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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태극 관념은 음양태극이 아니라 삼태극/삼원태극이었다.
1. 글을 시작하며: 음양태극과 삼태극
2. 상商 주周 춘추春秋 전국戰國 시대의 삼태극 문양
3. 일본에서 사용되는 삼태극 문양
4. ‘태극원기 함삼위일太極元氣 函三爲一’: 삼태극/삼원태극의 철학
1).『한서』「율력지」의 삼태극 논리: 최초의 태극 개념은 삼태극/삼원태극이었다.
2). 당唐 나라 시대까지도 태극은 삼태극/삼원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3).『사기史記』「율서律書」의 주에 보이는 삼태극 관념
5. 태극 관념의 변화
6. 삼태극 관념의 기원에 대하여
7. 글을 맺으며
1. 글을 시작하며: 음양태극과 삼태극
태극太極에 대해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과 양이 어우러진 태극 곧 음양태극陰陽太極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음양태극 대신에 흔히 삼태극三太極 혹은 삼원태극三元太極이라고 불리는 문양이
많이 사용된다.
주변을 돌아보면 많은 곳에서 삼태극/삼원태극을 발견할 수 있다.
전통 북 홍살문의 한 가운데 궁전의 계단 등 전통적인 것에서부터 각종 민족 종교나 단체의 상징 지하
철의 환승역 표시에 이르기까지 삼태극은 한국의 문화적 상징으로 곳곳에 사용되고 있다.
그런데 한 중 일의 경우 현재 사용되는 태극의 모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의 전통 북에는 음양태극이 그려져 있고, 한국과 일본의 북에는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
그렇다면 중국에서는 오랜 옛날부터 각종 유물이나 악기樂器에 음양태극을 그렸던 것일까?
그렇지 않다. 주대周代 초楚나라의 생笙에는 분명히 삼태극의 변형문이 그려져 있고(<그림 4> 참조),
춘추·전국 시대의 각종 종鐘의 표면에도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그림 5 6 7> 참조).
또한 악기이외의 다른 상ㆍ주ㆍ춘추ㆍ전국 시대 청동기에도 삼태극 도형이 대단히 많이 보이는데 반
해서 음양태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아래 <그림 1 2 3> 참조).1)
상 주 시대부터 춘추 전국 시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고고 유물에서도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면, 도대체
중국에서는 언제부터 삼태극이 음양태극으로 바뀐 것일까?
이 글에서는 고대 동양에서 태극이란 삼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을 밝히고, 이런 삼태극 관념이 언제
부터 음양태극으로 변화되었는가 하는 점을 밝혀보려고 한다.
이와 더불어 삼태극이 동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의 산물이라는 점을 살펴볼 것이다.
2. 상商 주周 춘추春秋 전국戰國 시대의 삼태극 문양
음양 2기가 어우러진 도형인 음양태극과 3기가 어우러진 삼태극 혹은 삼원태극은 태극에 대한 서로
다른 이해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2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음양태극과는 분명히 구별되면서 한국에서 각종 장식에 활용되는 삼태극
/삼원태극은 ‘3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태극 이해의 산물이다.
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사유체계는, 상 주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주된 사유
체계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 가장 추상적인 상징이 바로 삼태극 혹은 삼원태극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들이 현재 볼 수 있는 것과 거의 똑같은 삼태극/삼원태극은 이미 상 주 시대부터도 발견된다.
춘추 시대와 전국 시대의 고고 유물에 보이는 삼태극 문양은 너무 많으므로, 상 주 시대의 삼태극 문양
을 몇 개 보면 아래와 같다.2)
<그림 1> 상대 청동기에 보이는 삼태극
*자료: 謝海元 顧望, 1996: 619(1), 621(2).
<그림 2> 동주東周 시대 비봉문飛鳳紋에 보이는 삼태극
*자료: 謝崇安, 1997: 책머리 도판.
<그림 3> 주대周代 창인 과戈에 보이는 삼태극과 상세도3)
*자료:『金石索』, 上卷, 195.
<그림 4> 주대周代 초楚나라의 생笙에 보이는 삼태극 변형문.
*자료: 三浦康平, 1999: 82.
<그림 5> 춘추시대 큰 종인 박 에 보이는 삼태극
*자료: 謝海元 顧望, 1999: 620.
<그림 6> 춘추시대 종(鐘)에 보이는 삼태극
* 자료: 謝海元 顧望, 1999: 108(1). 612(2).
<그림 7> 전국시대 증후을묘의 종鐘에 보이는 삼태극4)
*자료:『曾侯乙墓文物藝術』, 1996: 24 도판 37
위의 그림에서 보이는 삼태극 도형들 가운데 <그림 2>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삼태극과 모양이
똑같다. 그리고 다른 것들은 약간 변형되어 있지만 이것은 상나라 시대부터 지속적으로 보이는 모습으로
일본에서 전통 북 신사의 신문神紋 성씨별 가문家紋 등에 사용되는 삼태극 문양과 같은 모습이다
( 아래 <그림 8> 참조).
3. 일본에서 사용되는 삼태극 문양
일본에서는 각 성씨별로 독특한 문양 곧 가문家紋을 사용하는데, 이 가운데 좌 우로 도는 삼태극 모양의
문양과 여러 변형들을 사용하는 성씨는 수백 개를 넘는다.
삼태극 문양을 일본에서는 삼파문三巴紋이라고 부른다. 가문의 시작은 헤이안 시대 말경부터, 세력가들
이 자신의 집 소달구지에 집안의 표지로서 문양을 그린 것에서 시작됐다고 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정설
이다.
성씨나 집안의 가문家紋과 마찬가지로 신사에도 문양이 있고, 이것을 신문神紋 혹은 사문社紋이라고
부른다. 신문의 기원은 주로 제신祭神에 관한 전승이나 신관神官 또는 유력한 세력가에서 생겨났다.
그런데 ‘파문巴紋’을 신문으로 하는 신사가 압도적으로 많다.
필자가 정리한 바에 의하면 향사鄕社이상의 신사에서 사용되는 신문은 총 2290개로 그 가운데 파문
巴紋을 사용하는 곳이 1044곳(45.59%)으로 거의 절반에 가깝다.
파문은 ‘좌 3파문’과 ‘우 3파문’을 기본으로 하여 다양한 변형이 있다.
그 가운데 몇 가지를 보면 아래 <그림 8>의 2이고 1은 일본의 전통 북에서 보이는 삼태극이다.5)
<그림 8> 일본에서 사용되는 삼태극 문양
1. 일본의 북에 보이는 삼태극 문양 2. 일본의 가문家紋과 신문神紋
에 사용되는 각종 삼태극 문양
4. ‘태극원기 함삼위일太極元氣 函三爲一’ : 삼태극/삼원태극의 철학
이제 삼태극의 개념을 문헌을 통해서 살펴보고, 최초의 ‘태극’ 관념은 삼태극/삼원태극이었다는 점을
살펴보기로 한다.
1).『한서』「율력지」의 삼태극 논리 : 최초의 태극 개념은 삼태극/삼원태극이었다.
후한後漢6) 초기의 학자 반고斑古가 지은『한서』에는 후한 시대부터 삼국 시대에 걸쳐 응소應邵 복건
服虔 여순如淳 맹강孟康 등 20여 명의 유명한 주석가注釋家들의 주석이 달려있다.
당(唐: 618- 907)나라 초기의 학자 안사고安師古가 이 주석들을 집대성하고 자신의 주를 덧붙인 것이
현재 우리가 볼 수 있는『한서』다.7)
『한서』「율력지」본문에는 반고가 활동하던 후한 초기의 학자들이 태극을 어떻게 이해하고 있었는
지를 명쾌하고 보여주는 중요한 표현이 실려 있다.
태극 원기는 셋을 함유하고 있으면서 하나가 된다.8)
맹강이 이르기를, “원기元氣는 자子에서 처음 일어나는데, 원기가 분화되기 전에는 천지인天地人이
혼합되어 하나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子의 수數는 홀로 1이다”고 하였다.
