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9월 8일 일요일 하루 동안에 일어난 일이다.
고등학교 3학년 친구들과 고창 동호 비치 호텔에서 반창회를 흥겹고 정답게 마쳤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호텔 수영장에서 어린 시절 냇가에서 물놀이 하듯 수영도 재미있게 했다. 50년 세월 동안 따뜻한 정을 가슴에 품고 지내는 친구들이라 그 어떤 허물도 없이 그냥 기분 좋은 시간을 보냈다.
모임을 마치고 고창에서 버스와 열차를 타고 익산에 왔더니 수원행 열차가 매진 이었다. 또 대전 친구와 약속이 21일로 변경되었다. 이참에 장항 솔숲으로 가서 솔숲과 갯벌에서 맨발 걷기를 하고 싶어졌다. 지난 맥문동 축제 때 맨발 걷기를 못한 것이 몹시 아쉬웠기 때문이다.
장항역에서 솔숲까지 택시 요금이 13,900원 나왔는데 현금 15,000원을 주고 내렸다. 택시를 타면 가능한 잔돈을 거슬러 받지 않는데 그동안 카드를 사용하면서 잔돈 받지 않는 것을 잊고 살았다.
장항 제련소 굴뚝 옆에 있는 제4 주차장에서 내려 맨발걷기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전남에서 온 한 여자분이 맥문동 축제가 지났는데 꽃을 볼 수 있는지 물었다. 나는 맥문동 꽃은 9월 중순까지 피는 꽃이라 솔밭에 꽃이 많으니 구경하라고 말했다.
시원한 바닷바람에 흔들리며 피어있는 맥문동꽃을 감상하며 손에 신발을 들고 기분 좋게 걸었다. 그런데 일부 구간 바닥이 흙이 아니라 시멘트라 갯벌로 내려가 걷기로 했다. 물이 빠진 백사장에 많은 사람이 들어가 있었고 모래는 매우 고왔다. 갯벌 걷기를 30분 정도 하고 발 씻을 곳이 없어 화장실을 찾아 솔숲 길을 따라 걷다가 하얀색 돌의자에 앉아 갯벌 흙을 대충 털고 일어났다.
한참 시간이 지나 「머무름 카페」 근처에서 나무 평상에 앉으려는 찰나 아뿔사! 휴대전화가 없는 것이다.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우선 갯벌 흙을 닦던 하얀색 돌의자를 향해 달려갔지만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었다. 정신을 가다듬으니 음악 공연한 곳과 돌의자 앞에 3~4명이 쉬고 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음악을 공연하던 곳에서 하얀색 돌의자를 먼발치서 둘러보는데 하얀 돌의자 위에 검은색 내 휴대전화가 보였다. 순간 안도감이 들면서 휴대전화에서 빛이 나는 듯했다. 휴대전화를 다시 만나는 순간 '고맙다'는 말이 절도 나왔다. 휴대전화가 있던 반대편 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분이 미소를 지었다.
휴대전화를 찾은 다음 지난번 축제 때 친구와 갔던 『나무 카페』에서 편안하게 쉬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린 잠깐은 수명이 십년 감한 듯한 순간으로 ‘십 년감수’한 셈이었다. 휴대전화를 잃어버렸다면 어찌 되었을까?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저장되어 있으니, 상상 하기 조차 싫었다. 마음을 진정한 다음 오미 차와 빵을 먹으며 오전에 찍을 사진을 친구에게 카톡으로 보내면서 오늘 일어난 일을 되돌아 보았다. 삶은 집중하는 습관이란 걸 또 한 번 절실히 느꼈다.
오후 6시쯤 저녁노을 보려고 바닷가로 갔는데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좀 더 기다릴까 하다가 열차 출발이 7시 39분이라 열차를 타기 위해서는 장항읍내로 저녁을 먹으로 가야했다. 그런데 택시 잡기가 쉬지 않았다. 버스가 다니는 송림 2리 정류장까지 와서 택시회사에 전화를 하려는데 뒤에서 한 여자분이 곧 버스가 온다고 알려줬다.
그 여자분은 고향으로 귀향하여 갯벌 맨발 걷기를 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 근처에 집을 얻어 3개월~5개월 살면서 갯벌 맨발 걷기로 건강을 되찾은 사람이 많다고 했다. 20분이 지났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아 장향읍에 냉면 잘 하는 집을 물어보니까 잘하는 집이 오늘은 휴업이라고 하면서 장항역 앞 마트가 뷔페식 식당이라고 알려줬다.
우연히 만난 사람 덕분에 장항역까지 버스로 와서 맛있는 식사를 하고 수원으로 기분 좋게 올라왔다. 오늘 하루 동안 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체험을 했다. 천당과 지옥이 하늘과 땅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늘 일처럼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천당과 지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삶에서 고락(苦樂)이 교차하는 것이 바로 윤회이다. '인생은 끝없는 인연의 연속이다.'는 걸 실감한 하루 였다.
첫댓글 좋은 글 잘 읽었네. 계획되지 않은 일들이 마음에 즐거움을 주는 게 많아~~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