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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에 대해
조심스러운 면, 하나.
스티가의 에이젼시로서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에 대해 정리한다는 것은 하면 좋을 일이기도 하겠지만 무척 조심스러운 마음이 드는 일입니다. 곁에서 지켜 보면서 대충 흐름을 아는 면도 있지만 또 어떤 부분은 실제 같이 부딪혀 이야기하고 논쟁하면서 알게 된 면도 있기 때문에 자칫하면 친구의 속살을 뜻하지 않게 남에게 보여 주는 일도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티가에 대한 칭찬의 내용도 실리겠지만, 또 스티가의 단점에 대해서도 말할 수 있다는 것이 제 마음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이 글의 기본적인 방향은 스티가가 지금까지 탁구계에 기여해 온 면들을 중심으로 어떻게 발전해 오고 어떤 가치를 추구해 왔는지를 긍정적인 입장에서 조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글 내용에 다소 부정적인 내용이 실리더라도 그것이 곧 스티가의 가치를 저평가하려고 하는 의도는 아니며 제 스스로가 꾸며서 글을 쓰기 보다는 손 가는 대로 글을 적겠다고 처음부터 마음 먹었기 때문에 그런 면들이 가감없이 기록되는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미리 비쳐 보여 드린다면, 스티가는 블레이드 역사에 있어 감히 세계 어느 여타 탁구 브랜드도 넘보거나 흉내낼 수 없는 대단히 독자적이면서도 품격 있는 길을 걸어 왔습니다. 그러므로 저 역시 스티가의 에이젼시로서 스티가의 역사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하고 있음을 먼저 전제해 드립니다.
조심스러운 면, 둘.
스티가 브랜드의 구체적인 역사나 또 블레이드들이 걸어 온 길에 대해서는 그 동안 많은 자료들이 공개 되어 왔을 것이고 제가 아는 것이 그런 자료들보다 더 정확하거나 혹은 디테일 하다고 말씀 드릴 수는 없을 거에요. 다만 넥시 브랜드를 이끌어 가면서 블레이드를 개발하는 입장에서 보는 또 다른 시각이 있으므로 그런 주관적인 시각에 의해 이 글을 적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즉 이 글은 단순히 스티가 블레이드의 역사를 정리하는 차원의 글이 아니며 어떻게 보면 스티가의 보완 브랜드로서 기능했지만 이제는 경쟁 브랜드의 관계에 있다고 할 수 있는 넥시의 개발자로서 스티가 브랜드를 바라 보면서 적는 글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 저의 주관적인 판단이 많이 가미될 것이고 그런 만큼 객관성을 담지할 수 있는 성격의 글을 목표로 하지 않음을 미리 주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조심스러운 면, 셋.
최근 들어 제 글의 길이에 대해서 많이 의식하게 됩니다. 모바일 세상이 되다 보니 글이 길면 핸드폰으로 읽으시기에 어려움이 많이 있으시다고 해요. 그래서 글이 너무 길면 흥미가 반감된다고 하시네요. 저도 공감하구요, 그래서 글을 짧고 요약적인 문체로 적는 것이 좋을까 생각도 해 봅니다.
그런데 글이란 것은 그 사람의 내면과도 같아요. 제가 생각이 길고 복잡한데 글을 짧게 줄인다는 것은 저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참 잘 못하는 것이 마음을 감추는 것입니다. 마음을 잘 들키는 사람은 초보답다거나, 실력이 없다고도 평가 받을 수 있는 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마음을 잘 감추지 못 합니다. 특히 글에서 더욱 그래요.
그렇기 때문에 제 글은 제 스타일대로 길이도 길 수 있고 또 내용도 조금 깊을 수 있습니다. 이런 면을 감안 하셔서 읽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럼, 글 시작하겠습니다.
스티가와 일본 블레이드들의 경쟁
스티가는 모든 사람들이 주지하다 싶이 대표적인 유럽 브랜드입니다. 그리고 유럽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려 왔지만 상대적으로 우리 나라에서는 크게 주목 받지 못 해 왔지요. 중국 선수들이 스티가 블레이드를 많이 쓴다고 알면서도, 우리 나라에서 스티가 블레이드는 잘 안 나가는 블레이드, 유럽의 힘 좋은 사람들이 쓰는 블레이드라고 오래 동안 여겨져 왔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런 인식이 있었을까요?
그런 인식이 우리 한국 탁구계에 만연하게 된 것은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의 강세로 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과거 15년 전만 해도 상식과 같은 정보였습니다만, 지금은 이런 얘기도 새롭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시겠네요.
(이 사진도 옛날 사진 같습니다. 지금은 맨 앞 왼쪽에 보이는 사무실 부지 옆에 커다란 검은 색 건물이 하나 더 들어 섰지요. 저 검은 색 건물 중 좌측 쪽 건물이 용품 창고 공간인데요, 아파트 3~4층 정도의 높이로 어마 어마하게 용품들이 쌓여 있구요, 그 안을 지게차가 다니면서 물건을 실어 나릅니다. 가령 제가 라켓 하나를 뽑아 내기 위해 부탁하면 어디서 지게차가 와서 높은 곳까지 팔을 올려 상자를 내려 오지요. 그 안에서 돌아 다니는 지게차 운전사만 4~5명인 것 같구요, 또 공항에서 볼 수 있는 큰 청소차가 계속 청소를 하고 다닙니다. 갈 때마다 부러운 것은 중국 시장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런 큰 규모의 생산 라인을 돌릴 수가 없지 않을까 싶어요.)
스티가는 유럽 브랜드이면서도 유럽의 북구인 스웨덴에 본부를 두고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은 블레이드 생산을 본부 사무실 바로 옆 공장에서 진행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유럽 브랜드이면서 블레이드를 중국에서 생산하는 경우와는 다소 다른 환경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즉 스티가는 아시아에서 먼 스웨덴에서 공장을 운영하기 때문에 아시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소재에 기반하지 않고 유럽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소재를 기반으로 블레이드를 제작합니다.
이것이 실제적인 생산품의 구성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인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일본의 제품들은 히노키라는 특유한 목재를 기반으로 제품군을 개발해 왔습니다. 그러나 스티가는 히노키 목재 시장과는 매우 거리가 멀지요.
히노키 목재는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이 마치 블레이드에 들러 붙는 듯한 성질이 있지요. 그래서 실제로 히노키 표면으로 된 블레이드로 회전이 많은 느린 공을 블로킹 할 때에는 매우 깊이 숙여 눌러 주어야 합니다. 심지어 드라이브 스윙을 할 때에도 수평 스윙에 가깝게 빠르게 긁어 뿌리면 팔이 지나간 뒤에 공이 뒤따라 날아 오는 듯한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만큼 공이 라켓 표면에 맞는 느낌이 여타의 목재들과는 구분됩니다. 그래서 그런 느낌에 익숙해 지면 쉽게 다른 목재로 가지 못 하지요.
90년대 초반, 대다수의 한국 탁구인들은 히노키 단판의 일펜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80년대 중반 무렵부터 전략적으로 엘리트 선수들에게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가 보급되었지요. 그런데 당시 주니어 선수들에게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를 가르쳐야 할 코치진은 대다수가 (99% 아닐까 싶으네요^^) 일펜 사용자들이었습니다. 그래서 10mm 일펜 블레이드가 가진 특징을 선호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그때 일본 회사로부터 히노키 표면 층 아래에 카본층을 결합한 빠른 구질의 블레이드들이 제작되어 시장에 소개되었습니다.
히노키 표층이 가진 감각을 유지한다는 것이 우선 한국 코치진에게 편하게 느껴졌을 것이구요, 그리고 10mm 두꺼운 단판만큼이나 빠른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라고 하는 점도 매력적이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또 한가지 빼 놓을 수 없는 것은 당시 한국 시장은 다마스 사가 거의 대부분의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때였으므로 일펜에서 쉐이크 핸드로의 전환도 자연스럽게 다마스 사가 출시한 제품군 중에서 선택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래서 차츰 일반 동호인 사이에 쉐이크 핸드 블레이드 사용자가 늘면서 자연스럽게 히노키 표층에 카본층이 결합된 제품이 인기를 누리기 시작했습니다.
(넥시도 한니발과 오스카를 제일 먼저 출시하였고 지금까지 그 두 블레이드가 가장 많은 판매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러한 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 하지요.)
히노키 카본 제품의 등장은 사실 넓은 보폭을 중심으로 하는 한 방 탁구 스타일이 인기를 누리는 한국 시장에서 어떻게 보면 적시에 인기를 누릴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태어 났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차츰 차츰 일펜 일변도에서 쉐이크 핸드 사용자가 늘어 가면서 일본제 히노키 카본 제품들은 시장에서 보편적인 제품으로 입지를 확고하게 세워 오게 되었습니다.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2) 대규모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은?
(에어록 러버를 지난 해에 출시했지요? 에어록은 스티가 러버 개발사에 있어 혁명적인 러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에어록 아스트로의 밑거름이 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럽 러버와의 감각적 격차를 단번에 없애 버린 러버라고 할 수 있지요. 특히 블록 시 공을 잡아 주고 짧게 떨어 뜨려 주는 능력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은 어떤 행보를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을까요? 연재글, 두 번째 편을 올려 봅니다.)
그런데 이러한 일제 일색의 용품 시장에 도전장을 던진 두 유럽 브랜드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티바사라고 할 수 있지요. 탁구닷컴에서 티바의 제품을 수입하게 되면서 티바는 러버 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일본 제품 일색의 시장에서 유럽 제품의 인지도를 높여 가기 시작했습니다.
이제는 후일담이긴 합니다만, 다마스 사의 경영진이 교체된 후 다마스 사가 한국을 방문하여 가장 깊은 우려를 가지고 조사한 업체가 저희 탁구닷컴이기도 합니다. 당시 다마스 사의 새로운 사장님과 일단의 경영진이 이상수, 서현덕, 정영식 등의 걸출한 선수들을 길러 내고 있는 중원 고등학교에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그 날이 마침 제가 중원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방문한 날이었습니다. 당시 중원고등학교는 팀으로서는 다마스 사의 후원을 받고 있었지만 개별 선수 중 4명은 제가 주선하여 티바의 후원을 받고 있었지요. 가뜩이나 한국에서의 매출이 줄어 들고 있다고 위기감을 느끼고 한국 시장을 돌아 보기 위해 방문했다가 자신들이 큰 관심을 가지고 후원하고 있는 중원고등학교에 제가 영어를 가르치기 위해 온 것을 보고 크게 충격을 받을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습니다.
사실 당시 저는 그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중원고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아닙니다. 이야기가 길어질까 봐 짧게 줄이면요, 중원고등학교 선수들과 알게 되면서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영어 공부를 하면 좋겠다 싶어서 제가 자원해서 나서 공부를 시작한 것에 불과합니다. 사실 그때만 해도 제가 젊었고 또 열정도 있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개인적으로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해 보자 했던 것이지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곳에서 딱 마주치고 말았습니다. (중원 고등학교와의 영어 공부는 2년여 남짓 드문 드문 진행하다가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선수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기회였지요. 이래 저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이 많습니다만, 공개할 만한 것들이 못 되네요. 그때 그 선수들에게도 말했었지만, 저로서는 탁구계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일생 단 한번 해보자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 방문 이후 다마스 사는 한국에 다마스의 브랜치 회사를 세우고 직접 경영에 나섰지요. 결과적으로 매출에 더 큰 도움이 되었는지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당시 다마스의 경영진 교체 이후 세계 시장에서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유럽에서도 한국에서처럼 수많은 용품점들이 에이젼시권을 잃고 퇴출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사람들은 사람 사이의 관계를 중시하고 신뢰를 오래 동안 가져 가는 경향이 있다고 알아 왔는데, 지금의 일본 브랜드들의 경영 행보를 보면 전혀 그렇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이익 극대화를 중시하고 실리를 추구하는 모습이 미국의 공격적 M&A 전문가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한편 이러한 일본 브랜드들의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에 대한 높은 의존은 최근에 들어와서 극적으로 전환되었습니다. 일본 사람들이 더 이상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를 사용하지 않기 때문이지요. 우리 나라와 비슷하게 일본에서도 오래 동안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가 큰 인기를 누려 왔는데요, 최근 들어서는 그 인기가 확연하게 줄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그런 류의 블레이드들이 점차 단종되어 가고 있지요.
여러 원인이 있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공이 맞는 궤적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 근본적인 원인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일본 시장에서는 히노키 표면 자체가 퇴출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개인적으로 히노키 표면에 큰 장점들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그러한 특성을 고려하되 지나친 끌림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제품들을 연작으로 제작해 오고 있습니다. 즉 가장 끌림이 심한 히노키에서(카나프) 그 다음으로 끌림이 심한 웬지층을 사용한 체데크, 그리고 웬지보다 조금 더 끌림이 적은 표면재인 오방콜을 사용한 젤롯에 이어, 이제는 젤롯 보다 조금 더 끌림이 덜한 올람(OLAM)을 곧 출시하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넥시는 끌림의 요소, 즉 선의 요소를 중심으로 한 4가지의 제품군을 차례대로 발매하면서 4세대 제품군을 완성하게 됩니다. 이후에 선보일 제품들은 이 4가지의 끌림 중 어느 한 곳에 소속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이러한 일본 제품군들의 행보와 다르게 스티가는 스티가 나름의 독특한 블레이드 개발사를 이어 옵니다.
우선 스티가는 블레이드 제작의 표준 모델들을 지속적으로 소개해 온 대표적인 회사라는 것을 유념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즉 스티가의 제품 개발사 자체가 탁구 블레이드의 개발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올라운드류, 오펜시브류, 클리퍼류 라는 말들이 여타 모든 브랜드의 블레이드들을 가름하는 기준이 되다시피 한 것도 이해할 만 하지요.
그러면 스티가는 블레이드를 개발해 오면서 어떤 것을 알게 되고 어떤 것들을 블레이드 제작에 적용하였을까요?
대규모 블레이드 공장을 설립한다는 것은?
아주 아주 최초의 시점으로 돌아가서 만약 여러분이 블레이드를 만드는 공장을 세운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면 무엇을 중심으로 블레이드 개발을 시작하게 될까요?
우선 특수 소재를 사용한다거나 블레이드를 미려하게 다듬는다거나 하는 것은 큰 관심사가 아닐 것입니다. 그런 경쟁자 자체가 없습니다. 더 빠른 블레이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거나 혹은 디테일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거나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지요.
스티가가 태동하던 시기, 그리고 스티가가 성장해 오던 시기의 세계 대다수 공장들의 목표는 소비자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보다는 대량 생산과 효율 추구였지요. 즉 당시는 대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고 원가를 절감 시켜 시장에 잘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시기였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가가 올라운드라는 제품을 100만 자루 판매하였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당시 스티가는 가내 수공업의 형태로 블레이드 공장을 운영한 것이 아니고 (물론 시작이야 그런 식으로 시작했겠지요.) 막대한 양을 시장에 공급할 수 있는 대규모 공장을 세웠습니다. 그러므로 스티가가 최초에 출시한 제품들은 수공예품적 가치(다양화, 커스터마이징, 디테일이나 장식적 요소)를 추구하기 보다는 생산 원가 절감을 목표로 하는 대량 생산 시스템에 의존한 제품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목재 선정에 있어 우선 중요했던 것은 표준화된 대량 생산을 가능하게 하는 목재인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로는 가공성이 중요했습니다. 원하는 크기대로 자르기도 편해야 했고, 표면층 등에 사용할 수 있게 얇게 저밀 수 있는 목재들이어야 했습니다.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스티가 제품에 베어 있습니다. 스티가는 희귀함, 디테일 등에 주목하기 보다는 어느 정도는 대량 생산 가능성이 우선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지금도 스티가 제품을 어마어마하게 소비해 내고 있는 중국 시장이 있으니까요.
그 결과 스티가 블레이드들은 가공성이 좋아 표준화된 재단질이 가능한 목재들이 우선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목재들로 제작된 제품들은 날개 돋힌 듯이 팔려 나갔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일어납니다.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3) 5겹 합판의 표준을 제시하다
(바이킹의 후예 답게 생겼다고 제가 농담을 해도 헤헤 하고 웃어 넘기는 맘 좋은 이 아저씨가 스티가의 블레이드를 개발하고 있는 Jonas씨 입니다. 스티가의 역대 제품 중 가장 많은 판매를 기록한 제품은 올라운드 클래식과 오펜시브 클래식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제 그 두 가지의 제품의 다양한 변형 버전들이 출시되고 있고, 위에서 보는 것처럼 카본이 삽입된 제품까지 출시되어 과거의 명성이 거짓이 아님을 여전히 보여 주고 있습니다.)
유럽 선수들이 지금도 가장 선호하는 블레이드는 스티가의 오리지널 “올라운드 클래식” 제품입니다. 단순히 올라운드 블레이드가 좋다 라는 것이 아니고 지금은 골동품 대접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 선수인 필립 선수가 과거 스티가의 올라운드 클래식 제품을 저에게 써보라고 줘서 시타해 본 적이 있는데요, 구입 당시 800만원 정도를 주었다고 하더군요. 당시 28년된 블레이드였습니다. 필립 얘기로는 자신은 그 블레이드를 아무리 더 많은 금액을 주어도 팔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사용해 보니 타구감각이나 여러 면에서 굉장히 독특했습니다.
그렇다면 오래 된 제품들은 다 그렇게 높은 가격에 거래될까요? 그렇지가 않습니다. 유독 유럽 선수들이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스티가의 수십년 된 올라운드 클래식 제품들입니다.
그 이유를 저도 정확히는 모릅니다. 다만 짐작하는 것은 당시 스티가가 사용했던 목재가 조금 특수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유럽의 많은 사람들이 여러 가지 글을 써 가면서 다양한 의견들을 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당시 스티가가 지금보다도 더 좋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목재 자체가 지금보다 더 좋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스티가는 가공성이 좋은 표준화된 목재들을 사용해서 대량 생산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당시 생산된 제품들이 매우 우수했다는 것을 우리는 결과적으로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러한 우수한 목재에 기반한 탁월한 제품 성능이 스티가의 성장 모티브가 된 것도 확인하게 되지요.