남사고가 이르기를, “함函은 함含과 같은 의미로 풀이한다. 이후에도 모두 이와 같다”고 하였다.10)
위의 인용문을 통해서 보면 태극 원기元氣=일기一氣는 3기를 함유하고 있는데, 그 3기는 바로 천지인
3재三才를 말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태극 원기가 3기를 함유하고 있다는 삼태극/삼원태극의 개념은 당시에 통용되던 보편적인
태극 이해 방식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심지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중국학자 하령何寧은 『회남자』를 집주한 『회남자집석淮南子集釋』에서
『회남자』「천문훈」에 보이는 황종수黃鐘數의 산출방식에 대해서 주석하면서, “『한서』에 이르기를
‘태극 원기는 셋을 함유하고 있으면서 하나다’라고 하였다”고 『한서』「율력지」의 내용을 그대로 인용
인용하고 있다(何寧, 1998: 246)11)
『한서』「율력지」에 보이는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논리는,『한서』「율력지」의 다른 곳에서도
맹강의 주석을 통해서 여러 번 반복되고 있다.
예를 들어, 황종수 81과 황종대수 177147이 산출되는 과정에 대해서『한서』「율력지」의 본문에서는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수數라는 것은 일 십 백 천 만 등인데, 사물의 수를 계산한다는 것은 성이 명령하는 이치性命之理를 따르는 것이다. 『서경書經』에 이르기를 [왕이 통치를 할 때는] “먼저 수를 계산하는 법을 세운 후에 다른 모든 일에 대한 명령을 내린다”고 하였다. [수를 계산하는] 근본은 황종의 수에서 비롯하는데, 1에서 시작되어 3이 되고, 3이 3번 쌓이고 이렇게 하여 12진辰(12지지地支의 총칭-필자)의 수數를 거치면 177147이
되는데, 그러면 오행의 수가 모두 갖추어지는 것이다.12)
위의 문장에 보이는 ‘시어일 이삼지 삼삼적지始於一 而三之 三三積之’는 자子의 수인 1에서 계속해서
3을 곱해서 12지지의 수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설명한 것이다.
계속해서 3을 곱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맹강의 아래와 같은 주注를 인용하고 있다.
맹강이 이르기를 “황종은 자子의 율律이다. 자子의 수는 1이다. 태극 원기는 셋을 함유하고 있으면서 하나인 것인데, 이것이 1수가 변하여 3이 된다는 것이다.”13)
여기에서도 맹강은 자子의 수인 1에 3을 곱해 가는 원리를 ‘태극원기 함삼위일泰極元氣 含三爲一’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곧 태극泰極=태극太極이 3기三氣를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3을 곱해
나간다는 것이다.
이것을 수식으로 표현해보면 자子에서 해亥까지 각각 배당되는 수는 차례대로 이 된다.
12율의 마지막 수인 (= 177147)은 『회남자』「천문훈」에서는 ‘황종대수黃鐘大數’라고 부르는
것이다(何寧, 1998: 246).
황종黃鐘에서 응종應鐘까지의 12율을 1년 12달 12지지 수數와 연결해보면 아래 <도표 1>와 같다.
<도표 1> 『한서』「율력지」의 12율 12지지 12월 수數의 배당14)
12지지 | 자 | 축 | 인 | 묘 | 진 | 사 | 오 | 미 | 신 | 유 | 술 | 해 |
12월의 배당 | 11 | 12 |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數의 배당 | 1 | 3 | 9 | 27 | 81 | 243 | 729 | 2187 | 6561 | 9683 | 59049 | 177147 |
12律의 발생순에 따른 배당 | 황종 黃鐘 | 임종 林鐘 | 태주 太簇 | 남려 南呂 | 고선 姑洗 | 응종 應鐘 | 유빈 賓 | 대려 大呂 | 이칙 夷則 | 협종 夾鐘 | 무역 無射 | 중려 仲呂 |
12律의 음높이에 따른 배당 | 황종 | 대려 | 태주 | 협종 | 고선 | 중려 | 유빈 | 임종 | 이칙 | 남려 | 무역 | 응종 |
이러한 사실을 종합하면,
(1) 후한 초기의 반고와 삼국시대 위나라의 맹강을 비롯한 당시의 학자들이 태극을 3기를 함유한 것으로
보았으며,
(2) 태극은 셋이면서 하나이고 하나이면서 셋이라는 삼일철학三一哲學과 삼태극의 논리를 지니고 있었
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 당唐나라 시대까지도 태극은 삼태극/삼원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한서』속에는 이미 음양오행론이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한서』「율력지」 본문에 보이는 ‘태극원기 함삼위일’을 반복해서 인용하며 주석을 달아 놓은 맹강은,
음양오행론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주석을 달았을 정도로 음양오행론에 정통한 학자였다.
예를 들어『한서』권75 「휴량하후경익이전 兩夏侯京翼李傳 제45」에는 동서남북 4방과 상하上下를
오행에 배당하여 설명하는 부분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 맹강이 주석을 한 부분 가운데 중요 부분만 간단히
소개를 하면 아래와 같다.
북방은 水이고, 水는 申에서 생겨나서 子에서 가득 찬다. ...(중략)...
동방은 木이고, 木은 亥에서 생겨나서 卯에서 가득 찬다. ...(중략)...
남방은 火이고, 火는 寅에서 생겨나서 午에서 가득 찬다. ...(중략)...
서방은 金이고, 金은 巳에서 생겨나서 酉에서 가득 찬다. ...(중략)...
위쪽은 북쪽과 동쪽을 말한다. 양기의 맹아가 생기는 곳이기 때문에 상(上)이라고 한다.
...(중략)...
아래쪽은 남쪽과 서쪽을 말한다. 음기의 맹아가 생기는 곳이기 때문에 아래쪽(下)이라고 부른다.15)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맹강은 음양과 오행에 대해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한서』본문이나 이를 인용하고 있는 맹강은, “태극원기는 3기를 함유하고 있으면서
하나가 된다(太極元氣 含三爲一)”는 내용을 반복해서 인용하고 있다.
이것은 맹강을 비롯한 당시의 학자들이 대부분, ‘태극’은 음양 2기가 아니라 3기로 분화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런 태극관이 정사正史 기록인『한서』에 기록되어 있었고 맹강에 의해서 여러 번 재인용되었는데도
당나라의 안사고가 별다른 비판이나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
이것은 후한 시대나 삼국 시대의 학자들뿐만이 아니라 당나라의 안사고를 비롯한 대부분의 학자들도
일반적으로 태극을 삼태극/삼원태극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나라의 안사고는『한서』를 새로 주석하면서, 자신의 입장과 다른 것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비판을
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한서』본문과 맹강의 주에서 반복되는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논리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안사고는 맹강의 주석 가운데서도 자신의 견해와 다른 것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이 말은
틀렸다(此說非也)”고 반박을 하고 있다. 구체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한서』「율력지」에는, 황종척을 횡서척橫黍尺 으로 설명하는 아래의 부분이 보인다.
황종의 길이를 만드는 근본은, 자子의 곡식인 기장 黍 가운데 중간 크기 1개의 폭에서 시작된다.
90푼이 황종의 길이다.
기장 1알이 1푼이 되고, 10푼이 1촌이 되며, 10촌이 1척이 되며, 10척이 1장丈이 된다.16)
여기에 소개된 것은 10진법에 입각한 횡서척橫黍尺을 소개하는 것이다.
이런 10진법에 입각한 10분척은 실제로 율관을 제작할 때에는 사용되지 않았다.
이런 기록으로 인해서 후대 학자들이 5음 12율을 산출하는데 큰 혼란에 빠지게 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위의 문장에서 보이는 ‘자곡子穀’의 의미에 대해서 남사고는 맹강의 주를 소개하면서 그를 비판
하는 아래와 같은 주석을 달아 놓았다.
맹강이 이르기를 “자子는 북방이고, 북방은 흑색이니 [子穀이란] 검은 기장을 말한다”고 하였다.
