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宮 Full Story를 공개합니다-★
훼이크 페이지는 파란색
본 스토리는 빨간색 제목으로
차례대로 올립니다.
순서대로 읽어주세요
01. Where am I?
Who am I ....!!?
EPISODE ONE. W's story
고개를 들어 뜨이지 않는 눈으로 앞을 바라보기 위해 애썼다. 어지러웠다. 온 몸은 수없이 송곳으로 찔린 것마냥 아프고, 끊임없는 망치질 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정신을 차리려 애쓰면 애쓸수록 커져가는 소리 '탕탕탕'내려치는 소리, 무엇을 내리치고 있는 지는 알 수 없지만 고막을 울리고 목가에서 토기가 올라오는데 한 몫한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W는 눈물을 흘리며 양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곳에 있으면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일단 두통이 가시면 이곳을 벗어나자.. 아픈 머리를 지압하듯 양 손가락으로 옆을 누르면서 길게 문지르자 '챙'하는 소리, 바닥에 무거운 무언가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깐.. 끌리는 소리?
"... 말도 안되.."
비명을 지를 새도 없이 그녀는 앞에 놓인 상황에 기겁할 수 밖에 없었다. 정면에 보이는 작은 TV, 왼쪽 팔목에 테이프로 둘둘 감겨있는 리모콘, 그리고 양 손목에 고정된 쇠사슬, 그리고 다리 사이에 놓인.. 날카로운 톱. 방 안은 TV가 놓여진 정면을 제외하고는 모두 어둠 뿐이었다. 온 몸을 싸하게 만드는 냉기와 점점 부들부들 떨게되는 몸이 방의 온도가 매우 낮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일 뿐이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어디길래 내가 이곳에 갇혀있는거지? .. 그리고.. 난 누구지?
생각하자.
생각하자.생각하자.생각하자.생각.하자.생각.하자.생.각.하..자......
"모르겠어..."
내가 왜 이곳에 갇혀있는지,
여기는 어디인지,
그리고... 나는 누구인지 아무 것도 기억이 안나.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며 그녀는 흘러내리는 눈물과 함께 흐느꼈다. 생각의 미로 속에서 길을 잃은 기분을 아는가. 주변의 사물들을 겨우 분간할 수 있을 만큼의 옅은 빛이 그녀에게는 지금 이 순간 미치지 않을 최소한의 또 다른 빛이었다.
" 추워..."
사고의 회로를 방해하는 추위에 그녀는 몸을 움츠렸다. 그녀가 갇혀있는 곳은 냉동고인듯 했다. 벽에 서린 살얼음만이 그것을 증명하듯 새하얀 김을 내뿜으며 그녀의 추위를 가증시켰다. 시선이 닿는 곳은 손에 고정되어 있는 리모콘.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존재는 눈 앞에 있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라고 강요아닌 강요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판도라의 상자는 열게되면 늘 후회를 동반한다는 것이 그녀의 짧지만 긴 20년이 넘는 세월에서 깨닫게 된 이치 중 하나였다는 것이 그녀로 하여금 두렵게 만들었을 뿐이다.
갇혀있는 것은 더더욱 싫었지만,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은 그 이상의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것만 같았다.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했지만, 고정된 손목 아래의 손가락 외에는 움직여지지 않는 몸이 서러움을 불러왔을 뿐이다. 그녀는 비장한 표정으로 서서히 손을 리모콘에 가져갔다. 부디, 리모콘을누른 순간 그녀가 생각하는 최악의 결과를 불러오지 않기를 바라며 -
버튼을 누른순간 눈 앞의 TV 화면이 지지직거리며 불쾌한 잡음을 자아냈다. 인상을 찌푸릴 틈도 없이 보여지는, 그녀가 있는 방만큼이나 어두운 방 안,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거칠게 조각하여 아무렇게나 깎여진 모양의 나무인형이 앉아있었다.
"...웃..었어..?"
" 왜 이곳에 있는지 알고 싶어요?"
" ... 당신 누구야."
나무 인형이 말을 할 수 있다면 분명 웃는 것 또한 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나무 인형의 새까맣게 뚫린 입은 웃고 있었다.
" 답은 간단해. 거기에서 살아 나와요. 날 찾아오면되."
" 하지만 날 묶어놨잖아! 그리고..."
" 그리고 거기는 냉동고이지."
비웃는 듯한 말투로 인형은 키득거리며 말을 이었다.
"모든 것에는 희생이 필요해요. 첫째로, 나는 양 손목에 묶인 쇠사슬 중 하나를 풀 수 있는 문제를 줄거고, 둘째로 새로운 삶을 위한 약간의 희생을 요구할 거에요."
인형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천장에서 그녀 다리 사이에 놓인 톱을 비췄다. 선혈이 묻어나오는 톱에 그녀는 입에서 나오는 비명을 삼키며 입술을 깨물었다.
"한 손목이 자유로운데, 톱이 있어요. 다른 손목은 묶여있어요. 톱은 쇠사슬을 자를만큼 날카롭지 못하죠.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죠? 아주, 아주 작.은.희.생"
"...뭐라고?"
"맨 마지막 층에서 만나요."
"자..잠깐만!!!"
자신의 할 말만 끝내고 꺼져버린 TV 화면, 그녀는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이에 대해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제를 풀어도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 톱으로.. 해야하는 작.지.못.한.희.생이 남아있기에...
" 난... 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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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이크 스토리 1
정답에 voldmort를 입력했을 경우 *
02. I MISS YOU
So, I Return to YOU
EPISODE TWO. S's story
"맨 마지막 층에서 만나요."
"자..잠깐만!!!"
자신의 할 말만 끝내고 꺼져버린 TV 화면, 그녀는 절규하듯 소리를 질렀지만 이에 대해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문제를 풀어도 완전한 자유를 얻을 수 없다. 톱으로.. 해야하는 작.지.못.한.희.생이 남아있기에...
" 난... 살고... "
"사. 랑. 해. 요. 더. 블. 유. 우. 윳. 빛. 깔. 더. 블. 유.!"
"아이. 뭐야. 사람 목소리가 들리는데요."
음향 스태프가 연출 DD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마지막 두 글자 남았는데 도대체 누가 신성한 W께서 강림하신 촬영장에 초를 친단 말인가. 연출 생활 5년 만에 힘겹게 얻은 기회였다. 그동안 달래도보고 얼러도보고 협박.. 은 차마 못했지만 빌어도보고 화도 내보고 포기할까 생각도 했지만 겨우겨우 얻은 기회였다.
DD는 저런 개념 없는 팬덤에 짜증이 났으나 한편으로는 노심초사했다. 까탈스럽기로 유명한 탑스타 W가 이대로 가버리면 어쩌나하고 말이다. 더군다나 여기는 대여료가 어마어마한 냉동고. 만 가져온 세트장. 아무리 세트장이라고 하지만 추웠다. W가 더욱 예민할 상황이었다. DD는 조용히 W에게 다가갔다.
