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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리기 쉬운 높임말 33가지
글쓴이 성기지(한글문화연대 운영위원, 한글학회 연구원)
1. 사장님실
직장 상사는 ‘웃어른’이 아니라 ‘윗사람’이다. 회사에는 직급으로 볼 때 윗사람과 아랫사람이 존재한다. 가끔 윗사람을 높이려는 충정에서 사장님의 방을 ‘사장님실’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존대법에 어긋난 말이다. 높임의 뜻을 나타내는 ‘-님’은 ‘홍길동님’, ‘사장님’처럼 이름이나 직함 뒤에 붙어서 상대를 존대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장님실’이라고 하면 사장님의 방을 가리키는 말에 불필요하게 ‘님’을 붙인 경우로 올바른 존대법이라고 할 수 없다. 이때에는 직함 뒤에 곧바로 ‘-실’을 붙여 ‘사장실’로 말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2. 알았어요, 괜찮아요
직장 상사가 지시하는 말에 대하여 “알았어요.”라고 대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공손하게 존대해야 할 자리에서는 “잘 알았습니다.”, “괜찮습니다.”처럼 말해야 한다. 요즈음 우리 젊은 세대가 ‘-요’체 말을 손윗사람에게 너무 쉽게 남발하는데, “알았어요.”나 “괜찮아요.”에서 ‘-요’를 떼어 버리고 나면 “알았어.”, “괜찮아.”처럼 완전한 반말이 된다. 완전한 반말에 이렇게 ‘-요’ 자만 붙여서 상대를 높여 준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3. OOO 씨를 모시겠습니다
회사의 한 부서에서 마련한 모임이라면 부장이 가장 윗사람이기 때문에 사회자가 “부장님을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방송에서 진행자가 프로그램을 시작할 때 유명 인사를 소개하면서, “아무개 씨를 모시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은 예절에 어긋나는 표현이다. 방송을 보거나 듣는 사람들은 아주 다양한 계층이어서 그 가운데는 연로하신 분들도 있고 방송에 소개되는 사람보다 윗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그러므로 이때에는 아무개 씨를 ‘모시겠습니다’가 아니라, ‘소개하겠습니다’ 또는 ‘아무개 씨와 함께하겠습니다’로 말해야 한다. 높임법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 못지않게 듣는 사람들을 배려하는 것도 무척 중요하다.
4. 궁금한 점이 계시면 문의해 주세요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지나쳐서 존대법을 잘못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회사의 고객 담당 직원이 “궁금한 점이 계시면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존대법에 어긋난다. 이때에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전화로 문의해 주세요.”로 말해야 한다. ‘있다’를 높여 말하면 ‘계시다’가 되는데, ‘계시다’를 잘못 쓰는 경우가 많다. ‘갖고 계시다’라는 말도 바로 그러한 경우이다. ‘있다’란 말이 사람의 존재에 대해서는 “방에 계십니다.”처럼 ‘계시다’로 높이게 되지만, 어떤 사물의 소유를 뜻할 때에는 “갖고 있으십니다.”처럼 ‘있으시다’로 높여 말해야 한다. 이를 “갖고 계십니다.”라고 하면 틀린다. 높임말을 쓸 때에는 무엇을 높여서 말해야 하는가에 주의를 기울여서, 올바른 존대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5. 부장님,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
우리말 존대법에는 아직 압존법의 그늘이 남아 있다. 가령, 과장이 오지 않았을 때에, 평사원이 부장에게 “과장님께서 아직 안 오셨습니다.”로 말해야 할지, “과장님이 아직 안 왔습니다.”가 옳은지 판단이 서지 않을 때가 많다. 지나간 군사문화 시대에는 직장 안에서도 압존법이란 존대법을 지켜서, 평사원이더라도 부장 앞에서는 과장에 대해 높여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이와 같은 경우, 듣는 사람이 누구이든 자기보다 윗사람에 대해 말할 때에는 높임말을 쓰는 것이 표준 화법이다. 곧 부장님 앞이라도 “과장님이 아직 안 오셨습니다.”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다만, 이 경우 ‘과장님께서’라는 높임말까지는 필요하지 않다.
