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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라틴속으로 원문보기 글쓴이: 도미노
통증
9월 말이 마감인 시나리오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평소에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나의 땅고 매니져 홍기를 만난 적이 있다.
홍기: 어때 땅고 할만해?
도미노: 너무 너무 힘들어...
홍기: 그치? 뭐가 제일 힘들어?
도미노: '진짜 남자'가 되어야 하는 점?
홍기: 진짜 남자가 어떤건데?
도미노: 진짜 리드를 하는 남자지.
홍기: 진짜 리드가 어떤건데?
도미노: 땅게라를 사랑하고 그녀의 마음을 헤아리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거지.
홍기: 넌 女心 도미노니까 잘 할거 같은데...
도미노: 女心은 무슨...땅게라의 마음을 잘 아는 땅게로가 되고 싶어서 만든 '호'인데 땅게라가 진정 원하는게 뭔지 몰겠고
오히려 난 계집애처럼 추는 거 같아. 살금살금...우유부단한 스텝...
홍기: 그럼 좀 세고 남자다운 호가 필요하지 않을까? 진짜 남자다운 땅게로가 되고싶다면...
마침 거리에 붙은 영화 '통증'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홍기: '통증' 도미노 어때?
도미노: !!!
사실 미숙한 초급이다보니 나와 춘 땅게라는 통증을 느끼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나 역시도 선배 꿈땅들과 추고나면 통증을 느낀다.
전자와 후자의 차이를 말하자면, 전자는 육체적 통증이고 후자는 심리적 통증이다.
심리적 통증은 크게 두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미안함, 수치심, 자괴감이다.
곡이 끝나고 상대 땅게라와 눈이 마주쳤을 때 땅게라의 표정이 안 좋으면 갑자기 가슴이 찡~ 해온다.
이런 현상이 쌓이다보면 점점 춤을 신청하기가 두려워지고 밀롱가에서 멍하니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진다.
둘째는 가슴앓이다.
춤출 때 느낌이 느무느무 좋을 때,
사춘기 청년의 마음에 불이 짚혀지고 집에가서도 그 땅게라가 계속 생각난다.
꿈에서도 나오는 건 물론이고 다음 번 밀롱가때까지 그리움이 사무친다.
아...보고싶어 보고싶어 보고싶어 ...하며 일주일이 지나고
밀롱가에 다시 갔을 때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파블로의 개의 조건반사'처럼 가슴이 콩딱콩딱 뛴다.
하지만 절대...춤을 신청하지 못한다.
수줍어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녀로부터 첫째 통증 (미안함, 수치심, 자괴감)을 느끼고 싶지 않다.
홍기에게 이런 얘기를 하자
홍기는 어차피 선택은 땅게라가 하는 거니까, 추고 싶으면 일단 까베세오를 해보라 하지만
난 사실 까베세오를 할 줄 모른다.
마리오는 처음보는 땅게라에게 잘도 까베세오를 하지만
난 일단 눈이 마주치면 반사적으로 시선을 피한다.
부끄러워서라기 보다
일단 절대 날 보는 것이라 믿지않고
혹시나 정말 날 뚫어지게 쳐다본다면...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한다.
난 여자와 눈이 마주치면 마음에 '통증'을 느낀다.
이런 이상한 병은 고등학교 2학년때 부터 쭈욱 지속되어 왔다.
꿈많은 사춘기 고교생 시절
남고를 다녔던 나는 연애를 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친구들은 잘도 여학생을 미팅해서 만나고, 술먹다가 만나고, 헌팅해서 만나곤 했다.
학교-독서실-학원을 순회하며 살던 나는 그런 건 꿈도 못꿨다.
고작 주일날 성당에서 청년미사때 여학생을 보거나 독서실에서 보는 것이 다이다.
어릴적부터 어른들의 말씀을 잘 듣던 착한 학생인지라
성당이 연애의 전당이 되서는 안된다고 설교하는 신부님 눈치보고
욕구불만의 무서운 독서실 사서 재수생 형을 눈치보고
하다보면 아까운 청춘의 시절이 다간다.
