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본 메세지] ---------------------
<1>
오늘도 자명종 4개를 부수고 일어났습니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3000원 짜리 알람 시계를 보며 전 이렇게 중얼거립니다.
" 미안허다... 피하지 그랬니... ^^;"
화려한 장미무늬가 그려진 잠옷 오른쪽 소매의 피빛 무늬가 인쇄된 것이 아닌 케찹의 흔적임을 느끼며 화장실로 가서 벅벅 머리를 긁고 설경을 잠시 감상한 후 세수 팍팍 이빨 쓱쓱 닦고 제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컴퓨터의 전원을 넣는 일입니다.
<2>
제가 컴을 처음으로 대한 것은 초등학교 4학년때 입니다. 그때 집 근처의 컴퓨터 학원을 다녔죠.
거기서 배운건 BASIC이라는 "언어" 입니다. 지금이야 베이직 하면 과자를 생각하시는 분이 더 많으실지도 모르지만 아이큐2000이 최고의 컴퓨터였던 그때는
( 오오..아이큐2000. 지금도 생각하면 갑자기 오른손에 경련이 일어나며 스페이스바를 마구 난타하고 싶어집니다. 아시다시피 아이큐2000은 오락 팩을 넣을 수 있잖아요. 그때 잘나갔던 오락이 하계올림픽 등의 올림픽 시리즈. 그거 하다가 부셔진 스페이스바가 한둘이 아닙니다. 누가바...바밤바...스페이스바...^^;)
베이직이야 말로 최대 최강의언어였습니다.
" 자, 오늘은 *표로 피라미드를 만들어 보죠. Input과 Ins 등을 이용해서
문자열을 칸수로 변환시키는 거에요. $는 문자 입력에 써도 되고요.
그럼 시작~ "
<3>
하여튼.. 학원을 오래! 다닌 덕분에 베이직으로는 오락도 만들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뭐..오락이래 봤자 미사일 나가고 피하는 게 다였죠.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그러나 컴퓨터를 잘 다루는 아이에서 컴퓨터를 잘 망치는 아이로 둔갑하는건 2년이 채 못되었습니다. 원인은 베이직이 사라지고 그 뭐시냐, Dos라는 게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오.. Dos. 이 뭐시기? 제가 중1 때 알았던 도스 명령어라고는 눈치밥으로 배운 dir과 copy 명령어 밖엔 없었습니다.
제가 도스에서 제일 놀랐던게 copy가 명령어로 있었던 사실이죠. 예전 애플 시절엔 오락을 카피하려면 컴퓨터 상점에 가서 카피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써야 했거든요.
그 집 컴퓨터에 달려있던 2개짜리 5.25인치 디스크 드라이브가 얼마나 부러웠는지.. 집에서 울티마 5 한번 하려면 디스켓 바꿔껴 주느라고 정신이 없었어요.
하간, 각설하고 (아니 어려운 단어를~! 빠샤!) 드디어 중2가 되서야
컴퓨터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그것도 정말 조르고 졸라서 산 거에요.
" 아빠. 아이스크림 드시고 싶으세요?"
" 뭐냐? 필요한게. -_- "
" ^^; 예...그거시.. 음.. 요즘의 변화된 지구촌 1일 생활권에서 좀더
진취적이고 앞선 생활을 영위하기 위하야 현재 전자 과학기술의 총아이자 메커니즘의 극한 기술을 총 동원한 "콤퓨타" 라는 초고성능 가전제품을 가지고 싶습니다."
" 흠... 컴퓨터라..."
두근방 세근방 콩딱 콩딱
" 요즘 컴퓨터 사주면 매일 오락이나 한다는데?"
쿠욱!
" 아닙니다~! 절때~!!!!!!!! 아닙니다! 오락은 오락실에서 하면 되지 뭐하러 현재 전자 과학기술의 총아이자 메커니즘의 극한 기술을 총 동원한 "콤퓨타"를 가지고 하겠습니까 아버지.."
" 흠.. 컴퓨터라... 흠... "
*_* <-- 긴장이 극에 달아 눈이 충혈된 모습
".. 비비빅..."
" 예? 아버님 뭐라고 하신겁니까? 예? "
" 음... 나가서 비비빅좀 사 오너라... -_- "
털썩.
" 그럼 사주시는 겁니까?..예?"