그래서 스티가는 지금도 목재 자체의 품질에 우선 주목하여 블레이드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흔히 비판 받는 문제이지만 블레이드가 약하다, 표면층이 잘 떨어진다라는 문제 제기를 접하게 되는데, 목재 자체에 주목하여 블레이드를 생산하기 때문에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 하고자 노력하는 일면이 있다는 것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스티가의 제품 철학을 받아 들이지 못 하는 사람들도 꽤 있습니다. 일례를 들면 미국의 합리적 소비자들은 스티가 제품의 약함을 장점으로 이해하지 못 합니다. 미국인들의 경우는 제품의 견고성, 내구성 같은 것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지요. 그래서 스티가가 미국 시장에서는 약하다는 문제로 많은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한국 시장에서는 스티가 제품 자체가 가진 철학에 대해 이해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지금까지 좋은 평가를 받아 오고 있습니다. 중국 시장의 경우는 어떨까요? 중국 시장에서는 스티가 제품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중국 러버와의 조화가 뛰어 나고 현역 중국 선수들을 비롯하여 수많은 성급, 혹은 주니어 선수들이 스티가 제품을 사용하고 있으므로 스티가 블레이드에 대한 신뢰는 절대적이지요. 어떻게 보면 글루를 많이 쓴 짝퉁 제품이 더 견고할 텐데도, 비슷하게 만든 짝퉁과 스티가 정품의 가격은 10배 차이가 흔하게 납니다. 그만큼 스티가 제품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야기를 조금 더 진행시켜 볼까요? 일본은 80년대 말부터 특수 소재인 카본이 등장하면서 히노키 표층에 카본 복합 소재를 결합한 블레이드들이 계속해서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우리 나라 역시 마찬가지이지요. 그 당시 우리 나라의 탁구 주권 자체가 없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합니다. 일본에 종속된 시장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당시 다마스 사는 한국 시장에 많은 마진을 주지 않았고 지금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렵지만 탁구장 코치들이 받는 마진은 겨우 10%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다마스 사 제품의 인기는 절대적이었지요. 한국 소비자들은 그런 일본 제품에 길들여져 갔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대세를 조금씩 교정하는 또 하나의 혁명적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고슴도치 카페의 등장이지요.
초기 고슴도치 카페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양질의 컨텐츠를 최초로 탁구인들에게 제공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히노키 카본류 외의 다양한 구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한국의 탁구인들에게 알리게 되었습니다. 티바나 스티가에 편중되게 정보를 제공한 것은 아니지만, 당시 워낙 한국 탁구인들이 일본 제품에 치중 되어 있었기 때문에 유럽의 블레이드들에 대해 균형감 있게 소개한 것 자체가 유럽 제품들의 인식을 크게 바꾸는 계기가 되었지요.
고슴도치 카페의 등장으로 한국의 탁구인들은 스티가가 닦아 놓은 블레이드 개발 역사를 간접적으로나마 배우게 됩니다. 지금은 그렇게 낯설지 않은 용어이지만, 5겹 합판, 7겹 합판이라는 개념 조차도 생소하던 시절이었지요.
여기서 잠시 스티가가 전대 미문의 힛트 상품으로 판매하였던 올라운드와 오펜시브 제품에 대해 한번 생각해 보고 넘어 가겠습니다. 두 제품은 5겹 합판류로서 블레이드의 표준이 무엇이어야 하느냐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블레이드들입니다.
중심층은 전체 블레이드를 지탱하는 축의 역할을 하면서 두껍게 가져 갑니다. 이 중심층의 두께로 블레이드 전체의 반발력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표층은 블레이드의 감각을 결정합니다. 표층은 얇게 구성되어 있는데요, 표층이 두꺼울 경우 블레이드의 감각 자체가 둔탁해 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스티가는 감각을 중시하므로 현재까지도 표층의 두께가 얇은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표층을 얇게 하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더 할 얘기가 있는데요, 뒤에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그리고 이 표층의 감각을 뒷받침 하는 두 번째 층이 삽입됩니다. 올라운드에서 오펜시브로 넘어 가면서는 단순히 감각을 뒷받침한다기 보다 스피드를 더한다는 개념으로 스프루스 층이 사용되었지요. 그래서 표층은 감각, 두 번째 층은 표층의 감각을 중심층과 분리하면서 블레이드 전체의 조정, 그리고 중심층으로 기본적인 반발력을 셋팅한다는 스티가적 공식이 블레이드 제조사들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이 두 가지 블레이드로부터 세계 수많은 브랜드들이 비슷 비슷한 아류작들을 생산해 왔지요. 넥시도 이 두 가지 블레이드를 모체로 해서 개발된 제품들이 많다고 하겠습니다.
7겹은 사실 여러 형태로 다양한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꼭 이런 식으로 설명해서 딱 들어 맞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다. 다양한 실험이 무궁 무진하게 전개되어 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개인적인 고백으로는 7겹 블레이드가 5겹보다 좋기가 참 어렵습니다. 스티가의 클리퍼류나 넥시의 김정훈 블레이드는 아주 예외적인 역작이라고 생각되네요.
아무튼 당시 한국 동호인들에게는 이런 형태의 정보 자체가 단 꿀과 같았습니다. 고슴도치 카페의 인기가 급성장 할 수 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바로 표층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서 봐야 할 것은 앞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바로 표층의 문제입니다. 스티가는 90년대에 들어 서면서 표층이 약하다라는 비판을 직면하기 시작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제품 철학 자체가 약할 수 밖에 없는 측면이 있어서 이런 비판은 피하기 어려웠지요. 당시 우려 되는 상황은 조만간 스피드 글루잉이 퇴출될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스피드 글루잉이 사라지고 나면 수성 글루가 사용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블레이드 표면이 약할 경우 치명적이 될 수 있지요.
스티가는 비상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이 진행한 첫 번째 시도는 표면층에 코팅을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은 과거 클리퍼 CR 블레이드에서 시도된 바 있으므로 손쉽게 이쪽 방향으로 먼저 움직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Optimum 류의 블레이드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 제품들은 반짝 거리를 표층 코팅으로 인해 매우 아름다웠습니다만, 시장의 반응은 다소 차가왔습니다. 항상 천연 목재의 순수한 감각에 의존했던 스티가의 제품 라인업에서 조금은 인공적인 감각으로 이동한 것이 소비자들의 마음을 멀어지게 했지요.
스티가의 고민은 깊어졌습니다. 그동안 사용해 왔던, 그리고 스티가적 감각을 보증해 주는 보증 수표 같았던 표층을 버리고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했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이때 놀라운 변화가 시도됩니다.
그것은 그동안 스티가가 줄곧 사용해 왔던 부드러운 표층을 포기하고 단단한 표층으로 전환한 것입니다. 스티가는 Ebony 라는 목재를 사용해서 Ebenholz 블레이드를 출시하였는데, 이 블레이드가 공전의 빅 히트 상품이 되었습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왕리친 선수가 사용하기도 했고 중국에서 모든 사람들이 바라 마지 않는 꿈의 블레이드가 되어 버렸지요. 한국에서도 비로소 스티가의 저력이 증명되는 시점이 바로 에벤홀즈 블레이드의 등장 시점과 맞물려 있습니다. 이때가 또한 탁구닷컴이 스티가 제품을 막 들여 오기 시작한 시점이기도 하지요.
단단한 표층으로 전환하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가 할 수 있습니다만, 스티가가 그때 이룬 것은 단순히 소재의 변경 만이 아닙니다. 당시만 하더라도 표층을 매우 얇은 두께로 저민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모험이었지만 그런 개념 자체가 부재했지요. 어느 정도의 두께가 되지 않으면 가공하는 단계에서 부스러기가 나거나 파쇄될 가능성이 있다고들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스티가는 매우 단단한 소재를 선택하면서 그 소재를 극도로 얇게 가공해서 표층의 단단함을 추가하면서도 감각적 메리트를 잃지 않았지요.
이후 중국의 수많은 회사들이 우후죽순 격으로 에보니 표층의 블레이드들을 생산했지만 스티가의 에벤홀즈와는 많은 차이를 보였습니다. 우선 목재 자체가 스티가에서 사용하는 것과 차이가 있었던 것 같구요, 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스티가에서 사용한 에보니 목재는 매우 잘 마르고 단단한 느낌의 목재였으며 또 그것을 얇게 켰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짐작하기로는 당시 스티가에서 목재를 얇게 켜기 위한 새로운 설비들을 도입했을 가능성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전까지는 필요 없던 시설이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제 추측입니다.
아무튼 비슷한 블레이드는 있어도 에벤홀즈와 같은 성능의 제품은 없지요. 이것은 지금도 여전히 그렇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개념 선상에서 로즈우드가 등장하지요. 로즈우드는 에보니 층을 사용했던 에벤홀즈와 유사한 특성을 지니지만 감각적인 면에서 조금 더 푹신하게 공을 앉아 주는 면이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존의 스티가 감각에 다가갔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뒤이어 메이플우드가 등장했습니다. 그러나 메이플우드 블레이드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 했습니다. 그 이유는 이미 사용자들의 예측 가능 범위 내에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그러므로 스티가는 어떤 변화를 찾아야 할 시점에 도달하게 된 것이지요.
(사실 에벤홀츠, 로즈우드, 메이플우드 라는 하드 우드 삼총사는 당대 탁구계를 뒤흔들었던 대 변혁에 가깝습니다. 이것은 탁구 라켓 계에 있어 혁명적인 변화였고 모든 브랜드들의 시야를 확 바꾼 결정적인 사건이었지요. 넥시는 이 세 블레이드에 빚진 것이 많이 있습니다. 이 세 블레이드를 연구한 끝에 지금의 하드우드 시리즈들이 출시된 것이나 다름없지요. 체데크와 젤롯, 그리고 올람의 느낌이 이 세개의 블레이드들과 어떻게 다르게 셋팅되는지 한번 비교해 보는 것도 매니아 여러분들에게 큰 재미가 될 듯 하네요.)
이 세개의 블레이드가 등장한 것은 과거 스티가의 역사를 생각해 보면 한 20년 동안 이루어질 변화가 3년 동안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그야말로 큰 변화이지요. 그런데 이 세개의 하드우드 표면 블레이드를 연작으로 출시한 이후 스티가는 이제 여기서 더 나아갈 방향을 잃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대로 계속해서 새로운 표면층을 개발할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기존의 스티가 다움으로 회귀할 것인가의 기로에 놓인 순간이라고 할 수 있지요.
즉 여전히 스티가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부드러운 표면층(림바가 대표적이지요)이 가진 감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티가는 끊임없이 바로 이 부드러운 표층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지요. 에보니로 전환해서 많은 인기를 구가했지만 조금씩 림바 표층을 향해 회귀하는 움직임이 이때부터 일어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움직임은 로즈우드를 거쳐 CC 시리즈라는 블레이드에서 더욱 분명해 집니다. 로즈우드에서 조금 더 안아 주는 감각을 선보였다가 이제 CC 시리즈로 오면서 본격적으로 림바로 회귀해 버립니다. 다만 CC 블레이드의 경우는 물들인 목재를 사용함으로써 기존의 림바보다더는 훨씬 더 단단한 표면 소재가 되었지요. 즉 변형된 부드러움이라는 면에서 순수 목재의 부드러움을 중요시 하는 스티가의 본래 모습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지금 거론한 에보니를 사용한 에벤홀츠, 그리고 로즈우드, CC 블레이드를 하나의 거쳐가는 단계로 생각할 우려가 있습니다만,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지금도 에벤홀츠와 로즈우드는 그 특유의 감각을 대체할 용품이 전혀 없다는 면에서 독보적인 제품이구요, CC5 제품은 (CC7은 무게가 무거워서 한국 시장에 많이 들여오지 못 했네요.) 현재 가장 주목 받고 있는 카보나도의 기본적인 개념들을 수립한 블레이드라는 면에서 주목할만한 가치가 있는 제품입니다. 사실 카본 제품에 푹 안아 주는 감각이라는 것은 일본 블레이드 제조사들이 생각하지 못 했던 새로운 컨셉이지요. 스티가의 개발 흐름 속에서만 가능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 다음에는 어떤 행보를 이어가게 되었을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5) 부드러움이 두 갈래로 나뉘다
그러나 여전히 스티가가 양보할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부드러운 표면층(림바가 대표적이지요)이 가진 감각입니다. 스티가는 끊임없이 바로 이 부드러운 표층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다시 Diamond Touch라는 신기술을 선보입니다. 부드러운 목재이지만 아주 미세하게 갈아 냄으로써 단단한 표층처럼 만들어 버리는 기술입니다.
"다이아몬트 터치"라고 지칭되는 이 목재 표면 가공 기술은 대단히 섬세한 기술적 요소가 가미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목재나 만져 보면 거칠거칠한 표면이 느껴지는데요, 그 나무 결 자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매끄럽게 갈아 내어 표면층 자체가 마치 플라스틱을 만지는 듯 매끄럽게 느껴지도록 하는 기술입니다.
과거 스티가가 표면층에 물을 들이거나 혹은 인위적인 코팅 처리를 함으로써 목재의 약함을 보정하려고 했던 것에 비하면 대단히 큰 변화가 일어났다고 할 수 있지요. 왜냐하면 스티가가 그토록 아끼는 목재 자체의 감각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표면층의 일어남을 방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러버를 뗄 때 러버에 목재 자체의 거칠거칠한 면에 달라 붙어 쉽게 손상되는 것을 방지해 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스티가의 의도를 따른다면 다이아몬드 터치의 제품들은 사실 코팅을 하지 않고 그대로 러버를 부착하는 것이 더 좋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한국의 까다로운 소비자들은 그 위에 또 한번 코팅을 하시고 계시지요. 하지만 비록 표면층이 약해서 손상이 갈 우려가 있다고 하더라도 스티가는 여전히 목재 자체를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기술이 적용된 제품으로 Infinity가 시장에 선을 보이자 저는 앞으로 스티가가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자못 흥미로와 졌습니다. 왜냐하면 스티가는 이제 두 갈래의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 하나는 전통의 부드러운 표층을 고수하되 가공법을 달리하여 표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방향입니다. CC 계열의 제품이나 infinity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즉 표면층에 물을 들이거나 혹은 어떤 코팅을 하는 등의 방식, 즉 목재 표면 위에 다른 것을 첨가하는 방식을 취하거나, 혹은 목재 표면 자체를 그라인딩해서 매끄럽게 만들되 목재 자체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이지요.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단단한 표층을 얇게 저며서 사용하는 것이지요. 단단한 표층을 계속해서 발굴하고 기존의 목재 구조와 어울림이 좋은지 검증하는 작업을 모체로 하여 해마다 새로운 제품들을 탄생시킬 수 있었던 것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Ebenholz와 Rosewood를 이어서 최근에는 기념비적인 제품이 하나 탄생했지요. 바로 스티가가 자랑하는 명품 블레이드라고 할 수 있는 Emerald 제품입니다.
에머랄드 제품은 에벤홀츠 제품을 모체로 하되 다이아몬트 터치 가공이 접목되어 있습니다. 즉 위에서 말한 두 가지 방식이 하나로 만난 것이 바로 에머랄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지요.
무엇보다도 기존의 렌즈들과는 완전히 다른 음각, 양각이 가미된 렌즈가 사용되어 스티가 매니아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했습니다. 높은 가격으로 인해 시장에서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했지만, 스티가 매니아라면 소장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최고급의 품격을 가진 제품이라고 하겠습니다.
사실 에머랄드 제품이 등장할 때만 해도 스티가의 차세대 주력 상품은 에머랄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습니다. 스티가 최고의 블레이드라는 명성을 듣기에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외형에 마음을 빼앗긴 분들이 많았지요.
그런데 그 때 우리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새로운 제품이 또 다시 등장합니다.
어떻게 보면 바로 이 제품이 오늘의 글을 쓰도록 만든 계기가 되는 제품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짐작하시겠지요? 그것은 카보나도(Carbonado) 시리즈의 등장입니다.
카보나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한 가지 더 설명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티가와 티바가 종래부터 강세를 보여 왔던 두 가지 표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티가는 “림바”라는 표층에 주목해 왔고 수많은 제품들이 림바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티바는 “아유스” 표면을 많이 사용해 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아유스 표면층으로 회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이 두 표면층이 두 브랜드를 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이 두 개의 표면층은 블레이드의 제작 컨셉도 좌우하게 됩니다.
반면에 다마스사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은 양질의 히노키 목재를 독점하는 것, 그리고 그 목재를 기반으로 연작되는 블레이드를 개발하는 것에 치중합니다.
이제 하나 하나의 목재들을 중심으로 그것이 어떻게 제품 성능과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보지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7) 티바와 일본 회사들
카보나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한 가지 더 설명드릴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스티가와 티바가 종래부터 강세를 보여 왔던 두 가지 표층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스티가는 “림바”라는 표층에 주목해 왔고 수많은 제품들이 림바 표면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면 티바는 “아유스” 표면을 많이 사용해 왔고 지금도 끊임 없이 아유스 표면층으로 회귀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즉 이 두 표면층이 두 브랜드를 가름하는 중요한 분기점을 이루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또한 이 두 개의 표면층은 블레이드의 제작 컨셉도 좌우하게 됩니다.
댓글에서 올라온 질문 중에서 티바 제품 중 아유스를 표면으로 한 제품이 어떤 것인가 물어 보셨어요. 그래서 제가 실제로 찾아 보니 아유스로 된 제품이 정말 많지 않네요. 그렇지만 티바가 아유스로의 회귀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티바는 스티가가 올라운드 클래식 시리즈로 유럽 시장을 휩쓸고 있을 때 그에 대한 대항마로 IV 시리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당시 티바의 스폰 선수들도 이 블레이드를 거의 다 사용했지요. 당시 탁구 선수로의 꿈을 가지고 열심히 탁구를 배우던 지금의 티바 사장님이신 로랜드씨도 이 IV 시리즈로 운동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 티바와 계약할 당시 삼소노프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판매를 보이던 블레이드들도 바로 이 I V 시리즈였지요.
저는 당시 IV-L 블레이드에 꽂혀 있었고 롤랜드 사장님은 IV-T를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판매 되던 블레이드는 IV-S 로 기억 나네요.
그리고 이 아유스 표면의 세 블레이드는 지금도 같은 구성에 손잡이만 다르게 해서 계속 리뉴얼 되어 판매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티바에서 아유스층을 고집하지 않고 림바 표면의 블레이드를 다량 내놓게 된 것은 무슨 이유일까요?
그것은 삼소노프 선수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것은 추측이에요.)
삼소노프 선수는 티바의 라인업 중에서 하나의 블레이드를 선택하지 않고 본격적인 클럽 선수로 활약하면서 부터는 자신의 블레이드를 새롭게 만들게 되었지요.
삼소노프 선수는 겉표면에 림바를 배치하고 그 아래에 마호가니를 넣음으로써 아주 도특한 형태의 블레이드 구성을 만들어 냅니다. 사실 림바는 전체적으로 면으로 안아준다고 하면 마호가니는 조금은 텁텁하게 넓은 점으로 안아주는 형태의 감각을 가지고 있는데, 그 두 가지를 조합하였을 때 일어나는 느낌은 당시의 스티가가 형성하고 있던 통상적인 감각에서는 매우 거리가 멉니다. 그러나 충분히 강력하고 파괴력이 있는 데다가 스티가로부터 먼 거리에 새로운 티바다움을 형성한다는 면에서 아유스 표면에서 벗어나 크게 도약할 계기가 되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이후 이 블레이드를 모체로 하여 티바는 기성의 아유스 표면층에 의존한 감각에서 벗어난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오게 됩니다.
이것은 바꿔 얘기하면 티바는 스티가보다 더 다양한 라인업을 가져갈 운명에 처하게 되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아유스 표면층과 조금은 이질적이면서도 특유의 감각을 주는 텅텅거림이 티바 라인업에 끊임 없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지요.
이런 면에서 삼소노프 퓨어 우드가 주목 받게 되는 것이기도 하구요…
(삼소노프 퓨어우드는 아유스층을 쓰면서 삼소노프라는 네이밍을 가지고 있다는 면에서 뭔가 눈길을 끌게 만듭니다. 티바다움은 이 두가지의 갈래를 가지고 존재해 왔구요, 이 두 갈래는 티바를 이루는 두 축과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삼소노프 퓨어우드에서 만나게 되지요.)
