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시민 작가가 이재명 정부와 집권 여당을 향해 강한 비판을 내놓았다. 이재명 대통령을 지지해 온 인사의 비판이라는 점에서 정치권의 반응도 컸다. 대통령의 당 운영 개입 논란과 인사·공천 문제를 지적하고, 권력이 다른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집권 기반을 스스로 좁힐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일부 표현은 상당히 거칠었고 그의 진단에 모두 동의할 필요도 없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유시민이라는 개인도, 이재명이라는 정치인도 아니다. 그 논쟁을 통해 우리 민주주의에 던져진 하나의 질문이다. 우리는 과연 자신이 지지하는 권력에도 “그것은 잘못됐다”고 말할 수 있는가.
민주주의에서 지지는 복종이 아니다.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해서 대통령의 모든 판단에 동의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정당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 정당의 모든 결정까지 옳다고 믿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자신이 지지하는 정치인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때 먼저 문제를 제기하고 바로잡도록 요구하는 것이 더 책임 있는 지지일 수 있다.
이 원칙은 어느 정권에나 똑같이 적용되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도 대통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정치인을 배신자나 ‘내부 총질’로 몰아붙이는 모습을 우리는 보아왔다. 정권이 바뀌었다고 그 원칙까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이전 정부에서 비판했던 권력 집중과 줄서기를 내가 지지하는 정부에서는 눈감아 준다면 그것은 원칙이 아니라 진영논리일 뿐이다. 반대로 자신이 반대하는 정부가 하는 일이라면 내용과 관계없이 무조건 잘못됐다고 주장하는 것 역시 건강한 민주주의와 거리가 멀다.
집권 여당의 역할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한다. 그러나 대통령의 결정을 무조건 추인하는 조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대통령에게 박수치는 사람도 필요하지만 때로는 “이 결정은 다시 생각해 보십시오”라고 말할 사람이 더 필요하다.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이 누구인지보다 국민에게 무엇이 필요한지를 먼저 살피는 정당, 대통령의 의중보다 국민과 당원의 목소리를 먼저 듣는 정당이 건강한 집권당이다. 내부의 다른 의견은 분열의 씨앗이 아니라 잘못된 판단을 막아주는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야당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정부를 견제하는 것은 야당의 중요한 책무이지만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반대하는 것이 견제는 아니다.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한 정책이라면 협력하고, 잘못된 정책이라면 근거를 가지고 비판해야 한다. 상대의 실패가 곧 나의 성공이라는 정치가 반복된다면 결국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 여당에는 맹목적인 충성이 위험하고 야당에는 맹목적인 반대가 위험하다.
언론의 책임 또한 중요하다. 정부가 불리한 보도나 지지율 하락을 무조건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러 여론조사에서 좋지 않은 흐름이 반복된다면 먼저 국민이 무엇에 실망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권력의 자세다. 동시에 언론 역시 권력을 비판한다는 명분 아래 사실보다 갈등을 키우거나 정권에 따라 다른 잣대를 적용해서는 안 된다. 언론의 자유가 민주주의의 핵심이라면 정확성과 공정성 또한 그 자유에 따르는 책임이다.
최근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가 하락하는 흐름도 가볍게 볼 일은 아니다. 그러나 특정 조사에서 40%가 나왔느냐 30%대로 내려갔느냐만을 놓고 정권의 성공과 실패를 단정하는 것도 성급하다. 여론조사는 민심을 들여다보는 하나의 창이지 민심 그 자체는 아니다. 더 중요한 것은 숫자가 움직이는 이유를 겸손하게 살피는 일이다. 지지율이 올라갈 때만 민심이고 내려갈 때는 왜곡이라고 주장해서는 국민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
필자는 오히려 말없이 떠나는 사람들을 주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적 열성 지지층은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특정 정당에 자신을 맡기지 않은 중도층과 무당층, 그리고 비교적 온건한 지지자들은 다르다. 이들은 정치인의 말과 행동을 지켜보다 기대가 무너지면 조용히 돌아선다. 환호도 하지 않고 욕설도 하지 않는다. 그저 다음 선거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 정치가 가장 두려워해야 할 민심은 어쩌면 시끄러운 비판보다 이러한 침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들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도 없다. 시민인 우리 자신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상대 진영 정치인의 잘못에는 분노하면서 내가 지지하는 정치인의 잘못에는 이유를 만들어주고 있지는 않은가. 반대편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거부하고 있지는 않은가. 정치인을 비판하면서 정작 우리 스스로 ‘내 편’과 ‘네 편’이라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지는 않은가.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반대 의견이 존재할 때가 아니다. 반대 의견을 말할 수 없게 될 때다. 권력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듣기 시작하고, 정당이 지도자의 눈치를 살피며, 지지자들이 비판자를 적으로 규정하기 시작하면 권력과 민심 사이에는 조금씩 벽이 생긴다. 역사는 그 벽이 어느 정권에도 도움이 되지 않았음을 여러 번 보여주었다.
그래서 지금 필요한 것은 유시민의 말이 옳으냐 그르냐를 놓고 또 하나의 진영 싸움을 만드는 일이 아닐 것이다. 그의 비판 가운데 사실에 근거한 부분은 받아들이고, 과도한 해석에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된다. 이재명 정부 역시 잘한 것은 평가받고 잘못한 것은 비판받아야 한다. 그것은 이 정부를 흔드는 일이 아니라 민주정부라면 당연히 감당해야 할 과정이다. 앞으로 다른 정당이 집권하더라도 그 원칙은 조금도 달라져서는 안 된다.
필자가 바라는 민주주의는 단순하다. 내가 지지하는 사람에게도 잘못했다고 말할 수 있고, 내가 반대하는 사람의 옳은 말에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사회다. 대통령은 비판하는 국민을 두려워하기보다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여당은 대통령에게 필요한 쓴소리를 할 수 있으며, 야당은 잘한 일에는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언론은 권력과 거리를 두되 사실과도 거리를 두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시민은 정치인을 숭배의 대상이 아니라 국민에게 권력을 위임받은 공직자로 바라보아야 한다.
좋은 지지자는 박수를 가장 크게 치는 사람이 아니다. 잘못된 길로 갈 때 멈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다. 민주주의는 내가 싫어하는 권력을 비판할 자유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내가 지지하는 권력의 잘못에도 말할 수 있고, 내가 반대하는 사람의 옳은 말에도 귀 기울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성숙한다.
지지는 복종이 아니다. 비판은 배신이 아니다. 그리고 권력에 대한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이는 것은 약함이 아니라 민주주의의 힘이다.
글쓴이 | 행복코치 김동영 · 칼럼니스트 · AI 시민교육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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