남사고가 이르기를 “이 말은 틀렸다. 자곡子穀이란 오히려 곡식의 종자나 싹을 말하는 것이며, 거 라는
것이 바로 검은 기장黑黍이므로, 북쪽의 방위에서 취하여 이름을 삼은 것이 아니다”고 하였다.17)
곧, 맹강은 ‘자곡子穀’의 의미를,
(1) 12지지의 자子에 해당하는 곡식穀으로 해석하여,
(2) 자子는 북방에 배당되며 색으로는 흑색이므로,
(3) ‘자곡’이란 검은 기장을 의미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안사고는 이런 맹강의 견해를 비판하는데,
(1) 거( : 찰기장-필자)라는 것은 이미 ‘검은 기장(黑黍)’을 의미하고 있는 것이며,
(2) ‘자곡子穀’이라는 말은 북방의 방위와 색을 상징하는 12지지의 ‘자子의 곡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곡식이나 종자의 싹’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에,
(3) 맹강의 견해는 틀렸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맹강의 주가 올바른 것이고, 안사고의 비판이 잘못된 것이다.18)
누가 옳은 것인가 하는 점을 떠나서, 당나라의 안사고는 자신의 견해와 다른 주석들을 그대로 받아들
이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하게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한서』「율력지」본문과 맹강의 주에 여러 번 나오는 ‘태극원기 함삼위일太極
元氣 含三爲一’의 삼태극 논리를 수정하지 않고 그대로 실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안사고는 당나라의 비서소감秘書少監이라는 관리로 있으면서 권위 있는 정사인『한서』를 주석 한
인물이다. 안사고가 『한서』「율력지」본문과 맹강의 주에 여러 번 나오는 삼태극/삼원태극 개념에
대해서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것은, 안사고가 활동하던 당나라 시대의 학자들도 태극을 3기를 함유한
삼태극/삼원태극으로 해석했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1)『한서』를 처음으로 지은 반고가 활동하던 후한 시대, (2) 맹강이 활동하던 삼국 시대
뿐만이 아니라, (3) 안사고가 각종 주석들을 집대성하여 현재 볼 수 있는『한서』를 펴낸 당나라 시대에
이르기까지, 태극은 삼태극/삼원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곧, 당나라 시대까지도 대부분의 학자들에게 태극원기太極元氣 혹은 태극일기太極一氣는 천지인天地人
3기三氣를 함유하고 있는 삼태극/삼원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3).『사기史記』「율서律書」의 주에 보이는 삼태극 관념
『사기』「율서」에서도 자子의 수 1에서 해亥의 수 177147(황종대수)까지 계속해서 3을 곱해 가는
이유에 대해서, 『한서』「율력지」와 마찬가지의 논리로 설명하고 있다.
곧 『사기』「율서」의 본문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후대 당나라 학자들의 주에서는『한서』「율력지」
의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논리와 이를 인용하고 있는 맹강의 논의를 통해서 그 이유를 설명하고 있다.
『사기정의』에서 맹강이 이르기를, “원기元氣는 자子에서 처음 일어나는데, 원기가 분화되기 전에는 천지인天地人이 혼합되어 하나로 되어 있다. 그러므로 자子의 수數는 홀로 일이다”고 하였다.
『한서』「율력지」에 이르기를 “원기는 12진(12지지를 말함-필자)으로 펼쳐 나아가는데, 자子에서 처음으로 움직인다. 여기에 3을 곱하면 축丑으로 3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인寅으로 9를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묘卯로 27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진辰으로 81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사巳로 243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오午로 729를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미未로 1187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신申으로 6561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유酉로 19683을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술戌로 59049를 얻는다. 다시 3을 곱하면 해亥로 177147을 얻는다. 이것은 음양이 덕과 합하고, 기氣가 자子에서 싹터서 만물을 화생化生하는 것이다”고 하였다.19)
위의 인용문에서 보면 태극원기는 천지인 3기를 함유하고 있어서 하나라는 점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곧 『사기』「율서」의 본문에는 삼태극/삼원태극의 논리가 보이지 않지만, 12율 산출 수리체계 안에는
이미 이런 논리가 전제로 깔려 있는 것이다.
위의 인용문에서 태극원기가 천지인 3기가 혼합되어 있는 1기라는 맹강의 견해를 인용한『사기정의史記
正意』는 당나라의 장수절張守節이 지은 것이다.
곧 당나라 시대까지도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삼태극/삼원태극 논리는 자연스럽게 수용되었던 것이다.
또한『사기』「율서」에 주석으로 인용된 당나라 사마정司馬貞의『사기색은史記索隱』에서도 『한서』「율력지」의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논리를 그대로 인용하고 있다.20)
이것은 당나라의 사마정도 태극을 삼태극으로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기』가 『한서』보다는 이른 시기에 편찬된 것이지만, ‘태극원기 함삼위일’의 논리는 『한서』
「율력지」의 본문에서 먼저 보이는 것이다.
이『한서』「율력지」의 내용을, 맹강은 여러 책들을 주석하면서 인용하고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던 것
이다.
위의 『사기』「율서」에 보이는 당나라 장수절의『사기정의』와 사마정의 『사기색은』 등에서는
결국『한서』「율력지」와 맹강의 주석들을 참고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앞서 논의한 바와 같이『사기』「율서」의 ‘본문’에서는 ‘태극원기/일기 함삼위일’21)이라는
표현이 보이지 않는다.
『사기』「율서」의 본문에서는 이런 삼태극/삼원태극의 논리를 ‘삼기법三其法’혹은 ‘삼지이위법三之
以爲法’ 등으로 설명하고 있다.22)
결론적으로,『사기』「율서」의 본문에서는 ‘태극일기/원기 함삼위일’이라는 구체적인 표현이 보이지
않지만, 『사기』「율서」에 보이는 12율 산출 논리에는 이미 ‘태극일기/원기 함삼위일’의 개념이 전제
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삼태극의 논리를『사기』「율서」의 본문에서는 ‘삼기법三其法’혹은 ‘삼지이위법三之以爲法’ 등
으로 설명하고 있고, 이것을 당나라의 장수절이나 사마정 등의 학자들이 주석 할 때에는 다시『한서』
「율력지」의 ‘태극일기/원기 함삼위일’의 논리를 끌어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5. 태극 개념의 변화
당나라 시대까지도 태극이 3기를 함유한 것으로 해석되었다면, 언제부터 태극이라는 것이 음양 2기만을
함유한 음양태극의 개념으로 바뀐 것일까?
필자는 그 출발점은 송대宋代 성리학性理學이 일어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본다.
음양론에 오행론을 결합한 주렴계의 태극도설太極圖說이, 성리학의 집대성자인 주자朱子에 의해서
유가儒家의 우주론으로 채택됨으로써 음양 2기만을 함유한 음양태극 관념이 유가 계열의 주류를 이루게
된 것이다.
이런 음양 2기를 함유한 음양태극 관념은 이기론理氣論과 맞물리면서 유가의 우주관의 일부로 자리잡게
되고, 송대 성리학의 형이상학은 철저히 이기론에 입각한 2분법의 논리로 전개된다.
이와는 반대로 도가道家에서는 3기를 함유한 태극의 논리를 지속적으로 계승하고 ‘3.1철학’으로 발전
시켜 간다.
6. 동북방 샤마니즘과 '3수 분화의 세계관'
최초의 태극 관념이 삼태극/삼원태극이었다면, 이런 삼태극의 관념체계는 어디에서 기원한 것인가?
필자는 이런 관념체계가 동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에서 기원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1). 동북방 샤마니즘과 ‘3수 분화의 세계관’
필자는 동북아시아 북방 유목문화에 기반 한 ‘3수 분화의 세계관’에 대해서 논의를 한 바 있으며,
이 ‘3수 분화의 세계관’은 북방 샤마니즘의 사유체계로서 동북아시아 모태문화母胎文化로 보고 있다.
‘3수 분화의 세계관’의 수數적인 상징들을 아래와 같이 정리한 바 있다.
‘3수 분화의 세계관’은 없음(0)에서 하나(1)가 나오고, 하나에서 셋(3)으로 분화되고, 셋이 각각 셋으로 분화되어 아홉(9)이 생겨난다. 이러한 인식틀에서 3은 ‘변화의 계기수’가 되고, 9는 ‘변화의 완성수’가 되며, 9의 자기 복제수인 81(9x9=81)은 ‘우주적 완성수’를 의미한다.(우실하, 1998: 12)
아래에서는 이런 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의 토대가 되는 몇 가지 중요한 관념체계들인
삼계구천설三界九天說 우주수宇宙樹 관념 삼혼일체설三魂一體說을 살펴보기로 한다.