"W씨. 죄송한데 팬분들이 찾아오셨나봐요. 조금 쉬다가 하시죠."
"연출님. 이거 비공개 스케줄 아니었어요? 추운데도 시놉시스가 괜찮아서 하기로 했는데 김 새네요. 여기가 어딘지 아무도 모르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럼 스태프 쪽에서 샜다는 것 아닌가?"
"아마 저희는 아닐 거예요. W씨도 아시겠지만 우리가 이 영화를 촬영하는 것 자체를 모르잖아요. 혹시 요즘 방 배치가 바뀌었다거나 누가 보고 있다거나 그런 느낌 못 받으셨나요?"
"전혀요. 어떻게 된 일이지. C. 밖에 잠깐 나가서 누가 있는지 보고 와줘."
W의 매니저인 C는 밖을 한참 헤매었으나 인기척을 발견하지 못한 채 촬영장에 돌아왔다.
"연출님. W언니. 없는데요. 아무도. 우리 발자국 밖에 없었구요."
어제 내린 눈으로 발자국이 있는지 알 수 있었던 상황. 발자국도 없으면 대체 누구의 소리란 말인가. 이 냉동고에 혹시 저주라도 있는 것인가? 망했다. 대여하지 말고 샀어야 했는데. 라고 DD는 생각했지만 그것을 W에게 말로 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여 DD는 그 목소리를 직접 들어보기로 했다.
"M씨. 잠깐 아까 그 소리 좀."
음향 담당 M은 DD에게 헤드폰을 내밀었다. DD는 몇 번이고 돌려서 들어보았지만 목소리의 주인을 생각해낼 수 없었다. 결국 냉동고에서 나와 겨우 몸을 녹이고 있던 W에게 목소리를 들려주었다.
"한번 들어보세요 W씨. 이럴 정도면 아는 목소리일지도 모르겠는데요."
헤드폰을 낀 W는 그 목소리를 들었다. 또 들었다. 그리고 더 이상 기억이 나지않았다.
"...... 언니? W언니? 정신이 들어요?"
새하얀 천장. 기분이 썩 좋지 않은 약 냄새. 여긴 어디?
절친한 동생이자 가수 A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W를 보고 있었다.
"언니. 여기 병원이에요. 그 목소리 듣자마자 기절했어요. 3일 만에 깨어난 거구요."
"아...... S......."
짝!
"언니 미안해요. 하지만 언니가 한 일이에요. 알죠? 언니 그렇게 지금 자리에 오른 거예요. 그 사람 그렇게 만들고 언니가 한 일이라구요. 그런데 왜 이제와서,
왜, 그 사람을 찾아!!!!!! 왜, 내 앞에서 찾는 거야!!!!!!!!!!!!!!!!!!!!!!!"
그냥 눈물이 났다. 그리고 기억해냈다. 처음 들었을 때는 아니었을 거라 생각했다. S의 순수한 목소리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 번, 두 번, 들으면서.
"사. 랑. 해. 요. 더. 블. 유. 우. 윳. 빛. 깔. 더. 블. 유.!"
신인 연예인 W가 폭풍같은 스케줄에 지쳐 있을 때. 수많은 악플에 의욕을 잃고 있을 때. 기분이 나쁠 때. 항상 S는 앙증맞은 포즈와 목소리로 W의 기분을 풀어주었다. 하지만, W의 선택으로. W 자신의 선택으로 그를 영원히 만나지 못하게 되었다. 한참 옛날의 이야기인데... 하지만, 그였다. S였다. 그것이 상상이 아닌 사실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그리고는... 쓰러졌지.
보고싶다. 보고싶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한참을 울던 A는 이 말을 듣고 힘겹게 울음을 멈추며 말했다.
"돌아, 갈래요?"
"...응?"
"돌아, 갈거냐구요. S씨한테."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만... 그 사람. 없잖아. 여기. 지금. 어디에도."
"언니를 보내줄게요. 한 번은 보낼 수 있어요. 대신 미래가 바뀌는 건 어쩔 수 없고요. 지금 이 순간도, 탑스타라는 기억도. 기억하지 못할 거에요. 그래도 갈 건가요?"
W는 망설임 없이 말했다.
"응. 돌아갈래."
"알겠어요. 언니. 그동안 즐거웠어요.
언니는 날 기억하지 못하겠지만, 이제 못만날지도 모르겠지만.
잘 지내요. 안녕."
"R. E. T. U. R. N. Return."
Return.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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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 Who are 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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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하니...?
EPISODE Two. DD's story
"그대에게는 좋은 것만 줄게요♪"
오늘의 배경음악인 유리상자의 '사랑해도 될까요.'를 흥얼거리며 그는 새빨간 100송이의 장미꽃을 들고 차에서 내렸다. 지금 이 순간 두근거리는 이 마음은 세상의 어떤 언어로도 표현할 수 없으리라, Oh. 유 아 마이 선샤인, 유 아 마이 러버. 미리 베이커리에서 특수 주문해온 케이크 상자까지 집어들고나니 차 문을 잠글 손이 없었음에도 그는 행복했다. 뭐 어떠랴, 쟈기님을 줄 케익을 바닥에 내려놓을 수는 없으니 쿨하게 발로 문 한번 팡, 걷어차서 저절로 잠기게 만들면 될 것을. 비싼 페라리라서 안된다고? 내 두번째 쟈기님은 한낱 페라리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씀. 입꼬리를 올려 해맑게 웃고 그는 운전석 문을 향해 과감한 발차기를 날렸다.
오늘은 DD의 두번째 쟈기님인 P의 생일이었다. 애인님들을 챙겨주는 것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지극히 당연한 것. 바람둥이가 되어라, 그러나 잊지는 말 것.
첫번째 법칙, 숫자는 상관없이 모든 애인들을 평등하게.
두번째 법칙, 하루를 일년처럼 사랑하라.
세번째 법칙, 그만큼 아낌없이 사랑해줄 것.
오, 멀린이시어 얼마나 아름다운 법칙인가.
케이크와 장미꽃을 들고 집 안에 들어서면 저녁식사를 준비 중이던 그의 두 눈동자는 감동으로 물기어린 눈으로 동그랗게 커지겠지? 그리고 아무런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다가 두 손을 모아쥐고 내게 달려와 달달한 허그를 해주겠지? 이런게 바로 행복인 것이다. 하루를 연인과 보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의 모든 달콤함. DD는 흥얼거리며 정원으로 발걸음을 내딛었다. 그가 지나갈 때마다 보이는 수많은 꽃들 - P가 꽃을 좋아하기에 특수 주문하여 매일 정원사의 관리를 받는 이쁜이들이었다.-과 허공에 휘날리는 벚꽃잎. 오늘은 사랑하기 좋은날.