반면에 다마스사를 비롯한 일본 업체들은 양질의 히노키 목재를 독점하는 것, 그리고 그 목재를 기반으로 연작되는 블레이드를 개발하는 것에 치중합니다.
그래서 히노키 소재를 기반으로 한 여러 제품들을 구상하게 됩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어요.
히노키 소재는 매우 부드러운 소재입니다. 즉 통상 탁구 라켓에 사용되는 목재들보다도 더욱 약해요. 그러다 보니 경도가 너무 달라 다른 목재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즉 히노키 자체가 타 목재와 연결하여 감각을 전달하거나 혹은 합성하거나 하는 듯한 느낌이 적고 단절적인 감각을 줍니다.
조금 더 자세히 적어 볼께요.
예를 들어 히노키가 가지고 있는 특유의 끌림을 유지하면서 블레이드를 만들려고 한다면요, 표층의 히노키는 충분히 두꺼워야 합니다. 두 번째 층과 어울려서 표층이 조금 얇아도 충분한 회전을 만들 수 있게 되지가 않습니다. 이건 정말 기업 비밀을 누설하는 것과 비슷한 정보입니다만, 히노키 소재를 0.5mm 정도로 얇게 사용하여 좋은 블레이드를 만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덱스터가 굉장히 특이한 블레이드입니다. 덱스터는 이 문제를 5겹 합판 중 가장 빠르면 된다라는 관점에서 해결했거든요. 히노키 소재가 가지고 있는 끈적이는 회전량을 일부 포기하고 스피드를 선택한 것입니다.
그런데 통상적인 경우는 히노키 표층을 조금 더 두껍게 가져가면서 히노키가 가진 회전력을 유지하게 됩니다. 그렇게 될 경우 히노키 이하의 층이 실제 공 감각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를 못 해요.
그러다 보니 히노키만으로 판 구성을 한다거나, 혹은 히노키 밑에는 무조건 카본 복합 소재를 쓰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게 됩니다.
그런 면에서 넥시는 정말 히노키 표면 소재를 다양하게 실험했다고 할 수 있어요. 히노키 이하에 목재 소재를 넣으면서도 히노키의 특성을 살리려고 여러 가지 기법을 시도했고, 또 많은 성공도 거두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오스카와 아리랑이지요. 아무튼 이런 얘기는 여기다 적으면 한도 끝도 없구요, 그렇게 문제를 돌파해서 해법을 내는 것이 넥시의 노하우이다, 정도로만 적지요.
(아리랑은 히노키 표층 아래 다른 목재를 결합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조화의 문제를 안고 출발한 블레이드입니다. 조금 회전력이 부족하게 느낄 수 있는 면도 있지만 강력한 파괴력과 한방을 추구하면서 히노키 표층의 감각을 조금이라도 더한다는 느낌으로 가져감으로써 일본 회사들이 계속해서 복제해 냈던 히노키 카본 복합재 블레이드와는 선을 그었습니다. 결국 한국적인 한방 블레이드가 무엇이냐 라는 질문으로 우리들의 마음 속에 여운을 일으키는 블레이드가 되었지요.^^)
그렇지만 일반적인 브랜드들은 히노키와 타 목재가 잘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을 서서히 알게 되면서 그런 조합 보다는 히노키 아래에 바로 복합 소재를 넣는 형태로 전개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시아 시장에서는 히노키 아래에 카본을 넣은 소재가 큰 인기를 누리게 되었지요.
히노키 아래에 바로 카본층을 삽입할 경우 실제 카본층 이하의 목재가 가진 감각적인 특성들은 블레이드 전체의 최종적인 감각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 하게 됩니다. 다만 일정한 정도의 무게와 반발력을 가름하게 될 뿐이죠. 그 위에 얹혀진 히노키 목재는 너무 얇지만 않다면 히노키 다움을 대부분 잘 발휘해 줍니다. 그래서 다들 비슷 비슷해 지지요.
그러면 이런 비슷비슷함을 극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래서 일본 다마스사를 비롯해서 여러 업체들은 히노키 복합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교체해 가면서 블레이드 업그레이드를 시도하게 됩니다. 지금 우리가 흔히 듣는 아릴레이트나 아라미드, 자일론 등의 소재들이 계속해서 소재 리스트 안에 추가되어 왔지요.
그런데 일본 시장에서 이제는 이러한 히노키와 카본 복합 소재들을 크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미처 시장에서 인식하지 못한 이유가 저는 바로 이 목재 감각의 단절이라는 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즉 히노키를 표층으로 사용할 경우 두께가 충분히 나와 주지 않으면 히노키 특유의 강점을 살리기가 어려워 지므로, 결과적으로 히노키를 타 표면 목재보다는 조금 두껍게 사용하게 되는데, 그렇게 될 경우 전체 목재 구성이 가지는 감각이 살아 나지를 않고 일정한 히노키적 감각만 반복된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결국 일본 시장에는 히노키 블레이드는 회전량이 적다 라는 편견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최근 들어 왜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들이 단종되고 있는지 궁금하셨던 분들은 일본 내수 시장에서 그런 류의 블레이드들이 외면 받기 때문이라는 것을 참조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하나 하나의 목재들을 중심으로 그것이 어떻게 제품 성능과 개발 과정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 보지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8) 히노키, 일본 회사들의 창의성을 저해하다
지난 번 글에 이어서 표면 목재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상세하게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히노키 목재의 경우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상식과는 다르게 사실 느리고 부드러우며 약한 목재에 해당합니다. 과거 히노키 일펜으로 팡팡 한 방을 때려 대던 시절이 있어서 히노키가 빠른 목재로 알고 계신 분들이 계셔서 이 말씀을 먼저 드립니다.
즉 히노키의 경우는 목재 자체가 느린 편이므로 두껍게 가져 가지 않으면 위력 있는 공을 만들어 내지 못 합니다. 특히 우리 나라 플레이어들이 선호하는 두께는 10mm 이상이지요.
반면에 일본 사람들은 과거로부터 9mm 합판으로 일펜을 만들어 사용해 왔구요, 그 영향인지 지금도 히노키는 느리다 라는 인식이 있습니다.
그리고 히노키의 경우는 목재의 겉쪽과 안쪽의 성질이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수령이 짧은 나무와 수령이 긴 나무의 성능은 아주 큰 차이가 있지요.
수령이 짧은 나무는 울림이 심하고 반발력도 떨어지며 감각이 깊숙하지 못해서 블레이드로는 부적격합니다.
겉쪽 나무는 일반적으로 결이 촘촘하고 목재의 색이 더 진합니다. 속살은 결이 넓고 색도 연하며 타구감도 부드럽지요. 그러나 반발력이 약합니다.
목재의 수급으로 보면 수령이 오래된 목재에서 몇 자루의 블레이드를 만들어 낼 때, 안쪽 목재는 수량이 적게 나오고 바깥쪽은 수량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가격은 안쪽 목재로 한 것이 훨씬 비쌉니다만, 안쪽 목재가 반드시 더 좋으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만큼 반발력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최상급 보다 그 이하의 블레이드에서 만족하시는 경우도 상당히 있어 왔지요.
또 한 가지 생각할 점이 있습니다. 히노키가 자라나는 지역 자체가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이다 보니 햇빛을 받는 곳과 받지 않는 곳에 있어 차이가 있습니다. 햇빛을 받는 곳은 목재가 더 빠르게 성장하는 경향이 있어 결 사이 사이가 더 멀지요. 상대적으로 무게는 더 가볍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햇빛을 덜 받는 곳은 성장이 더디어 결 자체가 좁습니다. (히노키의 결은 겨울철의 더딘 성장과 여름철의 빠른 성장이 만들어 내는 무늬입니다.)
그러므로 히노키 목재를 사용해서 전체적으로 고른 타구감각과 성능을 가진 블레이드를 만들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령이 많으면 나무 자체가 두껍기 때문에 중심층에서 뽑아낼 때 비교적 양면의 차등이 적은 목재를 잘라낼 수 있습니다만, 수령이 짧을수록 좌우의 편차는 커지기 쉽습니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일본 업체들은 양질의 히노키 나무를 구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일 수 밖에 없었고, 그들의 블레이드도 히노키라는 소재에 묶여 어떻게 보면 개발에 제약이 좀 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히노키를 중심으로 한 블레이드 개발은 목재의 구성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가져 가느냐, 혹은 어떤 새로운 특성을 가미할 수 있느냐 하는 그런 연구 개발적 측면 보다는 어떻게 하면 좋은 목재를 확보하느냐의 경쟁으로 더욱 치중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지요.
그래서 몇 개의 메이저 업체들을 중심으로 조합을 결성하여 좋은 목재를 선점, 혹은 독점하는 것이 일본 업체들의 중심적인 개발 방안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메이저 업체가 확보한 목재를 재구매하게 되는 업체들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더 비쌀 수 밖에 없구요, 메이저 업체가 확보하지 않은 나무들 중에서 좋은 목재를 구하는 것도 역시 어렵지요. 그러므로 히노키 통판 블레이드를 비 메이저 업체가 생산할 경우 생산 원가 면에서 상당한 부담이 됩니다.
반면에 유럽 업체들은 그런 구하기 어려운 특정한 나무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형태의 제약도 없었습니다. 따라서 유럽 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상태에서 다양한 실험을 행할 수 있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때때로 티바를 보면 상상 외의 제품들이 출시되기도 하는데요, 한편으로 보면 티바의 정체성을 이루는 획기적인 개발 방향을 수립하지 못 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 보면 블레이드에 있어 그처럼 다양한 상상력을 발휘하는 업체도 없을 것이라는 점에서 장점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최근 몇 년간 넥시 제품을 개발하느라고 다른 브랜드를 들여다 보지 않아서, (슬프게도 이 다른 브랜드에는 티바도 포함됩니다.^^) 티바의 제품 라인업이 어떤 행보를 이루고 있는지를 제가 잘 알지는 못 합니다. 그런데 무척 다양한 제품을 우후죽순 격으로 뽑아 내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지요.
그래서 티바 제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미리 읽어 내기 어려운 다양한 상상력의 바다에 빠져 든다는 것과 같습니다. 예측 불허의 바다이지요.
이러한 흐름에 비하면 스티가는 상대적으로 차분해 보이네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0) 중국 선수들과의 교류
스티가 블레이드의 개발 방향을 이해한다는 것은 중국 대표팀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가를 알아 내는 것과도 같습니다. 적어도 지금의 시점까지는 그랬습니다.
스티가는 독자적인 제품 개발이라고 하더라도 중국 대표팀이라는 강력한 참조군을 가지고 있는 만큼 항상 중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염두에 두고 제품 개발을 해 왔습니다. 타 브랜드도 그렇지 않은가 생각하실 수도 있고,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나라와 상관 없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실제로 드러나는 결과물을 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일례로 한국 선수들의 경우를 보면 대부분 어렸을 때부터 써온 용품으로부터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해당 제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나라 선수들이 어렸을 때 한국 시장은 다마스사 제품 일색이었지요. 선수들이 좋아서 다마스사 제품을 썼을 수도 있지만, 수직적인 문화 속에서 코치들에 의해 조건 없이 주어진 제품들을 쓰게 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그러므로 지금도 다마스사는 상대적으로 쉽게 한국의 엘리트 선수들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마스사에서 한국 선수들에 맞춰 용품을 개발한다는 것은 과거 10년 전의 유행 용품을 되풀이하는 것과 비슷한 결과를 빚고 있습니다. 아주 창의적으로 새로운 제품을 추구하고 옮겨 가는 일이 매우 드물지요.
이렇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선수들이 치열한 승부의 세계 속에서 안정적인 선택을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아주 과감하게 새로운 제품으로 옮겨 타는 경우는 드물다고 하겠습니다.
중국 선수들도 그런 경향에서 그리 멀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지요. 중국의 탑 클래스의 선수들은 더 이상 올라갈 데가 없는 최상층에서 서로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선수가 쓰는 것을 나도 쓰면 된다는 형태는 아니지요.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요, 한국 선수들은 여전히 중국 선수가 무엇을 쓰는지 관심을 갖는데요, 중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은 그렇게 바라볼 대상 자체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그래서 어떤 면에서는 중국 선수들이 더 새로운 용품에 열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 선수 뿐만 아니라 다른 종목, 다른 선수들도 그럴 것 같아요. 쫓아 가고 있는 입장에서는 자기보다 잘 치는 그 선수가 무엇을 치고 있는가를 곁눈질 하겠지만, 정상급에 있으면 자기만의 독특한 무기를 새로 장착함으로써 그 쫓아옴을 방지하고 싶은 것이지요.
예전에 주세혁 선수가 한동안 그래스 디텍스 러버를 사용했는데요, 그 이유 중 하나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익숙해져 버린 선수들에게 낯섬을 주기 위한 것입니다. 즉 수비수로서 최정점에 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가기 위해서 새로운 용품을 과감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생각합니다.
왕리친 선수가 클리퍼 블레이드를 선택한 것도, 그리고 슈신 선수가 에벤홀즈를 선택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상급에서 다른 사람이 사용하지 않는 용품을 사용해 봄으로 자기가 돌파하기 어려운 어떤 한계를 돌파하고자 하는 마음, 혹은 자기 스타일에 익숙해 있는 경쟁자들에게 낯섬을 주기 위한 용품의 변경 같은 것들이 뒤쫓아 가는 입장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게 실험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티가는 해마다 중국 리그가 쉬게 되는 겨울철에 중국 탑클라스 선수들을 스웨덴으로 초대하여 신제품 테스트를 행합니다. 그리고 중국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제품에 반영되지요. 그래서 스티가는 스티가 다움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중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이 원하는 것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발전해 왔기 때문이지요.
그렇다면 중국의 탑 클래스 선수들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중국 탁구가 한국 탁구와 다른 점이 있다고 하면 그것은 스탠스와 스텝일 것입니다. 중국 탁구는 탁구대에 근접하여 타구하도록 어린 시절부터 가르쳐 집니다. 이것은 드라이브를 배울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한국, 유럽 선수들과 중국 선수들의 훈련 모습을 보면 이 점에서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유럽 선수들은 드라이브 랠리가 들어가면 곧잘 뒤로 물러나고 재미 삼아 로빙 플레이도 자주 합니다. 한국 선수들은 그런 로빙 플레이 하면 코치에게 혼나지요. 지금은 그런 경향이 거의 사라졌습니다만, 몇 해 전에만 해도 수세에 몰려도 어떻게든 포핸드로만 처리하도록 강요되는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또 백핸드는 비록 쉐이크핸드 플레이어라고 하더라도 보조적인 역할을 할 뿐이고 결정구는 포핸드 드라이브로 쳐야 한다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았지요. 그래서 한국 선수들은 어떻게든 백핸드 위치에서 포핸드 스탠스로 돌아 서려고 합니다. 그렇게 돌아 서려고 하면 공이 오는 동안에 조금 물러 나면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그래서 한국 선수들은 앞뒤로 움직임이 많습니다. 반면에 유럽 선수들은 백핸드로 전환하더라도 백핸드로 공격적인 공세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포핸드로 전환하려고 하지 않지요. 그러므로 포백 전환을 위한 앞뒤 스텝은 많이 없습니다. 이것은 중국 선수들도 마찬가지이지요. 특히 판젠동 선수의 세대 이후에는 포핸드 위치에서 백핸드 드라이브를 하는 경우가 점점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뒤로 물러난 이후에도 그렇게 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탁구대 위의 공을 처리함에 있어서는 위치에 상관없이 백핸드 스윙으로 공을 처리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지요. 그만큼 작은 스윙으로 공을 끌어 올리는 것이 더 편하기 때문이지요.) 이런 경향으로 인해 중국 탁구는 앞뒤로 큰 걸음을 내딛는 경우가 적고 돌아서기보다는 허리의 뒤틀림으로 공격적인 플레이를 이어 가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반면에 한국 탁구는 공이 어디에 오던지 발을 움직여 정확한 자세로 공을 잡아야 한다고 가르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한국 선수들의 스탠스가 더 화려해 보이지요.
이렇게 한국 탁구와 중국 탁구를 비교하고 보면 한국 탁구는 조금 더 기다려서 타이밍을 잡더라도 강력한 한방을 날려 버리고 싶다 라는 욕심을 가지고 있는 탁구라고 할 수 있구요, 중국 탁구는 최대한 작고 효율적인 다리 움직임으로 뒤로 물러나지 않고 앞에서 공을 처리하겠다는 욕심이 많이 보이는 탁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티가의 슈신 선수가 뒤로 물러나면서 화려하고 강력한 구질로 처리하기 때문에 그렇게 안 보일 수도 있습니다만, 기본적으로 중국 탁구는 전진 탁구의 전통을 가지고 있지요. 그리고 그 영향이 톱 클래스 선수들에게도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또 하나의 특징을 든다면 바로 러버의 차이입니다.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1) 어린 시절 두각을 나타내는 한국 선수들이 성인 무대에서 약한 이유는
중국 선수들은 중국 러버를 사용하는데요, 중국 러버는 여러가지 면에서 일본이나 독일의 러버와는 다릅니다. 두껍게 팡팡 때려 대듯이 걸었을 때 제대로 회전이 먹어 주는 것이 중요하지요. 중국 러버의 끌림이 많이 때문에 중국 선수들이 드라이브를 얇게 채듯이 걸 것이다 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구요, 기본적으로 중국 선수들은 탁구대에 근접해서 팡팡 때리듯이 걸어줍니다. 이 드라이브의 소리가 굉장히 크지요. 러버가 큰 소리를 만들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드라이브에 임팩트가 걸린다는 것입니다. 블레이드 면까지 공이 쩍쩍 붙었다가 떨어지는 강력한 드라이브가 중국 선수들이 가지고 있는 표준적인 드라이브입니다. (그러나 이런 좋은 특성의 러버가 모든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 나라 국대급 선수들도 중국 러버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대개는 성광 러버라고 부르는 러버를 사용하지요. 해당 선수들이 어디서 러버를 공급받았는지를 알고 있습니다만, 성급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까지는 구할 수 있어도 실제로 중국 국대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는 한국 선수들이 구하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우리 나라 실업팀이나 국대 코치진에서도 해당 러버를 가지고 있지 않지요. 그래서 해당 러버와 유사하게 개발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의 차이는 상호 보완적이기도 합니다. 중국 러버 자체가 전진에서 공을 채기에 좋은 러버이고 붙어서 쳤을 때 임팩트가 강하게 걸리는 러버이기도 할 뿐만 아니라, 그런 러버를 사용하기 때문에 그런 스타일의 탁구로 가는 면도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중국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한국 선수들이 원하는 것과 조금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중국 국대 선수들이 사용하는 러버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성광 러버를 쓰던, 그렇지 않으면 일반 버전 러버를 쓰던 간에 점착성 러버를 사용할 때에는 뒤로 물러나서 러버의 힘으로 멀리 보내기 보다는 최대한 앞으로 붙어서 짝짝 맞받아 치는 것이 유리하지요. 어떻게 보면 중국의 유소년 선수들의 포핸드가 다 탁구대 위에서 이루어 지는 것은 러버의 영향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정상급 선수가 되면 그런 점착성 위에다 멀리 뻗고 높이 솟는 특성이 가미된 최상급 러버가 주어지지요.
