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詩人나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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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나태주
하늘 아래 내가 받은
가장 커다란 선물은
오늘입니다
오늘 받은 선물 가운데서도
가장 아름다운 선물은
당신입니다
당신 나지막한 목소리와
웃는얼굴, 콧노래 한 구절이면
한 아름 바다를 안은 듯한 기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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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나태주
좋은 것만 보면 무어든
네 생각이 나고
어여쁜 경치 앞에서도
네 얼굴이 떠올라
어떻게든 너에게
선물하고 싶지만
번번이 그럴 수는 없어
안달하다가 무너져 내리다가
절벽이 되고 산이 되고
끝내는 화닥닥 불길로
타오르는 꽃나무
이것이 요즘
너를 향한 나의 마음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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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
나태주
무리지어 피어 있는 꽃보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이
도란도란 더 의초로울 때 있다
두 셋이서 피어 있는 꽃보다
오직 혼자서 피어있는 꽃이
더 당당하고 아름다울 때 있다
너 오늘 혼자 외롭게
꽃으로 서 있음을 너무
힘들어 하지 말아라
🌻🍃들길을 걸으며
나태주
🌷1
세상에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물므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2
어제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했습니다
오늘도 들길을 걸으며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제 내 발에 밟힌 풀잎이
오늘 새롭게 일어나
바람에 떨고 있는 걸
나는 봅니다
나도 당신 발에 밟히면서
새로워지는 풀잎이면 합니다
당신 앞에 여리게 떠는
풀잎이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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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모습
나태주
뒷모습이 어여쁜 사람이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이다
자기의 눈으로는 결코 확인이 되지 않는 뒷모습
오로지 타인에게로만 열린
또 하나의 표정
뒷모습은 고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줄 모른다
물소리에게도 뒷모습이 있을까?
시드는 노루발풀꽃, 솔바람소리
찌르레기 울음소리에게도
뒷모습은 있을까?
저기 저
가문비나무 윤노리나무 사이
산길을 내려가는
야윈 슬픔의 어깨가
희고도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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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나태주
🌷 1
오늘 하루 잘 살았다
굽은 길은 굽게 가고
곧은 길은 곧게 가고
막판에는 나를 싣고
가기로 되어 있는 차가
제시간보다 일찍 떠나는 바람에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두어 시간
땀 흘리며 걷기도 했다
그러나 그것도 나쁘지 아니했다
걷지 않아도 좋은 길을 걸었으므로
만나지 못했을 뻔했던 싱그러운
바람도 만나서 수풀 사이
빨갛게 익은 멍석딸기도 만나고
해 저문 개울가 고기비늘 찍으러 온 물총새
물총새, 쪽빛 날갯짓도 보았으므로
이제 날 저물려한다
길바닥을 떠돌던 바람은 잠잠해지고
새들도 머리를 숲으로 돌렸다
오늘도 하루 나는 이렇게
잘 살았다
🌷2
세상에 나를 던져 보기로 한다
한 시간이나 두 시간
퇴근 버스를 놓친 날 아예
다음 차 기다리는 일을 포기해 버리고
길바닥에 나를 놓아버리기로 한다
누가 나를 주워 가줄 것인가
만약 주워 가준다면 얼마나 내가
나의 길을 줄였을 때
주워 가줄 것인가
한 시간이나 두 시간
시험 삼아 세상 한복판에
나를 던져보기로 한다
나는 달리는 차들이 비껴가는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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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게시판 서정시
詩人나태주
썬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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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8.16 0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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