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 불자님들께 부치는
진제선사 동안거 해제 송과
법현 답 송
일반적인 분별지성으로 배우고
닦아서 점차적으로 얻는 자기는
세간의 모든 학문과
타종교를 통하여도 가능 하지만
이는 유한(有限) 상대적 자기로써
계절 따라 있다가 없어지는
나무의 지엽과 같은
허망한 자기인 것입니다.
그러나 본래 배울 것도 없고 닦을 것도
없이 일체가 원만히 구족하고 항상 변함
없는, 만고에 진실한 자기는 나무의 뿌리와
같아서 드러나 보이지 않습니다.
이런 보이지 않는 참자기를
선지식 스님의 한 마디에
바로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저 육조께서 설하신
'거울의 지혜로 관조하여 <본래 자기>
를 깨닫는 최상승 돈오참선법'이라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참자기의 보배는 용의 턱 밑에
있는 여의주와 같아서
쉽게 취할취할 수가 없기 때문에
범부들은 말할 것도 없고 고금의
성현들이라 해도 까마득히 모르고서
억겁다생토록 자기 밖으로 진리를 찾아
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허망한 지엽적 자기를 따라
끝없이 나고 죽는 삶을 반복하다가
선지식 스님의 지혜로운 한 마디를 만나서
마음을 돌이켜 거울의 지혜로 관조하면
검고 붉은 색이 나타난 바로 거기에
검고 붉은 색을 닦을 것이 없는
본래 청정한 거울이 길이
빛나고 있음을 알게 되는것입니다.
바로 그 큰 지혜로 불생불멸의
참자기를 홀연히 깨달을 수
있는 것입니다.
지금 한국불교 조계종단에
자칭 타칭 불조의 명맥을 이었다는
조실도 많고 방장도 많지만,
이와 같이 초범월성(超凡越聖:
범부와 성인을 다 초월함)의
대지혜로 참자기를 찾는
저 육조(혜능)의 돈오참선법을
참으로 아는 선지식이라야
조실의 자격과
총림의 방장 자격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 돈오 참선법의 도리를
근래 대표적 선지식이신 성철 선사와
서옹 선사가 인가 받은 스승이 없이
그간 끊어진 육조의 정통 돈오참선법의
법맥을 당당히 이은 명실상부한
조실로서 정통 조사선을 되살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이제 큰 선지식 스님들이 다 세상을
떠나시고 드물게 아직 남아계신
남방의 선지식으로서
향곡 선사의 법을 이으신 진제 선사께서
엊그제 <임인년 동안거 해제 법문 송>으로
본래 닦을 것이 없는 거울의 지혜로
자기 마음눈을 떠서 대도를 걸어가며,
부르신 산노래<창산가唱山歌>를
제방의 참선납자들에게 내리셨기에
이를 본 산승의 기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이는 산승이 일생토록 불자님들과
더불어 노래한 바였기에,
산승 또한 본래 닦을 것이 없는
늠름한 참자기의 옛 가풍과
번쩍이는 눈빛이
하늘과 땅을 다 덮어버리는
조용동시(照用同時)의 소식으로
송(頌)하여 화창(和唱)해 봅니다.
오직 바라는 바는
후래의 지음자(知音者)로서
모든 불자님들과 더불어 생사가 없는
진여자성의 무생가(無生歌)를 함께 부를 수
있는 봄날을 간절히 기다리는 것입니다.
《진제 법원 대종사 임인년 동안거 해제송》
<眞際法遠 大宗師 壬寅年 冬安居 解制頌>
眼中無瞖休挑括
(안중무예휴조괄)
눈 가운데 티 없으니
긁으려고 하지 말고
鏡中無塵不用磨
(경중무진불용마)
거울 속에 없는 티끌
닦으려고 하지 말라.
信足出門行大路
(신족출문행대로)
발을 딛고 문을 나가
크나 큰 길 걸어가며
橫按拄杖唱山歌
(횡안주장창산가)
주장자를 가로 메고
산노래를 부르노라.
唱山歌兮 (창산가혜)
산노래를 부름이여!
山是山 水是水
(산시산 수시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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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산 납자 법현 답송》
<白華山 衲子 法玄 答頌>
凜凜古風一衲子
(늠름고풍*일납자*)
늠름한 옛 가풍에
누더기를 걸친 납자
眼光爍破蓋天地
(안광삭파개천지*)
눈빛이 번쩍이며
하늘과 땅 덮었도다
箇中親切意誰知
(개중친절의수지)
그 가운데 친절한 뜻
어느 누가 알 것인가?
水水山山遠老示
(수수산산원로*시)
산은 산 물은 물로
법원 노사 보이셨네
*운자韻字: 지地, 시示
別 (별)
특별히 말하노니
山是山 水是水
(산시산 수시수)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여
陽春雪曲非楚詞
(양춘설곡비초사*)
백설양춘 곡은 초사가 아니로다.
*고풍(古風): 본래 부터 밝게 만상을
다 비추어 나타내면서 고요하여 물들지 않고
청정한 거울과 같이 과거, 현재, 미래에 걸쳐
영원토록 변함없이 빛나는 참자기의 모습을
말하는 것.
*납자衲子: 납자란 누더기를 걸친
수도인이라는 말이니, 부처님처럼
만승천자의 부귀영화를 다 버리는
고고한 뜻을 마음에 품고서,
다 떨어진 누더기를 걸치고 집집마다
문전걸식하며 가장 낮고 가난한 몸으로
가장 높고 영원한 참자기의 대도를 밝히는
참선 수도 인을 말함.
*안광삭파개천지 (眼光爍破蓋天地) :
"눈빛이 번쩍이며 하늘땅을 다 덮는다."
는 것은 조용동시(照用同時)의 시절을
말한다.
*원로(遠老): 진제법원 노사의 준말
*양춘설곡비초사(陽春雪曲非楚詞):
양춘설곡(陽春雪曲)의 원어는
백설양춘곡(白雪陽春曲)으로써 중국
초(楚)나라의 고상한 가요를 말하고,
초사(楚詞)는 초나라의
저속한 대중가요를 말하니
여기서 고상한 백설양춘곡은
저속한 노래인 초사가 아니라는 말이다.
만약 누가 여기서 말 밖의 뜻을 바로 알면
앞 송의 진제선사께서 산노래로 부른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한
조용동시(照用同時)의 친절하고 고준한
임제종지(臨際宗旨)를 알게 되는 것이다.
계묘년 2. 9.
백화산 임제선원
조실 현봉 법현 근송
첫댓글 조용동시(照用同時): 체(體)와 용(用)이 동시라는 말씀.
즉 색즉시공 공즉시색이니 색과 공이 동시요,
거울의 텅 빈 바탕과 그 위에 비친 그림자가 동시요, 하나라는 말씀.
좋은글 올려주심에 감사합니다 _()_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