그래도
그 누구의 눈치도 볼 필요없이 수많은 여학생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그곳은 바로
도서관~
불특정 다수의 남녀학생들이 모여있는 곳.
공부보다는 작업이 성행했던 그곳의 피크데이는
오나다처럼 토요일이었다. (공부에 관심도 없는, 이쁘고 잘생긴 날날이 학생들이 다 모이는 날)
엄마에게는 자료를 찾아봐야한다 핑계를 대고
토욜마다 독서실을 제끼고 도서관을 갔다.
도서관은 독서실처럼 칸막이가 없으니까
모두들 이어폰을 귀에 꽂고 공부를 하는 척하며 시시때때로 주변을 둘러보며 까베세오를 날린다.
혹시라도 눈이 몇번 마주치면, 남학생이 여학생에게 다가가 쪽지를 건내고
밀롱가에서 플로어로 함께 오르듯이, 도서관 옥상으로 함께 올라간다.
그래서 토요일 도서관의 옥상은 남학생 여학생들로 북적북적하다.
그들은 옥상에서 LOD 라인으로 돌지않지만, 삼삼오오 모여서 담소도 나누고 게임도 하고 연락처도 주고 받는다.
그래서 나는 밀롱가에서 멍하니 앉아, 춤추는 땅게로스들을 부러워할 때처럼
옥상으로 올라간 학생들이 느무느무 부러웠다.
오후 6시가 되면 파장분위기라 모두들 가방을 싸서 퇴실하기에 시간이 지날수록 초조해졌다.
맘에 드는 여학생을 발견할때면 나도 쪽지를 써서 다가갈까 상상해보지만 계속 눈치만보고
역시나 그 여학생은 다른 남학생이 낚아채가고 나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한껏 패배감에 사로잡혔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며 시간이 흘러흘러 5시 즈음되면, 1시만 되도 빽빽하게 자리가 차 대기표받고 기다려야 할만큼 북적댔던 도서관이 정말 열공하는 찌질한 학생들만 남아 매우 한가해진다.
아...찌질아...너...여기서...뭐하니...차라리...독서실에서 공부나 하지...여기서 헛시간만 보냈잖아...하고 스스로 자책하던 중
창가쪽에 앉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어떤 여학생이 눈에 띄었다.
헉~ 갑자기 숨이 막혀왔다.
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받으며 이어폰을 끼고 책을 보는 그녀는 오랫동안 동경했던 강수지, 하수빈 스타일의
긴 생머리의 청순가련형 투명한 피부 존슨앤존스 클린앤클리어 모델같이 생긴 여학생이었다!!!
오나다에서 꿈땅중의 꿈땅이 춤은 안추고 계속 앉아 독서를 하듯, 수많은 남학생이 건낸 쪽지를 모두다 찢어 버렸나 보다.
그녀를 보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했다.
나는 춤을 안 춰도 좋으니 밀롱가 파장할때까지 당신은 그렇게 계속 있어주세요...하는 바램처럼
도서관 파장할때까지 그녀가 그 자리에 있어주길 바랬다.
사람의 시선에서는 에너지가 방출되어 느낌으로 시선을 의식할 수 있다...는 말이 진짜인지
그녀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보았다! 아~~~~~~~~~~~~~~~~~~~~~~~~~~
나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잠시 후 흘끗 그녀를 훔쳐보았다. 책을 보는 그녀는 검정 생머리를 귀뒤로 쓸어넘기며 살짝 고개를 들어 또 나를 보는 것이 아닌가! 아~~~~~~~~~~~~~~~~~~~~~~~~~~~~~~
심장이 콩딱콩딱콩딱 뛰었다. 혹시 이게 말로만 듣던 까베세오??????????????
너무나 긴장되어 화장실에 갔다. 이제 어떻게 하지? 확 저질러? 만약 거절당하면? 아 어떻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너무도 찌질해보였다. 잘생긴 날날이 남학생들도 다 거부한 그녀가 날 받아줄 턱이 있을까?
그래도 이대로 집에 가면 펴~엉~생 후회할 것만 같았다. 혹시 거절당하면 다시는 도서관에 오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화장실에서 나와서 나도 모르게 자판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동전을 넣고 캔커피를 두개 뽑았다.