" 아..? "
혹시 누군가 잠시 와있나? DD는 의아함에 두 눈을 깜빡였다. 감히 그와 P의 보금자리에 들어온 것으로도 모자라서 정원 한가운데에 주차해 놓은 빨간색 페라리는 무엇이란 말인가? 페라리? 빨간색? 그것도 기분 나쁘게 그의 차 색깔과 똑같았다. 무언가, 이상하다. 그는 발끝에서부터 머리까지 올라오는 차가운 한기를 느꼈다. 케이크와 장미꽃을 들고있는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 발자국씩 문 앞을 향해 다가갈수록, 내 사랑 그가 보이는 창문가로 다가갈수록 기쁘기는커녕 불안감.이 한가지 감정외에는 아무 것도 들지 않았다.
" 말도 안 돼..."
바닥에 떨어진 케이크 상자와 장미꽃 다발. 충격으로 인해 떨어진 상자를 주울 생각조차 하지도 못한채 그는 멍하니 창문을 바라 보았다. P가 방긋 미소지으면서 껴안고 있는 한 여인의 인영이 보였다.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다가 미끄러져 붉은 장미꽃잎과 새하얀 생크림이 그의 옷을 지저분하게 만들었지만 그는 아무말도 못하고 굳어져만 있었다.
"역시 자기야, 고마워요."
"이 정도로 뭘, 이 케이크도 베이커리에서 직접 특별 주문해 온 거라구."
P가 껴안고 있는 여인, 그녀의 양 손에도 붉은 장미 꽃다발과 DD가 주문했던 곳과 같은 베이커리의 케이크 상자가 들려있었다. 그리고...
더 이상의 기억은 없.었.다
*
"알고 싶어요? 내가 누군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울려퍼지는 목소리가 나지막한 웃음을 자아냈다. 낡은 스피커 속에서 울려퍼지는 기계음, 이야기를 하고 있는 상대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알 수 없게 하는 치밀함. DD는 몽롱한 정신을 붙잡으며 눈 앞에 놓인 물체를 들여다보았다.
" 자존심 상하지 않나요? 애인이 바람핀 상대가 같은 남자가 아닌 여자잖아. 당신 때문에 커밍아웃한 애인이 다시 이성애자로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어때요?"
윙윙거리는 소리, 뿌옇다가 다시 선명해지는 주변, 사방에 겨냥되어있는, 족히 20개는 넘어보이는 활시위, 앞에 놓인 책상, 스피커 옆에 달린 30분의 카운트 다운을 알리는 시계, 그리고... 작은 작두.
"당신은 너무 건방져요. 살고 싶으면 건방짐을 버릴 줄 알아야해요. 첫번째로, 조금이라도 소리를 지르거나 도망가려고 하는 즉시 사방에서 당신을 겨냥할 활시위와 천장에서 쏟아질 염산을 멈추도록 문제를 줄거구요. 두번째로, 나는 당신을 묶고있는 쇠사슬을 풀 수 있게 하면서 동시에 이곳에서 살아나가도록 작.은.희.생을 요구할거에요. 아.. 대답하지마요. 당신이 대답하면 저 프로그램이 움직이거든."
말을 할 수 없다는 말에 DD는 입술을 깨물었다. 저 망할 목소리를 내뱉는 스피커에게 시원하게 욕이라도 퍼부으면 좋으련만, 몸이 벌집이 되거나 고통 속에 녹아버리는 참담한 결말은 참아야했다. 그는 한 손을 제외하고는 온 몸이 모두 쇠사슬에 고정되어있었고, 오직 책상과 날카로운 물건에 고개를 숙이는 것만이 허락이 되는 것인지 목은 자유로웠다.
"건방짐을 버리기 위해선, 문제를 풀고, 혀를 버려요. 그러면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읉니까.."
경악한 DD의 표정이 보이는 듯 차가운 비웃음과 함께 꺼져버린 스피커. 어둠 속에서 DD는 그렇게 말없이 눈 앞에 놓인 작두를 바라보아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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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아무도 없었다.
EPISODE THREE. H's story
어두운 골목길은 야자를 끝내고 돌아오는 학생들의 발걸음을 빠르게 만들곤 했다. 특히나 오늘은 유난히 무서움을 느끼는 날이라고 H는 생각했다. 최근 들어서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마다 수없이 전해지는 괴담들, 가령 빨간 마스크 괴담이라던가, 골목길 구석에서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바바리맨, 혹은 자몽에 강박증을 가지고 학생들을 삥뜯은 뒤 한동안 괴롭히길 좋아하는 자몽귀신 등등. 여름에서 초가을로 넘어가는 요즘은 수많은 공상을 자아내는 좋은 시기였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애들이랑 떡볶이를 먹고올 걸 그랬나.."
떡볶이를 먹고 가자던 친구들의 제안을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해버린 H. 그렇다고 떡볶이가 싫다거나 딱히 급하게 해야할 무언가가 있던건 아니었다. 단지, 작은 오락거리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기에.
"시키는 대로 잘 기다리고 있었구나."
그녀는 키득거리며 웅크리고 앉아있던 I의 몸을 거칠게 걷어찼다.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 지쳐가는 학교생활, 근질거리는 몸. 단지, 스트레스 해소를 그녀와 같은 또 다른 하나의 개체인 인간에게 한다는 것이 그녀와 다른 친구들의 차이점이었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아서는 안되었다. 학교에서의 그녀는 사교성이 좋고, 이쁘고, 늘 잘 웃으며 선생님들의 기대를 받는 학생이었기에.-
걷어차인 몸을 웅크리고 있는 또 다른 소녀는 이러한 일상이 익숙한지 아무 말도 없었다. 조용히 순응하는 것이 더 마음에 안들었다. 차라리 반항이라도 하면, 즈려밟는 맛이 있을텐데. 아쉬움으로 마른 입술을 핥으며 H는 어떻게하면 I에게 '비참함'이라는 단어를 선물해줄 수 있을지 짧게나마 고민하고 있었다. 쓰레기통에 얼굴을 박을까? 아니면 저기 구정물에 걷어찰까? 그래도 안되면...
"자몽 귀신이 나타난다는 공사장에다가 가둬버릴까."
그순간 꿈틀거리는 몸뚱아리, 아 이게 정답이었군?! 그녀는 만족감으로 얼굴이 달아올랐다. 굳이 힘들게 몸뚱아리를 걷어차고, 체력을 낭비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상대에게 극도의 공포를 선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으면 되는 것일 뿐.
"살려주세요..."