6. 부장님, 수고하세요
사무실에서 먼저 퇴근할 때에, 남아서 일하는 사람에게 “수고하세요.”, “수고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경우가 흔하다. 이때의 “수고”는 ‘무슨 일에 힘들이고 애씀’이란 뜻을 가진 낱말이다. 그러므로 “수고하세요.”란 말은 ‘힘들이고 애쓰라’는 뜻이 되어 그리 바람직한 인사말은 아니다. 이때는 “안녕히 계십시오.”라든지,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정도의 인사말이 알맞다. 그렇다고 ‘수고’라는 말을 쓰는 것이 모든 경우에 예의에 어긋나는 것은 아니다. 가령, “수고하십시오.”처럼, 이 말을 명령형으로 쓰는 것은 잘못이지만, “수고하셨습니다.”든지, “수고가 많으십니다.”는 말은 예의에 어긋난 표현이라고 할 수 없다.
7. 제 말은……
가정에서 존대를 해야 할 대상은 ‘웃어른’이다. 할아버지나 할머니, 또는 아버지나 어머니 등 웃어른에게 말할 때에는 “제 말씀은…….”처럼 자신의 말을 ‘말씀’으로 표현하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할아버지의 말씀에 따르면…….”과 같은 높임말로서의 ‘말씀’과 달리, 여러 사람 앞에서나 어른들 앞에서 자신을 낮추기 위해서도 ‘말씀’이란 말을 써야 한다. 따라서 “제 말씀은 이렇습니다.”, “제가 한 말씀 여쭙겠습니다.”와 같은 말들은 올바른 존대법이다.
8. 아버지께서 너 오시래
형이 아우에게 “아버지께서 너 오시래.”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다. 교실에서도 “선생님께서 너 오시래.” 하는 말을 자주 듣고 쓴다. 이것은 말하는 주체를 잘못 높인 경우이다. 말을 전해줄 때 흔히 이런 실수를 한다. 오는 사람은 ‘너’이고, 오라고 말한 주체는 ‘아버지’와 ‘선생님’이다. 말을 듣는 사람인 ‘너’가 아니라 말한 사람인 ‘아버지’나 ‘선생님’이 존대의 대상이다. 그러니까 오는 행위를 높이는 것이 아니라, ‘오라고 해’에서 ‘해’를 ‘하셔’로 높여 말해야 한다. 그러므로 “아버지께서 너 오라고 하셔.”, “선생님께서 너 오라고 하셔.”처럼 표현해야 한다. 말하는 주체에 맞게 높여야 한다.
9. 이 음식을 드셔 보세요
흔히 웃어른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드셔 보세요.”라고 하는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고기를 잡으라는 말을 높여 말할 때에는 “고기를 잡아 보세요.”라고 하면 된다. “고기를 잡으셔 보세요.”라고 하지는 않는다. 마찬가지로, “노래 부르셔 보세요.”, “한 말씀 하셔 주세요.” 들은 말이 안 된다. 서술어가 둘 이상 이어질 경우, 맨 마지막 말만 높임말을 쓰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따라서 웃어른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는 “드셔 보세요.”가 아니라, “들어 보세요.”로 하는 것이 옳다. 특히 맛난 음식을 소개하는 방송 프로그램들에서 한결같이 손님이나 제작진에게 음식을 권할 때에 “드셔 보세요.”라고 한다. 이제부터라도 바로잡아 써야 한다.
