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감독 & 평론가들 평임...
이동진 평론가
3월22일 개봉하는
이용주 감독의 '건축학개론'을 보았습니다.
영화 참 좋네요.
가을에 어울리는 멜로가 있고
봄에 어울리는 멜로가 있다고
평소 생각하곤 했는데,
이 작품은 그 아련한 배음에도 불구하고
이 봄에 특히 잘 맞을 사랑영화입니다.
특별히 새로울 것도 없는 내용이고
따지고 보면 대단한 스토리도 아닌데,
사람의 마음을 결국 뭉클하게 움직입니다.
이야기에 인위적인 골을 파지 않고,
추억이라고 해서 요란하게 치장하거나 과장하지도 않는
정공법의 연출이 무척이나 믿음직하네요.
그러면서도 감성의 결이 장면마다 생생하구요.
과거와 현재가 엇갈리거나 만날 때마다
관객을 설레거나 쓸쓸하게 만드는
영화적 리듬이 특히 좋습니다.
추억을 다루는 시간 감각도 훌륭하지만
그 추억이 쌓여 깃드는 삶으로서의 집을 그려내는
공간 감각도 뛰어납니다.
한가인 엄태웅 수지 이제훈씨 등
출연진 모두가 빛나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이제훈씨는
이 영화로 많은 걸 얻을 것 같군요.)
이렇게, 이명세 감독의 '첫사랑'과
김대승 감독의 '번지점프를 하다'에 이어
또다시 기억의 문고리를 잡아당기는
첫사랑에 대한 멋진 한국영화 한 편이 탄생했군요.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 기분좋을 사람은
아마도 김동률씨가 아닐까 싶긴 하네요. ^^)
듀나리뷰
일단 제목부터 죽이지 않습니까? [건축학개론]. 최근 몇 년 동안 나온 한국 연애영화들 중 이처럼 자기 개성 확실하게 보여주고, 정확하고, 기억하기 쉽고, 인상적인 제목을 가진 작품이 있었던가요. 말이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사랑' 어쩌구로 시작되는 긴 제목들을 제대로 기억하거나 구별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되겠어요. 제목 구실 못하는 글자 다발들일 뿐.
비유적인 제목이 아닙니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음대생 서연과 건축과 학생 승민은 모두 건축학개론을 들어요. 이들의 이야기는 정확히 건축학개론 첫 강의에서 시작되어 종강으로 끝납니다. 그리고 15년 뒤, 시니컬한 30대가 되어 건축주와 건축가로 다시 만난 이들은 제주도에 집을 짓습니다. 이 두 이야기는 15년을 오가면서 느긋하게 병행진행됩니다.
이야기 재료는 평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대학생들의 첫사랑 이야기이고, 첫사랑을 다시 만난 30대 어른들의 이야기예요. 이런 이야기들에 나올 법한 거의 모든 단계들이 총동원됩니다. 이건 예고편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죠.
영화의 차별점은 이 익숙한 재료들이 모두 건축이라는 필터를 통해 제시된다는 것입니다. 단순한 집짓는 일만이 아니라, 그 과정 중 숙고해야 하는 지리적 편의성도 중요하고 공간의 개인적, 문화적 의미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대학생 서연과 승민의 모든 이야기는 건축학개론 강의의 친절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전개됩니다. 그리고 그들의 교육 과정은 15년 뒤, 승민을 통해 서연의 집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완성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영화는 거의 고루하기까지 한 이야기를 하면서도 새로운 의미를 얻죠. 이야기를 묶어주는 통일감은 당연하고.
건축의 비유를 계속 연장하는 것은 감독이 던진 미끼를 순진하게 무는 것일 수도 있는데, 영화의 구성 역시 건축물을 닮았습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만들어지는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물처럼 흐르는 대신 차곡차곡 쌓여 있죠. 이건 영화의 매력이고 개성이지만 늘 장점은 아닙니다. 감독의 계산 하에 구분되고 잘려나간 시공간 연속체들 안에 갇혀 주인공들의 심리묘사가 종종 막히거나 끊기는 때가 있죠. 특히 90년대 이야기의 결말은 그렇습니다. 90년대 중반은 그렇게까지 옛날이 아니에요. '그 때는 그랬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사람들이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이건 순전히 계획 하에 결말을 맺기 위한 인위적인 선택입니다. 계획이 늘 조금씩 사람들을 앞서는 겁니다.
보통 이런 이야기에서, 어린 시절의 이야기는 성인 이야기의 떡밥입니다. 하지만 [건축학개론]에서는 성인 시절의 이야기가 대학생 시절 이야기에 종속되어 있습니다. 당시의 이야기가 스스로 움직이는 주체이고 15년 뒤의 이야기는 열린 채 끝났던 이야기를 봉합하는 기능적 이유로 존재하는 거죠. 고맙게도 이 봉합과정은 멜로드라마의 불필요한 과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영화는 딱 끝나야 할 때 끝나요.
영화의 관심은 엄태웅/한가인 커플보다 이제훈/수지 커플에 쏠립니다. 특히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제훈은 연기할 거리가 많아요. 하지만 작품의 전체적인 의미를 고려해보면 연기 밸런스는 좋은 편입니다. 거의 한국 남자애들이 간직한 첫사랑의 이상처럼 보이는 수지나, 건들건들 냉소적인 엄태웅이나, 딱 부러지고 예민한 한가인이나, 모두 자기 역할이 있죠. 대학생 시절과 30대 시절 배우들의 외모가 전혀 연결되지 않는 것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거 같습니다. 반대로 새로 생각할 거리를 제공해주죠. 15년이면 충분히 사람 하나가 통째로 바뀔 수 있는 기간이니까.