"시끄러워"
반항하는 동갑내기 또래를 질질 끌고가는 일은 힘들었다. 연신 얻어 맞아 몸을 일으키지도 못하는 주제에 왜이리 아둥바둥 난리를 치는지, 꼴에 인간이라고 살겠다는 것인가.란 생각으로 그녀는 키득거리다 바닥에 가래섞인 침을 뱉었다. 공사장 입구에 들어가는 것까지는 쉬웠다.
문제는,
"기절 좀 해라 이것아...내가 굳이 각목으로 한 대 패야겠니.."
평소에는 맞고 잘 늘어지더니 꿈틀거리며 계속해서 입구를 향해 기어가려한다. 빨리 이 곳을 빠져나가야하는데... 곧 있으면 밤 12시가 될 것이었고, 소문이 맞다면 자몽 귀신이 나타날 즈음의 시간이었다. 한숨을 쉬며 그녀는 옆에있던 파이프를 집어들었다. 짧고 굵게, 기절시키고 끝내자. 그리고 집에가서 개운한 마음으로 샤워를 하고, 동생에게 떡볶이를 사오라고 전화하고 - 아까 못 먹었으니까.- 발뻗고 편히 자자.
"그러니 제발 좀 ...헉.."
파이프를 집어든건 나인데..
휘둘러야할 것도 나인데....
*
두 명의 소녀들이 공사장에 있었다.
한 명이 파이프를 들어 다른 하나를 내리치려는 순간 둔탁한 소음이 울려퍼졌다.
두 명의 소녀들이 공사장에 있었다.
한 명이 남았어야 할 자리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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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 당신은,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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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 Four. P's story
그에게 있어서 사랑은 한 잔의 커피와도 같았다. 손가에서부터 온 몸 전체에 번지는 따뜻한 온기, 잔을 손에 쥐고만 있어도 느껴지는 은은한 향이 콧가를 간질이고, 커피가 마른 입술을 적시는 순간 저절로 살짝 벌어지는 입가와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꼬리, 그리고 혀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맛. 아, 너무 감상깊다고 생각하는가? 정확히 말하면 사랑은 커피와 같다. 하지만, 커피의 종류는 다양하니, 다양하게 골라 마셔야하는 것이 남들이 생각하는 사랑의 정의와 다를 뿐.
P는 눈 앞의 여인을 끌어안으며 키득거렸다. 아아, 곧있으면 DD가 올 시간이었다. 아마 자신과 함께 있는 여인을 발견하고 경악으로 굳어지겠지? 이후에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달려와서 울부짖을까. 아니면 욕이라도 내뱉으며 뒤로 물러설까.? 하여간 천성이 나쁜남자인 덕에 여럿 여자, 여럿 남자를 울리게 되는 자신의 본능은 이번에도 얼마가지 못했다고 생각하며 그는 나지막히 비웃음을 흘렸다.
그래도 처음이었다. 이성애자였던 자신이 DD로 인해서 '커밍아웃'을 하게된건 말이다. 마치, 녹차라떼를 마시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고 해야할까. 동성애자를 혐오하는 한국사회에서 당당하게 '난 널 좋아한다.'라고 고백했던 지능적인 DD의 짧고 굵은 힘있는 목소리. '하, 이번에도 또인가.'라고 생각하며 동성에게도 조차 팜므파탈 격인 자신의 인기를 다시 한번 실감했고, 그다지 이상할 것도 없었지만 이번엔 색다른 것을 추구해보고 싶었다.
"나도 사랑해"
한참을 고민한 듯이 미적거리다가 힘겹게 입을 열어 내뱉듯 단어를 외치자 되려 당혹감에 굳어졌던 DD. 중견스타라는 별명을 가진 그답게 수려한 외모와, 듬직한 어깨는 꽤나 P의 취향이었으니까. P는 손을 부들부들떨며 그것을 애써 자제하려는 것처럼 양손을 잡고 휘청거렸었다. 그 순간 그를 붙잡아준 DD의 단단한 손, 그리고 짧은 포옹.
'그때는 꽤나 자극적이었는데...
2달도 못 가게 되어 눈 앞에 있는 요 계집애를 택하게 될 줄이야.'
P는 여인의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여인에게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DD만큼 강인한 성격과, Brain돋는 지식이 빠삭하지는 않다는 것이다. 그래도, 뭐, 내가 엘리트하게 하면 되겠지.라며 P는 애써 스스로를 위로했다.
이기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인간의 본성이자 지극히 당연한 '이기심'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우리 안에 내재되어있다. 선택의 길이 있으면 양쪽을 비교하여 더 큰 이익을 쫓고, 움켜쥐려하고, 각자 정의하는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 그 이론에 맞게 P는 방긋거리는 눈웃음부터 노래를 부르듯 그를 부르는 여인의 입술을 위해 초코모카를 선택한 것 뿐이다. 그리고 구질구질한 이별의 절차를 피하기 위해 고의적으로 DD가 그를 보러올 시간에 여인을 불렀고, 안고있는 것일뿐.
"날씨가 많이 춥지? 벽난로 쪽으로 가자. 와인도 마시고, 음식도 먹고, 함께 있자."
지금쯤이면 경악한 DD가 P의 집을 떠났습니다. 버전으로 되었을테니까.
*
"당신은 건드려서는 안 될 사람을 건드렸어요. 당신의 손은 더러워요."
"개같은 소리하네."
꿈같은 하루를 보낸 내게 이것은 무슨 시련이지?
P는 마치 거대한 수조에 갇혀있는 것 같았다. 사방이 유리로 막혀있었고 천장 또한 유리로 막혀있었다. 희박한 산소와, 천장에 보이는 비밀번호, 그리고 뚜껑. 어떤 성적 취향이 변태인 인간이 그를 이런 곳으로 데려왔단 말인가. 뭐야, SM이야? 사실 그건 내 취향은 아닌데...
시달갑지 않은 생각인건 P도 알고 작가도 안다. SHIT.
"더러운 손은 깨끗해져야해요."
"너 변태냐?"
"첫번째로 나는 당신이 갇힌 수조에 곧 쏟아질 물을 잠시나마 멈출 방법을 줄거에요. 두번째로, 물에 익사하기 전에 그 곳을 빠져나가야겠죠? 당신의 더러움에 아주 작.은.희.생.을 요구할거에요. 손을 버려요. 앞에 보이는 믹서기에 더러운 손 하나를 넣고, 작동시키세요. 작은 희생이 커다란 보상을 가져올겁니다."
"뭐시발? 으악!"
욕하자마자 쏟아지기 시작하는 물소리와 함께 건방진 음성 또한 사라져버렸다. "Bull shit"이라고 외치는 순간 더 거세지는 물소리에 욕은 취소.. 수조 벽에 붙은 전기 콘센트와 믹서기를 최대한 가리며 감전사를 피하기위해 P는 온몸으로 위험한 부분을 가렸다. 상대가 정말 극취미인가 보다. 정말 욕밖에 안나오눈군. 아.. 그전에 일단 이곳을 나가야하는데.