10. 예, 저도 들겠습니다
손윗사람이 “자네도 많이 드시게.” 하고 음식을 권할 때에도 높임말에 주의해서 대답해야 한다. 흔히 “예, 저도 들겠습니다.” 하고 대답하는데, 이는 예의에 어긋난다. ‘들다’는 어른 앞에서 ‘먹다’를 높이거나, 동년배나 손아랫사람에게 점잖게 말할 때에 쓰는 말이다. “손님, 많이 드십시오.”, “자네, 점심 들었나?”처럼 쓴다. 반면에 자신의 행위에는 ‘들다’가 아닌 ‘먹다’를 써야 한다. 스승이 제자에게, “자네도 좀 들게.” 하면, “예, 저도 먹겠습니다.”로 대답한다. 어른 앞에서 “저도 들겠습니다.” 하는 말은 예의에 어긋난다. 물론 웃어른에게 “드십시오.” 하는 말보다는 “잡수십시오.”가 더욱 정중한 말이다. 그러므로 나이가 많으신 분께는 “할아버지, 더 잡수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음식을 들다’는 ‘음식을 먹다’의 또 다른 표현일 뿐, 그 자체가 높임말은 아니다. ‘먹다’의 높임말은 ‘잡수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11.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
존대를 할 때 용언 어간에 무턱대고 ‘-시-’만 넣을 게 아니라, ‘잡수다’의 경우처럼 그 용언의 높임말이 따로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한다. 가령, ‘아프다’를 ‘아프시다’로 높여서 “할머니께서 아프십니다.”라고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와 같은 표현은 존대법에 어긋난다. ‘아프다’의 높임말은 ‘아프시다’가 아니라 ‘편찮다’이다. “할머니께서 편찮으십니다.”로 높여 말해야 한다. 다만, 특정 부위가 아플 때에는 “할아버지께서는 한쪽 다리가 아프십니다.”처럼 말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12. 당신
그 자리에 안 계신 할아버지를 가리켜 말할 때에는 ‘당신’을 존대하는 뜻으로 쓸 수 있다. 가령, “할아버지께서는 생전에 당신의 재산을 사회에 남김없이 기부하셨다.”와 같이 쓸 때에는 ‘당신’이 높임말로 쓰인 것이다. 그렇지만 2인칭으로 쓰이는 ‘당신’은 윗사람을 존대하는 뜻으로는 쓰기 어려운 말이다. 예를 들어,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다툼이 일어날 때, “당신이 뭔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거야!”라고 하면, 오히려 ‘당신’이 상대방을 낮잡아 부르는 말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당신’은 대화 가운데 나오는 제3자를 높여 가리키기도 하고, 직접 말을 주고받는 상대방을 낮춰 부를 때 쓰는 말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만 그 자리에 없는 제3자를 가리키는 경우에도,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당신’이라 지칭하는 것은 자연스럽지만, 다른 자리에 계신 할아버지를 언급할 때에는 ‘당신’보다는 ‘할아버지’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3. 참석 있으시기 바랍니다
행사에 앞서 초대하는 글을 보낼 때, 어디어디에 “참석 있으시기 바랍니다.”란 표현을 볼 수 있는데, 이것은 옳은 표현이 아니다. ‘참석’이란 말 뒤에는 ‘하다’나 ‘하지 않다’, ‘하지 못하다’ 같은 말들이 이어져야 하는데, “참석 있으시기 바랍니다.”에서는 ‘참석’ 뒤에 ‘있다’를 붙여 썼다. 이렇게 ‘참석’ 뒤에 ‘있다’나 ‘없다’를 바로 붙여 쓰면 우리말 어법에 어긋난다. “참석 있으시기 바랍니다.”는 “참석하시기 바랍니다.”로 고쳐 써야 한다. 비슷한 예를 한 가지 더 들면, 방송이 잘못 나갔을 때 흔히, “청취자 여러분의 너그러운 이해 있으시기 바랍니다.”라고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이해’라는 말 뒤에도 ‘있다’나 ‘없다’가 올 수는 없다. 이 말은 “너그러이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고쳐 써야 올바른 우리말 표현이 된다.
14. 내외빈 여러분
행사장에서 사회자는 행사에 참가한 손님들을 으레 ‘내외빈’이라 지칭한다. ‘내빈’의 ‘내’는 한자로 ‘올 래’(來) 자이지 ‘안 내’(內) 자가 아니다. 이 말을 ‘안 내’ 자로 오해해서 ‘내외빈’이란 말을 쓰고 있는 것인데, 이 말은 잘못된 표현이다. “공식적인 자리에 초대 받아 온 손님”을 ‘내빈’이라 하고, “외부에서 온 손님”이나 “외국에서 온 손님”을 흔히 ‘외빈’이라 할 수 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 온 손님이라고 하면 곧 외부에서 온 손님을 가리키는 말이 되므로 굳이 ‘외빈’이라는 말을 함께 쓸 필요가 없다. 그냥 ‘내빈’이라고만 하면 행사장이나 식장에 온 모든 손님을 두루 일컫는 말이 된다. 사회자는 행사장에 온 손님들을 향해 “내빈 여러분”이라고만 말하면 된다.