" 그래. 뭐 그러지 뭐."
불끈~! 오옷~! 아자아자 아자자! 이 기쁨을 어이할꼬! 우선 마음 바뀌시기전에 아버님께 빨리 아이스크림을!
휘리릭!
" 앗! 잠깐~! "
" 예? 왜요? ( 움찔-_-;;.. )"
" 2개 사오너라."
" 넹. -_-;"
<4>
그 뒤 며칠 후 아버님은 제게 486 Dx2라는 이상한 이름을 가진 컴퓨터를
가져다 주셨습니다. 아버님 말로는 제일 좋은 컴퓨터라고 그러더군요. (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그 때 dx2면 정말 굉장한 컴퓨터였죠. 지금은..음.. )
컴퓨터가 들어오자마자 신이 난 제가 제일 처음 한 일은... 친구네 집에 가서 " 스트라이크 커맨더" 라는 오락을 빌려오는 일이었습니다. 쿠욱!
근데 이것이 안되는 거에요! 분명이 오락 설명세 있는 대로 다 했는 왜 안되는 겁니까? 왜? 왜? 컴퓨터가 주인을 닮았으면 똑똑하고 영리하고 현명할터인데왜?(-_-;) 오락을 시작하면 왜 항상 이상한 메세지가 뜨는 것인가?
<6>
그리고 나서 아버지가 가져오신 컴퓨터는 486sx였습니다. 이건 요새는
나오지도 않는 486 초기의 컴퓨터죠. 그러니까 처음 486 dx2보다 훨씬 나쁜 컴퓨터였어요. 근데 이건 누가 메모리 관리를 해 놓았는지 오락이 되더군요.
와~! 이렇게 좋은 컴퓨터가~~!
" 이제 잘 되니? "
" 예~! 역시 컴퓨터는 좋은걸 써야 된다니까..우허허~"
" 좋은 거 맞니? "
" 그럼요, 이제야 "스트라이크 코맨더"도 되는데요.( 아차~ -_-;)"
" 그게 뭔데? "
" (진땀 줄줄..) 예..이게.."스트라이크"는 "때리다"라는
뜻이구요.."코맨더"는.."명령하는 사람"이니까.. 이거시 " 때리라고 명령하는 사람" 이니까...고조..그러니께니..아! 예! 그러니까 이게 학생 체벌에 관한 리포트를 쓰는 프로그램이에요. 우훗^^* "
" 오..그런 것까지 된 단 말이냐? "
" 넹넹~ ( 헥헥~ ) "
" 그럼 그거 다 쓰면 나한테 한번 보여주거라. "
" ( 화들짝~) 물론이죠! 우허허~~ (T_T;) "
그리고 시간은 계속 흘러.. 컴퓨터를 때려부수고 태워먹고 망가뜨리길 수십 차례. 그러면서 저도 점점 컴퓨터에 익숙해져 갔습니다.
<7>
지금 제 컴은 펜티엄 500, 20인치 모니터, 램 256메가,스카시 등등
등등을 구비하고 있습니다. ( 우째 컴 자랑 같다..^^;) 용산에서 직접 사다가 조립한 거에요.
그런데..비록 컴 사양이 좋아지고 오락도 정말 눈이 확 뜨일 정도로 환상적인 오락들이 나와도 전 왠지 예전만큼 재미있지 않더군요. 옛날, dir만 쳐 놓고 엔터를 안치구서 컴퓨터 다운됐다고 그러던 시절. 그 때 밤새고 디스켓을 손에 불나게 바꿔끼며 하던 울티마 5나 바즈테일 3 같은 오락들이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건 왜일런지.
오늘은 꿈 속에서 제 옛날컴퓨터 "순돌이"를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옛날에 삼촌께서 낙도 어린이들 준다고 가져가신 제 옛날 컴퓨터 "순돌이". 지금도 열심이 순돌이의 스페이스바를 부시고 있을 또다른 작은 빵유을 위하여....
추신: 혹시 "너 컴 뭐니? " 하면 " 응...내껀 펜티엄이야" 또는 " 내껀 램 16메가에 486이야" 라고 말하는 대신, " 응... 내껀 하얀색 좋은 컴퓨터야."하시는 분들 중 제 글에서 이해 안가는 부분이 계시면 메일 주세요.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