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아름다웠지요. 우리나라에서도 누가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한번 도전해 볼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만 막연했지요.
그러던 중 유아분과 선생님들이 독일 연수를 통해 라이어를 만들어 와 소개를 해 주었답니다. 꼭 만들어 봐야겠다는 의지가 강하게 생겼지요. 여선생님들도 도전하면 잘 할 수 있는 일인데 하물며 우리는(강우태,이희숙부부는 미대에서 조소와 디자인을 전공) 미술전공자인데 못할게 뭐람... 그래서 우리 공간에 목공소도 꾸미고 이것저것 도구와 연장을 준비해서 햇살 좋은 5월부터 시작을 했지요. 근데 처음부터 벽입니다. 악기로 어떤 종류의 나무가 좋대? 라이어는 어떤 나무로 만들어? 어디서 구하지...... 별 수 없죠. 스스로 알아보는 수밖에요. 며칠 후에 드디어 짧은 지식을 토대로 에쉬목(물푸레나무)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정확한 규격(?)으로 주문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나무를 구해 놓고 보니 도구가 부실한 것 같아 목공도구도 보완해서 준비하니 6월이네요.
힘을 모으고자 8명이 함께 작업을 했답니다.
우선 라이어가 뭔지 함께 이해를 해야 하므로 자료를 수집했지요.
세계의 악기제조사 등을 통해 라이어의 형태들을 스크랩하고 규격에 맞춰 디자인을 따라했지요. 근데 규격이 나와 있을 턱이 없지요. 한마디로 감으로 했지요.
용기가 대단한 건지... 어떻게 보면 너무 무모한거지요. 인터넷상의 작은 사진자료들을 통해서 우선 취향에 맞는 3~4가지 정도 디자인을 선택해서 형태를 디자인 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일이므로 새로운 디자인 보다는 기존의 규격과 형태를 정확히 따라해 보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에쉬목(물푸레나무)은 나뭇결이 참으로 다양하고 독특합니다. 각자 원하는 무늬목을 선택한 후 본(디자인)을 그렸습니다. 라이어를 만드는 데는 수작업 도구사용 외에 약간의 기계적인 도움이 필요합니다. 그려진 형태를 정확하게 자르고 뚫기 위해서는 전동드릴과 직쏘가 사용됩니다. 물론 움직이지 않도록 고정하는 클램프와 바이스도 필요하지요. 단단한 나무를 자르기 때문에 기계사용에 연습과 긴장이 요구됩니다. 쇠와 나무의 힘겨루기는 항상 쇠의 승리 같지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조각도의 날은 항상 잘 갈려져 있어야 하지요.
외형을 적당히(정확하게) 제단한 후 조각에 들어갑니다. 조각도는 크게 2종류지요. 하나는 바른 선, 또 하나는 구부러진 선으로 되어있습니다. 되도록이면 비싼 조각도가 좋지요.
아! 라이어 조각을 하기 위해 미리 단단한 나무망치를 만들어 두었지요. 물론 다 만들 수 없어 고무망치도 많이 준비해 두었지요.
일주일에 약 1~2시간 짬을 내서 하는 작업인 관계로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무더운 여름이 왔다 갈 무렵 나무는 많이 가벼워 졌습니다. 스스로 물기를 버렸기도 하고 단단했지만 땀 흘린 만큼 가벼워지고 애착이 가는 모양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이때부터 똑 같은 디자인이라도 개인에 따라 모두 달라지기 시작하더군요. 8명이 모두 각자의 작업을 해 나가고 있었답니다.
한편 해결해야 할 문제는 처음부터 안고 있었지만 (별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했고 외국으로부터 구입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방법 찾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뭔고 하니 사실 1년 전부터 라이어에 고정되어 있는 조율쇠(이름은 아직도 모름)와 라이어 줄을 국내 수입상을 통해 유럽 악기점(?)에 주문을 했었는데 깜깜 무소식이었습니다.(사실 그것이 라이어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 것을 한참 후에 알게 되었지요)
어! 딴 건 다 수입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왜 주문한 게 안 오는 거야. 아니 그까짓 나사못 같은 것이 뭐 대단하다고...투덜댔지만 답이 없었지요. 조각이 한참 진행된 무렵 이젠 안되겠다 싶어 해결책을 찾아 나섰습니다.
구름산학교 선생님이 개인적으로 구입한 라이어의 쇠막대를 이빨 뽑듯이(ㅎㅎ) 뽑아 낙원악기상가 등 똑같은 것, 아님 비슷한 거라도 구하려고 찾아 다녔지만 도저히 구할 수가 없었답니다.
허탈하지요... 라이어 만든다 해놓고 요상한 모양으로 나무 껍데기만 조각해 놓았으니까요.
어떻게 하지. 그냥 끝낼까?
......
하는 수 없이 쇠를 다루는 철공소를 찾았지요. 제작을 의뢰하면 될 것 같기도 해서요. 그런데 이게 그냥 쇠막대가 아니라는 군요. 컴퓨터로 도면 그리고 확대해서 분석해 보니
헉! 악기의 비밀이 거기에 있더군요(이건 비밀입니다-설명이 잘 안됨). 한달 후 9월 어느 날, 드디어 지인의 도움으로 000개를 제작 하였습니다. 국산화(?)에 성공한 거죠.(생각보다 엄청난 댓가가 필요 했습니다.- 모두 수작업으로 (물론 사람이 기계를 사용해서 쇠를 다루지만) 하는 작업이었거든요.)
하지만 신났지요. 이제 다 되가는 것 같아요.
근데 어려움은 남아 있지요.
도대체 쇠막대를 어떻게 심지, 도대체 구멍을 얼마 크기로 어떻게 뚫어? 전동드릴 쓰다가 빗나가면 애써 조각한 거 망치기라도 하면?
또 하나의 작은 산을 넘었습니다.
라이어 줄을 어떻게 구하지? 등 등 등의 문제들...
현의 굵기나 길이, 종류 등을 분석했지요. 악기에 따라 현을 고정하는 곳이 나무나 구리막대로 되어있는데 꼭 변색이 심한 구리 막대여야만 하나? 스텐레스, 알루미늄, 은이나 금이면 더 좋지 않을까?
힘차게 자르고 뚫고, 조각하고, 거칠게 줄로 다듬고 부드럽게 사포질하고 매끄럽게 다듬으면서 많은 시간 함께한 나무토막이 드디어 새 옷을 입었습니다.
천연 왁스로 골고루 문질러 주자 부드러운 자기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7개의 굵기와 길이가 다른 현을 조심스럽게 걸었습니다.
조율은 여러 날 시간이 필요하답니다. 왜냐하면 새로이 탄생한 나무와 쇠와 현이 서로 어울리기에는 시간이 필요한 것이지요.
......
라이어 만들기에 대한 도전은
작은 악기 하나 만드는 일은 아니었으며, 함께 하신 분들도 많은 변화가 있었던 라이어 제작이었습니다.
무모한 도전이 결실(아직은 부족하지만)을 맺게 된 데는 함께 한 힘과 많은 행운이 있었고요. 주변의 많은 지인들의 도움이 함께 했습니다.
특히 한국슈타이너교육협회 유아분과를 수료하고 독일 연수를 통해 직접 라이어를 제작해 국내의 회원들을 위해 전 과정을 소개해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 작은 열매는 앞으로 꼭 필요로 하는 분들과 함께 나누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