사실 점착성 러버에 대해서 깊이 연구하지 못해서 아주 디테일한 얘기를 적는 데는 조금 한계가 있습니다만, 중국 선수들과 또 코치진들을 보면서 한 가지 배우는 점이 있어서 조금 덧붙입니다. 여러분들이 가끔씩 의아하게 여기는 사실이 하나 있을 거에요. 가만 보면 우리 나라의 몇몇 선수들이 호프스 (초등학교 선수를 말합니다.)와 카데트 (중학교 선수를 말합니다.), 그리고 주니어(고등학교 선수를 말합니다.) 등의 과정에서 세계적인 수준을 보여 줍니다. 제가 실명을 다 적지는 않겠습니다만, 과거 전적을 보면 몇몇 우리 나라 선수들이 호프스에서 세계 1위를 하거나, 또 카데트 성적이 세계 1,2위이인 선수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주니어 때만 해도 세계를 재패하는 선수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선수들이 시니어 무대에 나서서 실제 중국 선수들과 플레이하면 맥을 못 추지요. 왜 그럴까요?
우리 나라 선수들이 어릴 때는 천재적인 탁구 실력을 보이다가 정작 성인 무대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 주제는 여담입니다만, 궁금해 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도 같고, 또 글을 좀 길게 써 달라는 분들의 요청도 있고 해서 주제와 딱이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시점에서 부가 설명하고 지나가겠습니다.
일단 세계적으로 우리 나라처럼 학교 체육에서 엘리트 선수 시스템이 유지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다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과거에는 냉전 체제 속에서 많은 공산 국가 선수들이 국가에 의해 관리되었지만 동독이 무너지고 소련이 무너져 여러 동유럽 국가가 자유화 된 지금 시점에서 국가에 의해 길러 지는 선수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는 나라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 나라의 메달 실적이 많이 올라갔지요. 동독, 서독을 비롯해서 수많은 동구권 나라들이 상시적인 국대 시스템을 없앴습니다. 그나마 우리 나라처럼 선수 관리가 되고 있는 나라는 현재 중국 한 나라가 머리에 떠 오르네요.
우리 나라의 탁구 선수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특별한 관리를 받습니다. 대개 초등학교 때에는 많은 운동을 해도 몸에 무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오전에는 수업을 받고 밤 늦게까지 6시간 이상을 운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유럽 선수들은 어린 시절, 잘 하면 일 주일에 2-3번 정도, 클럽과 학교에서 탁구를 칩니다. 즉 국가 대표가 되기 전까지는 특별한 훈련을 받지 못 하지요. 아주 예외적인 경우 클럽 소속으로 클럽에서 특별한 레슨을 받는 경우가 있습니다만, 그래도 한국 처럼 숙식하는 훈련 시스템은 없습니다. 가끔 방학 때 돈을 내고 합숙 훈련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선수가 원해서 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유럽의 선수들이 한국의 어린 선수들처럼 잘 칠 수는 없지요. 더 중요한 것이 있어요.
한국은 대부분 코치진의 급여가 적고 성적 여하에 따라 팀이 해체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코치진은 어떻게든 선수들이 성적을 내도록 해야 하고, 그 과정에서 부수적인 수입도 챙깁니다. 즉 밤 늦게까지 훈련을 시키면서 그 명목으로 추가적인 레슨비를 더 받아야 생활이 되고, 또 그렇게 해서 성적을 내야 그 팀이 유지가 됩니다. 그러므로 초등학교 때부터 선수들은 많은 훈련을 받을 뿐만 아니라 그 훈련의 상당 부분이 이기는 법에 할애 됩니다.
그러나 유럽 선수들은 이기기 위한 훈련도 있지만 적어도 카데트 시기가 되어 선수로 잔류할 수 있는가 없는가의 여부가 결정되기 전까지는 취미로 그칠 가능성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목숨 걸고 이겨야 하는 것은 아니지요. 상대적으로 코치가 강압적으로 가르칠 수도 없습니다.
그럼 중국은 어떨까요? 우선 지적할 수 있는 것이 중국의 유소년 탁구는 기본기에 집중합니다. 이기기 위한 탁구를 하지 않는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중국의 유소년 탁구는 주니어까지는 여전히 훈련 단계로 보고 어느 특정한 때가 되면 꽃을 피우는 그런 장기적 관점에서 경쟁이 이루어진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한국처럼 무조건 이기기 위해서 코치가 달라 붙어 집중 훈련해 주는 그런 방식이 아니고 수많은 선수들이 알아서 경쟁하면서 스스로 커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스스로 터득하지 않으면 높은 단계로 올라갈 수 없는 그런 면이 있지요. 즉 상대적으로 선수는 많고 코치는 적기 때문에 코치가 애타 가면서 억지로라도 실력을 올리는 그런 방식 보다는 선수 스스로가 알아서 실력을 키워 가야 하는 면이 있습니다.
또 한가지 중요한 것은 선수들의 용품이 시니어와 많이 차이가 납니다. 중국 러버 써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실제로 성광급 아닌 다음에야 크게 좋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즉 러버 자체가 별로 해 주는 면이 없습니다. 그래서 주니어 단계까지는 일반적으로 우리 나라 선수들이 중국 선수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기본기에 치중할 뿐만 아니라 용품도 우리 선수들이 쓰는 것보다 더 파워가 떨어진다고 느껴지지요.
그러나 그 선수들이 시니어가 되거나 혹은 국대 훈련을 받기 시작하면 갑자기 확 달라집니다. 장비가 바뀌면서, 특히 러버의 변경에 의해 강력한 선수들로 거듭나는 것입니다. 즉 국대에 들어가기까지 치열한 경쟁을 거치기도 하지만, 실제로 국대에 입단하면서 용품에서 큰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진다는 말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이 더 큰 요인인 줄은 모르겠습니다만, 기본기 위주의 훈련과 조금 더 힘이 약한 중국 러버의 사용이 결국 우리 나라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에 더 좋은 성적을 내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거품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 선수들은 용품이 바뀐 다거나 혹은 훈련 방식이 바뀜으로 일어나는 프리미엄이 없습니다. 그러나 유럽 선수들은 카데트 단계에서 선수로 확정되면 훈련량이 늘면서 조금 더 집중적인 관리를 받게 되고, 일주일에 한 두번 연습하던 선수들이 연습량을 늘리면 매서운 실력자로 갑자기 성장합니다. 또 중국 선수들은 앞서 적은 것처럼 국대가 되면서 용품 업그레이드와 함께 실적 훈련이 쌓이면서 무서운 선수로 거듭나구요.
그럼 우리 나라 선수들이 중국이나 유럽 선수들의 시스템으로 가야 할까요? 우선 중국 시스템은 선수층이 얇은 우리로서는 어려운 일이구요, 유럽 시스템으로는 갈 수 있겠지만 그 경우 우리 나라가 지금보다 더 실력이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러나 여전히 어린 선수들이 부모와 떨어져서, 심지어는 실업팀에 들어가서도 가족과 떨어져 합숙소에서 은퇴 전까지 지내는 것이 바람직한가, 하는 면에 대해서는 의문이 많이 있습니다. 결국 젊음은 다시 오지 않거든요. 메달도 좋고 명성도 좋지만, 평생을 선수들과 코치진에 쌓여 훈련장과 합숙소만 왔다 갔다 하는 것은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생각해 보니 이 부분은 이 정도에서 그칠 수 있는 것이 아닌 것도 같습니다. 사랑하는 아들 딸들을 학교 합숙소에 내맡기고 매일같이 훈련장을 찾는 부모님들을 생각하면 근본적으로 이러한 훈련 시스템이 가족이라는 인간의 기본적 시스템을 유보하면서까지 성적을 추구하는 것인데, 이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생각이 되거든요.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이 많지만 제가 그런 말을 할 주제가 아니므로 여기서는 그치겠습니다.)
아무튼 이런 연고로 우리 나라 선수들이 상대적으로 어린 시절 좋은 성적을 내다가 성인 무대에서 빛을 발하지 못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그렇다면 중국 선수들이 블레이드에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2) 솟구치고 멀리 뻗고
이 점이 한국 선수와는 조금 차이를 보이지요. 한국 선수들 같으면 상대방이 못 받는 강력한 드라이브 한방을 갖추어야 한다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이 원하는 것은 높은 바운드와 긴 비거리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야 하면요, 한국 선수들이 강하게 한 방 때렸을 때 라켓이 밀리고 손목이 저리는 그런 드라이브, 눈 앞에서 사라지는 강력한 드라이브를 원한다고 하면, 중국 선수들은 받았을 때 손목이 젖혀지면서 생각보다 많은 회전량과 부담을 주는 드라이브를 원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드라이브를 맞대응 하다 보면 점점 뒤로 물러날 수 밖에 없지요. 즉 바운드가 높고 비거리가 길게 되면 가까이 붙어서 드라이블 걸어도 거는 사람은 안정감 있게 걸게 되지만, 받는 사람은 뒤로 물러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이 내용에 대해서는 모든 중국 선수들이 그렇다는 식으로 일반화 될 수 있는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전혀 의미 없는 말도 아니에요.) 즉 중국 선수들이 스티가에 요구했던 것은 바로 그 두 가지입니다. 높이 공을 끌어 올리는 블레이드여야 탁구대 위에서도 공을 긁어 올릴 수 있다는 점과 비거리가 길어야 상대방을 물러나게 하고 랠리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특히 왕리친, 슈신으로 이어지는 세대들은 이 요소들 중에서 비거리가 멀어야 한다는 쪽에 더 치중했다고 하면 앞으로 판젠동 선수 이하의 세대에서는 공을 높이 끌어 올릴 수 있어야 한다는 쪽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이러한 요구 사항들은 스티가 블레이드 개발진에게 가장 중요한 개발 중점 과제가 되었지요. 그래서 스티가 블레이드들은 여타의 브랜드들과 다른 길을 걷게 됩니다. 공을 멀리 밀어 보내기 위한 블레이드가 최고의 목표점이 된 것이지요. 상대적으로 한국 선수들은 강력한 한방을 원하다 보니 한동안 히노키 카본류가 유행을 했었구요, 그 이후 목판 블레이드의 장점에 눈을 뜨면서 지금의 세대들은 5겹 합판류가 대세가 되었습니다만, 앞으로의 세대는 7겹이나 카본류로 옮겨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기본적으로 한방 탁구라는 한국적 컬러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공을 멀리 보낸다 하는 것은 사실 공의 높이가 높아야 한다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첫 바운드 이전에 공이 높이 솟았다가 떨어져야 공이 멀리 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두 개의 목표는 사실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스티가는 이러한 특징을 “Long Tragectory”라는 문구에 담아 계속 사용해 오고 있습니다.) 이것은 공이 매우 빨라야 한다는 것과는 다릅니다. 공이 빠르되 빨랫줄처럼 뻗어 가는 스타일이라고 하면 공의 바운드가 낮아서 결국 멀리 뻗지 못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국 탁구는 이 솟구쳤다가 떨어지는 힘 자체를 잘 이해하지 못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분들이 강력한 파워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지요.
넥시 블레이드를 개발하면서 저도 이 솟구치는 요소를 깊이 생각해 봤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은 많이들 잊으셨겠지만, 리썸을 개발할 때 제시했던 것이 바로 이 부분이지요. 가변 반발력을 도입함으로써 공이 짧게 떨어지는 드라이브를 쉽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넥시가 리썸에 가졌던 또 하나의 중요한 목표였습니다. 이것은 상대방의 손이 닿을 수 없는 곳에 코스를 갈라 넣을 수 있도록 해 주기도 하지요.
그러나 넥시가 리썸을 제작하면서 추구했던 것은 중국 선수들이 원했던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해야겠네요. 왜냐하면 넥시는 공을 멀리 보내기 위해서 솟구치게 하기를 원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공을 짧게 솟구치게 함으로써 보내기 어려운 코스를 쉽게 공략하기를 원했던 것이지요. 이런 개념의 블레이드를 생각한다는 것은 어쩌면 넥시의 5세대 컨셉 정도가 되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선수들이 원했던 것은 바로 이렇게 솟구치면서도 멀리 뻗어 가는 드라이브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다른 한편으로 보면 중국 선수들의 러버 자체가 팡팡 잘 나가는 것처럼 보이긴 해도 어쩌면 뻗는 힘이 조금 떨어지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요. 러버 관련된 글에서 보다 더 연구해서 밝혀야 할 부분인긴 한데요, 중국 러버의 점착성은 공을 끌어 가는 힘이 좋고 특히 탁구대에 붙어서 칠 때 끊어 치는 타법만으로도 공을 원하는 곳을 보내게 해 주는 특성이 있지 않은가 생각됩니다. 그러나 공을 멀리 보내는 능력은 일본이나 유럽의 러버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한 것 같아요. 이것이 추정에 그쳐서 죄송합니다만, 실제로 중국 선수들의 동영상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습니다. 붕 솟구쳐 오르지만 그것이 아주 멀리 뻗어 준다라는 느낌보다는 감기고 잠기고 하는 그런 특성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실제 김정훈 선수 얘기도 중국 선수들의 공이 아주 무섭지는 않다고 해요. 그런데 무척 소리가 커서 위압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또 이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본격적인 랠리에 들어가면 어느 선수든 뒤로 물러나기 마련입니다만, 중국 선수들은 탁구대에 근접하여, 특히 탁구대 위에서 드라이브를 거는 경우가 많지요. 이 경우에는 짧은 임팩트로도 공이 충분히 끌려 올라가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됩니다. 그러나 탁구대에 근접해서 보낸 공은 멀리 뻗어 나가지는 않지요. 상대적으로 멀리서 쳐서 넷트를 넘긴 공이 더 강하게 밀려 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유럽 선수들과 칠 때 그 선수들이 조금 물러난 상태에서 걷어 올려 보내는 공이 의외로 받아 보면 라켓이 뒤로 밀려날 만큼 크게 부담 스러운 반면, 중국 선수들이 앞에 붙어서 강하게 보낸 공은 타이밍 잡기도 어렵고 보기에도 매섭지만 공 자체의 무게는 조금 가벼울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선수가 아닌 이상 이런 면을 추측 이상으로 세밀하게 적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더 깊이 얘기하지는 않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중국 선수들의 스티가 사에 대한 피드백이 바로 이 멀리 뻗는 공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을 스티가는 제품 제조에 오래 동안 반영해 왔지요. 그럼 이것이 실제 블레이드의 성능에는 어떤 변화를 가져 왔을까요? 중국의 탁구용품들과 비교해서 뭔가 더 뛰어난 점이 있을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3) 스프루스로 해 볼 것은 다 해 봤네요
중국 탁구와 한국 탁구, 그리고 유럽 탁구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는 그 동안에 여러 차례 틈틈이 적어 와서 이곳에서 자세히 적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중국 선수들이 라켓 제조사인 스티가에게 높이 솟고 또 멀리 뻗는 블레이드를 원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그것은 실제 중국의 블레이드 제조사들이 이런 목표를 제품 설계에 잘 반영하지 못 해 왔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지요.
중국의 용품사들을 만나면서 이해 되지 않는 것이 하나 있어요. 그것은 대부분의 블레이드 제작자들이 탁구를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좀 이상하죠? 탁구 라켓을 만드는 사람들이 어떻게 탁구를 모를까 싶지요? 그런데 실상이 그렇습니다.
제가 중국의 모든 탁구용품 업체들을 다 알지는 못 하기 때문에 이 말을 완전히 그렇다 라고 확언하기는 어렵습니다만, 적어도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몇몇 업체들의 경우는 그렇습니다. 이것이 블레이드 제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블레이드는 실제로 짧은 길이의 공을 칠 때와 긴 길이의 공을 칠 때 다르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이 있습니다. 즉 짧은 길이에서 똑딱 똑딱 칠 때는 굉장히 빠르고 감각도 좋은데, 긴 거리의 공을 멀리서 걷어 올리게 되면 공에 힘이 없고 팔에 무리가 가는 블레이드들이 있을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실제 설계 단계에서 어떻게 블레이드를 구성하느냐에 따라 많은 변화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용품 개발자들이 실제로 탁구를 잘 모르다 보니 먼 거리에서 힘있게 걷어 올리는 공 자체를 직접 경험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 한 가지의 문제가 있어요. 타구를 할 때 러버나 블레이드에 동일하게 일어나는 현상인데요, 아주 강력한 임팩트가 주어졌을 때와 평상시의 반응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즉 평범한 랠리에서는 힘도 있고 감각도 좋은데 아주 강력한 임팩트로 후려 쳤을 때 생각만큼 그 힘이 먹어 주지 않고 공이 평범한 경우가 있어요. 즉 자기가 80의 힘을 주면 80만큼 나와 주고, 100의 힘을 주면 100만큼 공빨이 나와 주어야 하는데, (토속적 탁구 용어를 사용해서 죄송합니다. 공빨 만큼 적절한 용어가 없어요.) 어떤 블레이드는 실제로 강하게 빡 걸어주면 공에 힘이 새는 듯 느껴지지요. 그래서 초보자들은 좋다고 여기는데, 고수들은 선호하지 않는 블레이드들도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측면은 실제로 블레이드 제작자가 그런 공들을 칠 수 있어야 미세한 조정을 할 수 있어요. 좋은 블레이드를 카피한다고 해서 이런 성능들을 정확하게 따라서 구현하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중국 용품사들에서 그처럼 탁구도 디테일하게 알고 제품의 설계도 할 수 있는 인력이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보니 이런 문제가 일어나지요.
일단 중국인들은 대부분 탁구를 어느 정도는 칠 줄 알지요. 그런데 그들의 탁구 스타일이 유럽 사람들처럼 물러나서 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탁구대에 바싹 붙어서 똑딱똑딱하면서 빠른 템포로 랠리를 이어가는 스타일이지, 우리가 유럽 아마추어들에게서 흔히 보는 것처럼 뒤로 물러나서 맞드라이브를 쭉쭉 해 대지를 않습니다. 즉 중국의 라켓 개발자들은 멀리서 강하게 걷어 올리는 공 자체를 스스로 느낄 수가 없는 것입니다.
또 실력이 낮다 보니 극단적인 임팩트에서 라켓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역시 알기가 어렵지요. 강력한 하회전을 강력한 탑스핀으로 재꼈을 때, 그 때 공이 얼마나 말려 올라가고 얼마나 빠른 속도로 뻗어 주는지를 느끼기에 일반적인 중국의 탁구 개발자들은 분명 한계가 있습니다.
그 결과 중국 탁구 용품들은 보통 유럽 제품들에 비해서 멀리 떨어져서 칠 때 제대로 성능을 발휘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제품들이 사실 대부분입니다.
탁구대에 붙어서 칠 때에는 딱딱 잘 맞고, 또 감각적으로도 아주 우수한데, 그 라켓을 들고 뒤에서 걷어 올려 보면 공이 빌빌 대고, 또 강력하게 한방을 걸었을 때 시원스럽지 못 하고 답답한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아마 이 문제를 가장 많이 경험한 사람들이 중국 탁구 선수들 아닐까 싶습니다. 그래서 의외로 중국 사람들이 스티가 라켓을 좋아합니다. 북경이나 텐진 쪽 탁구장을 가면 80% 정도의 사람들이 스티가 라켓을 사용하는데요, 이것이 단순히 브랜드 로열티만의 문제는 아니지요. 어떻게 보면 그만큼 중국 라켓들이 스티가 제품에 비해 열악한 면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럼 스티가는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요?