15. 앞으로 나와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사회자가 참가자 가운데 누군가를 무대나 연단, 또는 시상대로 불러낼 때, 흔히 “앞으로 나와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라고 말하는데, 이는 어법에 맞지 않는다. 이때에는 “앞으로 나와 주시기를 바랍니다.”로 말해야 한다. “내일은 비가 오겠다.”, “올 겨울엔 눈이 많겠다.” 들처럼 ‘-겠-’은 확실하지 않은 일에 대한 ‘추정’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 의사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사회자로서는 ‘바라겠습니다’가 아닌 ‘바랍니다’, ‘사진 촬영 순서가 있겠습니다’가 아닌 ‘사진 촬영 순서가 있습니다’로 말해야 한다. 또한, ‘-겠-’과 관련된 문제 가운데 ‘되겠습니다’라는 표현도 격에 맞지 않게 남용하고 있다. 혼인식에서 “다음 순서는 신부 입장이 되겠습니다.”란 사회자의 말을 흔히 들을 수 있는데, 이때에는 “다음 순서는 신부 입장입니다.”로 고쳐서 말해야 한다. 심지어는 계산원분들 가운데도 “오천 원 되겠습니다.”로 말하는 경우가 있는데, “오천 원입니다.”로 바로잡아야 한다.
16. 양해 말씀 드립니다
행사에 참가해 보면, 가끔 “양해 드립니다.”, “양해 말씀 드립니다.”란 말을 들을 수 있다. 시작 시간이 늦었다든가, 주차 공간이 부족하다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때의 ‘양해 말씀’이란 표현은 옳지 않다. ‘양해’는 남의 사정을 잘 헤아려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경우에 양해해 주어야 할 사람은 행사장 참석자들이다. 행사를 치르는 쪽에서는 참석자들이 양해해 주기를 바라는 것이다. 양해해 주기를 바라는 쪽에서 ‘양해 말씀’을 드린다고 할 수는 없다. 이때에는 “여러분의 양해를 구합니다.”라든지, “양해해 주시기 바랍니다.”로 말하면 된다.
17. 이봐, 어이!
부부 사이의 부름말에도 예의가 필요하다. 아내가 남편을 부르거나,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 가장 보편적인 부름말은 ‘여보’이다. 본디는 ‘여봐요’라고 불렀었는데, 한 5, 60년 전부터 이 말이 줄어든 형태인 ‘여보’라는 말이 흔하게 쓰이기 시작하면서, 오늘날 표준어가 되었다. 남편을 부를 때, ‘자기’, ‘오빠’, ‘아빠’ 심지어는 ‘아저씨’라는 부름말을 쓰는 것은 옳지 않다. 남편이 아내를 부를 때에도 부름말을 잘 가려 써야 한다. ‘여보’, ‘여보게’, ‘임자’라는 말들이 전통적인 부름말이다. 아직도 아내를 ‘이봐’라고 부르거나, ‘야!’ 또는 ‘어이!’로 부르는 남편들이 있다면, 일단 혼인 관계를 유지할 뜻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18. OO 엄마, XX씨
부모에게 아내를 가리켜 말할 때에는, 아이가 있으면 아이 이름을 앞에 두어 누구 ‘어미’나 ‘어멈’이라 하고, 아이가 없으면 ‘이 사람, 그 사람, 저 사람’으로 부르면 된다. 부모 앞에서는 아내를 낮추어야 하므로 누구 ‘엄마’라 하지 않으며, ‘집사람, 안사람, 처’라는 가리킴말도 예의에 어긋난다. 그러나 장인, 장모 앞에서라든지, 잘 모르는 남에게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아내는 시부모 앞에서 남편을 가리킬 때 ‘OO씨’라고 이름을 불러서는 안 된다. 아이가 있으면 ‘아비’나 ‘아범’으로, 아이가 없으면 ‘이이’나 ‘그이’, ‘저이’로 부르면 된다.