과거의 이야기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영화이니, 90년대의 회고는 영화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합니다. 물론 저는 여전히 꿋꿋하게 "90년대가 무슨 옛날이야! 인터넷도 됐는데!"라고 주장하렵니다. 하지만 과거의 모든 특정 시기는 이런 말을 들었겠죠. 특히 시대를 촘촘하게 구분해줄 수 있는 문화적 지표들이 많은 요새엔 과거의 회상은 더 세밀해지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것들로 인해 우리가 과거를 그리는 방식 또한 바뀌어가는 거겠죠. (12/03/14)
★★★☆
기타등등
1. 영화의 구성과 회고적 분위기 때문에 은근슬쩍 넘어갈 수도 있는데, 솔직히 승민은 진짜 나쁜 놈입니다. 멍청하고 나쁜 건지, 그냥 나쁜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전 후자 같습니다. 승민을 타자화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요.
2. 음악이 조금 더 좋았다면 좋았을 텐데. 영화의 구성과 성격을 생각해보면 단순히 말랑말랑 로맨스의 분위기를 내는 것으론 부족해요. 그리고 [기억의 습작]은 기능적으로 조금 걸리는 구석이 있습니다. 화면이 무엇이 깔리건, 노래가 나오는 순간 그냥 주인공이 되어버리거든요. 90년대를 지나온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 좋은 곡인 건 여전히 사실이지만요.
3. 관객들은 승민의 재수생 친구로 나오는 조정석을 좋아할 겁니다.
4. [말하는 건축가]와 동시상영하면 근사할 텐데 말입니다.
더 많이 올라왔는데 내가 모아본건 이정도 ㅎㅎ
대부분 수지 이제훈에 대한 호평... 기대된다 *.*
첫댓글 엄태웅 때문에 좀 망설였는데 수지만 믿고 봐야 되나요..
요즘 그수많은 2세대 아이돌의 걸그룹,여자아이돌중 최후의 승자는 아이유(가수, 음악인쪽으로)와 수지(연기, 연예인쪽으로)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유야 이미 1년전부터 대세가 되었고 수지도 이영화를 통해 연기자로서 자리 잘 잡을거같더군요. 이번 영화 연기평이 다 좋아요
드림하이때는 진짜 발연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연기 많이 늘었나보죠?
후후 러브픽션을 보자는 여친의 말을 무시한채 제멋대로 내일자로 예매했습니다 ㅎㅎㅎ 수지야 오빠가 간다~
러브픽션 안보시는 거 정말 잘하신겁니다.
러브픽션 안보신거 정말 좋은 선택이십니다.
러브픽션...안보신거는 좋은 선택 입니다.
나름 괜찮았는데..;; ㅋㅋ
뭐 평타는
친 영화인듯 러브픽션 ㅋㅋㅋ
러브픽션은 좋은 영화인데..제가 보기엔 취향에 따라 평점이 많이 달라질 영화이긴 하죠.. 전 한국에서 나온 멜로영화중에 제일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친과 함께 잘 보고 오셨씀니까? ㅎㅎ
이런 영화 혼자보는건 제 자신에게 슬픈일이겠죠? 보고싶어도 못보겠네..
아.... 정말 보고 싶지만.... 같이 갈 사람이 없다 ...
기억의 습작 노래가 사람을 부르네요 멜로 원래 잘 안보는데 볼만 하다면 혼자라도 봐야지..ㅋㅋㅋ 뭐가 무섭다고..
90년대가 무슨 옛날이야!! 엉엉 ㅜ,ㅡ
90년대가 무슨 옛날이야!! 라고 동조하고 싶지만...벌써 20년 전이네요 ㅠ
벌써요?
사랑이란걸 해봤어야 공감을 하지
약 한시간 30분 후에 시사회를 보는데 평이 좋으니 기대되네요 ㅋ
나믿수믿
첫사랑이라...떠오르네요...
이제훈은 파수꾼때부터 연기 잘한다 싶었는데.. 고지전에서도 좋아서 팬이 되기로 했습니다.
한국영화에 초초 짠 평가를 하는 듀나가 저정도로 말하면 잘나온 영화라고 생각됩니더. 오버더 레인보우 같은 영화 아닐라나.. 생각이 드는데.. 라고 적고나니 장진영보고 싶네요. --"..
과연 어떨지
궁금하네여. 여친이랑 봐도....첫사랑이 생각날까요?ㅋ
음 보고싶은데 마누라님이 임신중이라서 dvd나올때까지 참아야 겠네요...ㅠ.ㅠ
만삭이 아니시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ㅎㅎ액션도 아니고 저렇게 평이 좋은 멜로라면 러닝타임이 길지 않으면 괜찮을 듯 합니다..제 아내도 임신중이었음에도 영화관에서 영화봤었죠ㅎㅎ
예고편만 봐도 무장해제...ㄷㄷㄷ
수지 때문에 보고싶은데 멜로영화라서.. ㅠㅠ 연애도 오랫동안 못하고 있는데 짠한 멜로영화 보면 짜증이 많이 나더라구요.
ㅜㅜ 2222
극장에 한번 가볼까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