사실 스티가는 최근들어 새로운 제품 구성을 연구하여 발표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거의 고정된 포맷이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표면층을 하드하지만 얇은 재질을 사용하면서 두 번째 층에 스프루스 층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스프루스는 탁구용 소재 중에서도 특이하게 반발력을 강화 시켜 주는 소재입니다. 그런데 그 소재를 표층 아래에 둠으로써 스윗 스팟을 늘려 주고 스피드 또한 강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습니다.
스프루스 층이 스티가의 주요 중층으로 등장한 것은 오펜시브 클래식에서부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펜시브 클래식은 스티가의 올라운드 클래식을 잇는 모델로 한국에서도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한동안 중국 선수들의 교과서적인 라켓으로 명성을 누렸습니다. 기억 나는 장면이 하나 있는데요, 삼성 생명의 정상은 선수가 중국에서 선수 생활을 중단하고 한국에 들어와서 삼성 생명에 들어가기 전, 우연한 기회로 만나게 되었는데, 그때 정상은 선수가 들고 있던 블레이드가 바로 이 오펜시브 클래식이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스티가가 한국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지 못하던 때라 저는 신기하게 들여다 봤지요.
그런데 바로 이 블레이드가 모체가 되어 DHS의 왕리친 블레이드가 탄생합니다. 왕리친 블레이드를 위시로 한 당시의 여러 블레이드들이 사실은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을 참고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특히 왕리친 블레이드는 동일한 구성에 블레이드 형태만 바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이 선보인 중층 스프루스의 구조는 그 이후 여러 브랜드에서 대놓고 사용할 수 밖에 없는 탁구계의 오픈 소스가 되어 버렸습니다. 넥시에서도 데미안과 스피어, 그리고 이번에 출시하게 된 올람 등 여러 블레이드에 이 구조가 활용 되었는데요, 그만큼 아주 특징있는 강점들을 가지고 있는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스티가의 블레이드 사에 하나의 획을 긋는 중요한 변수가 되었지요. 이후에 등장하는 하드 우드 시리즈들인 에벤홀츠, 로즈우드, 그리고 에머랄드에 이르기까지, 최근에 인기를 누리는 모든 스티가의 블레이드들이 바로 이 스프루스 층을 중층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즉 표층을 얇게 저민 하드 우드로 하고 그 뒤를 받치는 소재를 스프루스로 한다는 것이 스티가의 교과서적 패턴으로 자리매김 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과정에 왕리친 선수를 비롯한 중국 선수들의 요구 사항이 관여 했다는 것이 저의 추측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를 기반으로 해서 Infinity 시리즈까지 오고 나니 스티가는 어떻게 보면 막다른 골목에 다다르게 되네요. 이제 해 볼 것은 다 해본 셈이지요.
표층을 하드하게 만들고 그 아래에 스프루스 층을 넣음으로 공의 길이를 길게 하고 높게 솟구치게 한다라는 공식이 세워진 후, 그 공식을 활용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본 셈입니다.
표층 소재를 새로 발굴하여 에보니 소재를 쓴 에벤홀츠, 그리고 로즈우드를 사용한 로즈우드 등을 만들어 봤구요,
표층에 특수 표면 처리를 해서 기존 림바를 단단하게 하는 방식으로 CC 시리즈도 등장했습니다.
또 표층을 세밀하게 가공하는 다이아몬드 터치 방식으로 기존 목재의 성격 자체를 바꾸는 실험도 완성되어 infinity 와 에머랄드 라는 걸출한 제품들이 등장했지요.
이제 여기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4) 새로운 카본 소재, 텍스트림을 만나다.
드디어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네요. 참 길고 긴 행로였습니다. 재미있기도 했구요….
그 동안 여러 편의 글을 연재하면서, 스티가라는 회사를 스스로도 마음 속에서 재정립해 볼 수 있었구요, 또 스티가를 통해서 전체 탁구사에 대한 조망을 해 본 느낌입니다. 그리고 이 글을 써 가면서 넥시의 미래에 대해서도 한번 더 들여다 보게 되었구요.
앞의 글들의 내용을 요약하면서 카보나도를 향해 돌진해 봅니다.
일단 스티가는 림바 표면이 가진 감싸 앉아 주는 듯한 타구 감각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습니다. 그리고 중국 탑 클래스 선수들의 요구 사항을 반영하여 라켓 개발을 진행해 왔구요.
그런데 중국 선수들의 요구 사항은 공이 높은 궤적으로 솟아 올라 멀리 뻗는 것이었지요.
그런 특성을 반영하기 위해서 스티가는 순수 합판이면서 공 끌림이 좋고 중진에서도 힘이 있는 컨셉의 블레이드들을 계속해서 개발해 왔습니다.
텅텅 거리는 듯한 타구감각과 중진에서 밀리지 않는 힘, 그리고 전진에서 찰지게 붙어 올라와 주는 구질 등을 중시한 스티가의 블레이드들은 유럽 시장에서뿐만 아니고 중국 시장에서 크게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높은 가격에도 불구하고 중국 사람들의 꿈의 브랜드가 되고 있지요.
우리 나라에서는 스티가의 진면목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다가 최근 들어 점점 더 많은 분들에게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스티가가 가진 독특한 감각은 일련의 두터운 팬층을 형성하면서 스티가 매니아들을 양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몇 년 전 스티가에는 한 가지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지요. 그것은 중국의 수많은 업체들이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을 대놓고 카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스티가의 대표적 블레이드로 클리퍼 블레이드와 함께 오펜시브 클래식이 큰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요, 그 인기를 잘 알고 있는 중국 업체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오펜시브 클래식을 카피해서 판매하였습니다. 너무 많은 업체들이 카피해 대니 이제 막을 수도 없는 지경이 되었지요.
(스티가의 영원한 베스트 셀러 블레이드를 꼽으라고 하면 초기에는 올라운드 클래식 블레이드였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오펜시브 클래식과 클리퍼 시리즈가 대세를 이루었지요. 위의 사진에 보이는 오펜시브 클래식은 한 때 중국 쥬니어 선수들에게 교과서적인 블레이드로 여겨졌습니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부분의 중국 유소년들이 탁구를 시작하면 당연하다는 듯이 선택하다시피 했던 블레이드가 바로 이것입니다.)
그때 또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그것은 조만간 스피드 글루잉이 더 이상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는 소식이었습니다. 수성 글루로 바뀌게 되면 림바 표면을 가진 오펜시브 클래식 등의 블레이드들은 표면이 뜯겨져 나가는 문제를 피할 수 없게 되지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문제를 단번에 풀어낸 것이 바로 에벤홀츠입니다. 새로운 표면 소재를 사용함으로써 중국 업체들이 당분간 그 목재를 구하기 전까지 카피를 생산할 수 없었다는 장점도 있었구요, 무엇보다 단단한 표층이므로 수성 글루로부터 오는 뜯겨짐의 문제를 예방할 수 있다는 강점도 있었지요.
오펜시브 클래식으로부터 수많은 스티가의 팬층은 에벤홀츠로 옮겨 왔습니다. 그리고 스티가는 로즈우드를 이어서 출시하지요. 그리고 다시 메이플 우드로 이어 옵니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표층을 사용하여 신제품의 라인업을 형성하면서 오펜시브 클래식의 구성 형태를 유지한다는 스티가적 제품 출시 경향이 확립되었습니다.
즉 오펜시브 클래식과 같은 구조인 스프루스 층을 표면 이하에 사용하면서 표면층은 단단한 표층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계속 진행해 온 것입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스티가는 과거의 오펜시브 클래식이 보여 주었던 퍼포먼스에 대한 미련이 계속 남았던 것 같습니다. 끊임없이 림바 표층을 회귀하기를 꾀해 왔지요. 그래서 림바 표층에 물을 들여 단단하게 만든 CC 시리즈를 비롯하여 아주 곱게 갈아 내어 림바 표층 자체의 결을 없애고 쉽게 블레이드 표층이 뜯겨 나가지 못하도록 처리한 다이아몬드 가공 기술을 적용한 인피니티 블레이드와 에머랄드 블레이드 등을 내 놓습니다. 즉 림바가 가진 스티가 고유의 감각을 계속해서 재점검해 오고 있는 것입니다.
(스티가의 오펜시브 클래식 사랑은 지금도 끊임 없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아주 큰 인기를 누리지는 못 했지만 기존 오펜시브 클래식의 타구감각과 성능을 계승한 오펜시브 클래식 카본 블레이드도 몇 년 전에 출시되어 관심을 끌었지요.)
여기까지 온 후 스티가의 다음 행보가 어디로 이어질 지 모두가 궁금해 하는 시점에 이르렀습니다. 러버에 있어서는 에어록이라는 새로운 개발이 이루어졌지만, 블레이드에 있어서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스티가는 2014년에 러버 분야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이합니다. 그것은 에어록 러버가 출시되는 사건이지요. 에어록 러버에 대해서는 벌써 여러 차례 이야기를 했지만 여전히 충분히 설명되지 않은 듯한 느낌이 듭니다. 조금 더 자세한 정보를 드리면 이렇습니다.
그전까지 스티가의 러버를 개발해 왔던 일본 회사는 과거 탑시트의 개발에 있어서는 설비를 다 갖추고 있었지만 스폰지 개발에 있어 한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큰 회사에서 해당 회사에 대규모 설비를 갖추는 투자를 진행합니다. 그래서 현재 스티가 러버의 개발사는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춘 대형 회사로 거듭나게 되었지요. 그 과정에서 기포를 장착한 에어록 러버가 개발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이 회사와 끝까지 같이 가는 파트너로 수십년의 세월을 보내 온 회사가 있었습니다. 바로 스티가이지요. 그래서 스티가는 이러한 제품 개발의 과정에서 가장 우선되는 최우선 파트너로서 양질의 러버를 공급받게 되었습니다.
기포 있는 스폰지에 대해서는 나중에 더 자세하게 소개드릴 기회가 있겠지만요, 기포 자체가 판 스프링의 역할을 해서 가장 위급한 순간에도 탄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도 공에 대한 일정한 탄성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 진일보한 러버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이런 기술적인 도약과 함께 스티가의 블레이드에 있어서도 놀라운 변화가 시도되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스웨덴의 카본 회사가 가진 독자적인 카본 기술을 활용한 블레이드 개발이었습니다.
카본이 무엇인지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만, 우선 카본 재질에 대해서 간단히 설명을 드려야 겠네요. 블레이드에 삽입되는 카본층은 카본 원사를 직조하여 만든 카본천을 뜻한다고 하겠습니다. 보통 1K, 3K, 12K 혹은 단방향성을 뜻하는 UD 카본 등으로 구분하여 부르는데, 이것은 직조 방식을 말하는 것이고 물성에 대한 차이를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카본 원사 자체도 어느 국가의 어느 회사에서 만든 것인가에 따라 물성이 차이가 있구요, 그것을 직조하는 방식에서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사진 상으로 보시면 실 여러 가닥이 모여서 하나의 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보실 수 있을 거에요. 3K라고 하면 이 한 결에 실 3,000가닥이 모여 있는 것을 말합니다. 위의 사진은 3K 카본천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K라는 단위는 1,000을 뜻하는 말이구요, 1K라고 하면 천 가닥의 카본 원사를 하나의 단위로 해서 직조한다는 말입니다. 3K이면 3천가닥의 실이 하나의 단위가 되지요.
그리고 이 카본 원사들이 모여서 이룬 카본 천을 몰드를 사용해서 성형하여 열로 찌게 되면 우리가 흔히 보는 카본 제품들이 탄생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는 이처럼 한면은 끈적한 종이 위에 카본 원사들을 엮어서 짠 카본천이 붙어 있습니다. 이 카본 원사층을 가위로 오려서 금형 위에 덕지 덕지 붙여 카본 제품의 모양을 만들구요, 그 다음에 레진을 넣고 열로 찌게 되지요. 따라서 카본 제품의 제조 과정은 첨단스런 이미지와는 달리 매우 노동 집약적입니다. 그래서 선진국에서 카본 제품을 제조하는 경우는 드물지요.)
그런데 탁구용품에 사용되는 카본층은 이렇게 여러 장의 카본층을 레진으로 결합하여 찌는 방식이 아니구요, 단순히 한 층의 카본을 사용합니다. 탁구용품의 특성상 무게가 증가하기 때문에 많은 카본 소재를 쓸 이유가 없기도 하구요, 또 기본적으로 목재가 가진 성질을 크게 헤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만들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런데 여러분들이 실제로 카본층이 들어간 블레이드가 파손되어 그 층을 보게 되면 카본실이 있다고 보여지지 않고 카본층이 한층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일 거에요. 그것은 카본 원사를 결합한 카본천을 놓고 그 위에 목재층을 붙이기 전에 접착제가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카본층은 목재층이 아니기 때문에 목재와 잘 붙지 않는 문제가 있어요. 그래서 일반적인 목재층의 접합보다는 더 강화된 접착제를 사용하게 되는데요, 그 결과 카본천 자체가 가진 특성보다는 조금 더 딱딱한 금속성 재질로 인식되는 결과를 낳습니다.
만약 이 카본층을 딱딱한 느낌이 없도록 사용하고 싶다고 하면 소량의, 그리고 딱딱한 느낌이 덜한 접착제를 사용해서 굳혀야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내구성이 약해서 블레이드가 벌어져 버리는 일들이 종종 발생하지요.
이 부분에서 넥시는 과거 한니발과 오스카를 제작할 때부터 카본층을 사용하지만 매우 부드러운 감각을 유지하는 기술적 우위성을 보여 왔는데요, 목재의 구성도 구성이지만 결국 카본층을 어떻게 접합하느냐 하는 것이 상당히 기술적 노하우를 요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런 면에서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중국의 듣보잡 블레이드들이 시장에서 외면을 받는 것이지요. 구성은 똑 같은 구성인데 쳐보면 다르다는 것은 결국 이러한 접합 기술의 측면에서 일어나는 결과일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카본층을 사용했다고 무조건 가격이 비싼 것은 아니구요, 카본층을 목재층처럼 느끼도록 하는 어떤 기술적 노하우가 동원되었느냐에 따라 블레이드의 가치가 결정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넥시의 블레이드들은 이런 면에서 아주 뛰어납니다. 오래 쳐도 블레이드가 갈라지는 일이 드물구요, 그러면서도 목재처럼 부드러운 타구감각을 가지고 있지요.
스티가 글에서 넥시 칭찬을 해서 죄송합니다. ^^ 하지만 제 머리속에 넥시가 가득 담겨 있어서 수시로 튀어 나옵니다.
그런데 이 카본층은 기본적으로 스티가의 제품 제조 철학과는 맞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얇은 원사를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카본 원사들이 얼기설기 얽혀서 이루어진 카본층 자체가 상당한 두께를 갖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카본층을 목재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접착제가 스며 들어 일어난 일이기도 합니다. 좋은 접착제를 사용하여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이질감을 최소화한다는 것은 작업 공정에서 행할 수 있는 기술적 우위입니다만, 스티가는 이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카본 블레이드 자체를 거의 생산하지 않아 왔습니다.
스티가에서 제조한 몇 가지의 카본 블레이드를 살펴 보시면 아시겠지만 기본적으로 카본층의 느낌을 살린 블레이드가 거의 없습니다. 예전에 슈퍼 카본이라는 이름만 듣고 상당한 카본필이 있겠다 생각했다가 실망하신 분들도 계실 거에요.
그래서 흔히들, 스티가는 유럽형 올라운드 전형에 잘 맞는 블레이드이고 빠른 카본 블레이드는 역시 일본 블레이드들이라고들 생각해 왔지요. 그런데 이 기존의 사고에 도전하는 혁신적 변화가 일어납니다.
바로 텍스트림 카본층을 사용하는 카보나도 블레이드가 등장한 것이지요.
이 텍스트림 카본층은 스웨덴에서 특허를 가지고 있는 스웨덴 특산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스티가 외의 회사에서 미리 이 정보를 알고 제품에 적용할 수가 없었다고도 볼 수 있지요.
그럼 텍스트림 카본이란 무엇을 뜻할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5) 텍스트림이란?
텍스트림 카본에 대해서 제가 깊이 있게 알지 못함을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스티가사의 설명과 텍스트림 특허를 가지고 있는 해당 회사의 설명을 참조하여 제가 이해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텍스트림 카본에 대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카본 섬유는 카본실을 여러가닥 묶은 것을 엮어서 만든다고 말씀드렸지요?
그런데 카본 실을 모은 가닥 가닥을 교차하게 되면 실 자체가 가진 탄성에 의해서 울룩불룩하게 오르락 내리락 하게 되요.
(위와 같은 형태로 카본 원사 묶음들을 엮어서 접착제가 발라진 종이 위에 붙인 것이 실제로 자전거나 여러 카본 제품들을 만드는 작업에 사용할 수 있는 상태의 카본 섬유입니다. 구조적으로 올록 볼록하게 올라올 수 밖에 없게 되어 있지요? 그런데 이 원사의 덩어리가 어느 정도의 두께인가에 따라 이 올록 볼록하는 높낮이는 결정될 것입니다.)
그런데 텍스트림 카본은 그렇게 울룩불룩하게 올라오는 것을 막고 평평하게 한 것을 뜻합니다. 이것이 큰 차이를 가져 옵니다.
(보시는 것처럼 텍스트림 카본층은 섬유층의 두께가 매우 얇게 되어 있고 또 넓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엮이는 방식도 아주 촘촘합니다. 오르락 내리락 하고 굴록이 지질 않습니다. 그 이유는 카본층 자체가 얇기 때문입니다.)
어떤 차이를 가져 오냐 하면요, 사실 카본 원사는 매우 가늘기 때문에 두께가 거의 없다시피 해요. 그렇지만 그것이 1,000가닥이 모여 1K를 이루던, 아니면 3천 가닥이 모여 3K를 만들던, 그것을 엮어서 카본천을 만들게 되면 그것을 엮는 과정에서 올록볼록 두께가 생깁니다.
(카본 섬유의 굵기를 얇게 할 수록 올록볼록 올라오는 면은 일반적으로 더 많아 지겠지요? 그리고 그만큼 더 레진이 들어가게 됩니다. 그 결과 1K가 3K보다, 그리고 3K가 12K보다 더 경도가 높은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러나 카본 섬유층의 넓이가 두꺼워 지면 그만큼 경도는 떨어지지만 부드러움이 더해지고 무게는 가벼워 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두께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것을 나무층 사이에 붙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카본층을 목재에 붙일 때에는 기존의 글루보다도 더 강한 접착력이 있어야 합니다. 목재용 일반적인 접착제로 붙였을 때는 섬유가 가진 성질이 목재와 다르므로 내구성 있는 접착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카본 섬유층을 단순히 목재에 접합하는 것이 아니고 그것이 플라스틱처럼 굳어지도록 하는 그런 접착제를 일반적으로 사용합니다. 이것은 카본층이 나무층처럼 평평한 하나의 층이 아니고 실타래가 엮이면서 올록볼록하게 올라온 면도 있고, 또 실의 결에 따라 매끄럽기도 하고 하기 때문이지요.