"... 믹서기는 구라겠지. 설마 진짜 손을 갈아버리라고 하겠어?"
난 엘리트니까 문제나 먼저 풀자.라고 생각하는 P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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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 당신에게 기회를 줄게요
EPISODE FIVE. I's story
마지막으로 기억나는 건, 몸을 오싹하게 만드는 이 곳에 있기가 너무 싫었다는 것.
다른 것을 위해서가 아닌 내 자신을 위해서 일어나야 되겠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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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맞는 것은 딱히 새롭지도 않았다. 지금과 이전의 차이라고 해봤자, 오늘은 맞다가 반항의 의미로서 상대보다 먼저 각목을 집어들고 내리쳤다는 것. 그리고 공사장을 빠져나가기 위해 각목을 지팡이 삼아 공사장 밖으로 걸어나가려 애썼다는 것. 이 두가지 차이점이었다. 아, 하나 더 추가하자. 걸어나가려 애썼지만 성공했는지의 여부는 알 수 없으며, 눈을 떴더니 축축한 습기로 가득한 골방에 갇혀있었다는 것.
그래도 살아있나보다. 맞았던 부위의 아픔은 그대로 느껴지니까. -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신을 괴롭히는 H를 죽여버리겠다는 생각 하나로 힘든 시간들을 버텨왔었다. 그런데, 벌써 죽으면 그것은 지극히 의미없는 삶이었을텐데, 살아있는 것을 보면 그래도 신이 그녀를 도운건가 싶을만큼 맞은 부위는 아팠다.
여기는 어디일까, 천장에 형광등이라곤 달려있지 않은 밀폐된 공간에서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H를 내려치다가 열받은 H로 인해 신나게 맞고 납치당한건가? 납치라고 보기에는 그녀의 몸은 자유로웠다. 아픈 몸을 웅크리고 있을 수도 있었으며 벽에 쓰인 '당신에게 기회를 줄께요.'라는 문구도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무슨 기회를 준다는 거지?
얻어맞아서 방어하다 까인 손등을 쓰다듬으며 I는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가 읽기를 바랬던 문구의 밑에는 친절하게 화살표가 그녀가 나아가야할 길로 문 밖을 향하고 있었다. 일단은 시키는대로 해보면 답이 나올터였다.
문을 열고 나오자 어두운 복도가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졌다. 걸어갈수록 불안해지는 느낌, 그러면서도 길을 걸어가는 나는 살아있구나.하는 말도 안되는 이질적인 느낌. 복도의 끝에 다다를 때까지 그녀는 걷고, 또 걸었다. 드디어 마지막 문에 이르러 문을 열고, 그녀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발견할 때까지.
" 당신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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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당신은 여기에 왜 왔을까요?
EPISODE SIX. A's story
"누구시죠?"
오늘은 정말 재수가 제대로 없는 날이다. 애인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 꽃도 사고, 베이커리에서 케이크도 특수 주문했던 순간까지만 해도, 아니 애인의 품에 안겨서 행복하게 미소 지을때까지만 해도 컨디션은 최고였으며 모든 세상이 그녀의 것인 것처럼 느껴졌었다. 벽난로가 있는 곳으로 가자며 속삭였던 P의 달콤한 목소리. 홍조를 띈 얼굴로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그와 함께 거닐었던 거실. 그런데 왠걸, P의 와이셔츠 단추를 풀러주려는 순간 거품을 물고 기절해버린 P의 모습에 '뭐야, 지금 내가 덮친다는 이상한 생각을 한건 아니지?'라고 시니컬하게 말을 내뱉었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집 안에 가득 번지기 시작하는 케이크에서 배어나오는 자몽향을 맡는 순간 그녀의 여리하지 못한 몸은 P의 위로 우아하지 못하게 쓰러지며 정신을 잃었었다. 깨어나자마자 혹여라도 베이커리의 요리사가 그녀에게 반해서 개수작을 쓴거라면 처절하게 진달래꽃을 즈려밟듯 밟아주리라. 라고 맹세했던 그녀.
현재 그녀는 다양한 모니터들이 벽에 박혀있는 방의 한 가운데에 갇혀있었다. 깨어나자마자 천장의 스피커가 말하길 '이 곳을 빠져나가려면 곧 올 구원자를 기다려라.'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구원자인지 악마인지 모를 존재가 문을 열고 나타났다.
"누구냐니까 왜 답이 없어? 야! 문닫지마! 그거 밖에서 잠그는거야!"
문 닫으면 죽여버린다.라는 말을 내뱉으며 A는 온 몸을 던져 상대방이 생각없이 닫으려는 문과 자기 자신을 구출했다. 젠장, 구원자는 개뿔. 내가 날 구원하는 날이네.라고 A는 생각했다
*
"내가 나이 많으니까 걍 말 놓는다? 그래 그런 건방진 문구가 쓰여있었다고?"
딱 보기에 여리여리하고, 어디선가 신나게 얻어맞았을 것 같은 몰골로 들어온 구원자의 이름은 I라고 했다. 그녀 또한 어느순간 - 어느순간이라고 해봤자 신나게 얻어맞다가 정신을 잃었고, 깨어난 순간일터였다.- 벽에 기회를 주겠다는 문구와 화살표를 보고 따라오니 A가 있는 방이었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친구라도 하나 주겠다는 스피커의 뜻인가.? 실소를 흘리며 A는 얻어맞아서 아플 I의 어깨를 팡팡 두드렸다.
"뭐 그까짓거, 일단 나가고 보자. 나간 다음에 이 장난을 한 자식을 즈려밟자구,
시간 남으면 널 패던 애도 같이 즈려밟아줄게 okay?"
"..네! 고마워요 언니!"
"활짝 웃으니 귀엽네, 이 참에 덮쳐버.."
"헉 앙대..!"
"됐어. 나 동성에 취미없거든?"
투닥거리며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다시 이어지는 친절한 화살표에 한숨을 푹 내쉬며, 다시 한번 굳은 결심을 되뇌었다. - 결론은 니들 다 죽었어.- 두 명이라서 그나마 좀 나아진 기분이긴 하지만 결코 순탄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A는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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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뭐가 그렇게 재미있니?
곧.. 네 차례인데.
EPISODE SEVEN. Z's story
"왜 이렇게 재밌지?"
Z는 해맑게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 앞의 컴퓨터에 필요한 명령어를 입력하고 전송, 카운트 다운 시작. 30분 뒤의 결과를 기다리며 미리 준비해놓았던 곳을 한바퀴 돌아보면 끝끝. 참으로 이건 거저하는 알바인거 같다. 구인광고를 한동안 바라보다가 찾았던 '당신에게 딱 적격인 그것!'이라 쓰여진 광고. 그리고 두근거리며 보러갔던 '퓨어한 게임회사'의 면접.
