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랄 땐 집집마다 소를 길렀다. 그 시절 소는 농촌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가축이었다. 농사를 짓기 위해서 씨를 뿌리기 전에 농부는 매년 논밭을 쟁기질로 갈아 엎는다.
쟁기질로 논밭을 갈아 엎을 때 쟁기를 소가 끈다. 소 가 없으면 쟁기를 사람이 끌기도 하는데 힘이 무지하게 든다. 구루마로 짐을 실어나를 때도 구루마를 소가 끈다. 그 토록 힘든 일을 소는 싫은 내색 없이 묵묵히 해낸다.
저게 소가 하는 일의 다가 아니다. 송아지를 생산 하는 일도 소가 하는 중요한 일 중 하나이다. 송아지를 중소로 길러서 쇠 시장에 내다 팔면 목돈이 된다. 그 목돈은 영농자금이 되거나 자식의 학자금이 되곤 했었다. 때론 아들 녀석 장가들 밑천이 되기도 했었다.
송아지를 시장에 내다 팔 땐 어미 소도 같이 간다. 어미소가 앞장서서 가면 송아지는 멋도 모르고 쫄랑쫄랑 따라간다. 거간꾼의 도움으로 송아지가 팔리면 주인은 목돈을 전대에 넣어 허리 춤에 단단히 차고서 어미소만 끌고 집으로 돌아온다. 이 때 당연히 송아지는 어미소와 떨어 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다 써서 뒷걸음질을 친다. 어미소도 마찬가지다.
나는 저런 장면을 삼례 쇠시장에서 여러차례 목격 하곤 했었다. 새 주인은 송아지의 고삐를 앞에서 사정없이 끌고 아들은 송아지의 엉덩이를 있는 힘껏 밀면 송아지는 어쩔 수 없이 질질질 끌려 가곤 했었다. 어미소도 마찬가지였다. 주인이 이랴 !이랴 ! 하면서 고삐를 세차게 끌어도 그 토록 순하기만 했던 소였겄만 주인의 명령을 거부하고 송아지 쪽으로 가려고 뒷걸음질을 친다
.주인은 채찍으로 마구 매질을 하며 강제로 어렵사리 어미소를 집으로 데려 간다. 집에 돌아온 어미 소는 한사코 삼례장을 향하여 울어댄다. 어미소가 밤을 세워 목놓아 울어대는 통에 집안 식구들은 물론 마을 사람 모두가 잠을 설치곤 했었다. 어미소의 울음은 사나흘 계속 되어 목이 쇠고 여물도 먹지 않아 살이 쭉쭉 빠지곤 했었다.
바늘 도둑이 쇠 도둑 된다는 속담이 말해 주듯 옛부터 간 큰 도둑을 소도둑놈이라고 했었다. 소는 그 집안의 크나 큰 재산이었다. 그래서 농부는 소 고삐에 워낭을 달아 놓았었다. 워낭소리가 딸랑딸랑 울리면 농부는 안심하고 잠을 자지만 잠결에 워낭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농부는 부리나케 외양간으로 달려 나가곤 했었다. 혹시라도 소도둑이 소를 끌고 갔을까 싶어서였다.
어미소가 늙으면 힘든 일을 잘 못하게 되고 송아지도 생산을 못하게 된다. 그러면 농부는 눈물을 머금고 어미소도 시장에 내다 팔거나 백정놈에게 판다. 백정놈이 집으로 와서 늙은 소를 끌고 갈 때 보면 소는 끄랑지를 내리고 느릿느릿 끌려 가는데 눈에선 눈물이 철철철 흐르곤 했었다.
소를 미련하다고들 하지만 소는 자신이 도살장으로 끌려 간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오매는 그 모습을 차마 못 보시고 돌아서서 옷고름 입에 물고 정지문에 기대어 하염없이 눈물 짓곤하셨었다.
<조운제 님이 주신 카톡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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