결과적으로 카본층은 상당한 양의 접착제를 머금게 되고 그것이 타구감에 있어 약간의 인위적인 느낌, 혹은 금속적인 감각을 주게 됩니다. 각 회사는 강력한 접착 효과도 가지고 있으면서 카본 섬유층을 플라스틱처럼 딱딱하게 만들어 나무와 평평하게 잘 접착되게 하는 그런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카본층은 상당한 두께를 갖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실측시 0.3mm 내외의 두께를 갖게 되는데, 이것은 접착제의 도포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만약 카본층이 있는데 이 카본층이 매우 얇고 평평해서 올록볼록한 면이 없다고 하면 굉장히 적은 접착제로도 안정적으로 목재와 결합시킬 수 있겠지요? 그리고 두께 자체가 얇게 되므로 플라스틱이나 금속층이 들어간 것처럼 느껴지는 인위적인 느낌도 현저하게 줄어들 거구요. 바로 이런 점에서 텍스트림이 가진 가치가 발현되는 것입니다. 텍스트림은 카본층의 두께가 얇고 두 층의 엮음에도 불구하고 접착제를 머금는 공간 자체가 적을 뿐만 아니라, 목재와 카본층 사이에 들어가는 접착제의 두께도 얇아져, 결국은 인위적인 느낌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기존 카본층과는 다른 텍스트림만의 독특한 효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서 카본 원사 가닥 가닥이 올록볼록하지 않고 평평하게 엮이도록 할 수 있을까요? 그것은 원사를 옆으로 길게 펴서 배열하는 기술에서 비롯됩니다.
왼편이 일반적인 카본 원사들이 묶여서 실이 만들어지는 모습이구요, 오른편이 텍스트림 카본층을 만드는 모습입니다. 즉 카본원사들을 직조해서 실 가닥이 만들어질 때 기존 기술로는 많은 가닥들이 모여서 하나의 실 가닥을 만들고 그런 가닥들을 모아서 1K나 3K 등의 한 묶음을 만들기 때문에 카본이 기본적으로 더 두껍게 됩니다. 그런데 텍스트림은 좌우로 얇게 펴서 만들기 때문에 카본층이 매우 얇게 형성되지요.
지금 보고 있는 것은 카본 원사를 옆으로 펴서 배열한 UD 카본층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UD란 엮이지 않은 단방향이라는 말을 뜻하는데요, 이 층 자체가 텍스트림의 경우 훨씬 더 얇지요.
즉 우측 그림의 경우 더 굵은 실뭉치가 옆으로 펼쳐지는 바람에 공간이 많이 보이구요, 이 공간들을 더 많은 수지들이 채우고 있습니다. 접착제가 더 많이 들어간채로 카본층이 배열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좌측을 보시면 카본층이 가지런하게 놓여 있고 접착제가 들어갈 여지가 없지요. 결과적으로 올록볼록함이 있는 카본층이며 좌측에 비해서 덜 가지런하다고 하겠습니다.
실제로 카보나도에 사용되는 카본층을 제가 직접 만져 봤는데 접착제가 끈적하게 붙어 있는 상태의 카본층이 아닙니다. 실 상태로 가지런하게 배열된 것이 엮여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옆으로 펼쳐진 카본 원사층을 엮을 때는 이렇게 됩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카보나도에 사용된 카본층은 매우 넓은 카본층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카본층과 달리 옆으로 얇게 펼 수 있다는 특징 때문에 2cm 정도의 넓은 카본층으로 엮어진 소재가 많이 사용됩니다.
텍스트림 카본층을 엮어서 만들었을 때는 위와 같은 결과가 발생합니다. 우측 그림이 일반적인 방식이라고 하면 좌측이 텍스트림을 사용한 그림이구요, 우측 그림의 경우 훨씬 더 층이 두껍고 또 카본 사이 사이의 공간이 많이 보이지요? 실제로 텍스트림 카본 소재를 보면서 조금 놀라웠던 것은 카본층을 접착제가 발라진 종이 위에 붙여서 보관된 상태가 아니고 가느다란 카본 원사들이 그냥 접착제 없이 직조 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즉 레진의 사용량이 최소화 되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실 이런 형태의 카본 섬유가 반드시 더 좋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 카본층에 레진이 더해져서 단단해 졌을 때 기본적으로 카본 섬유층은 기능을 합니다. 레진이 없는 상태의 완전한 카본 섬유는 힘 없는 실 덩어리라고 볼 수도 있지요. 그런데 문제는 최근에 경량화를 위해서 많은 카본 업체들이 레진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텍스트림은 그것을 극단적으로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지요.
즉 자전거나 자동차, 오토바이, 골프채 등 카본 섬유를 사용하여 부품을 만드는 수많은 회사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경도와 더불어 경량입니다. 그런데 텍스트림은 그 경량화를 원하는 만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 준다는 장점이 있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결국 카본 원사층이 강도를 적절하게 갖기 위해서는 레진이 들어가서 단단하게 굳혀내야 하는 것이므로 텍스트림 카본층이 반드시 더 좋다고만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 텍스트림 카본층이 기가 막히게 잘 들어 맞을 분야가 하나 있지요. 바로 탁구 블레이드입니다.
그럼 텍스트림이 들어간 카보나도 블레이드는 실제로 어떤 특성을 지닐까요?
해당 주제로 넘어 가기 전에 텍스트림 원사에 대한 이해를 돕는 동영상을 한편 첨부합니다. 영어로 되어 있어서 이해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지만 위에서 그림을 보면서 설명한 내용들이 대략적으로 파악하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6) 카본과 접착 방식의 문제
카보나도에 대한 글을 쉽게 마무리지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네요.
오늘은 접착제 얘기를 좀 해 보려고 해요.
그 동안의 글을 계속해서 읽어 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티바는 아유스, 스티가는 림바, 그리고 다마스사를 비롯한 여러 일본 회사들은 히노키 소재들을 주된 세일즈 포인트로 삼아왔습니다.
그런데 다마스사는 1980년대 말부터 표면에 히노키를 사용하고 히노키층 아래에 카본 소재를 사용한 몇몇 블레이드를 한국 시장 내 히트 상품으로 계속 판매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마스 사의 해당 제품들은 넥시의 카본 제품들에 비해 타구감각이 더 단단하다는 느낌을 받으셨을 거에요. 그래서 카본층이 들어가면 다소 인위적인 느낌이 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생각이 당시에는 지배적이었지요. 이것이 어떻게 보면 카본 소재로부터 많은 분들이 합판류로 옮겨 오게 된 이유이기도 하구요.
그런데 넥시는 한니발을 발매하면서 가장 순수 목판 블레이드에 근접한 성격의 히노키 카본 블레이드라는 것을 모토로 삼았습니다. 그러면 이 과정에서 무엇이 일어난 것일까요?
다마스사가 최초로 두꺼운 카본 소재를 블레이드의 소재로 사용할 때를 상상해 보면서 글을 읽어 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우선 카본 소재는 나무와 다른 이질적인 소재입니다. 나무는 결이 있다고 하더라도 목재용 접착제를 사용할 때 접착제와 한 몸이 되는 소재입니다. 그리고 인접한 다른 나무층과도 카본층에 비해 쉽게 한 몸이 되지요.
그런데 카본층은 나무와는 아주 이질적인 소재입니다. 극세사로 만들어진 섬유판이다 보니 나무와 같이 한 몸이 되기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마스 사 이후에 카본 소재를 사용했던 수많은 업체들은 내구성의 문제를 표출했지요. (해당 업체들을 이곳에 적지는 않겠습니다.)
다마스사는 비교적 쉽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접착력이 우수한 접착제로 옮겨 가는 것이었지요. 기존의 목재용 접착제가 연성이 있어 탄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에 반해 그런 연성을 유지한 섬유나 목재용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결국 목재와 카본층 간에 틈이 벌어져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는 것이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카본 섬유층을 기존의 섬유적 느낌에서 하나의 합판이나 혹은 플라스틱 판 같은 느낌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그런 수지류의 접착제로 변경하였습니다.
그 결과 매우 내구성이 높지만 타구 감각에 있어 딱딱하고 인위적인 느낌이 드는 문제를 안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것이 반드시 나쁘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을 브랜드의 성격으로 가져가면 그것은 다마스사의 고유의 특성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상당수의 선수들이 이러한 딱딱함에 길들여져 갔고 부드러운 합판 블레이드들은 시장에 진입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지요. 이것이 1990년대 중반의 한국 시장 모습입니다.
이런 형태의 접착제가 가능했던 중요한 변수가 있어요. 그것은 히노키 층이 접착제를 머금지 않는 목재라는 것입니다. 히노키층은 매우 부드럽지만 접착제를 쉽게 흡수하지 않아요. 그래서 접착제가 바깥면으로 베겨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마스사를 비롯한 여러 아시아 업체들은 이런 형태의 강력한 접착제로 옮겨 올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넥시는 이런 접착제에 대해 만족할 수 없었습니다. 최초부터 5겹 합판은 7겹처럼 빠르게, 7겹 합판은 5겹처럼 부드럽게, 카본 소재는 순수 합판 블레이드처럼 우수한 감각으로 라는 조화될 수 없는 이상한 목표들을 가지고 블레이드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접착력을 위해 감각을 희생하는 선택을 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넥시의 오스카와 한니발은 접착제와 접착 방식에 있어 다마스사와 기타 단단한 히노키 카본류 블레이드를 생산하는 업체들과는 다른 길을 갔습니다. (이 부분은 오래 동안 감추어 왔던 것인데, 세월이 많이 흘렀으므로 이 정도는 공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다마스사의 선택이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마스사는 견고한 블레이드라는 인식을 얻었고,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최근까지 고가의 카본류 블레이드를 계속 만들어 오고 있습니다.
한 가지 조심스러운 이야기를 드리면, 다마스 사가 가지고 있는 아주 근본적인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다마스사가 계속해서 카본류를 개발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근원적인 이유가 하나 있지요.
그것은 일본의 군사 대국화 전략입니다.
일본은 아릴레이트 카본 섬유, 자일론 카본 섬유 등을 군사적 목적으로 개발하였고, 그것을 일본 자국 외의 국가로 반출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자위대가 해외 파병도 가능하도록 법이 바뀌었는데, 결국 그런 군국주의적 야심에 의해 개발되어 오고 그 목적에 의해 해외 반출이 통제되어 온 소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해당 소재를 정상적인 유통 구조를 통해 일본에서 다른 국가로 들여올 수가 없습니다. 그러므로 다마스 사는 그런 소재를 사용할 경우 독점 시장에 가까운 구조를 갖게 되지요. 일례로 중국 업체 중에서 어렵게 자일론 소재를 구해서 제품화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경우 어쩔 수 없이 고가의 블레이드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구하기도 어렵고 구할 때 치러야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우려 스러운 것은 일본의 군국주의가 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입니다. 일본에 자위대가 허용되고 군사 대국으로 성장하도록 미국이 내버려 둔 것도, 아니 오히려 그것을 독려한 것이 결국 북한과 그 북한으로 연결된 러시아, 중국 세력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지정학적 특수성 속에서 우리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의 산물이 탁구용품에 들어오고 그것이 고가의 독점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을 지켜 보고 있습니다. 제가 넥시를 열심히 해야 겠다고 생각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지요. ^^
얘기를 조금 접어서 스티가 얘기로 넘어 오도록 하지요.
스티가 사는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타구감각을 기반으로 한 림바 소재를 표층으로 사용해 왔고 그것을 스티가의 핵심적 특성으로 가져 왔다는 것을 여러 차례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림바층에는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할 경우 그것이 림바층에 스며들어 림바층 자체의 성질을 바꿔 버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스티가가 가진 어떤 한계점 같은 것으로 수 십 년을 진행해 온 문제입니다. 스티가는 림바층이 가진 타구 감각을 높이 사는 만큼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못 하는 한계를 가지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한계점을 스티가는 브랜드의 성격으로 삼았습니다.
그 결과 스티가는 기존의 올록볼록한 카본층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카본층을 사용할 때 결국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해야 할 것인데, 그렇게 되면 림바층 사용이 어려워 지는 것이지요. 다른 층은 그런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카본층 전후로만 사용한다는 결정을 내릴 수도 있는데, 그럴 경우 결국은 스티가 다움을 잃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스티가는 강력한 카본층 자체를 버리고 스티가 다움에 주력합니다.
그래서 얄팍한 한 겹의 UD 카본류 등을 사용할 경우가 있긴 해도 올록볼록하게 올라오는 카본층은 아예 사용하지 않은 것입니다.
이것은 세계 시장 내에서 스티가 다움이 가진 독특함을 각인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지요. 결국 다마스사와 스티가사는 상대적으로 극단적 대척점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다소 인위적인 감각이 들더라도 강력함과 견고함을 무기로 삼는 다마스사와 다소 약하더라도 자연스러운 합판의 감각에 치중한 스티가라는 양대 산맥이 세계 블레이드 시장에 두 축을 이루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전진 탁구를 특징으로 하는 중국 탁구계에서 스티가의 합판 감각이 큰 승리를 거두게 되면서 세계 시장 내에서 스티가는 독자적 시장 규모를 유지하게 됩니다. 빠르게 치고 나가는 현대 탁구의 흐름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감각이 좋은 블레이드가 가진 장점이 분명히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견고함을 중시하는 미국 시장에서 스티가는 인기를 누리지 못 합니다. 반면에 다마스사는 견고함이라는 이미지를 잘 살려 가지요. 그것에 담겨 있는 군사 대국화라는 이면의 색조를 알아 차리는 사람들이 없으니 말이지요.
이렇게 보니 넥시는 넥시 다움으로, 다마스 사는 다마스사 다움으로, 스티가 사는 스티가 다움으로 각자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 분명히 보이시지요?
그런 의미에서 카보나도는 스티가 70년의 역사를 바꾸는 획기적인 블레이드입니다. 텍스트림 카본은 올록볼록 올라오지 않기 때문에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것입니다. 즉 접착에 있어 목재와 쉽게 결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지를 최소화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비로소 스티가는 림바 표층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면서도 강력함을 가진 카본층을 블레이드에 사용하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이러한 텍스트림 카본층이 삽입된 카보나도가 가진 성격은 무엇일까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17) 카보나도 145와 190의 차이
카보나도의 카본층은 기존의 카본층에 비해 횡으로 더 얇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얇은 만큼 타구감에 자연스러움을 더해 줍니다. 즉 스티가가 아끼는 림바 표층의 감각을 고스란히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에 비해 기존의 카본층은 가지지 않았던 독특한 또 하나의 특징을 보여 줍니다. 그것은 횡으로 얇은 카본층의 직조 방법에 따른 반응의 차이입니다.
즉 카본층을 배열함에 있어 횡으로 배치하느냐, 혹은 대각선으로 배치하느냐에 따라 카본층이 임팩트에 대해 반응하는 방식에 차이가 일어납니다. 텍스트림 구조의 카본층 배열이 결을 이루어 각각의 카본섬유 가닥들과 서로 연동되기 때문이지요.
이 내용을 잘 설명하기 위해 과거에 작성했던 내용을 아래에 재인용해 봅니다.
아래의 내용들은 지난 5월 18일에 올렸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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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ONADO 190
카보나도 190
* 상품설명 *
For the new Carbonado blades we have taken carbon blade manufacturing to a new level by using a made in Sweden carbon technology known as TeXtreme. The blades are built with five layers of wood and two layers of lightweight TeXtreme Spread Tow Carbon fibers. This unique and patented carbon is the first of its kind and has never before been experienced in Table Tennis.
The special TeXtreme Spread Tow Carbon is flexible in only one direction, either flexural or torsional, making it possible in the manufacturing process to adjust and improve the ball trajectory and speed to accommodate playing style. The two layers of carbon are applied in a 45 degree angle or a 90 degree angle.
Carbonado 190 is constructed with Carbon layers in a 90 degree angle with flexural bendability, giving the blade a stiff feel with great stability and high speed. The longer and flatter trajectory makes it an excellent choice for players who want to dominate play with high speed strokes.
The Carbonado blades offer the player a personalized Sweet Spot. The Carbonado 190 with flexural bendability gives a higher Sweet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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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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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나도 190
카보나도 블레이드를 설계하면서 스티가에서는 기존의 블레이드 제조에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카본 재질을 사용하였습니다. 본 카본 재질은 스웨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소재로 텍스트림이라고 이름 붙여 졌습니다. 카보나도는 5겹의 목재층 사이에 아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텍스트림 카본을 얇게 배열하였습니다. 특허 기술이 증명하듯 새롭고 독특한 텍스트림 카본 재질은 탁구 역사상에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소재입니다.
텍스트림 카본층이 갖는 독특성은 단방향으로만 유연성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즉 뒤틀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판 자체가 휘는 방향으로 움직이든가 하지, 동시에 뒤틀리면서 휘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특성이 카보나도 블레이드에 적용되어 공의 높이와 속도를 각 플레이어가 가진 스타일에 맞춰 조정하게 됩니다. 스티가에서는 두 층의 텍스트림 소재를 45도 방향으로 엇걸어 배열하거나 혹은 90도 방향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설계하였습니다.
카보나도 190 블레이드는 90도 방향으로 카본층을 배열하였으며 판 전체가 휘는 특성을 사용하였습니다. (145 블레이드는 판의 뒤틀림 효과를 사용합니다.) 그 결과 블레이드는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며 높은 안정감 속에 강력한 스피드가 구현됩니다. 궤적이 높지 않으면서도 멀게 날아가는 포물선을 가지고 있어 강력한 속도감으로 게임을 지배하고 싶은 플레이어에게 적합합니다.
카보나도 시리즈는 각 개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스윗 스팟을 충분히 제공해 줍니다. 특히 190 블레이드는 카본 전체적인 휨을 구현하여 넓은 스윗 스팟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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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보나도 145 의 영문 설명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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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BONADO 145
카보나도 145
* 상품설명 *
For the new Carbonado blades we have taken carbon blade manufacturing to a new level by using a made in Sweden carbon technology known as TeXtreme. The blades are built with five layers of wood and two layers of lightweight TeXtreme Spread Tow Carbon fibers. This unique and patented carbon is the first of its kind and has never before been experienced in Table Tennis.
The special TeXtreme Spread Tow Carbon is flexible in only one direction, either flexural or torsional, making it possible in the manufacturing process to adjust and improve the ball trajectory and speed to accommodate playing style. The two layers of carbon are applied in a 45 degree angle or a 90 degree angle.
Carbonado 145 is constructed with Carbon layers in a 45 degree angle with torsional bendability which gives the blade more flexibility and increased stiffness. The high trajectory makes it a perfect choice for the offensive player who looks for good speed and stability combined with excellent control.