"우리가 요구하는건 간단해요. 종이에 쓰여진 스토리대로 컴퓨터에 입력하고, 두가지 Possibility를 선택지로 넣은 뒤에, 인간에 의해 창조된 NPC들이 그 명령어대로 당하는 것을 기록. 이후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시면 됩니다."
쉽고, 페이도 많이 준다는 말에 바로 시작한 아르바이트. 시스템은 다 짜여져있겠다. 말 그대로 타자치고, 관찰하는 것 밖에 없었다.
"어디 볼까.."
첫번째 NPC는 사운드 효과가 있었으면 비명이라도 질렀을 것처럼 입술을 뻐끔거리며 온 몸을 비틀었다. 손목에 묶인 쇠사슬을 톱으로 내리치다가, 발악하듯 손목에 톱을 가져갔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책상에 머리를 박고, 또 박는다. 아마 선택지 1번과 2번을 둘 다 선택하여, 인간이라면 가지고 있을 '공포'라는 감각으로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자아붕괴에 이르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가 입력한 명령어에 따르면 곧 카운트 다운이 끝나고 신체부위가 점점 얼어붙어, 나중에는 건드리기만해도 유리처럼 신체의 일부가 깨어지는 현상에 이를 것이다. 그리고 결국은, NPC의 역할을 다한채 소멸이라는 결과가 기다릴 것이었다.
두번째 NPC는 문제를 풀었는지 사방에서 겨누고 있던 공격 시스템이 파괴되어있다는 알림벨 소리가 들렸다. 어디 볼까, 화면 확대를 하자마자 2번째 NPC가 욕을 내뱉듯이 책상을 마구 내리치며 분노를 표현하는 모습이 보인다. 아마, 공격 시스템이 소음에 반응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문제를 풀기까지는 아무런 반응도 보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결심한 듯이 작두를 손에 가져가는 두번째 NPC. 분노라는 감정이 극대화로 이루어져 해당 관문을 깨고 최종으로 나아가겠다는 순간적인 결정을 그대로 실행에 옮기려는 듯 했다.
서로 다른 방향을 택한 NPC들을 보며 Z는 종이에 [마치 살아있는 인간들 같다.]라고 메모를 덧붙였다. 돈을 벌기 위해 시작한 일이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NPC들을 관찰하는 것은 신기했다. 그저 프로그램 속에서 만들어진 존재들이고, 하나하나 세밀하게 명령어가 입력되어 만들어진 형체들일 뿐인데 마치. 인.간.인.것.처.럼 온갖 패턴들을 보인다. 절망하고, 분노를 터뜨리고, 분노를 이기지 못해 자신을 파괴하는 길을 택하는 등 온갖 양상들을 바라보는 것처럼 느껴지게 했다.
"내가 저 안의 NPC이든 혹은 정말 사람이든, 저 안에 들어갈 짓은 하지않을 것 같아."
하긴, 저러한 일이 혹여라도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그것은 범죄일 것이다. 그리고 현재 Z가 하고 있는 행동 또한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범죄에 적극 참여하고 있는 하나의 형태가 될테니 말이다. 누군가 그랬다. 안 좋은 생각을 하다보면 그것이 come true가 된다고. 고로, 긍정적인 마인드로 생각하자. 이것은 단순한 아르바이트이고, 저 안에 있는 존재들은 단순한 NPC이며, 퓨어한 게임회사인지 뭔지 하는 것들은 그것이 게임개발이건 연구이건 Z와는 관련이 없는 부분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저 안의 NPC가 되는 날은..없겠지."
하지만, 그 말이 앞 날을 예언하는 마지막 말이 될 것이라는걸 Z는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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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 죽여버리고 싶다면서요?
죽여버려
EPISODE EIGHT. A and I
"길한번 더럽게 구불구불하네.."
A는 짜증을 내듯 바닥에 있는 돌을 걷어쳤다. 그녀들을 이곳에 데려놓은 존재가 누구던 간에 상당히 고약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게 틀림없다. 호러영화라도 찍는 것인지 복도에 한발자국 거닐 때마다 짙은 혈향이 났고, 분명한건 걷기 시작한지 30분이 지났는데도 이렇다 할 무언가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옆에 벽이라도 발로차면 화가 풀릴까? A는 집에서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P를 생각하며 최대한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
"A언니, 저 벽을 발로 차보는건 어떨까요?"
"응?"
"... 사실 저도 답답해 죽겠는데 벽을 차기엔 비실거려서..."
저건 뭐라는거야. 적어도 마음이 일치했다는 면에서는 화풀이할 대상을 만들어줬기에 쌩유 베리머치.이지만 결론적으로는 '고로 발로 차봐, 구경으로 대리만족이나 하자.'의 의미가 아니던가. 발로 벽을 차는척 과격 조준으로 I의 헤드샷이나 노릴까? 온갖 실없는 생각이 멤도는 가운데 A는 소싯적 놀았을 때의 감각을 되살리며 화려한 날라차기를 벽에다가 시전했다.
"헉"
무슨 벽이 왜이리 약해... A는 부서져버린 벽을 바라보며 민망함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하지만 그런 민망함은 얼마가지 못했다. A가 I를 만나기 이전에 들었던 스피커의 목소리. 동일한 인물의 목소리가 부서져버린 벽 안의 방에서 울려퍼졌기에.
"발차기 한 번 쿨하네요 A. 기념으로 두 분에게 선물을 줄까해요."
"뭔 개소리야..."
A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A와 I의 양 쪽으로 커다란 조명이 각자 다른 상대를 향해 비춰졌다. 그리고, 그녀들의 두 눈은 다른 의미로 충격으로 굳어졌다. 왼쪽에는 고통으로 인해 기절했을 것이 분명한 P가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움켜쥐며 쓰러져있었고, 오른쪽에는 기절한 것으로 보이는 H와 각목이 놓여 있었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느꼈던 혈향은 지극히 얇은 벽을 타고 올라온 P의 끔찍한 몰골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P의 수려했던 외모는 오직 고통 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아아.. 내 사람이 이렇게 되다니.. P에게 달려가려던 그녀는 P의 옆에 놓인 믹서기를 보고 헛구역질을 시작했다. 자신의 왼 손을 믹서기에 갈아버린 것인가? 도대체 왜?
반면에 I는 분노와 혼돈이 뒤섞인 표정으로 H를 바라보았다.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존재가 H라고 생각하며 함께있는 A에게 위안을 가졌는데, 그녀를 이곳에 데려온 인물이 H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그녀들의 생각에 답이라도 해주듯 스피커에서 말이 이어지면서 동시에 가운데에 있던 스크린이 켜졌다.