그녀가 혹시나 나갈까봐 걱정이되어 축지법으로 자리에 돌아왔을 때 다행히 그녀는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내 자리에 앉아 연습장에 뭔가를 정성스럽게 또박또박 쓰기 시작했다.
문제> 혹시 잠시 시간이 있으면 커피나 한잔 할래요?
정답> 1. 꺼져 2.웃기시네 3. 너 제정신이니? 4.아주 잠깐이라면 시간을 내볼게요.
덜덜덜 떨리는 손으로 연습장의 종이를 뜯었다.
부부부북 스프링에서 종이가 떨어져갈 때 스프링 하나에 저질러? 또 하나에 말아?를 고민했다.
쪽지를 곱게 접고 교복 양주머니에 커피를 넣고 다리에 힘이 풀린 채 쭈뼛쭈뼛 여학생에게 걸어갔다.
그녀는 내가 바로 앞에 서있어도 본채 만채하며 계속 책을 읽고 있었다.
나는 " 저... " 하며 캔커피와 쪽지를 그녀의 테이블 위에 올려 놓았다.
그녀는 당황하며 쪽지를 받아들고 '이게 뭐죠?' 하는 표정으로 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나는 꾸벅 90도 인사를 하고 내 자리로 성큼성큼 돌아가 책을 세워서 책뒤에 숨었다.
잠시 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책 너머로 그녀를 보자 그녀는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낸 문제를 풀었다.
헉! 웃고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내가 준 쪽지와 캔커피를 들고 내게 걸어오기 시작했다.
아! 안돼~~~~~~~~속으로 외치며
난 책뒤로 숨어 책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여리여리한 부드러운 음성으로 "저기요..."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조심스럽게 들자 그녀는 내게 쪽지를 건냈다.
그녀가 체크한 답은?
4번!
아~~~~~~~~~~~~~~~~~~~~~~~~~~~~~
그녀는 천사같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 옥상에서 마실까요? "
나, " 네...."
그녀 " 그럼, 제가 먼저 올라갈테니 나중에 오세요."
나, "네..."
그녀는 내가 준 커피를 들고 모델같은 워킹을 하며 나갔다. 난 머리가 하애졌다.
유아세례를 받고 17년간 성당을 다니며 한번도 하나님께 '감사기도'를 한적이 없던 내가
두손을 곱게 모으고 '하나님 느무느무 감사합니다. 이 은혜 갚기위해 공부열심히 해서 꼭 서울대 갈게요 ㅠㅠ" 기도했다.
손목에 찬 카시오 전자시계의 1초 1초가 마치 1시간 1시간처럼 느껴졌다.
5분 후에 나갈까? 아냐 너무 성급하다 생각하겠지? 10분? 그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게 아냐? 근데 왜 나중에 나오라는거야?
아! 알겠다. 교복을 보니 명문 경기여고 학생이니 참한 학생일거야. 그래서 주변을 의식한거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정확히 7분 후에 나의 캔커피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옥상으로 가는 계단을 오르는데 옥상문을 통해 쏟아지는 햇살을 맞으며 나의 밝은 미래가 저 문 밖에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와 내가 단둘이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고, 도서관에서 단둘이 공부를 하고, 주말엔 단둘이 영화도 보고, 단둘이 노래방에서 노래를 하고, 단둘이 단과학원도 다니고, 내 친구들이 날 미치도록 부러워하겠구나 " 복권 당첨된 거보다 더 대박인데" 하며
혹시라도 그녀의 부모님이 여행이라도 가면 그녀의 집에서 ...><
행복한 상상을 하며 천국의 계단을 지나 옥상문을 통과했다.
학생들이 바글바글해서 그녀를 찾을 수 없었다.
혹시 도망간거 아냐? 설마 책가방은 두고 갔잖아...혹시 화장실 갔나? 내가 먼저 올라온건가? 혹시 화장실갔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시 자리로 가서 책가방을 싸들고 집에 간 거 아냐?
불안한 마음에 온갖 부정적인 생각들이 엄습하여 이리저리 살피며 그녀를 찾는데...앗!
