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을 살아내며, 3월의 일기, 서울나들이/참 아름다운 인생동행
“아니, 저는 전혀 몰랐어요.”
놀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우리나라 최고의 오페라단으로 75년 역사를 자랑하는 사단법인 조선오페라단을 이끄는 최승우 대표의 혼사 소식을 알렸을 때, 송파여성문화회관 김경아 관장의 반응이 그랬다.
의외였다.
내가 최 대표와 인연된 것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그가 기획한 어느 음악회에 아내를 동행으로 발걸음 하면서부터였다.
그 음악회는 오페라 갈라콘서트 무대였다.
당시 50대 중반이었던 나로서는, 그날의 그 무대가 오페라 아리아를 무더기로 듣게 되는 첫 경험이었다.
그동안 라디오와 TV방송에서 간간히 듣던 오페라 아리아를 현장의 무대에서 성악가의 음성으로 직접 듣는다는 것이, 그때의 내게는 너무나 큰 충격이었고 또 감동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무대와 함께 하고 싶었다.
“우리 앞으로 잘 지냅시다.”
내 그렇게 말하면서 최 대표 그에게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내 그 내민 손을 최 대표가 두 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이랬다.
“저로서는 큰 영광입니다. 다음 공연 기회가 있으면 또 초대하겠습니다.”
그렇게 맺어진 나와 최 대표와의 인연이었다.
그 이후로 최 대표는 오페라를 비롯해서 그가 기획하는 모든 공연에 나를 흔쾌히 초대를 했다.
고맙게도 내 주위까지 두루 챙길 수 있도록 넉넉한 초대를 했었다.
그게 지금껏이다.
그렇게 최 대표와 인연이 맺어진 그 초기에, 소프라노 현역 성악가이면서도 실무적으로 최 대표를 크게 돕는 김 관장과도 인연이 된 것이다.
덕분에 훗날 르엘 오페라단을 창단한 김 관장의 공연에 숱하게 초대를 받게 되었고, 내 주위까지 두루 감동시키는 자랑스러운 역할을 감당해 냈었다.
그렇게 이어진 인연이었으니, 김 관장이 최 대표가 딸 유진 양을 결혼시키는 그 혼사를 당연히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했었다.
그래서 그 혼사에서 만나 볼 수 있을까, 그 사실을 확인하려고 김 관장에게 전화를 걸어, 그 사실을 알린 것일 뿐이었다.
그런데 의외로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김 관장의 그 답을 듣는 순간, 나는 딱 알아챘다.
최 대표의 배려였다.
성악가들은 갖가지 행사가 즐비한 주말에 일정이 바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신의 혼사로 그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것을 부담스러워했겠다 싶었고, 최근 몇 년 동안을 휩쓴 코로나 팬데믹으로 성악가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음을 생각했겠다 싶었다.
“안 알린 이유가 있겠지. 그냥 넘어가세.”
내 그렇게 대화를 끝내려 했다.
그러나 그럴 수가 없었다.
“안 돼요. 그냥 넘어갈 수 없어요. 우리나라 오페라의 발전을 위해서 얼마나 헌신적으로 일하셨는데요. 또 우리 같은 성악가들을 키워내기 위해서 또 얼마나 수고를 하셨는데요. 그냥 넘어갈 수 없지요. 혼사가 언제 어디서 있는지 알려주세요.”
김 관장이 그렇게 대꾸를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아예 매달리다시피 했다.
결국 2023년 3월 25일 토요일 오후 2시라는 그 때와, 라마다서울 신도림호텔웨딩이라는 그 곳을 알려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문득 생각했다.
참 아름다운 인생동행이구나 하는 그 생각이었다.
첫댓글 아름답네 참, 아름다운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