"한 쪽은 건드려서는 안될 사람을 건드렸고, 다른 한 쪽은 자신이 행하던 것을 그대로 받을 때가 되었어요."
"...."
P가 정체모를 남자를 껴안고 행복한 미소를 짓는 모습, 정체모를 남자가 꽃다발을 건네자 세심하게 꽃을 다듬으며 화병에 담는 모습, 뒤에서 이어지는 백허그. H가 비웃음을 담은 얼굴로 I를 구타하는 영상들.. A와 I는 입술을 깨물었다.
"분노라는 감정이 그대들을 잠식하기 시작했군요. 여러분들이 이곳에 온 이유는 간단해요. 지금의 현실을 딛고 강해지기 위해서에요. A양 믹서기를 집어들어요. I양은 거기 놓인 각목을 집어들구요. 익숙하죠? 익숙할 수 밖에, 이곳에 오기 전에 당신이 이미 한 번 잡았던거잖아."
"..하지만.. 악!"
망설이는 A와 I의 반응을 예측이라도 한 듯이 거대한 진동이 울려퍼졌다. 천장이 무너지려는 것 같았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천장이 비밀의 문인 것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씩, 조금씩 내려오기 시작했다. 바.닥.을 향.해.서.
"강해지기 위해선 그만큼의 대가가 필요해요. 살기위해 죽여요. 아픔이 여러분을 성숙하게 할테니까.
못 죽여? 죽여버리고 싶다면서요. 죽여버려."
"도대체 니가 뭔데 이런 망할 짓을 시키는건데?!!!"
발악하듯 소리지르는 A를 향해 웃음을 날리며 스피커는 작은 폭발음과 함께 부셔져 버렸다. 그와 동시에 천장이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이려는 것 같다는 것은 그들만의 착각이었을까? 아직까지도 헛구역질을 멈추지 못하고 믹서기를 바라보고 있는 A와 분노와 슬픔이 뒤섞인 감정으로 각목을 바라보고 있는 I의 기분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들의 앞에 놓인 상대들이 역겹게 느껴진다. 하지만.. 살생이라는 것은 그들의 삶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것, 윤리적으로는 행하지 말아야할 감정. 그럼에도... 벽과 바닥 사이에서 샌드위치마냥 으스러지기 싫으면 그들이 살기 위해서라도 역겨운 상대들을 죽여야만했다.
"... 그러면 어쩔 수 없지."
믹서기를 집어든 A의 눈에는 살기위한 본능이 담겨져 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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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 그러게.. 왜 이리 부지런했니?
EPISODE NINE. M's story
"굿모닝 이렇게 문자를 보내, 너에게 빠진 것 같아 위험해.♪ "
신문 배달을 하고 있던 M의 입가에선 연신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국땅에서 학업을 계속하며 살아가기란 그에게 있어 너무나도 힘든 것이었다. 첫번째로 언어의 장벽이 있었고, 둘쨰로 외국인을 바라보는 타인의 시선이 있었고, 세번째로 비싼 수업료로 인해 쓰리잡을 뛰어서라도 돈을 벌며 학업을 계속해야했다. 하루하루가 고단했다. 사실 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성향이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신문배달이라는 꿀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의외로 부지런한 것 같지만 아침잠을 사랑하는 미국인들은 -사실 M의 생각임으로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아침 혹은 새벽에 해야만 하는 일들은 다른 일보다 값을 더 지불해서라도 본인들이 하기를 꺼려했다.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왔다 갔나요♪ 아침을 좋아하는 내가 갔다왔지요♪ 음..?"
신문을 돌리던 M의 시야에 평소에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던 폐허가 된 건물이 보였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지만 도시의 한복판에 족히 300평은 되어보일법한 넓은 땅, 그만큼 중요한 건물을 짓고 있었을 곳이었지만 지금은 접근금지의 테이프가 둘러진 채로 보기에도 음산한 모습으로 남아있었다. 날씨가 화창한 날이건, 비가 쏟아지는 날이건 불쾌감을 자아내기 좋은 곳이었다. 그런만큼 지나다닐 때마다 최대한 시선을 돌려 잊어버리려 했던 곳이기에 딱히 이상할 것이 없었지만 그 날은 유난히 M이 신경을 거슬리게했다. 아니, 마치 그 건물에서 알 수 없는 기운이 그를 끌어당기는 것만 같았다.
불쾌하고, 음산하다.
그럼에도, 왠지 들어가야할 것만 같은 느낌.
하지만 저 건물이 폐쇄된 것에는 이유가 있을거고, 가장 현실적으로 말하자면 저 무너져가는 건물에서 신문을 배달시키는 고객 또한 없지 않은가. M은 건물을 향해 돌려지는 관심을 없애기 위한 20가지 이유를 생각하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려 애썼다.
"그런데.. 너무 궁금해..."
오늘따라 들어가면 안된다는 경고문이 왜 이렇게 들어가고 싶게 하는지 ...
그것이 불러오는 무모함은 평생 후회할 행동을 하게하는지..
그렇게 M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그리고,
이후 M의 모습을 본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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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내가 살기 위한 방법.
EPISODE TEN. DD's story
'설마 죄없는 사람인건가..'
바닥에 널부러진 M을 바라보며 DD는 한숨을 내쉬었다. 살기 위해 문제를 풀었고, 이런 상황을 만든 존재를 알아내고, 그에 맞는 대가를 치루게 하기 위해 혀를 버렸다. 혀를 잘라낸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여전히 헛구역질과 핏덩어리를 뱉어내야만 했고, 그때마다 쓰라린 아픔이 그를 후벼팠다. 혀를 잘라내자마자 온 몸을 구속하고 있는 것들이 풀렸었다. 그리고 방을 나온 순간 보이는 것은 날카로운 칼과 창. 그 위에는 '살기 위해 죽여라.'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하필 무기를 집어드는 순간 검은 그림자가 그의 시야에 들어온 것이 화근이었다.
'죄없는 사람이었다면 미안하지만...'
목에 창을 꽂은채 꾸역꾸역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M을 바라보며 DD는 성호를 그었다. 미안함은 여기까지. 분명한건, 이러한 상황을 만든 변태같은 존재를 찾아내야 한다. 그리고 혀를 자르게 한 것에 대한 대가로 여기있는 M보다 더한 결말을 맞이하리라.
창을 뽑아들며 두 눈을 감고 M의 몸을 뒤집었다. 그는 남은 길을 계속 걸어나갈 것이었지만 혹여라도 M의 눈빛이 놀라움이 아닌 원망으로 바뀌어 그를 쫓아올까 두려웠기에 - 얼굴에 묻은 핏자국을 닦아내고 그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복도 끝에 옆으로 꺾이는 통로가 보였다.
아마, 그곳이 DD가 가야할 길인듯 했다.
*
'이건 뭐지..?'