19. 제수씨
집들이나 갖가지 모임으로 친구의 아내를 만나게 되면 으레 ‘제수씨’라고 부르는 것이 관습처럼 되어 버렸다. ‘제수’는 남자 형제 사이에서 동생의 아내를 이르는 말이기 때문에 친구의 아내를 이렇게 부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 친구의 아내를 부를 때에는 일반적으로 ‘아주머니’라고 부르는 것이 올바른 존대법이다. 반면 친구의 남편은, 친밀할 경우에는 “OOO 씨”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을 넣어 “OO 아버지”라고 하면 된다. 친구의 남편은, 친밀할 경우에는 “OOO 씨”처럼 이름을 부르거나 아이 이름을 넣어 “OO 아버지”라고 하면 된다. 또 직장의 직함에 따라 “O 과장님”, “O 선생님” 등을 상황에 따라 알맞게 가려 쓸 수 있다. 남편의 친구도 이와 같이 한다. 아내의 친구 역시 친밀도에 따라 “OOO 씨”라 하거나, “OO 어머니”라고 하면 된다. ‘아주머니’라는 부름말이 가장 무난하다.
20. 저희 아버님, 저희 어머님
자기 아버지 이름을 다른 사람에게 말할 때에는 “저희 아버지는 O(성) O자 O자 쓰십니다.”, “저희 아버지 함자는 O(성) O자 O자입니다.”와 같이 말한다. 이 경우, 성에도 ‘자’를 붙여 ‘O자 O자 O자’와 같이 말하는 것은 잘못이다. 자기 아버지나 어머니를 남에게 말할 때에는 ‘저희 아버님’, ‘저희 어머님’이 아니라 ‘저희 아버지’, ‘저희 어머니’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며느리가 남에게 시부모를 가리킬 때에는 ‘아버님’, ‘어머님’ 또는 ‘시아버님’, ‘시어머님’이라고 말하며 ‘저희 아버님’, ‘저희 어머님’이라고 말할 수 있다.
21. 아저씨
‘아저씨’라는 말이 요즘에는 남남끼리에서 남자 어른을 부르는 말로 흔히 쓰이고 있지만, 예전부터 이 말은 친척간의 부름말이었다. 곧 부모와 같은 항렬에 있는, 아버지의 친형제를 제외한 남자를 아저씨라 불렀다. 다시 말해, 아버지의 사촌 형제는 가리킴말로서는 ‘당숙’이지만, 부름말은 ‘아저씨’였다. 아버지의 친형제는 ‘큰아버지’, ‘작은아버지’이지만,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도 ‘아저씨’라 불렀다. 지금은 결혼하지 않은 아버지의 남동생을 흔히들 ‘삼촌’이라 부르고 있는데, 본디 ‘삼촌’은 가리킴말이지 부름말이 아니었다. 부름말은 ‘아저씨’이다.
22. 아주머니
‘아주머니’라는 말도 지금은 남남끼리에서 결혼한 여자를 부르는 말로 쓰이고 있지만, 본디는 친척 가운데 부모와 같은 항렬의 여자를 부르는 말이었다. 또는 같은 항렬의 형뻘이 되는 남자의 아내를 이르는 말로도 쓰였다. 곧, 형수를 아주머니라 부를 수 있다. 손아래 처남의 아내는 처남댁이라고 부르지만, 손위 처남의 아내에게는 아주머니라 부른다.
23. OOO 씨
직장 상사의 아내는 일반적으로 ‘사모님’이라고 부르면 된다. 반면에, 직장 상사의 남편을 부르는 말은 “O 선생님”이나, “OOO 선생님”이라고 하면 된다. 이때, 직함이 있으면 ‘선생님’ 대신에 직함을 넣어서 부르면 된다. 직장 동료나 아랫사람의 남편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OOO 씨’라는 부름말은 나이가 비슷하거나 아래인 상대를 부를 때에는 무난하지만, 자기보다 연배가 위인 상대를 부를 때에는 예의에 어긋난다. 이때에는 “선생님” 또는 (성을 붙여서) “O 선생님”이라 부르는 것이 알맞다.
