른 사람의 힘은 믿지 않고 오직 너만의 힘을 믿어왔지. 넌 나란 존재
를 아예 망각하고 있던 거야. 매일 만나고 있었는데도 넌 나란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한거지.'
......그럼 왜 갑자기 일어난거지?
'간단해. 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던 속도가 저 바하무드라는 존재에 의해서 깨져버렸거든. 이때까지 아무도 따
라오지 못하리라고 생각한 속도가 바하무드란 존재에 의해 무참하게 깨어져버린 것이지. 즉 네가 너의 힘만을
믿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지.'
그래...... 결국 문제는 나였다는 거구나...... 그럼 다른 사람의 보좌관은 다 일어났니?
'음...... 아니 아직 다 일어나지 않았어. 검은검......만 일어나지 못했구나.'
검은검? 처음 듣는 검인데?
'그래? 우리들 중 가장 성격이 괴팍하고 가장 못됐어. 나쁘게 말하자면 사악하다는 거지. 검은색을 표현해서
그런지 그다지 반길만한 녀석은 아니야.
하지만 그 녀석도 우리와 같은 존재야. 그 녀석의 이름이...... 아, 카이젤이구나.'
카이젤!? 카이젤이라고 했어? 지금 방금?
'아...... 나 귀 안먹었으니까 작게 말해. 다 들려......'
카, 카이젤이라고? 그 카이젤이...... 검은검의 보좌관.......
'네가 알고 있는 카이젤과 내가 아는 카이젤은 동일 인물이 아닐거야. 그렇지 않겠어?'
그러길 바래...... 아, 그럼 7개의 검에 있는 모든 보좌관들의 이름을 불러줘.
'음...... 우선 붉은검은...... 버커라는 녀석이었는데 지금 카이드라스라는 녀석과 바뀐 것 같네. 그리고 푸른검
은 하이네. 이 녀석 일어났어?'
응. 왜?
'그 녀석이 유일하게 적을 좋아한 바보같은 보좌관이거든.'
.......
'다음은 노란검에는 누스라는 형님이 계시고...... 무색검에는 이름이 없어. 단지 무색검이라고 불러. 자신의 검
과 같이 모습이 없거든. 오직 힘만을 주인에게 전해주는 존재야. 그리고...... 갈색검에는 토라이가 있어.'
토라이?
'우리들 중 힘이 가장 세지. 응? 왜 웃어?'
하하하하. 왠지 주인과 굉장히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히히히히.
'그래? 후훗. 그리고 검은검에는 아까 말했듯이 카이젤. 하얀검에는 나 블로카가 있지.'
그래....... 아! 지금 어떻게 되었지?
'지금 네가 자고 있는 밖의 상황?'
응! 지금 어떻게 된거야? 나 죽은거 아냐?
'아니니까 걱정마. 퉁가리라는 청년이 나타나서 널 지켰어. 응? 넌 또 왜 울어?'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단지 너무 기뻐서.
'훗. 그럼 이제 시간이 다 되었어. 언제든 나의 이 멋있는 목소리를 듣고 싶거든 하얀검을 들고 나의 이름을
불러. 그럼 넌 잠이 들면서 나와 대화할 수 있을거야. 나만이 가진 최고의 능력이지. 훗.'
그래. 아, 너 나에게 힘 빌려줄거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주인님.'
헷. 그래. 그럼 날 원래의 세계로 데려다 주겠니?
'알겠습니다, 주인님.'
왠지 블로카가 너무나도 마음에 드는 나미였다.
카이젤이 이를 박박갈며 말했다.
"네가 지금 무슨 짓을 하였는지 아느냐, 퉁가리!"
퉁가리는 반갑게 맞아주는 동료를 보고 웃음을 한번 지어준 다음 카이젤을 보았다. 카이젤은 이때까지 보여
주던 여유는 온데간데 없고 얼굴이 붉어져서 난리였다. 퉁가리가 실소하며 말했다.
"모르겠는데."
"넌 지금 규칙을 어겼다! 넌 이제 너희편이나 우리에게나 공격을 받아야한다!"
모두의 얼굴에 어두운 것이 깔렸다. 퉁가리가 나미를 살려준 것은 맞지만 분명히 규칙은 규칙이었다. 하지만
퉁가리의 퉁명스런 대답에 카이젤은 입 다물수 밖에 없었다.
"난 약속을 한 적이 없다. 네가 그 약속을 할때 내가 그 자리에 있었는가?"
"......"
