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서예
에세이 한글 서예를 읽다-13
아연 정숙모의 「관폭도(觀瀑圖)」
신 웅 순 | 시조시인․평론가․서예가, 중부대 교수
장엄하다. 폭포 위 소나무가 십리 바깥에 있는 것 같다. 절벽 한가운데를 잘라내는
십리길 폭포수. 그 칼자국 높이는 얼마가 될까.
그림 화제는 이렇게 쓰여있다.
우주의 거대한 기를 품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줄기는 무의미하고 불필요하며 부당한 정신 의 찌꺼기를 제거시켜 진정한 의미처로 나의 정신을 곧추 세우게 한다. 또한 쉼없는 폭포의 굉음 소리는 비방과 거짓말과 부정한 소리에 오염된 나의 귀를 씻고 또 씻어 나의 내면을
정화 시켜 참된 내 본연의 모습으로 회귀하게 한다.
12.관폭도.jpg
수직으로 떨어지는 폭포 줄기는
찌꺼기를 제거시켜 진정한 의미처로 자신의 정신을 곧추세우게 하고 폭포 소리는 오염된 자신의 귀를 씻어 내면을 정화, 참나의 모습으로 회귀하게 한다는 것이다.
폭포 줄기로는 정신을 세우고
폭포 소리로는 참나를 찾아간다고 했다. 서늘한 선비 정신을 이 「관폭도」에서 만났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인가. 글과 글씨를 잘 쓰는 것인가. 그것은 아니다. 잘 그렸지만 다가오지 않는 그림이 있고 잘 그린
것 같지 않지만 다가오는 그림이 있다. 언제나 새로운 여운으로 남아있다면 그것이 명작이 아닐까.
향로봉에 햇빛 비쳐 안개 어리고
멀리에 폭포는 강을 매단 듯.
물줄기 내리쏟아 길이는 삼천 자
하늘에서 은하수는 쏟아지는가.
- 이백의 「여산폭포를 바라보며」
필자는 「관폭도」때문에 이백을
불러냈다. 이백이 필자보고 술 한 잔 하자고 한다. 술 좋아하는
필자로서 마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렇게 해서 이백, 작가, 필자가「관폭도」에서 한담을 나누었다. 필자가 제일 많이 취했고 그
다음 이백이 취했을 것 같다.
황진이는 화담과 함께 박연폭포를
송도 삼절의 하나로, 신석정은 직소폭포를 매창, 유희경과
함께 부안 삼절의 하나로 쳤다. 폭포는 선비들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구 중의 절구가 되었다.
김수영 시인의 「폭포」가 생각난다. 「관폭도」는 김수영의 시정신과 닮아있는 것 같다.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처럼
무엇을 항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높은 곳에서 떨어져야 깊은 소를
만들 수 있다. 우리는 생애가 깨지도록 떨어져 보았는가. 지구가
아플 정도로 떨어져 보았는가. 깊은 소는 아픔 대신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넘치는 물은 강과 바다로 내보낸다. 가질 것만 갖고, 품을 것만 품지 절대로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작가의 곧은 마음, 참나로의 회귀 여기에 필자의 무욕의 마음 하나 더 덧붙이고 싶다. 이것
하나 덧붙이면 필자도 작가, 「관폭도」와 함께 관폭 삼절의 하나쯤은 될 수 있지 않을까. 풍류라면 몰라도 이도 버려야할 욕심이리라.
첫댓글 정말 대가답습니다 폭포그림 너무 멋집니다
감사합니다.
좋은글입니다^^
그간 안녕하시지요? 고맙습니다.
발묵을 이용한 시원한 작품. 잘 보았습니다.
장엄한 폭포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귀한 작품소개 고맙습니다. ^^
앞으로도 시간이 허여되면 그리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좋은작품 잘 보았습니다
읽어주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