24. 커피 나오셨습니다
판매 직원들의 비문법적인 과대 존경 표현에 대해 많은 시민들이 어색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도 잘 고쳐지지 않는다. 존대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사물에 ‘-시-’를 붙여 존대법을 적용하는 것은 잘못이다. 가령, “반응이 너무 좋으세요.”라든지 “주문하신 상품이 나오셨습니다.”처럼 경어법의 ‘-시-’를 남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다 보니, 백화점이나 홈쇼핑 채널에서 “이 구두는 볼이 넓으셔서 발이 편하세요.”, “색깔이 예쁘십니다.”, “모든 상품이 품절이세요.”와 같이 사물 주체에 ‘-시-’를 사용하는 잘못이 널리 퍼지고 있다.
25.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
어떤 할인점에 가보면 상품 안내 도우미들이 진열대 곳곳에서 손님들에게 여러 상품을 소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들에게서, “이 제품이 이벤트 기간이기 때문에 훨씬 저렴하세요.”라는 말을 가끔 듣는다. 사람을 높여야 하는데, 물건을 높인 경우이다. 또, 병원에서도 “아무개 님, 진료비는 삼천 원이세요.”와 같이 금액을 말하는 부분에까지 존대의 ‘-시-’를 사용하는 말을 많이 듣는다. 제품이나 진료비는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말씨는 문법에 어긋나는 지나친 존대 표현이다. 마찬가지로 판매원이 고객에게 “고장이 나시면 바꿔 드립니다.”고 하는 것도 물건에다 ‘-시-’를 붙이는 격이 되기 때문에 “고장이 나면 바꿔 드립니다.”로 말하는 것이 정확한 말법이다.
26.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보험설계사가 청약서를 쓰면서 “주소가 어떻게 되세요?”, 또는 “생년월일이 언제세요?”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듣는데, 역시 어법에 맞지 않는다. 이 말은 “주소가 어떻게 됩니까?/되나요?”, “생년월일이 언제입니까?/언제인가요?”로 해야 올바른 높임법이 된다. 은행에서 “예금주가 아무개 님 맞으십니까?”라고 말하는데, 이 말도 높임법이 잘못된 경우이다. 이때에는 예금주인 아무개 님을 높여서 “예금주가 아무개 님이십니까?”로 말하거나, 아니면 “예금주가 아무개 님 맞습니까?”로 해야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은행에서 “오늘이 납부 마감일이세요.” 하고 안내하는 말도 “오늘이 납부 마감일입니다.”로 고쳐야 한다. 주체 높임법에 사용하는 ‘-시-’를 주소나 날짜, 맞는지 틀린지의 여부에 붙일 수는 없다.
27.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가끔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다.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을 높이기 위해서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이 말 또한 ‘-시-’를 남용한 표현이다. “전화번호가 몇 번이세요?”는 “전화번호가 몇 번입니까?”로 바로잡아 써야 바르고 정중한 표현이 된다. 다만, 상대와 관련된 사물이 주어가 된 경우에는 일부 사물에도 주체 높임법을 사용해서 높일 수 있다. 가령, “얼굴이 참 고우십니다.”라든가, “마음이 무척 넓으시군요.”라는 말은 높임법에 어긋나지 않는다. 각각 ‘얼굴’과 ‘마음’을 높이고 있지만, 그것이 상대방의 일부이기 때문에 이러한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28.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
지나친 존대는 어법에 맞지 않는 말투를 유행처럼 번지게 하고 말았다. 진료나 건강검진을 할 때 간호사들이 안내하는 말투는 전혀 어법에 맞지 않는다. 가령 몸무게를 잴 때에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 한다든지, “의자에 앉으실게요.”, “오른쪽 눈을 가려 보실게요.”처럼 말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 어법에 맞지 않는 표현들이다. “신발 벗고 올라가실게요.”를 “신발 벗고 올라갈게요.”로 해야 올바른 문장이 되는데, 이 경우 체중계에 올라가는 사람은 검진 받는 사람이 아니라 간호사 자신이 된다. ‘-ㄹ게(요)’라는 어미는 말하는 이가 어떤 행동을 할 것을 약속하는 뜻을 나타내는 종결어미다. 자기의 행동을 ‘올라가실게요’로 높이는 것도 잘못 되었지만, 상대방에게 올라가라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면 더욱 엉뚱한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상대를 높이는 어미 ‘-시’와 ‘-ㄹ게(요)’를 함께 쓴 ‘-실게(요)’는 잘못된 표현이다. 그러므로 이때에는 “신발 벗고 올라가시겠어요?”, 또는 “올라가 주시겠어요?”처럼 말하는 것이 맞다.