멀리 학생들 사이로 그녀가 보였다.
휴~~~하며 너무 반가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손을 흔들었다. 그녀는 날보며 미소를 지었다.
성큼성큼 그녀에게 걸어가는데 뭔가가 이상하다는 것을 발견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손에 들린건 내가 준 캔커피가 아니라 담배였고...나의 캔커피는 그녀 옆에 있는 키가 180정도의 험상궂게 생긴 덩치손에 들려있는게 아닌가!
그녀, 옆에있는 덩치에게 " 재야...재 "
덩치 " 야! 너 일로와! "
순간 걸음을 멈춘 나는 " 네?"
덩치 " 네가 내 여자친구에게 찝쩍거렸냐?"
난 할말을 잃고 멍하니 서있었다. 덩치는 캔커피를 원샷하더니 캔을 내게 집어던졌다. 강속구로 날라오는 캔을 잽싸게 피했는데 내 뒤쪽의 덩치와 같은 교복을 입은 담배피고 있는 남학생 무리로 떨어져 어느 남학생이 맞았다.
"아이 시발 이거 누구꺼야!"
벌떡 일어나는 남학생 무리들. 덩치는 그 무리와 친구인지 아는 체하며 " 야 그거 제꺼야 제꺼" 하며 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뒤쪽에 있는 무리들과 앞쪽에 있는 덩치가, 양쪽에서 침을 찍찍 뱉으며 내게 다가오는데 자세히 보니 그들은 인근의 유명한 불량공고 학생들이었다. 아~~~~~~~~~~~~~~~~
난 재빨리 왼쪽으로 뛰었다. 그리고 그들은 날 쫓아왔다. 정신없이 학생들 사이로 도망치고 나와 부딪힌 학생들 "아 뭐야~"하는데 뒤에서 우르르르 쫓아오는 공고 학생들. 난 잡히면 죽겠다싶어 있는 힘껏 달렸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 옥상문이 아니라 옥상벽이었다.
그리고 옥상에서 뛰어내렸다.
3층 높이의 건물에서 낙하하며 불연 듯 그런 생각이 들었다.
왜 이쁜 것들은 다 임자가 있는거야!
다행히도 도서관 옆 등나무 벤치 위의 지붕위로 떨어진 나는 데굴데굴 굴러서 바닥에 내동댕이 쳐졌다.
허리를 부여잡고 숨이 막혀 괴로워하는데 주변에 몰려든 학생들이 안타까운 눈으로 날 내려다보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옥상 위에서 내려다보는 공고학생들의 킬킬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개네들이 쫓아내려오지 않을까싶어 실눈을 뜨고 올려다보니 입가에 엷은 미소를 지으며 날보는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그래서 지금도 까베세오를 할 때 땅게라와 눈이 마주치면
마음과 허리에 통증이 찾아온다.
홍기: 도미노, 나도 까베세오 잘 못해. 그래도 너 꿈땅이 되고싶대매...그럼 해야지...
도미노: 홍기...나 꿈땅이 되고싶지 않아...
홍기: 엥?
도미노: 난 또뜨가 될거야....
홍기: 엥?
도미노: DDODD...Dream Dancer Of Dream Dancers ...꿈땅들의 꿈땅.
홍기: 헐...
정말 갈 길이 멀다.
이놈의 지겨운 트라우마를 극복하지 못하면 결국 땅고판을 떠나야한다.
앞으론 이를 악물고 까베세오를 하려한다.
이놈의 통증은 까베세오에 성공하고 춤을 추는동안 치유될 것이라 믿는다.
아...
언제즈음이면 땅게라에게 육체적 통증을 주지않는 땅게로가 될 수 있을까?
언제즈음이면 땅게라에게 가슴앓이 통증을 주는 땅게로가 될 수 있을까?
첫댓글 또뜨ㅋㅋㅋㅋㅠㅠ
ㅎㅎ 홍기오빠 꽤 비중있게 등장하네~하군님 애정남 시리즈 끝나서 아쉬운 마음을..도미노님 다이어리가 다시 채워주시길~
대전 왔다 갑니다 ~온라인으로라도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