The Carbonado blades offer the player a personalized Sweet Spot. The Carbonado 145 with torsional bendability gives a wider Sweet Sp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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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번역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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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보나도 145
카보나도 블레이드를 설계하면서 스티가에서는 기존의 블레이드 제조에 사용되지 않았던 새로운 카본 재질을 사용하였습니다. 본 카본 재질은 스웨덴에서 독자적으로 개발된 소재로 텍스트림이라고 이름 붙여 졌습니다. 카보나도는 5겹의 목재층 사이에 아주 가벼운 무게를 자랑하는 텍스트림 카본을 얇게 배열하였습니다. 특허 기술이 증명하듯 새롭고 독특한 텍스트림 카본 재질은 탁구 역사상에 사용된 적이 없는 새로운 소재입니다.
텍스트림 카본층이 갖는 독특성은 단방향으로만 유연성을 지닌다는 점입니다. 즉 뒤틀리는 방향으로 움직이든가, 그렇지 않으면 판 자체가 휘는 방향으로 움직이든가 하지, 동시에 뒤틀리면서 휘는 경우는 없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 특성이 카보나도 블레이드에 적용되어 공의 높이와 속도를 각 플레이어가 가진 스타일에 맞춰 조정하게 됩니다. 스티가에서는 두 층의 텍스트림 소재를 45도 방향으로 엇걸어 배열하거나 혹은 90도 방향으로 배열하는 방식으로 나누어 설계하였습니다.
카보나도 145 블레이드는 45도 방향으로 카본층을 배열하였으며 판 전체가 뒤틀리는 특성을 사용하였습니다. (190 블레이드는 판의 꺾임이나 휨 효과를 사용합니다.) 그 결과 블레이드는 더 유연하게 느껴지며 너 높은 융통성을 줍니다. 그러나 여전히 카본 블레이드가 가지고 있는 단단함은 유지하고 있습니다. 공이 날아가는 포물선 자체가 190블레이드에 비해 더욱 높기 때문에 빠른 스피드와 더불어 정확한 송구점을 염두에 두고 플레이하는 컨트롤 위주의 전형들에게 적합합니다.
카보나도 시리즈는 각 개인들이 원하는 만큼의 스윗 스팟을 충분히 제공해 줍니다. 특히 190 블레이드는 카본의 뒤틀림 성력을 가미하여 넓은 스윗 스팟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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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글 사이에서 휨과 뒤틀림, 혹은 꺾임과 뒤틀림이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그것이 무엇을 말하는지 잘 모르셨을 거에요.
즉 텍스트림 카본 소재는 소재 전체가 휘거나 변형되지 않고 단방향중 하나만 적용된다는 뜻입니다.
휨이나 꺾임은 flexural 이라고 표현되어 있고 그림으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그리고 뒤틀림은 torsional 이라고 표현되어 있고 아래 그림을 보시면 이해하실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번에 작성했던 글입니다.
이 글에서 꺾임(flexural)과 뒤틀림(torsional)이라는 표현이 등장하는데요, 이것이 스티가의 카보나도 190과 145의 차이를 이해하는데 매우 중요한 개념입니다. 즉 190과 145에는 동일한 카본 재료가 사용됩니다만, 그 카본 재질의 직조결이 서로 엇걸어 사용됩니다. 그 결과 라켓을 휘두를 때 공에 대한 반응에 차이가 발생합니다.
스티가의 설명에 따르면 카보나도 블레이드의 경우 공이 타구될 때 꺾임과 뒤틀림 중 하나만 작용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것은 텍스트림 카본층이 둥근 실 뭉치를 엮어 짜 만든 일반적인 카본층과 달리 실을 얇게 펴서 만든 얇은 판 형태의 카본층을 엮어서 만들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입니다.
지난 번 글을 쓸 때만 해도 이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깔끔한 설명을 드릴 수가 없었지요. 카보나도에 사용된 카본층은 약 2cm의 두께를 갖는 얇은 카본 섬유 판들입니다.
이처럼 얇은 섬유층들이 두 개의 방향으로 놓여지면서 엇걸어 진 것이 텍스트림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그 결과 이 결의 직조 방향에 따른 차이가 있다는 것입니다. 기존의 카본층은 옆으로 넓게 펼쳐진 형태보다도 동그랗게 말린 실 뭉치들이 조합된 느낌이므로 이렇게 단방향성 반응이 일어나지 않고 판 전체가 공을 싸 안듯이 반응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단단하게 펼친 보자기에 공을 던지면 보자기가 공을 폭 싸 안겠지요? 이런식으로 판 전체가 반응한다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텍스트림 카본에서는 그런 반응보다는 단방향성으로, 즉 휘거나 혹은 뒤틀리는 어떤 한 성질로만 반응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실제 타구되는 면의 스윗스팟에서도 차이가 있게 됩니다. 즉 맞았을 때 균일하게 반응하는 면의 배치가 카본 섬유의 결의 배치에 따라 차이가 나게 됩니다.
그림으로 살펴 보시면 이해가 쉬우실 것입니다.
145 모델이 횡방향으로 조금 더 넓게 펼쳐져 있는 듯 하구요, 190모델이 조금 더 세로 방향으로 길게 펼쳐져 있지요.
이것은 손잡이를 기준으로 봤을 때 직각 방향으로 직조결이 형성되어 있느냐, 아니면 대각선 방향으로 직조결이 형성되어 있느냐 하는 것에서 비롯되는 차이입니다.
위의 그림을 보시면 조금 더 이해가 빠르시지요?
실제로 공의 궤적에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근소한 차이겠지만 공이 날아가는 높이에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아래 그림을 통해 확인해 주세요.
이제 카보나도에 대해 정리가 좀 되시나요?
그런데 정작 중요한 얘기는 145와 190이 어떤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가 아닙니다. 카보나도의 얄팍한 텍스트림 카본층이 기존의 카본층과 어떤 성능 및 감각의 차이를 가지고 있는가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요. 그 내용은 다음편으로 넘기겠습니다. 이 글이 좀처럼 끝나지지가 않네요.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 - 카본층이 살아 있다
스티가의 블레이드 개발사에 대해서 이제 마무리를 해야 할 단계이군요. 스티가가 지금까지 걸어 온 길을 살펴 보면서, 블레이드라는 것이 어떤 역사를 통해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비교적 상세하게, 특히 일본의 다마스사와 독일의 티바사의 사례를 비교해 가면서 적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 글을 지금까지 읽어 오신 분들은 넥시가 걸어 가고 있는 길이 다른 브랜드와 얼마나 다른지도 충분히 인지하셨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넥시처럼 짧은 시간에 다양하면서도 깊이 있는 여러 갈래의 길들을 탐색한 업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창의적인 블레이드는 많지 않았고 몇 개의 블레이드들을 토대로 수없이 비슷한 변종들을 쏟아 내 온 것이 탁구 브랜드들의 역사이지요.
크게 보면 다마스 사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가 추진해 온 결과물인 특수 소재층을 활용한 블레이드 개발로 독자성을 추구해 왔고 그 외의 다수 목판 블레이드들은 히노키 소재에 의존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스티가의 블레이드나 기타 브랜드의 블레이드를 변형하는 형태로 라인업만 다양하게 추구해 왔지, 그 외의 독창적인 어떤 것들을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접착력에 치중하여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한 것이 실제 목판과 카본층이 가진 감각을 선명하게 구현해 내지 못 하고 일체화 된 인위적인 감각을 만든 단점이 있습니다.
스티가는 그런 반면에 림바층의 감각에 깊이 매료 되어 끊임 없이 림바층으로 회귀하는 특성을 보여 왔구요, 카보나도 시리즈에 있어서도 동일한 결과를 빚고 있습니다. 그런데 림바층이 가진 특성이 접착제를 강력하게 사용할 경우 접착제가 스며들어 림바가 가진 고유의 특성을 잃게 되고 플라스틱처럼 딱딱해 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강력한 접착제를 사용하지 못 한다는 장점이자 단점을 안게 되었습니다. 그 결과 스티가의 블레이드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타구 감각을 갖게 되었지만 통상적인 블레이드보다는 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게 되었고 그 결과 미국처럼 합리성을 중요시하는 국가에서는 판매량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목재가 가진 자연스러운 타구 감각을 중요시 한 것은 세계적인 플레이어들에게 넷트 앞 플레이 등에서 우수한 감각을 준다는 평가와 더불어 회전량과 중진 파워에서의 우위로 인해 크게 인정 받았고, 결국 베스트 플레이어는 스티가 라는 공식을 세계 시장에서 증명해 왔습니다. 지금도 세계적인 선수들이 다수 스티가 블레이드를 사용하고 있지요. 그러므로 내구성이 약하더라도 스티가 블레이드여야만 한다는 매니아 층이 중국과 한국에는 다수 형성되어 있습니다.
티바의 경우는 아유스 층을 중심으로 회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아유스층은 감각적으로 여타의 소재와 다른 특수한 느낌을 가지고 있는데요, 우리 말로 표현하자면 텅텅 거린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 아유스가 가진 독특함이 티바다움의 한 면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아쉬운 것은 뚜렷한 하나의 흐름 보다는 조금은 잡다해 보이는 경향성을 가지고 있어 다양함으로는 어필할 수 있으나 뚜렷한 제품 개발의 방향성을 잡기가 조금 애매하다는 면이 아쉽습니다. 그러나 티바는 언제나 다음 버전의 제품이 무엇이 될지를 알 수 없게 만드는 브랜드입니다. 변덕스러운 여자 친구처럼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면이 있지요.
그런데 이 세 개의 브랜드 중에서 스티가를 집중 탐구해 오면서 비로소 카보나도 블레이드를 조금은 집중해서 시타해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먼저 얘기해야 할 것은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가 실제 제품의 성격을 결정하는 면이 상당히 있다는 것입니다.
카보나도에 사용된 카본층은 텍스트림 카본층입니다. 텍스트림 카본층은 아주 얇으면서도 굴곡이 없는 평평한 층을 이루고 있습니다. 얇을 뿐만 아니라 글루에 발라지지 않은 상태에서 나무층 위에 놓일 수 있습니다. 즉 끈적한 스티커 형태로 나무 위에 얹혀 진 다음 다시 글루층으로 접착되는 방식이 아니고 순수한 카본층 상태로 나무 위에 올려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다시 글루가 발라져서 접착되게 됩니다.
그런데 굴곡이 없이 평면으로 얄팍하다는 것은 글루층 두께가 얇아지는 결과를 빚습니다. 즉 섬유층의 굴곡 틈으로 글루가 스며드는 일 없이 평평한 섬유 조직 위에 얄팍하게 또 하나의 글루층이 더해지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글루는 림바층의 타구 감각을 손상시키지 않을 만큼의 특성을 지녀야 합니다. 즉 글루층 자체가 두껍지 않을 뿐더라 강하지 않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카보나도 블레이드의 카본층은 결과적으로 얄팍한 카본 섬유층 위에 얇은 글루층이 덧발라진 형태가 되니다.
이러한 카본층의 구성은 타 회사의 카본층과는 많이 다릅니다. 기존의 카본층은 원형의 카본 섬유층이 엮어지기 때문에 그 사이 사이의 틈으로 글루가 스며들어 글루층과 섬유층이 하나가 되지요. 또 그만큼 글루의 사용량도 증가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카본이 가진 순수한 느낌보다는 글루층이 가진 플라스틱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남습니다. 이것이 반드시 나쁘다고는 할 수 없으나 카보나도 층과 분명한 차이는 남기게 되지요.
(넥시를 이끌고 있는 입장에서 카보나도만을 칭찬하다 보면 넥시의 특수 소재 블레이드들을 저평가하는 결과를 빚을 수도 있어서 조심스럽습니다. 그러나 넥시의 블레이드들을 만들면서 가장 자연스러운 원목 블레이드 같은 느낌의 특수 소재를 사용한 블레이드들도 시도해 봤고, 그 결과 한니발과 오스카라는 인지도 있는 제품도 만들어 본 경험이 있습니다. 즉 반드시 텍스트림 카본층이 좋다라는 형태의 결론 보다는 카보나도가 가진 독특함을 끝까지 설명하려고 하는 것이 본 글의 목표라는 것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카보나도 블레이드는 카본층이 얇은 글루층 사이에 글루와 섞이지 않은 채로 남아 있습니다. 글루층이 사이 사이 스며들어 한 덩어리가 되어 버린 느낌이 아니지요. 그러나 상대적으로 글루층의 가미가 적기 때문에 단단한 타구 감각이나 혹은 아주 빠른 스피드 같은 것은 기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잉카나 아리랑 같은 블레이드들은 매우 얇아도 아주 강력한 스피드를 가지고 있지요. 두께만 가지고 짐작하기 어려운 힘을 지녔습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두 블레이드의 경우 한니발이나 오스카에서 사용하던 접착제가 아닌 다른 접착제를 사용하기 때문입니다. 즉 감각을 위해 단단함을 희생시킨다는 1세대적 목표가 아닌, 두껍지 않으면서도 강력한 한방을 장착한 블레이드여야 한다는 3세대의 목표에 충실한 블레이드들이기 때문에 일부러 강한 힘을 보이도록 하는 접착제가 선택 되었습니다. 아크라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즉 반드시 인위적인 감각을 줄이도록 하는 것만이 추구점은 아닐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카보나도는 애초부터 강력함과는 거리가 먼 접착제를 사용할 뿐만 아니라 접착제의 사용량도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그래서 카본층과 접착제는 한 덩어리가 되면서도 접착제가 우위를 점하면서 카본층이 그 안에 섬유질로 존재하는 형태가 되지 않고 접착제와 별개의 카본 섬유층이 살아 있는 듯한 감각을 가지고 있지요.
이 카본층은 또 다시 목재층과 결합됩니다. 그런데 목재층은 글루층에 의한 손상을 최소화 하는 형태로 접착됩니다. 즉 접착제가 카본층에도 깊이 스며들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나무층에도 깊이 스며들지 않습니다.
사실 이것은 카본층과 목재층의 결합이 충분히 단단하지 않을 수 있다는 단점을 낳습니다. 그래서 내구성의 문제로 인해 스티가 블레이드는 탁구닷컴에서 구매해야 한다는 공식이 성립하게 되는 결과를 빚습니다. 아쉬운 점이긴 하지만, 림바층의 특성을 높이 사는 스티가의 입장에서는 최선의 답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자, 이렇게 결합된 각 층은 어떤 효과를 낳을까요? 실제로 타구하게 되면 우선 이것을 느낍니다. 중간에 카본층이 들어가 있다는 것을 매우 선명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본층이 글루층에 의해 범벅되지 않고 하나의 독립적인 층으로 존재할 뿐만 아니라, 목재층과도 분명히 분리되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접착제가 적게 사용된 만큼 카본층은 목재층과 분리되어 이질적인 층으로 감각 됩니다.
어떤 사용자분이 “후라이판” 같다고 평하셨는데요, 그 말이 맞지요. 분명 그 속에 후라이판 같은 카본층이 들어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은 카본층이 강력한 힘을 발휘하기 때문은 아닙니다. 카본층은 타 브랜드에 비해서 얇고 또 목재와 얽혀 있지 않습니다. 그런만큼 목재를 단단하게 만들어 준다고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카본층 자체가 가진 특성은 매우 분명하게 느껴집니다.
이렇게 표현하면 적절할까요? 이 블레이드는 중층, 카본층, 표층의 감각이 하나로 묶이기 보다는 각자의 생김새를 지닌 채로 한 덩이로 존재합니다. 그래서 표층의 감각에 집중하면 표층의 특성이 느껴지고 카본층의 감각에 집중하면 카본층의 감각이 느껴집니다. 중층이야, 감각 보다는 힘,혹은 균형 등의 기능으로 존재하니까 직접 느끼기는 어렵습니다만, 표층과 카본층이 분리된 감각으로 인식되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마치 후라이판으로 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것입니다.
그럼 카보나도는 좋은 블레이드일까요? 이런 텍스트림을 사용했기 때문에 가치를 분명히 지니고 있을까요?
저에게 많은 분들께서 비교 평가를 부탁하시는데, 사실 저는 어떤 블레이드가 더 빠르고 어떤 블레이드가 더 좋다라고 비교 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습니다만, 제 경우에는 이제 아마추어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경기력의 향상을 위해 어떤 블레이드가 더 좋을 것인가를 관심 가지고 평가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어쩌면 첫 번째 이유일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관심을 두고 보는 면이 다를 수 있잖아요? 저는 세대별로 관심을 두는 점을 달리 하면서 블레이드를 개발해 왔습니다. 그래서 세대가 바뀌면 보는 시각도 달라지고 관심 가지는 면도 달라지지요. 그래서 플레이어의 입장에서 보는 일반적인 데이터는 통상적으로 가지지 못 합니다. 그것보다는 넥시의 입장에서 추구하는 추구점에 대해 집요하게 생각하지요.
이런 면에서 보면 카보나도 역시 일반적인 사용자의 입장에서 담백하게 추천할 만 하다, 그렇지 못 하다는 말을 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런데 블레이드 개발자의 입장에서는 매우 흥미가 가는 몇 가지 요소들을 꼽아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카본층이 블레이드에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를 카보나도 이상으로 선명하게 보여 줄 수 있는 블레이드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카보나도는 카본층이 블레이드에 총합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아주 선명하게 지각되도록 도와 줍니다. 그래서 자신이 카본 블레이드를 사용해야 할 것인지, 그렇지 않으면 합판 블레이드로 집중해야 할 것인지를 판단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카본층이 하는 역할을 구분해서 감각하도록 해 주기 때문이지요.
음악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능력이 하나 있는데요, 그것은 한 노래를 이루고 있는 여러 악기들의 소리를 구분해서 독자적으로 듣는 것입니다. 즉 한 노래에도 브라스, 스트링, 피아노, 보컬, 드럼 등 여러 요소들이 있는데, 보통의 사람들은 그것을 뭉뜽그려서 하나의 노래로 듣지만, 수준 높은 매니아들은 각각의 다른 소리들을 구분해서 쫓아 가며 듣습니다. 그렇게 하면 한 곡을 들어도 여러 곡을 듣는 것과 마찬가지이지요.
탁구도 매니아가 되면 이처럼 각 층의 감각을 독립적으로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는 넥시 블레이드를 개발하면서 미세 조정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요, 미세 조정 과정에서는 각 층들이 어떤 감각을 더해 주고 어떤 성능에 영향을 주는지를 구분해서 감각하게 됩니다. 이 능력이 없으면 문제는 알겠는데 해법은 모르는 결과를 빚지요. 공이 날리고 블레이드가 울리는데, 어느 층을 빼고 어느 층의 두께를 더해야 그것을 잡을 수 있는지를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각 층의 특성을 구분해서 지각하게 되면 그것을 성공적으로 해 낼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카보나도 블레이드를 사용하면 제가 하는 그런 과정을 여러분들도 상당히 유사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맞힌 공은 카본층의 역할이 어느 정도 더해 졌구나 하고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두 번째로 꼽고 싶은 것은 순수 합판 소재가 가진 특성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카본의 특성을 더한다는 개념의 블레이드를 만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만 한니발이나 오스카처럼 전체적인 면에서 조정되어 총합적인 감각이 합판 블레이드와 유사한 그런 개념은 아닙니다. 비록 정도가 약할 수는 있어도 카본의 역할이 매우 선명하게 지각되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카본다운 특성은 많지 않으면서도 카본 블레이드스러운 감각은 강한 것이 바로 카보나도이기 때문입니다.
