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대리점-주유소 수직계열화...짬짜미로 가격결정
E컨슈머석유시장감시단, 도내 석유가격 유통조사 결과
제주지역 유류가격은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 등 수직계열화에 따른 가격담합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사진=제주매일 DB>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지역에 비해 ℓ당 100원 비싼 제주지역 유류가격의 비밀은 대리점을 통한 주유소들의 담합이 원인이라는 근거가 조금씩 분명해지고 있다.
또한 제주지역 휘발유와 경유가격은 농협알뜰주유소에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컨슈머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은 16일 제주도청 본관 4층 탐라홀에서 열린 물가대책위원회에서 제주도의 의뢰를 받아 연구한 제주지역 석유제품 가격 및 유통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E컨슈머는 정유사-대리사-주유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된 제주지역 석유시장 유통구조 여건 상 정유사의 파워에 소매업소들이 좌지우지되고 가격담합도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현재 제주지역에는 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스오일 등 국내 4개 정유사가 도내 대리점을 통해 주유소에 유류를 공급하고 있다. 정유사가 주유소나 일반 판매업소로 직접 공급하는 방식이 절반 이상인 다른 지역과는 다른 구조다.
E컨슈머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이후 가격이 급격히 하락했던 지난달 12일 전국평균 휘발유 가격이 ℓ당 8원, 경유는 5.92원 인하될 당시 제주지역 주유소는 휘발유인 경우 ℓ당 67원, 경유는 ℓ당 73원 내렸다.
도내 전체 주유소 194곳 가운데 62.5%에 해당하는 122곳이 휘발유는 ℓ당 90원 내렸고 경유는 127개(65.1%) 주유소에서 ℓ당 100원을 인하했다.
자유경쟁체제 속에서 제주지역 절반 이상의 주유소가 전국 주유소의 가격 인하 폭보다 더 많은 금액을 내렸다는 것이 바로 담합이 아니면 발생할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 이번 조사를 담당한 E컨슈머측이 분석이다.
이와 더불어 2010년 이후 전국적으로 주유소 수가 감소해 1만3200여 곳에 달하던 주유소는 최근들어 1만1100여 곳으로 줄었지만 제주지역인 경우는 2010년 당시 183곳에서 현재 194곳으로 늘었고 최근 몇 년 간 폐업 주유소도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대리점과 주유소 간 수직서열화가 대리점과 주유소 모두에게 이익으로 작용하면서 마진이 유지된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편 이런 정유사와 대리점, 주유소의 뚜렷한 수직계열화는 유류세 인하 정책 반영 등이 빠른 속도로 일제히 진행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지난 2018년 정부의 유류세 15% 인하 정책이 시행된 첫날 유류세 인하에 동참한 주유소 비율이 전국 12.73%에 불과할 때 제주지역은 절반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도내 주유소의 가격을 쥐락펴락하는 정유사들은 도내 농협알뜰중소의 판매가격을 기준으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 조사를 맡은 E컨슈머측은 “관련 업계에서는 대리점에서 가격을 정해준다는 말까지 회자되고 있는데 실제 근거가 있는 말”이라면서 “대리점의 공급가격 등을 공개해 제주지역 유류가격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