가. 우주의 구조: 삼계우주설三界宇宙說, 삼계구천설三界九天說
북방샤마니즘의 사유체계에서 신성한 수로 여겨지는 성수聖數 3이나 3의 배수들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성수 3의 기원에 대해서는 일반적으로 우주의 구조를 상 중 하 3계 혹은 천계天界=천상계天上界 인계
人界=인간계人間界 지계地界=지하계地下界의 3계를 의미하는 것에서 기원한다고 알려져 있다.
박원길은 북방 초원 민족들의 샤마니즘을 연구하면서 이들 북방 여러 민족들에게서 보이는 신수神樹를
3바퀴 도는 의식인 신수요선의식神樹繞旋儀式에 대해서 아래와 같이 설명하고 있다.
안사고顔師古는 흉노匈奴나 선비鮮卑를 비롯한 북방 제족이 가을철에 신수神樹 주변을 도는 의식을 행하고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신수요선의식神樹繞旋儀式도 무작정 선회하는 것이 아니라 3번에 그친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는 백거이白居易의 글에서도 역시 입증되고 있다. 이같이 3번을 선회하는 습속은 오늘날 몽골의 오보에서도 관찰되고 있는데 3이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북방 성수인 3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있다. 그러나 그것이 샤마니즘의 세계관인 천상 지상 지하세계를 의미한다는 데에는 거의 이론이 없다.(박원길, 2001: 36)
이런 우주관에 입각한 성수 3에 대한 관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의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우주를 3계로 나누는 관념은 하늘이 7층 혹은 9층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는 관념과도 이어져있다.
3이 북방 샤마니즘과 관련하여 주목되는 것은 그 숫자가 바로 샤마니즘의 세계관인 천상계 지상계 지하계를 상징하고 있다는 점이다. 원래 북방 샤마니즘에서는 3과 7 및 9(3x3)를 성수聖數로 간주하고 있는데 이 숫자들은 한편으로 하늘의 층層을 나타내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북방 샤마니즘에 있어 7을 중시하는 민족들은 바이칼호 주변이나 그 서부지역의 삼림지대에서 기원한 위구르 사모예드 예니세이인 등이며, 3을 중시하는 민족들은 동서문물의 교류대에 위치한 유목계통의 민족이라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또 종교학적으로 3은 고대 페르시아 지역의 세계상을 의미하고 있으며 그와 가장 근사한 개념이 북방 유목민족들의 세계관, 즉 천상계 지상계 지하계라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로 미루어 볼 때 흉노를 위시한 몽골족계 민족의 성수인 3은 페르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종교와 어떤 관계를 맺고 있지 않나 보여 진다.(박원길, 2001: 53-54)
박원길은 흉노를 위시한 몽골족계의 성수 3이 페르시아 지역에서 발원한 고대 종교와 관련이 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멜시아 엘리아데(M. Eliade)는 하늘을 중층구조로 보는 사유체계 특히 7층으로 구별하는
관념은 고대 메소포타미아에서 처음 보이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엘리아데, 1992: 253-254).
북방 샤마니즘의 사유체계에서 성수 3과 3의 배수 특히 9가 매우 중요한 수로서 각종 샤만 의례에 등장
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것이다.
1-3-9-81로 분화되는 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에 대해서는 이미 필자의 책과 논문을 통
해서 논의한 바 있고, 새로운 책을 집필하고 있으므로 여기에서는 상세한 논의를 하지 않는다.
삼계우주설에서는 일반적으로 상층은 신령의 세계이며, 중층은 인간과 기타 생물들의 세계이며, 하층은
지하계를 다스리는 신들과 죽은 혼령 그리고 악마23) 등이 거처하는 세계이다.
이런 삼계우주설은 삼계가 각각 여러 층으로 세분되는 삼계다층설三界多層說로 발전되는데, 천상계를
9층으로 나누는 것이 상대적으로 많아서 일반적으로 삼계구천설三界九天說로 알려져 있다.
이 우주는 3계(신계=상층세계, 인간세계=중층세계, 지하세계=하층세계)로 나뉘어 있고 각 세계가 다시
3층 7층 9층으로 나누어진다.
이런 우주의 구조는 북방 여러 민족마다 조금씩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세계가 입체적으로 여러
층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은 공통적이다.
우주를 “종縱으로 삼분하여 상 중 하계로 나누는 것은 물론, 횡橫으로도 동남 서북 극북으로 삼분”하기도
한다(金宅圭, 1980: 3).
만주족의 삼계구천설에 의하면, 천계=광명계光明界=화계火界는 여러 신들과 태양 달 별 바람 번개 비
등을 주관하는 여러 신들과 씨족신이나 영웅신 등이 거주하는 곳으로 신들의 성격이나 위계에 따라서
다시 3층으로 나뉜다.
인간계는 사람과 각종 동물 식물 힘없는 정령精靈 등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들도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계=지계地界=토계土界=암계暗界는 위대한 지모신地母神 밤을 다스리는 여신들 악마가 거주하는
곳으로 역시 3층으로 나뉜다.
샤만은 ‘구천九天’의 사자로 우주의 삼계구천 세계를 두루 돌아다닐 수 있다고 믿는다(富育光, 1990: 26)
일반적으로 동북아시아 샤마니즘에서 삼계구천 세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샤만들은 우주수宇宙樹
를 통해서 이 삼계구천 세계를 두루 돌아다닐 수 있다고 믿는다.
만주족 샤만들이 사용하는 우주신 형상물에는 이런 3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관점이 드러나 있다.
만주족의 우주신 형상은 세 명의 창조 여신과 타원형의 벗나무(혹은 자작나무) 껍질로 만든 상자로 구성되어있다. 세 자매신 妹神은 개천벽지開天闢地 시대의 창조대신創造大神인데, 벗나무 껍질로 만든 상자는 다층세계의 한 층을 대표하는 것이다. 상자의 표면에는 구름과 물 버드나무 잎새가 그려져 있고, 상자의 밑바닥 중앙에는 둥근 구멍이 나 있다. 이 구멍은 지하세계와 연결하고 통하는 길을 의미하는 것이다(郭淑雲, 2001: 22).
삼계구천설이 가장 보편적이긴 하지만, 지역과 민족에 따라서 약간의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즉,
(1) 만주족 중에서도 어떤 성씨의 샤만은 우주를 99층으로 나누기도하고,
(2) 한국의 샤만은 33천 39천으로 나누기도 하며,
(3) 알타이어 계통의 돌궐족 샤만은 33중천重天으로,
(4) 남 시베리아 샤만은 33층으로,
(5) 어떤 소수민족에서는 17층으로,
(6) 흑룡강 북부 지역에서는 5층 7층으로 나누기도 한다(富育光, 1990: 22)
또한
(7) 시베리아 여러 민족의 샤만들은 12층 16층 17층으로 나누기도 하며,
(8) 중국 동북부의 소수민족인 시버족錫伯族 샤마니즘에서는 49층으로,
(9) 돌궐족들 가운데도 33중천 17층이 공존하기도 한다(郭淑雲, 2001: 26-27).
그러나 가장 일반적으로 보이는 것이 삼계구천설이다.
삼계론은 지역과 민족을 떠나 대부분의 샤마니즘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천계를 몇 층으로 나누는가 하는 것에는 여러 다양한 시각이 있으며, 천계를 여러 층으로 나누는
것 자체가 샤마니즘의 보편적인 특징이기도 한 것이다.
나. 우주수宇宙樹
북방 샤마니즘 세계관에서 삼계구천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것이 우주 한 가운데 있다고 생각하는 우주수
宇宙樹 우주목宇宙木 천수天樹 샤만수薩滿樹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우주수는 우주의 한 가운데 위치하면서,
(1) 뿌리는 지하세계에 연결되어 있고,
(2) 줄기는 인간세계에 있으며,
(3) 우주수의 가지와 꼭대기는 신의 세계와 연결되어 있다고 믿는다.
대부분의 경우 이 우주수의 뿌리는 3갈래 혹은 9갈래로 갈라져 있고, 가지도 보통 7갈래 9갈래로 갈라져
있다(富育光, 1990: 23).