결과물로서의 카보나도는 탁구대 위에서 플레이어가 지녀야 할 감각적 장점들은 충분히 가지면서도 물러 났을 때 뒤로 밀리지 않을만한 힘을 지닌 블레이드입니다. 감각적인 상이함을 느끼는 얼마간의 과정을 지나고 나면 특수한 느낌들은 사라지고 강력하고 편한 블레이드라는 하나의 인상만 남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러나 카보나도가 문제가 없는 블레이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넥시의 개발자로서 비평한다고 하면 이런 점을 문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글루층의 역할을 줄이고 극박의 카본층을 삽입한다고 하는 것은 카본의 감각은 고스란히 남기면서도 카본이 가진 특성은 줄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즉 통상의 카본 블레이드들처럼 아주 강력하지는 않으면서도 카본이 가진 감각은 매우 분명하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넥시가 추구했던 목표와는 매우 상반된 결과입니다. 넥시는 카본의 특성은 항상 분명하게 가져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카본 블레이드라면 매우 빠르고 강력해야 합니다. 카본 블레이드이면서 부드럽고 여린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그러나 카본 블레이드이지만 감각적으로는 너무 무디거나 인위적이면 안 됩니다. 이런 면에서 감각적인 면을 더 많이 추구한 블레이드가 오스카, 한니발, 스파르타쿠스, 카나프, 체데크 등이라고 한다면, 감각 쪽을 다소 희생하면서 파워 쪽에 더 많은 표를 던진 블레이드들이 잉카, 아리랑, 아크라시아, 칼릭스, 카보드 등이지요.
그런데 스티가는 결과적으로 보면 카본의 인위적 감각은 분명히 느껴지되 카본다운 특성은 많지 않은 희한한 블레이드를 만들었습니다.
탁구계 전체적으로 보면 이것은 이질적인 도약입니다. 이런 방향으로도 갈 수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하지요. 그런데 이것이 스티가만의 독자적 업적은 아닙니다. 텍스트림이라는 독특한 카본층을 만들어낸 텍스트림 사가 스웨덴에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지요.
요즘 들어 스티가를 통해 스웨덴을 다시 보게 됩니다. 재미있는 것들이 몇 가지 보여요. 우선 브랜드 이름들이 하나같이 독특하고 강력합니다. STIGA는 물론이구요, NOKIA, IKEA, VOLVO, MANN, SCANIA, 하나같이 예쁘고 힘있으면서 매력적인 이름들입니다.
그리고 의외로 스웨덴이 군사 강국이더군요. 그런만큼 소재 산업에 있어서도 분명히 앞서 가는 면이 있는 것 같아요. 한 마디로 말하면 미세한 부분에서 매력을 뿜어 내는 일본 기업들과 비교하면 근원적인 가치 부분에서 매력을 갖는 것이 스티가 기업들의 특성인 것 같습니다. 근거를 세세하게 대지 않고 너무 단정적으로 말씀드렸습니다만, 이것은 그냥 스웨덴을 가끔 들르면서 느끼는 저의 개인적인 소감이라는 정도로만 정리해 두고 싶습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그런 모든 특성들이 텍스트림이라는 독특한 소재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스티가는 그 소재를 통해 카보나도라는 독특한 상품을 만들어 하나의 도약을 이루게 되었구요.
그럼 앞으로는 어디로 가게 될까요? 제가 만약 스티가의 개발자라고 하면 지금과는 정 반대의 방향으로 가자로 하겠습니다. 즉 카본다운 느낌은 줄이고 카본이 가진 특성은 늘리자고 말이지요. 그런데 사실 이게 넥시가 주로 하던 방식이라 스티가에게 말할만한 것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다만 이 글을 통해 넥시와 스티가가 어떻게 다른 길을 걷고 있는지를 여러분들께 보다 더 정확하게 설명 드렸다고 할까요?
이번 글로써 스티가 블레이드 개발사의 대장정을 마쳤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탈고 기념회라도 하고 싶을 정도네요. 아무리 적어도 계속 적을 것들이 더 있어서 참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는 딱이 더 적고 싶은 것이 떠오르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다 적은 것 같아요.
언젠가 새로운 생각들이 더 고이면 그때 또 다른 연재로 찾아 뵙겠습니다. 우선은 카리스 관련 글들을 좀 적어야 할 것 같다고 생각되네요. 재미 있으셨나요? 감사합니다.
첫댓글 유럽, 일본, 넥시 블레이드의 개발과정에 대한 차이들을 밝히는 연재글을 올립니다.
감사합니다. ^^
이해를 못하시네요. 옮겨오든 새로 붙이기하든 관계없이 다른 곳에 공개적으로 올려져있는 글이니 궂이 여기 안옮겨오셔도 돼요. 필요하면 가서 읽을께요. 여기에서까지 이런 글 보고 싶지 않습니다. 저는 업자아닙니다. 아까운 업무시간에 이런 글 때문에 시간 뺏기고 싶지 않습니다.
@스윙바이 예, 읽으셨으면 읽지 않으셔도 되지 않을까요?
고슴도치 카페와 다른 운영 원칙으로 운영하신다고 하면, 제 글이 제가 쓴 원저작자고 이 카페에 관련성이 있어서 올린 글인데 내려라 마라 하시지는 않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본래 제가 이곳에 활동하는 것에 대해서 오케이 하시지 않았나요?
스윙바이님을 위한 글은 아니구요, 저에게 넥시가 다른 브랜드와 어떻게 다른지, 일본 업체들은 어떻게 제품을 만드는지, 알려 달라는 분들이 계셔서 올리는 것입니다.
카페는 개인 공간이 아니고 공동 공간이며, 글에 대해서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거짓말을 한다던지..무슨 비도덕적인 성격이 있지 않다면 내리라는 말을 하실 일은 아니라고
@TAK9.COM 생각해요. 이곳도 고슴도치 카페처럼 까다로운 원칙을 지켜야 하나요? 그곳에서는 제가 좀 조심스럽습니다만, 이곳은 상대적으로 더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TAK9.COM 읽어야 이전에 본건지 알죠. 일반 소비자가 아니라 업자분이시잖아요. 일반 회원과 같은 권한으로 활동하실 수는 없습니다.
@스윙바이 업자에게 제한을 두는 것은 부당한 일입니다. 제가 업자로서 부당하게 행동할 때 제약을 받아야지, 문제가 없는 행동인데 제약을 두는 것은 아니지요.
@TAK9.COM 업자분이 그곳보다 이곳에서 더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세번째로 말씀드릴께요. 타 카페에 올렸던 글은 가져오지 마세요.
@스윙바이 예, 새글 쓰기로 하겠습니다. ^^
글 보시는 것이 불쾌하시면, 이 글 하나에 모든 글을 옮겨 두겠습니다. 다시 새글 쓸 일 없게 말이지요. ^^
힘드네요... 다 새로 쓰려니... ^^;;
그래도 주인장님 말씀을 따라서 다 새로 쓰기로 했습니다. ^^
@TAK9.COM 복사해서 붙이신 것 가지고 새로 썼다고 생색내시네요. 그리고, 새로 쓰라는 글이 어디에 있나요? 옮기든 붙여오든 상관없이 다른 카페 글은 가져오지 말라고 했는데 무시하시네요?
아마 저 때문에 글을 옮겨오신것 같은데, 제 말을 오해하셨나봅니다. 저는 이미 이글을 모처에서 읽었을뿐만 아니라, 이런 장황한 글에서는 회사들간의 가치에 대해 건질 수 있는게 거의 없습니다.
가치의 높고낮음에 대해 주장하셨는데, 그것을 대략적으로나마 파악할 수 없는 방법은 역시 '숫자'일 것입니다.
1. 제품의 기획과 설계에 참여한 인원은 몇 명인가?
2. 생산에 필요한 목재를 선별하고 점검한 인원은 몇 명인가?
3. 몇 개의 샘플이 만들어졌었고, 그것을 몇 명이 시타하였으며 어떠한 연유로 최종 샘플로 선정되었는가?
4. 제품의 구상부터 실생산까지 몇 개월이 소요되었는가?
5. 제품에대한 QC 인원은 몇 명인가?
예.... ^^
숫자로 모든 것을 평가한다면, 중국에서 제일 좋은 블레이드가 나와야 할 거에요.
일단 답변 드립니다.
1. 제품의 기획과 설계에는 제가 혼자 진행합니다.
시타 과정에서는 탁구닷컴의 직원들과 여러 스폰선수들이 동원됩니다.
탁구닷컴은 전국에서 수위권에 있는 1부 선수 23명을 보유하고 있고,
그중에는 윤홍균 선수 등 상당한 실력과 감각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있습니다.
가장 최근의 제품들은 김정훈 선수와 김정훈 선수의 동료들이 참여 하였고
(악티움 개발시 강동수 선수가 시타한 것은 영상으로 올린 바 있습니다.),
그 외에도 다수의 아마추어 분들이 같이 참여 합니다.
생산에 필요한 목재를 선별하는 것은 목재 결정은 샘플링 단계에서 저와 공장 관계자가 같이 진행하며,
목재를 수급하는 것은 제가 거래하는 공장마다 상황이 조금씩 다릅니다.
3. 몇 개의 샘플이 만들어 졌는지는 블레이드마다 조금씩 다릅니다.
그러나 통상 3차례에서 6차례에 걸쳐 샘플이 제작되고 각 샘플마다 3개월 이상 시타 됩니다.
최종 샘플을 확정하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공이 날리느냐, 날리지 않느냐 하는 것이 가장 우선됩니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스피드가 높은 반면 공이 날리는 블레이드가 많은데,
그것을 바로 잡는데 아주 많은 시간이 소요 됩니다.
최종 샘플 전단계에서 사실 블레이드의 중요한 특성은 결정 되는데요,
우수한 블레이드라고 하더라도 최종 선택에서 사장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올람과 제트 블레이드입니다.
두 가지 다 제작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가,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올람이 먼저 부활했구요,
제트 블레이드는 해를 넘어 부활했지요.
사실 그 외에도 사장되는 블레이드들이 많이 있어요.
그런 블레이드들은 네이버의 탁구 이벤트 카페에서 가끔 선물로 증정되기도 합니다.
4. 제품의 구상부터 실 생산 까지는 보통 1년 반 이상 소요 됩니다.
그것은 제 스타일이기도 한데요, 한 제품에 대해서 좋다고 바로 생산 결정을 하지 않아요.
시간을 두고 계속 들여다 보고 또 쳐 봅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시타하려면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선수들이 저희를 방문한다거나, 혹은 제가 선수들을 방문하는 등 시타할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일례를 들면 카리스 러버의 글들을 추적해 보시면 대충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아실 수 있을 거에요 ^^
QC 인원은 공장 내부에서 진행합니다만,
그래도 최종 큐씨가 저희 탁구닷컴 내부에서 행해진다고 보시는 것이 맞을 거에요.
판매되는 모든 제품은 전수 검사를 통해서 갈라짐이나 흠집이 없는지 검사하고,
그 검사에서 문제가 있는 제품은 흠집 상품으로 분류되어 회사 내 가판대에서 할인 판매 됩니다.
목재이다 보니 꼼꼼하게 살펴도 갈라짐이 있는 경우가 있고,
또 배송 과정에서 흠집이 생기는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일례로 완성 제품이 잘못 제작되어 온 경우가 있었는데, 200자루를 다 망치로 깨서 부쉈지요.
이상 질문 하신 부분은 답변 드렸습니다. ^^
예를든 것이지만 이런 식으로 수치화하여야 그나마 객관적인 비교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저는 다마스와 닛타쿠의 위 항목에 대한 수치, 그리고 넥시측의 수치를 알고 싶습니다.(스티가 따윈 관심없습니다.)
그 숫자들을 살펴보면 비로소 '아...넥시의 제품에 대한 정성과 가치가 타회사보다 더 높구나' 인정할 수 있겠지요?
예, 다마스와 닛타쿠는 제가 사실 별로 관심도 없고 그쪽에서 저에게 정보를 공개할 이유도 없기 때문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넥시에 대해서는 어떤 질문이든 환영합니다. ^^
@TAK9.COM 그러니까 넥시의 제품에 대한 가치가 타회사보다 높다고 주장할 수 없다는겁니다.
'가치'란 온전히 주관적인 의미를 가집니다. 그러니까 넥시의 제품에 대한 가치가 타회사보다 더 높다고 주장하는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문사장님의 기준을 되새겨보면 오히려 고집통이야말로 넥시보다 더 독창적이고 창의적이라 할 수 있지요. 만약 고집통 사장님이 '고집통이 넥시 제품보다 더 가치있다'고 주장한다면 문사장님은 어느정도까지 수긍하실 수 있는지요?
제가 말하는 제품 디자인 과정에서의 가치는 저 스스로에게 물어봐서 대답할 문제이구요,
그것에 대한 평가, 혹은 동조 여부는 시장에서 결정되지요.
저는 시장에 제 제품을 내 놓고 평가 받는 사람이며,
그 평가는 냉혹합니다.
혼자 도취되고 말고 할 것이 없어요.
수 많은 사람들이 치면서 느끼고 평가하지요 ^^
넥시측에서 계속 주장하는, '점으로 잡았느니, 면으로 잡았느니, 선이니 뭐니하는 것'에 대해서 할 말이 많지만 이 역시 뭔가를 주장 하려면 그 근거를 제시해야하는 법입니다. 블레이드에 공이 부딪혔을때 그 충격부위를 계산해야할테지요. 충격이 전달되는 모양이 점인지, 선인지, 면인지 어떤 식으로든 나타나겠지요. 그리고 어떤 장비를 가지고 어떠한 방법으로 측정했는지도 밝히셔야하겠구요.
이것은 제가 글을 쓰고 그것을 치시는 분들이 공감하고 하는 과정이지요.
탁구가 모든 것을 수치화 할 수 있다면 제일 좋은 하나의 블레이드만 남고 나머지는 사라지겠지요.
그런데 그게 그렇지 않아요. 그래서 탁구는 다양하고 넓고 깊은 것입니다.
저는 장비를 의존해서 측정한다고 말씀 드린 적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제작하는 과정에서 주관적인 관심이 어디에 있느냐를 말씀 드리는 것이고, 그것에 대한 공감 여부는 시장에서 사용자들에 의해 결정됩니다.
혹시 또 다른 질문 있나요? ^^
간만에 넥시에 대해 치열하게 관심 가지고 계신 분을 만나니 즐겁습니다. ^^
@TAK9.COM 아이고. 능구렁이 문사장님. 제가 졌습니다. 진중권님의 말이 떠오르는군요.
말을 못알아먹으니 도무지 이길 수가 없다.
@치도슴고 ^^ 에구... 아직 재미 있는 말 많이 남았을 것 같은데요...^^
설명을 가장한 홍보성 글로 보입니다. 사장님의 홍보성글은 이 카페의 취지에 맞지 않는듯 합니다.
홍보냐 아니냐는 각자 생각하시겠죠~^^
글은 본래 흘러가는대로 쓰여집니다~^^
카페 취지야 특정 수입회사를 비판하기 위한 곳인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러네요. 근거없는 뇌내망상 소설들을 여기에서 까지 봐야되다니 짜증나는군요. 슬슬 비꾜는 글들까지 올리고 있구요. "카페 취지야 특정 수입회사를 비판하기 위한 곳인줄 잘 알고 있습니다."라니... 참 황당하네요.
@스윙바이 아.. 그러세요~?^^
저는 열심히 글 썼을 뿐인데요.. 주인장님께 밉보였나요~?
큰 일이네요. 사과 드립니다. ㅠㅠ
@TAK9.COM 이제 그만하시죠. . 그정도 하셧으면 충분합니다.
@탁폐인 예,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스윙바이 문사장님 여기 재가입 후에 이란 활동들 벌이시는 목적이 무엇인지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순수 넥시 우수성 전파 및 해명인지.. 이런일은 없겠지만 운영진 및 누구누구의 실수로 공격성 글을 복사해 가서 이 카페의 질을 떨어뜨리는 건지.. ^^
@털털 예, 얌전히 있을게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구요~^^
@TAK9.COM 댓글이.. 오히려 넥시에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만 더커지네요.
@사슴도치 아.. 댓글 달지 말라는 뜻인가요~?^^
제가 안타 카페에 있는 것은 잘 알고 있구요...
댓글이든 몸글이든 뭔가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한다기 보다 무엇이 사실이냐를 밝히기 위한 것이지요.
@TAK9.COM 개그하시나요? 아니면 정말 몰라서 그러시는지.. 넥시 대표라는 사장님의 그런 비꼬는듯한 말투인 댓글들이 반감을 일으킨단 것입니다.
@사슴도치 아, 그래요... 말투를 고쳐야 하는 군요.
알겠습니다~^^
어떤 식으로 할지 고민해야 겠네요.
전 비꼴 입장에 있지는 않은데요...
@TAK9.COM 이 곳에서 저만 유일하게 신분이 노출되어 있어요.
다른 분들은 아무도 노출된 분이 없지요.
또 저는 무슨 말을 쓰던 탁구닷컴이라는 회사의 공적 입장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고 제가 하는 말 하나 하나가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뭐가 되었던 비꼰다고 보실 일은 없습니다. ~^^
(^^ 표시 때문인가요? 고쳐야 겠네요. 제 습관이에요.)
아.. 그러세요~?^^
저는 열심히 글 썼을 뿐인데요.. 주인장님께 밉보였나요~?
큰 일이네요. 사과 드립니다. ㅠㅠ
예, 그 말씀에 따르겠습니다~^^
예, 얌전히 있을게요~^^ 묻는 말에만 대답하구요~^^
=> 위 세 개의 댓글은 비꼬는 말이 맞습니다.
저도 흥분 했습니다.
사과 드립니다.
그 외의 글은 차분하게 적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긴 넥시나 탁구닷컴의 안티가 목적이 아닌걸로 알고 있는데요.
모카페 쥔장의 독재와 편향된 용품정보에 대한 안티입니다. 독재를 비난하고 그곳의 편향된 용품정보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것이 주목적인걸로 압니다만...
예... 그렇군요.
그러나 일부 분들은 넥시나 탁구닷컴에 대한 불만들을 이곳에 많이 토로하십니다.
제가 잘 듣고 조치해야 할 부분들이겠지요? ^^
조언 감사합니다.
@TAK9.COM 여긴 대부분 이 카페의 취지에 동감하는 사람들이 모인곳인데 여기서 아무리 이런식으로 해명을 해봤자 별로 해결될게 없지 않을까요?
간단히 말해서 버터플라이 등 일본 메이저 회사들의 제품이 좀 비싸긴 해도 확실히 좋긴 좋은데 고모카페에서는 넥시나 티바 스티가 등의 제품을 너무 밀어주고 버터플라이 등을 깎아내리기때문에 그에 대한 반작용으로 넥시 등에 대한 가혹한 평가가 나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근본원인을 바로 잡아야겠지요. 넥시 제품을 정말 버터플라이 못지않게 만드시든지 아님 고모카페의 편향된 정보를 바로잡으시든지 하셔야 근본적인 해결이 될것같습니다.
가치는 중고장터에서 넥시 제품이 얼마에 팔리는지 보시면 아시겠네요
결국 빤스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