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주역들을 통해 확산, 유행되었는지를 소개했다. 그런데 시의도 속의
당시나 송시가 당시의 시단과 어떤 관계였는지에 대해서는 그다지 언급
하지 않았다.
적으로 이해하는 한 방편이 될 것이다. 서울대 민병수 명예교수의『한
국한시사(韓國漢詩 史)』에 따르면 당시 시단의 지형도는 다음과 같다.
향이 등장했다. 하나는 잘 알다시피 백악 시단의 활동이다. 김창협, 김
창협 형제가 주도한 이 시단은 새로운 시세계를 지향했하면서 진시(眞詩)
운동이라고 불렸다. 이들 문하에 겸재의 친구 이병연을 비롯해 김시민, 유
척기, 홍세태 등이 활동했다.
홍양등, 최성대 등으로 이들의 풍류시는 정조를 정점으로 단원과도 가까
웠던 이덕무, 박제가, 유득공 등에게도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거론할 수 있는 경향이 홍세태, 조수삼 등 중인 시인의 출현과 활약이다.
시작(詩作)관련 자료의 재정리 사업을 꼽을 수 있다. 즉 시집이 다시 출
간되고 시화(詩話)를 창작하거나 시화총집 등이 다수 간행됐다.
이가 최북이다. 그는 천수경이 지은 중인 시집인 『풍요속선』에 시가
3수 수록돼 있다. 시인으로서 그는 앞서 두 번째 경향이 시인들과 가
까웠다고 말할 수 있다. 이들 가운데 안산을 중심으로 한 표암 강세황 그
룹과 교류가 있었던 신광수과는 동갑으로 특히 가까웠다.
나 역사 또는 유명시를 소개한 글) 접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고 그렇게 상
상하고픈 시의도가 있다. 그가 그린 <계류도>이다. 여기에는 최치원의 시
「제가야산독서당(題伽倻山讀書堂)」의 한 구절 적혀있다. 최치원은 이 무
렵에 간행된 시화집에는 어디서나 ‘우리나라 문장은 최치원에서 처음으로
발휘되었다(我國文章 始發爲於崔致遠)’라는 식으로 소개돼있다.
최북 <계류도> 지본담채 28.2x33.3cm 고려대박물관
높은 주산이 자리를 차지한 가운데 멀리 푸른 산이 보이는 남종화풍의 그
림과는 전혀 다르다. 양쪽 얕은 둔덕은 피마준과 윤곽선을 따라 먹 점을 찍
어 전체의 입체감을 살렸다. 물속에는 먹으로 검은 바위를 크게 묘사했는데
이는 조선 초기부터 내려오는 전통적 표현법이기도 하다. 물줄기가 흘러나오
는 곳쯤에 짙은 안개가 피어나는 것으로 처리해 계곡 주변의 높은 산을 보
는 사람의 상상에 맡겼다.
盡聾山(각공시비성도이 고교유수진농산)’이다. ‘농(聾)’자 옆에는 점을
찍고 다시 ‘농(籠)’으로 고쳐 적었다. 이는 ‘시비 소리 귀에 들릴까 오히려
두려워 흐르는 물로 하여금 온통 산을 둘러쳤다’라는 뜻인데 처음의 농
(聾) 자로 한다면 산을 귀먹게 한다가 돼서 뜻이 통하지 않게 된다. 원래
시는 이렇다.
이 시는 그가 귀국 후 벼슬을 버리고 한 때 들어가 지내던 가야산 홍류동
계곡의 바위 위에 새겨져 있다. 멀리 백두산과 일본까지 여행했던 최북
은 어느 때 해인사와 이곳 홍류동 계곡을 찾은 듯하다. 그래서 계곡의 모습
을 그림으로 그리고 이 바위에 써있는 각석 글자를 시로 그림 속에 담았다
고 볼 수 있다.
제가야산독서당 각석
고 최북과의 교유가 있었던 단원에게도 이 시를 글로 남긴 것이 있다. 아들
김양기가 엮은 『단원유묵첩』에는 이 시를 그대로 적고 나서 ‘단원 졸서
(檀園拙書)’라고 사인한 것이 있다. 물론 단원에게는 이 일대를 여행한 이
력이 있다. 그는 44살 1788년에 정조에게 선배인 김응환과 함께 금강산
과 영동 9개군의 명산을 사생해오라는 명을 받았다.
김홍도 『단원유묵첩』 9쪽 최치원시 지본묵서 33x44cm 국립중앙박물관
가야산을 들렀을 가능성도 있지만 그 정확한 진위는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여기저기 이야기를 하고 다녔을 최북의 얘기쪽이 더 가능성이 높기도
하다.
닐 것이다. 그는 그 이전에 조선 사정을 시로 읊은 분위기에 익숙한 시인이
었기 때문이다. 그는 앞서의 『풍요속선』의 편자이자 당시 장안에서 이름
난 중인시사인 송석원 시사를 이끈 천수경(千壽慶)과도 절친했다. 『풍요
속선』에 들어가 있는 3수 중 한 수인 「추회(秋懷)」는 천수경의 집에
서 지은 시라고 전한다.(최북의 죽은 훨씬 뒤의 일이지만 단원은 인왕산
아래 천수경집 후원 송석원에서 열린 시모임을 그린 그림이 있다) 참고로 「
추회」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고 볼 수 있다. (*)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