대부분의 경우 우주수는 거대한 나무 한 그루이다.
그러나 중국의 흑룡강성에 주로 거주하는 동북 소수민족인 허쩌족赫哲族24)은 우주수가 천계 인간계
지하계에 각각 하나씩 있다고 여기기도 한다.(郭淑雲, 2001: 22).
다. 북방 샤마니즘의 삼혼신앙三魂信仰 / 삼혼일체설三魂一體說
(1). 유교의 혼백론魂魄論 / 귀신론鬼神論 / 양혼음백론陽魂陰魄論
유교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지역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의 영혼을 음양론에 입각해서 혼魂과 백魄
으로 나눈다. 사람이 죽은 후에 하늘로 올라간다는 양陽의 혼魂과 시신과 함께 땅으로 돌아간다는
음陰의 백魄으로 구별한다.
또한 귀신鬼神이라는 것도 음양론에 입각해서 양기에 속하는 신神과 음기에 속하는 귀鬼가 합쳐져 있는
표현이다. 이런 구별은 음양론에 입각한 설명방식이다.
성리학의 교과서라고 할 수 있는 『성리대전性理大全』제28권 「귀신鬼神」편에 보면 이런 유교적
입장이 잘 드러나 있다. 몇 곳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1) 귀신은 음양의 소장消長에 불과한 것이다. ...(중략).... 사람에게 있어서는, 정精이 백魄이요 백魄이라는 것은 귀鬼가 성盛한 것이다. 기氣는 혼魂이니 혼이라는 것은 신神이 성盛한 것이다. 정精과 기氣가 모이면 물物이 되는 것이니, 어느 물物엔들 귀鬼와 신神이 없으랴. 혼魂이 떠나면 변화가 일어나니, 혼이 떠나면 백魄도 지하로 내려간다는 것을 알 수 있다.25)
(2) 대저 귀신은 다만 음양의 2기이나 굴신 왕래하는 것을 주로 말하면 신神은 양陽의 영靈이요 귀鬼는 음陰의 영靈이다.26)
(3) 사람에 있어서는 양혼陽魂은 신神이 되고 음백陰魄은 귀鬼가 된다. 2기氣)가 합한즉 혼은 모이고 백은 응결되며, 생명을 마치면 혼은 올라가 신이 되고 백은 내려가 귀가되나니....27)
『성리대전』에 보이는 귀신 혼백 정기 등의 음양 이분법에 입각한 개념은 유교에서 일반적으로 받아
들여지는 것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다.
이것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그러나 이런 음양론에 입각한 혼백관은 북방 샤마니즘을 공유하고 있는
북방 소수민족들의 영혼관과는 전혀 다르다.
<도표 2> 유가의 영혼관
음양배속 | 양陽 | 음陰 |
성질 | 기氣 | 정精 |
혼魂=양혼陽魂=양령陽靈 | 백魄=음백陰魄=음령陰靈 | |
혼魂은 하늘로 올라가 신神이 됨 | 백魄은 땅으로 하강하여 귀鬼가 됨. | |
혼魂은 신神이 성盛한 것 | 백魄은 귀鬼가 성盛한 것 |
(2). 북방 샤마니즘의 삼혼신앙三魂信仰 / 삼혼일체설三魂一體說
북방 샤마니즘에는 인간의 영혼이 3개라는 ‘삼혼신앙’과 이 3개의 영혼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서
마치 하나의 통일체처럼 구성되어 있다는 ‘삼혼일체설’이 널리 분포한다.
동북방 여러 민족에게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삼혼설三魂說/삼혼신앙은,
(1) 샤마니즘의 보편적인 관념이며,
(2) 삼혼일체로서 밀접하게 연결되어 분리할 수 없으며,
(3) 각기 맡은 분야가 있어 사람의 삶과 죽음 생명상태 등을 공동으로 주재한다.
각 민족이 3혼'에 대해서 부르는 명칭은 서로 다르다.
첫째, 만주족은 3혼을 명혼命魂( 만주어로는 파양아發揚阿) 부혼浮魂 진혼眞魂(만주어로는 인추파양아
恩出發揚阿)으로 나눈다(富育光, 1990: 16-17).
둘째, 허쩌족赫哲族은 3혼을 생명혼生命魂(허쩌족 말로는 아오런奧任) 사상혼思想魂(허쩌족 말로는
하니哈尼) 전생혼轉生魂(허쩌족 말로는 파양구法揚庫)으로 나눈다(郭淑雲, 2001: 53)
셋째, 몽고족은 3혼을 두 가지 방식으로 나누는데, 하나는 주혼主魂 유혼游魂 시혼尸魂으로 나누는 것
이고, 다른 하나는 ‘영원히 존재하는 영혼(永存的靈魂)’ ‘마음속의 혹은 일시적인 영혼(心底的或暫時的
靈魂)’ ‘다시 태어나는 영혼(轉世的靈魂)’으로 나누는 것이다.
두 번째 분류법은 주혼 유혼 시혼이라는 것을 좀더 구체적으로 묘사한 것으로 내용상 대동소이하다(策 ·
達 賴, 1978: 27-28; 郭淑雲, 2001: 53).
이런 영혼관은 샤마니즘의 생사관과 영혼불멸사상과도 바로 연결되어 있는데, 삼혼 가운데 하나인 진혼
眞魂(만주족)/전세혼轉世魂(허쩌족)/전생혼轉生魂(몽고족)은 사람이 죽는 순간에 다른 생명의 태胎로
보내져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
이 진혼/전세혼/전생혼이 있기 때문에 인간의 영혼은 불멸하며 다시 태어난다는 것이다.
3가지 영혼에 대한 명칭은 민족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이 3가지의 의미하는 내용은 실제적으로 대동소
이하다. 아래에서는 이 세 가지 영혼이 어떻게 구별되는지 살펴보자.
① 명혼命魂(만주족)/생명혼生命魂(허쩌족)/주혼主魂(몽고족)
첫째 형태의 영혼은 명혼命魂(만주족)/생명혼生命魂(허쩌족)/주혼主魂(몽고족) 등으로 불리는 것이다.
이것은 사람들이 태어날 때 누구나 지니고 나오는 것으로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기초가 되는
것이다. 사람과 동물이 능히 생명을 유지하고 후대를 번식하며 지각 본능 정감 등을 지니고 있는 것은
모두 이 명혼/생명혼/주혼에 의한 것이다.
이 혼은 어머니의 몸 속에서 생명을 받을 때 형성되는 것으로 사람의 생명과 그 시작과 끝을 같이 한다.
곧 사람의 생명이 다하면 명혼/생명혼/주혼도 사람의 신체를 떠나서 육체에 의존하지 않아도 존재할 수
있는 ‘망혼亡魂’이 된다.
명혼/생명혼/주혼은 생명을 창조하는 신이 부여한 것으로, 샤마니즘 관념에서는 사람이 병이 나거나
다치게 되면 이 명혼/생명혼/주혼이 침범을 받거나 다치게 되는 것이라고 본다(郭淑雲, 2001: 54).
명혼은 생명과 가장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혼으로, (1) 명혼이 다치면 병에 걸리며, (2) 생명이 다했을
때 명혼은 신체를 떠나서 망혼亡魂이 되어 떠돌게 되는데, (3) 샤만이 죽은 자의 혼령을 위로하는 것은
바로 이 망혼을 위로하여 보내기 위한 것이고, (4) 명혼은 사람이 죽기 직전에 먼저 신체를 떠나기도 하고
서서히 떠나기도 하는데 일단 사람이 죽으면 철저하게 신체를 이탈한다.
샤만들은 병자가 완전히 죽지 않았더라도 심장박동 신체에서 풍기는 냄새 입 냄새 맥박 상태 등을 종합
하여 명혼이 몸 안에 존재하는지 떠났는지를 판단하고 그 결과에 따라 여러 가지 무술巫術을 행한다.
(郭淑雲, 2001: 55-56).