퉁가리는 카이젤이 약속을 할때에도 없었다. 모두들 속으로 쾌차를 부르고 있을때 갑자기 무언가가 발딱 일
어났다. 그리고 그것은 재빨리 퉁가리의 등을 향하여 날아갔다
"퉁가리~~~~~!!!"
퉁가리는 갑자기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날자 공격태세를 취하다가 목소리를 듣고는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자
신이 잘아는 가장 친한 친구. 그리고 가장 사랑하는 존재. 나미였다. 퉁가리는 몸을 돌려 자신에게 날아오는
나미를 맞았다. 자연스레 퉁가리의 품으로 들어온 나미는 꼭 퉁가리의 몸을 안았다.
그리고 아무도 들리지 않게 스스로 말하듯 조그맣게 말했다.
"보고 싶었어......"
그 누구도 듣지 못했지만 가까이 있던 퉁가리에게만은 똑똑히 들려왔다. 퉁가리의 표정에 당황하는 표정이
나타나면서 얼굴이 붉어졌다. 모두들 갑자기 퉁가리가 얼굴을 붉히자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퉁가리의 표정이 곧 웃음짓자 안도하였다.
퉁가리와 나미의 포옹은 그리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바하무드라는 존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깨어났군. 그럼 시작하여 볼까?"
바하무드는 자신의 대검으로 나미를 향해 있으면서 말했다. 퉁가리는 살며시 나미를 놓아주며 속삭였다.
"조심해."
"응."
나미도 하얀검을 꺼내들었다. 그리고 바하무드의 앞에 섰다.
바하무드는 갑자기 달라진 그녀의 기운에 놀랐다. 아까는 오직 분노로 인해 기운들이 모두 엉켜져 있었는데
지금의 그녀의 기운은 한군데 뭉쳐서 환하게 빛나는 빛처럼 모든 곳에 뻗치고 있었다. 그녀가 기절 한번으로
이렇게 변하리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던 바하무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자신을 찾았군. 재미있겠어."
바하무드의 대검이 나미의 하얀검을 노리고 들어왔다. 힘싸움을 하기 바라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미는 씨익
웃으며 그의 대결을 피하고 몸을 숨겨버렸다. 바하무드도 그녀가 속도로 승부하자는 것을 알고 속도를 내었다.
그녀의 속도는 그렇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
'변화가 없었던 것인가......'
바하무드는 안타까워 하며 대검을 나미의 몸을 뚫을듯 휘둘렀다. 이제 더 이상은 봐줄 수 만은 없는 것이었
다. 하지만 나미의 몸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녀의 검이 환하게 빛나면서 갑자기 그녀의 속도가 증가하면서 바하무드의 속도를 능가했던 것이다. 바하무
드는 놀라며 대검을 재빨리 회수하면서 몸을 앞으로 숙였다. 나미의 하얀검이 바하무드의 목이 있던 곳을 지
나갔다. 바하무드는 발로 공기를 차면서 나미와 멀어졌다. 바하무드는 공기를 찼지만 그 힘이 너무나 강하여
나미는 그것을 하얀검으로 막았다. 그래도 그녀의 몸은 뒤로 약간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바하무드는 땅에 서
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이번에 그녀의 일격은 너무나 놀라웠기에 우선 자신의 마음을 추스렸다. 하지만 나미는 아쉽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번의 공격이 들어가지 않았으니 이제는 쉽사리 이길 수 없을 것이었다.
모두들 입을 벌리고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모습이 사라지고 몇번의 공기가르는 소리가 나더니
그들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정말 놀라운 속도였다. 그들의 눈은 그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저런 자들과
싸울 생각을 하니 눈이 캄캄해지는 모두들이었다.
바하무드가 갑자기 대검을 살짝 내리면서 말했다. 대화를 원하는 것 같았다.
"강해졌군."
"칭찬, 감사합니다."
"도대체 기절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방금의 공격은 나의 목숨이 위험할 정도였다."
"제가 잊고 있던 힘을 되찾은 것 뿐입니다."
"잊고 있던 힘? 아, 그 검 속의 보좌관을 말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놀랍군.
보좌관의 힘이 없이 그런 속도를 낼 수 있다니. 그대는 정말 강한 존재로군.
나보다 더욱 강해지겠군."
"이번의 칭찬 또한 감사합니다."
"말이 길었군. 그럼 이제 제대로 싸워볼까?"
바하무드의 몸에서 아까와는 다른 기운이 풍겨져 나오기 시작했다. 아까는 친절과 온순함으로 가득찼던 그의
힘이라고 한다면 이번에 그의 몸에서 나오는 기운은 오직 분노와 광기에 사로잡힌 그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