29. “여보세요.”, “네.”
전화 벨소리가 울리면 전화를 받는 쪽이 먼저 말하는 것이 우리나라의 전화 예절이다. 이때에 가장 널리 쓰는 말이 “여보세요.”이다. 오늘날 “여보세요.”라는 말은 주로 전화기를 통해서 주고받는 말처럼 되었다. 가정집이 아닌 회사에서 전화를 받을 때, 그냥 “네.” 하고 받는 것은 예의에 어긋난다. “네. OOO 회사입니다.”로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가정집에 전화를 걸 때에, 상대방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을 때에는 “안녕하십니까? 아무개 댁입니까?”라고 할 수 있다. 나이 어린 사람이 전화를 걸었는데 어른이 받았을 경우에는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무개 친구 누구입니다. 아무개 있습니까?”처럼 통화하고 싶은 사람과 어떤 관계인가를 먼저 밝히는 것이 올바른 예절이다.
30. 전화를 잘못 거셨습니다
누구나 한두 번쯤 잘못 걸려 온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그럴 때 우리는 흔히, “여긴 그런 데가 아닙니다.”라든가, “전화를 잘못 거셨습니다.” 등과 같이 말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떤 사람은 아무 말도 없이 그냥 수화기를 내려놓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도 전화를 잘못 걸었던 경험이 있을 테니, 전화를 잘못 건 사람을 죄인처럼 퉁명스럽게 대하는 것은 올바른 전화 예절이 아니다. “여긴 그런 데가 아닙니다.”로 말하면 상대방이 몹시 불쾌할 수 있다. 또한, “전화를 잘못 거셨습니다.” 하는 말은 ‘전화도 제대로 못 거니?’ 하는 뜻으로 들리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때에는 “전화가 잘못 걸렸습니다.”로 말하는 것이 상대를 가장 존중하는 화법이다. 책임을 기계인 전화기에 돌리는 것이니 마음이 상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 입장을 바꾸어서, 자기가 전화를 잘못 걸었을 때에도, “죄송합니다. 전화가 잘못 걸렸습니다.”로 말하고 상대방이 수화기를 내려놓은 뒤에 끊는 것이 좋다. 전화가 잘못 걸렸다고 해서 아무 말도 없이 그냥 탁 내려놓는 것은 올바른 예절이 아니다.
31. 저는 OO부 OOO 부장입니다
전화를 걸 때에, 상대방이 응답하면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무개입니다.” 하고 자신의 신분을 밝히는 것이 기본예절이다. 이때 자신을 ‘무슨 대학교 아무개 교수입니다’라든지, ‘무슨 부서 아무개 부장입니다’, ‘무슨 신문사 아무개 기자입니다’라고 소개하는 것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높이는 셈이 되므로 존대법에 맞지 않다. 본디 직위나 직책은 ‘무슨 부서 부장 아무개입니다’, ‘무슨 신문사 기자 아무개입니다’와 같이 이름 앞에 붙여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이것을 이름 뒤에 붙이면 자기를 높이는 격이 된다. 다만, 자기를 객관화시킬 때에는 “무슨 부서의 아무개 부장에게서 전화 왔다고 전해 주십시오.”라고 쓸 수 있다.
32. 사장님 바꿔 드릴까요?
전화를 받은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전화를 돌려줄 때, “사장님 바꿔 드릴까요?” 하고 말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것은 잘못된 표현이다. ‘사람을 바꾼다’는 말은 옳지 않다. 이때에는 “사장님께 전화를 돌려 드릴까요?”라든지, “사장님 모셔 드릴까요?” 하고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3. 그럼 들어가세요
흔히 손윗사람과 전화를 하다가 끊을 때 “들어가십시오.”, 또는 “들어가세요.”라고 말하는데, 이것은 바르지 않다. 이러한 인사말은 무척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다만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쓰기에는 다소 예의에 어긋난다고 할 수 있다. 윗사람에게는 “안녕히 계십시오.”라든지, “다음에 뵙겠습니다.” 정도로 인사하는 것이 알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