② 부혼浮魂(만주족)/사상혼思想魂(허쩌족)/유혼游魂(몽고족)
둘째 형태의 영혼은, 부혼浮魂(만주족)/사상혼思想魂(허쩌족)/유혼游魂(몽고족)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영혼의 특징은 사람이 살아 있을 때에도 신체를 떠나서 신체 외부에서 잠시 동안 머물거나 활동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부혼/사상혼/유혼은 사람이 잠들었을 때 신체를 떠나 아주 먼 곳에 도달할 수도 있으며, 다른 사람의
영혼과 사귈 수도 있다. 인간이 꿈을 꾸는 것은 이 부혼/사상혼/유혼이 활동한 결과라고 본다.
또 외부의 영향으로 부혼/사상혼/유혼이 신체 밖으로 내몰릴 수도 있는데, '정신 이상'은 이런 결과로
나타나는 것이라고 본다.
또한, (1) 사람이 죽으면서 분리되는 ‘명혼/생명혼/주혼’이 몸을 이탈한 상태를 ‘망혼亡魂’이라고 부르
는데 이 망혼을 샤만이 샤만 의식을 통하여 하계=지하계=저승으로 안내하거나, (2) 병자病者의 ‘부혼/
사상혼/유혼’을 찾아 데려오는 샤만의 초혼술招魂術은, 샤만에게도 자신의 몸을 떠나서 돌아다닐 수
있는 부혼/사상혼/유혼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郭淑雲, 2001: 54-55).
부혼/사상혼/유혼의 가장 큰 특징은 몸을 벗어나서 떠다닐 수 있는 유동성流動性이다.
샤만에게도 이런 부혼/사상혼/유혼이 있기 때문에 샤만의 각종 의례가 가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곧,
샤만의 각종 의례는, (1) 샤만 자신의 부혼/유혼이 몸 밖으로 나가서, (2) 신령들과의 협상 투쟁 설득
타협 등을 통해, (3) 병자의 몸을 이탈해서 떠도는 병자의 부혼/사상혼/유혼을 병자의 몸 속으로 되돌리
거나, (4) 죽은 자의 명혼/생명혼/주혼이 신체를 이탈한 ‘망혼’을 편안하게 하계로 안내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샤만이 그 자신의 부혼/사상혼/유혼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게 할 수 있는 것은 샤만의 기본적인 기술이
라고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서 사람과 신령의 세계를 연결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북방 샤마니즘을 공유한 몇몇 부족들에서는 몸에서 분리된 부혼/사상혼/유혼은 벌 나비 파리 작은 뱀
개미 거미 지네 등의 작은 동물로 변한다고 믿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새’로 변한다고 보는 것이
보편적이다.
예를 들어, 중국 동북방 소수민족인 어원커족鄂溫克族(시베리아 지역에서는 에벵키Ewenki, 에벤키
Evenki 등으로 불린다-필자)과 허쩌족(赫哲族(시베리아 지역에서는 나나이Nanai족이라고 불린다-
필자)은 영혼이 몸에서 나가면 ‘쇠박새(小雀)’로 변한다고 믿으며, 따월족達斡爾族은 ‘참새(雀)’로 변
한다고 믿는다.(郭淑雲, 2001: 58).
부혼/사상혼/유혼이 신체를 떠날 때 ‘새’로 변한다는 동북방 샤마니즘의 영혼관을 이해하면, 동북방 샤만
들이 샤만 의식을 진행할 때에 두 팔을 새의 날개처럼 넓게 펴고 다리를 구부렸다 펴면서 새처럼 너울
너울 춤을 추는 모습을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신령세계와 인간세계를 잇는 ‘신의 사자’가 왜 새가 되는 지도 알 수 있다.
사실 신의 사자인 새는 바로 최초의 샤만 신화와 연결해서 보면 샤만 자신이며, 영혼관과 연결해서 보면
신의 세계와 교통하는 샤만의 부혼/사상혼/유혼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③ 진혼眞魂(만주족)/전생혼轉生魂(허쩌족)/전세혼轉世婚(몽고족)
셋째 형태의 영혼은, 진혼眞魂 혹은 신혼神魂(만주족)/전생혼轉生魂(허쩌족) 전세혼轉世婚 혹은 시혼
尸魂(몽고족) 등으로 부르는 것으로 이들의 의미가 완전히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대동소이하다.
만주족의 샤마니즘에서는 진혼 혹은 신혼의 작용이 현저하게 드러난다.
곧, 진혼은 세 가지 영혼의 핵심이며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영생불멸하며 다시 태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진혼은 명혼/생명혼/주혼과 부혼/사상혼/유혼에 직접 영향을 미치며, 사람의 기질 정신 수명 지혜 등을
결정한다. 또한 사람이 죽더라도 이 진혼은 영원히 존재한다. 만주족의 진혼은 ‘영생의 혼(永生的 魂)’
이자 ‘다시 태어날 수 있는 혼(能轉生的魂)’으로 평소에는 치아 뼈 모발 가운데 숨겨져 있다.
(郭淑雲, 2001: 55. 57).
허쩌족 샤마니즘에서도 전생혼은 내생來生을 창조하는 능력이 있다.
또한 전생혼은 사람이 죽은 후 신체를 떠나 본래 왔던 곳으로 되돌아간다고 믿는다.
돌아가기 전에 생전에 다녔던 곳을 다시 한번 돌아다니는데, 남자는 7일 여자는 9일 동안 걸어 다닌다고
한다.
전생혼이 본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면, 이 전생혼은 다른 사람의 태胎 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명을 받아
재생한다. 물론 착한 사람은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고, 죄를 지은 사람은 가축으로 태어나며, 악한 사람은
다시는 사람이 되지 못한다(郭淑雲, 2001: 56).
몽고족의 시혼尸魂은 사람이 죽은 뒤 시신을 보호하는 혼이자, 다른 세상에서 다시 태어나는 능력을
지니고 있는 전세혼轉世魂이기도 하다.(郭淑雲, 2001: 55). 몽고족들은 이 영혼을 ‘다시 태어나는 영혼
(轉世的靈魂)’이라고 부르는데, 사람이 죽으면 즉시 신체를 떠나서 다른 사람의 몸 속 태胎에 들어가
다시 태어난다고 믿는다(策·達賴, 1978: 28; 郭淑雲, 2001: 56).
진혼/전세혼/전생혼과 관련된 이런 샤마니즘의 관념들은 불교 윤회설의 영향을 받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불교의 영향으로 샤마니즘의 삼혼관三魂觀이 형성된 것으로 보아서는 안된다.
곧 단순히 불교 윤회설의 영향으로 샤마니즘의 삼혼관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샤마니즘 고유의 삼혼관과
불교의 윤회사상이 교묘하게 결합”된 것으로 보아야하며, 불교 때문에 삼혼관이 생겨난 것이 아니라
“샤마니즘에 내재된 고유한 관념이 삼혼관을 주도”하고 있다고 보아야한다는 것이다(郭淑雲, 2001: 57).
이런 북방 샤마니즘의 3혼일체관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도표 3> 북방 샤마니즘의 삼혼신앙三魂信仰 / 삼혼일체설三魂一體說
3혼의 명칭 | 명혼命魂(만주족) 생명혼生命魂(허쩌족) 주혼主魂(몽고족) | 부혼浮魂(만주족) 사상혼思想魂(허쩌족) 유혼游魂(몽고족) | 진혼眞魂(만주족) 전생혼轉生魂(허쩌족) 전세혼轉世婚(몽고족) |
성질 | 1. 태어날 때 누구나 지니고 나오는 것으로 생명유지 번식 지각 본능 정감 등을 주재한다. 2. 사람의 죽으면 신체를 떠나서 망혼亡魂이 된다. 3. 이 혼이 외부의 침범을 받거나 다치면 병이 생긴다. 4. 샤만 의례는 망혼을 지하세계로 안내하거나 병든 명혼을 제자리로 돌리는 것. | 1. 생존시에도 신체를 떠날 수 있으며, 꿈을 꾸는 것은 이 혼이 빠져나간 것. 2. 몸을 떠나면 보통 새의 모습으로 변한다. 3. 이 혼이 빠져나가 돌아오지 못하면 정신병에 걸린다. 4. 샤만은 이 혼을 자유자재로 들락거리게 할 수 있어서, 죽은 자의 망혼을 지하계로 안내하거나, 되돌아오지 않은 부혼을 되돌려 병을 치료한다. | 1. 사람의 기질 정신 수명 지혜 등을 결정하며, 사람이 죽더라도 이 진혼은 영원히 존재하며 다시 태어난다. 2. 평소에는 치아 뼈 모발 가운데 숨겨져 있다. 3. 사람이 죽으면 왔던 곳으로 돌아가기 전에 남자는 7일 여자는 9일 동안 평소에 다니던 곳을 배회한다. 3. 돌아가서 다른 사람의 태胎 속에 들어가 새로운 생명을 받아 재생한다. |
이런 삼혼신앙은 시베리아 북부의 축치(Chookchee)족이나 유카기르(Yukagir)족의 경우에도 비슷하게
나타나는데, 이들도 영혼을 3가지로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1) 북아시아 사람들도 한 사람에게는 자그마치 3개 혹은 7개의 영혼이 있다고 믿는다. 이들의 믿음에 따르면, 사람이
죽을 경우 이 영혼 중 하나는 무덤에 남고, 하나는 저승으로 가며, 나머지 하나는 천상으로 올라간다.
그러나 이러한 사고방식 - 가령 축치 인이나 유카기르 인에게 있는 것으로 확인된 - 은 사후에 3 영혼이 처하는 운명에
관한 많은 사고방식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엘리아데, 1992: 205).
(2) 유카기르 인들의 믿음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이 사람에게 깃들어 있던 세 개의 영혼은 서로 흩어진다.
즉 하나는 시신에 남아 있고, 또 하나는 그림자 왕국으로 내려가고 나머지 하나는 천상으로 올라가는 것이다. ....(중략)....
그런데 이들 중 가장 중요한 영혼은 그림자가 되는 영혼인 듯하다.
그림자가 되는 영혼은 그림자 왕국으로 가는 길에 저승의 문을 지키는 문지기인 노파를 만났다가 강가에 이른다.
그림자가 되는 영혼은 배로 이 강을 건넌다. (이 그림자 왕국에서는 이승에서 죽은 사람들도 친척들과 더불어 그림자 짐승
을 사냥하는 등 이승에서와 똑같은 삶을 살고 있다.) 샤만이 병자의 영혼을 찾으러 가는 곳은 바로 이 그림자 왕국이다
(엘리아데, 1992: 232).
축치(Chookchee)족이나 유카기르(Yukagir)족의 경우에도, 이런 세 가지의 영혼은 주로 사람들의 치아
뼈 모발 속에 존재한다고 믿는 점에서는 몽고족 만주족 허쩌족 등과 마찬가지이다.
이런 까닭에 동북 시베리아 지역과 중국 동북방 지역 등에서는,
(1) 고대로부터 멧돼지 호랑이 곰 등의 이빨로 만든 목걸이나 장식품들이 전사의 상징으로 사용되었고,
(2) 뼈로 만든 각종 장식품이 신성한 것으로 여겨졌으며,
(3) 각종 동물의 뼈를 이용한 점복법占卜法이 발전하였던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동물의 견갑골肩胛骨 등을 불에 태워서 점을 치는 골복骨卜의 전통은 북방 샤마니즘의 산물이다.28)
머리카락에도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라고 여겼기 때문에 전쟁 중에 친구가 죽으면 그의 머리카락을
시신대신 가져와 장례를 치르기도 하였다. 우리네 할머니들도 머리를 손질하면서 빠지는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모았다가 깨끗하게 불에 태워버리곤 하였는데, 이런 전통도 북방 샤마니즘의 영혼관과 연결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삼계구천설 우주수 3혼일체설 등에서 살펴본 성수聖數 3과 그 배수인 9는 북방샤마니즘의 사유체계
에서 중요한 상징으로 작용한다.
이런 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사유체계는, 상 주 시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주된
사유체계로 작용한다. 그 가운데 가장 추상적인 상징이 바로 삼태극 혹은 삼원태극이라고 볼 수 있다.
7. 글을 맺으며
북방 샤마니즘의 사유체계에 입각한 ‘3수 분화의 세계관’은 상 주 시기에도 주된 사상적 흐름이었다.
춘추 전국시기를 거쳐 다양한 사상들이 출현하였고, 이런 사유체계들은 처음에는 유가나 도가계열의
구별 없이 공유되던 것이었다.
동북아시아 모태문화로서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은 후대의 도가계열이나 유가계열에 모두 수용되었다.
그러나 도가계열에서는 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을 계승하여 태극이 3기로 형성되어 있다는
3.1철학을 발전시켜갔고, 유가계열 특히 송대 성리학 이후로는 음양태극론으로 정비되어 가면서 ‘2수
분화의 세계관’을 정립시켜간다.
『한서』「율력지」에는 ‘태극원기 함삼위일’을 분명하게 표명하고 있고, 삼국 시대나 당나라의 학자
들도 태극을 삼태극으로 이해했었다.
주렴계가 ‘무극無極-태극太極-음양-오행-만물’의 순으로 우주론을 체계화하고, 이것을 주자가 집대성
하여 성리학이 성립되는 송대 이후에는 음양태극 관념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결국 도가계열에서는 ‘3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3.1철학이, 유가계열 특히 송대 성리학이후로는 ‘2수 분화의 세계관’에 입각한
논리가 주류를 이루게 된다.
이런 필자의 논의는 이후에 동북아의 사상사 문화사 사회사 등의 연구에 많은 시사점을 줄 수 있을 것
이라고 본다.
<국문요약>
‘태극太極’에 대해서 우리는 일반적으로 음과 양이 어우러진 태극 곧 ‘음양태극陰陽太極’을 떠올린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음양태극 대신에 흔히 ‘삼태극三太極’ 혹은 ‘삼원태극三元太極’이라고 불리는 문
양이 많이 사용된다.
한 중 일의 경우 사용되는 태극의 모양이 다르다. 예를 들어 전통 북(鼓)의 표면에는 ‘태극’이 장식되어
있는데, 중국의 전통 북에는 음양태극이 그려져 있고, 한국과 일본의 북에는 삼태극/삼원태극이 그려져
있다.
상ㆍ주ㆍ춘추ㆍ전국 시대에 이르는 고고 유물이나 악기에는 삼태극 도형이 대단히 많이 보이는데 반
해서 음양태극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상 주 춘추 전국 시대의 각종 고고 유물에서도 삼태극이 그려져
있다면, 도대체 중국에서는 언제부터 삼태극이 음양태극으로 바뀐 것일까?
이 글에서는 고대의 동양에서 태극이란 삼태극을 의미하는 것이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한서』「율력지」에는 “태극원기는 셋을 함유하면서 하나가 된다(太極元氣, 函三爲一)”는 삼태극
관념이 보이고, 이것은 한나라와 삼국 시대 그리고 당나라 시대의 학자들에게까지도 보편적인 태극
이해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태극을 삼태극으로 이해하던 관념은, 송대宋代 주렴계의 태극도설太極圖說 이래로 음양 2기만
을 포함하는 음양태극 관념으로 변화된다.
이와 더불어 이 글에서는 이런 삼태극 관념이 동북방 샤마니즘의 ‘3수 분화의 세계관’의 산물이라는
점도 밝혀놓았다.
<Abstract>
The first concept of ‘Taeg k(太極)’ is not ‘Yin-yang Taeg k(陰陽太極)’ but ‘Sam Taeg k(三太極)’
/ ‘Sam-won Taeg k(三元太極 )’
Woo Sil-Ha
In general, ‘Taeg k(太極)’ means ‘Yin-yang Taeg k(陰陽太極)’ that spreads out 1(Taeg k: 太極)
- 2(Yin-yang: 陰陽) - 4(Sa-sang: 四象) - 8(Pal-goe: 八卦). As you seen above, Yin-yang Taeg k
branches into two(Yin-yang: 陰陽) that mean the cosmic dual forces.
But ‘Sam Taeg k(三太極)’ or ‘Sam-won Taeg k('三元太極)’ branches into three(Tien 天, Di 地
and Ren 人). These ‘three’ are called Sam-jae(三才) that means the cosmic triple forces.
The philosophy that based on Sam-Taeg k is called ‘3.1 philosophy’. So the symbol of ‘3.1
philosophy’ is Sam-Taeg k that means the source of the triple principle of Tien (天), Di (地) and
Ren (人).
In this paper, the author suggests that the first concept of Taeg k is Sam Taeg k / Sam-won
Taeg k. And this kind of situation continues until Dang(唐: 618- 907) dynasty. The concept of
Sam Taeg k is based on ‘3.1 philosophy’.
Moreover the author suggests that 3.1 philosophy has its origin in north-eastern Shamanism.
In north-eastern Shamanism ‘3’ is regarded as a sacred number. And north-eastern Shamanism
has a unique mathematical logic that spreads out 1-3-9-81. This paper pays attention to the
north-eastern Shamanism as a philosophical background of ‘3.1 philosophy’ and the concept of
‘Sam Taeg k’/ ‘Sam-won Taeg k’.
<우실하>
연세대 사회학과 학사 석사 박사를 마쳤으며, 중국 요녕대학 한국학과 교수를 역임하였다.
현재 연세대와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강의하고 있고,「시민의 신문」편집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는『오리엔탈리즘의 해체와 우리 문화 바로 읽기』(1997),
『한국 전통 문화의 구성 원리』(1998)가 있으며 20여 편의 논문이 있다.
(메일: woosilha@yahoo.co.kr 홈페이지: www.gaonnu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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湖北省博物館(編), 1996,『曾侯乙墓文物藝術』, 湖北:湖北美術出版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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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삼태극의 기원과 변형과정에 대해서는 필자가 이미 연구를 마쳤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삼태극 형상의
기원은 갑골문에서부터 보이며, 그 기원은 ‘둥근 태양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 모양을 상형 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현재『삼태극의 기원과 변형과정에 대한 연구』(가제)라는 책을 집필중이다.
이 글에서는 상론하지 않는다.
2 삼태극은 태양 속의 화염문에서 기원하고 있는데, 이것은 갑골문을 통해서 입증할 수
3 『金石索』은 청나라 때 풍운붕馮雲鵬과 풍운원馮雲 이 편집한 것으로 당시까지 수집된 금문金文(청동기에
새겨진 글씨나 도형 등)과 석문石文(비석 등에 새겨진 글씨나 그림 등) 등을 집대성한 것이다.
위의 그림은 우실하, 1998: 285쪽 <도표 7-8> 에도 인용했었다.
4 이외에도 아래위 2층으로 구성된 편종가編鐘架의 각종 장식과 악기표면 그리고 함께 발굴된 각종 청동제품
의 장식에서 삼태극 문양은 수를 헤아리기 힘들 정도로 많이 보인다. 필자가 인용한 위의 책에서는 와문渦紋
으로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증후을묘의 명문을 통해서 증후을묘의 각종 유물들은 B.C. 433년에 초楚의 혜왕惠王이 증후을曾侯乙
에게 선물로 보내준 것이라는 점이 밝혀져 있다.(馮光生,1996: 139),
5 이 부분의 자료들은 일본의 가문 문양에 대한 전문 홈페이지인 아래의 홈페이지에서 얻은 자료들이다.
(1) www.harimaya.com, (2) www.genbu.net, (3) www.nihonkamon.com 이들 홈페이지에는 일본의 가문
문양에 대한 방대한 자료들을 올려놓고 있다.
6 왕망王莽이 세운 신新(8-22)나라에 의하여 한 왕조가 잠시의 중단이 있어, 그 이전에 장안長安을 수도로
하였던 한을 전한前漢=西漢이라고 하고, 낙양洛陽에 재건된 한을 후한後漢=東漢이라고 한다.
8『漢書』, 卷21 上,「律曆志」 第1 上; 『漢書』, 1992: 964.太極元氣, 函三爲一.
11 何寧, 1998: 246. 何寧의 보주(補注). 補曰, 前漢志云,「太極元氣 函三爲一」.
12『漢書』, 卷21 上, 「律曆志」 第1 上;『漢書』, 1992: 956.
數者, 一十百千萬也, 所以算數事物, 順性命之理也. 書曰,「先其算命.」 本起於黃鐘之數, 始於一 而三之,
三三積之, 曆十二辰之數, 十有七萬七千一百四十七, 而五數備矣.
14 12율의 명칭은 몇 가지의 경우 일반적인 한자 발음과 다르게 읽는다.
구체적으로 보면, 太簇는 태족이 아니라 태주로 읽고, 姑洗은 고세가 아니라 고선으로 읽고, 夷則은 이즉이
아니라 이칙으로 읽고, 無射는 무사가 아니라 무역으로 읽는다.
15『漢書』卷75,「 兩夏侯京翼李傳」 第45; 『漢書』, 1992: 3168-3169.
孟康曰, 北方水, 水生於申, 盛於子....(중략)... 孟康曰, 東方木, 木生於亥, 盛於卯....(중략)...
孟康曰, 南方火, 火生於寅, 盛於午....(중략)... 孟康曰, 西方金, 金生於巳, 盛於酉....(하략)...
孟康曰, 上方謂北與東也, 陽氣所萌生, 故謂上...(중략)... 孟康曰, 下方謂南與西也, 陰氣所萌生, 故謂下.
16『漢書』卷 21 上, 「律曆志」 第 1 上;『漢書』, 1992: 966.
本起黃鐘之長, 以子穀 黍中者, 一黍之廣, 度之九十分, 黃鐘之長. 一爲一分, 十分爲寸, 十寸爲尺, 十尺爲丈.
18 자子는 분명히 12지지 가운데 처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곡이란 12지지 가운데 子에 배당되는 곡식
이라는 의미이다. 거 가 ‘검은 기장(黑黍)’이기 때문에, 검은 색을 상징하는 북방인 子에 배당된 것이다.
그러므로 ‘자곡’은 단지 ‘곡식이나 종자의 싹’을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子에 배당된 곡식’이라는 의미로 읽어
야한다.
19『史記』「 律書」第3; 『史記』, 1994: 1250 주석 3).
『正義』孟康云, 「元氣始起於子. 未分之時, 天地人混合爲一, 故子數獨一也.」.『漢書』「律曆志」云,
「太極元氣 函三爲一, 行於十二辰, 始動於子, 參之於丑, 得三. 又參於寅, 得九. 又參之於卯, 得二十七.
又參之於辰, 得八十一. 又參之於巳, 得二百四十三. 又參之於午, 得七百二十九. 又參之於未, 得二千一百八十七.
又參之於申, 得六千五百六十一. 又參之於酉, 得萬九千六百八十三. 又參之於戌, 得五萬九千四十九. 又參之於
亥, 得十七萬七千一百四十七」.
22 『史記』卷25「律書」第3;『史記』, 1994: 1251.
24 허쩌족은 인구가 4245명(1990년) 정도로 주로 흑룡강성 동강시同江市 요하현饒河縣 무원현撫遠縣 등에
주로 거주한다. 허쩌족의 기원은 고대 숙신肅愼 계통의 읍루 樓 물길勿吉 흑수말갈黑水靺鞨 야인여진野人
女眞 등이다. 이들의 언어는 알타이계 퉁구스어족 만주어 지류이지만, 문자가 없어서 청나라 때에는 만주족
글자를 사용했었고, 해방 이후에는 한자를 사용하고 있다.(郭淑雲·王宏剛, 2001: 172).
25『性理大全』 卷之28 「鬼神」總論; 최봉수(역), 1996: 709.
鬼神不過陰陽消長而己.....(中略).... 在人則 精是魄 魄者鬼之盛也. 氣是魂 魂者神之盛也. 精氣聚而爲物 何物而
無鬼神. 游魂爲變 魂游則 魄之降 可知矣.
필자가 참고한 것은 아래의 것이다.
이 책은 천·지·인 3권으로 되어있다. 완전 번역은 아니고 절반 정도는 원문을 그대로 싣고 있고, 토씨만 한글로
옮겨놓은 것이다. 고문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소개한다.
朱熹, 1996,『性理大典』,崔鳳洙(역), 서울:이화문화출판사.
28 골복의 전통에서 상대 갑골점이 나왔다고 보고 있다. 상세한 것은 아래의 글을 볼 것.우실하, 1998: 140-150.
우실하(사회학박사, 전 요녕대교수, 연세대,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