목가에서 올라오는 핏덩어리를 뱉어내며 DD는 고개를 갸웃했다. 코너를 돌자마자 열려있는 방문. 방안의 절반은 움푹 패여있었고 패인 곳에는 깨진 유리조각들이 수북히 쌓여있었다. 그리고 유리 구덩이 옆에는 가녀린 여인이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
"여기까지 잘 왔군요?"
또다시 들리는 스피커 목소리, 혀만 있어도 시원하게 욕을 내뱉을 좋은 기회였건만 통증을 참는 것만이 그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었다.
"이번 규칙은 조금 어려울지도 몰라요. 저 여자는 죄를 저질렀어요. 그 죗값으로 당신이 혀를 잘라냈듯이, 저 웅덩이에서 온몸을 구르고 스스로의 힘으로 빠져나와야해요."
끔찍하군....
"깨어나면 저 여자는 자신이 해야할 일을 알게될거고, 고민하겠죠? 당신에게 공격적인 자세를 취하거나, 구덩이에 직접 들어가지 않는다면 직접 구덩이에 밀어넣어요. 다시는, 나오지 못하도록."
내가 왜....
"혀를 잘라낼 만큼의 분노라면 날 죽이고 싶을테니까. your choice."
또 다시 꺼져버린 스피커. DD는 멍하니 여인을 바라보았다. 결론적으로 그에게 주어진 것은 처음보는 여자를 고의적으로 죽게 만들어야하는 것이다. 어째서? 저렇게 천사같은 표정을 잠들어있는 여인이 무슨 잘못을 저질렀길래? 손에 들려있는 칼, 깨진 유리로 가득찬 구덩이, 그리고 여자. 살기 위해 죽이느냐, 죽기 위해 포기하느냐. DD에게 있어서 이 두가지 사이에서의 답은 간단했다.
그렇다. 간단하다.
인간은 이기적이고, 나는 살고싶으니까.
내가 살기위해 상대를 죽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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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그동안 재미있었죠?
이번엔 당신이 머리를 써봐요.
EPISODE ELEVEN. Z's story
"그동안 재미있었죠?"
스피커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머리가 아팠다. 아르바이트를 끝나고 집에가던 길에 얻어맞은 뒷통수, 그리고 형광등이 깨진 유리에 비춰져 그녀의 눈을 자극했기에 깨어난 정신. 그러한 그녀의 상태를 스피커 속의 누군가는 알고 있는 듯 했다.
"시간이 얼마 없네, 곧 누군가가 올거에요. 당신을 저 안의 유리 구덩이로 넣기 위해 애를 쓸테죠."
"...도대체 왜..?"
"그동안 당신은 NPC라고 생각했던 대상들을 향해 아주 나쁜 짓을 저질렀어요. 그리고 이번엔 당신이 머리를 쓸 차례에요."
제기랄 뭐라고? 그녀가 반문할 틈도 주지않고 스피커 속의 목소리는 낄낄거리며 말을 이었다.
"공격해서 죽이던가, 아니면 스스로 저 구덩이에 뛰어들어요. 그러면 그 사람은 당신을 건들지 않을테니까. 지시사항은 이미 줬으니 잠시 단잠에 빠져들어봐요. 마이 레이디."
"도대체 지금 뭐라고 하고 있는.."
"마이 레이디, 마이 아르바이트 생... "
*
그동안 살면서 남부끄럽지 않게, 항상 해야할 일에 충실하고 도덕적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던 그녀였다. 단 한번도 누군가를 아프게 하거나 위험에 빠뜨린 적이 없었다. 아르바이트도 NPC에 명령어를 입력하고 조사하는 것이기에 했을뿐, 다른 목적은 하나도 없었다. 그런데 그것이 NPC가 아닌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것이었고 그녀가 한 행동이 스피커에서 목소리를 흘러나오게 하는 것과 방 안의 기계를 조작하는 것이었다는 것은 그녀를 경악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그녀가 지니고 있던 모든 것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에서 그녀의 목을 조르는 더 큰 절망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통.속.에.서. 죽.게.만.드.는.것
눈을 떴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몸을 일으키지 않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했다. 잠시 잠들었던 사이에 벌써 그 '누군가'라는 존재는 방 안에 들어와서 그녀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녀를 기다리는 것은 사람일까, 아니면 그녀와 같은 희생양일까?
자리에서 일어나서 대화를 시도하면 괜찮지 않을까?
아니면.. 아무것도 모르는척, 혹은 구덩이에 뛰어들 것처럼 하다가 상대를 공격해야 하는걸까?
스피커가 말한 것처럼 이번엔 Z가 머리를 써야할 차례였다. 살고싶다. 아프고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 가장 최선인 방법은 무엇일까? 가늘게 눈을 뜨며 그녀는 구덩이 속의 유리 조각들을 바라보았다. 유리조각에 비춰질 상대방의 모습을 바라보면 답이 나올 것 같았기에.
그리고,
그녀는 유리조각에 비친 상대의 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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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끝을 보기 위해서..
EPISODE TWELVE. DD's story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천사같았던 그녀의 모습을 보며 혹시라도 대화와 같은 방법으로 이 상황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3초 정도 고민을 했던 그였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나른한 표정으로 하품을 하다가 이내 놀란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고 서서히 당황감에서 두려움으로 번져가는 듯 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옆에 내려 놓아있는 종이를 바라보았다. - 아마 구덩이에 뛰어들라는 메세지인 것 같았다. - 휘동그레진 두 눈으로 종이를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그녀.
그녀에게서 나오는 절망과 두려움이 DD를 휘감았다. 그리고 잠시나마, DD는 그녀를 동정했고 안아주고 싶다는 감정을 느꼈다. 차라리 그녀가 구덩이로 뛰어들기를 그는 기원했다. 저런 아름답고 순수한 여인을 죽게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용기를 가져주길 원했다. 그녀가 눈물을 흘리며 구덩이에 한 손을 뻗었을 때, DD는 힘든 결정을 내려준 그녀에게 감사했다.
하지만, 실상은 DD의 생각과는 달랐다.
'윽...'
눈물을 흘리며 구덩이에 손을 뻗었던 그녀는 커다란 유리조각을 그에게 집어던졌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유리는 가슴에 박혔을 것이다. 복부의 통증에 고개를 숙이며 그는 입술을 깨물었다. 유리를 던진 행동은 마치 그를 죽이려는 것과 같았다. 스피커의 말에 의하면 그녀는 구덩이에 뛰어들거나, 결정하지 못하고 있어야한다. 하지만 그를 죽이려한다. 도대체 왜..?
아..
손에 들려있던 칼이 그녀로 하여그 위협감을 자아낸 것 같았다. 그는 진정하라는 의미로 양손을 들어올렸지만 손에 들고있던 피묻은 칼을 돋보이게 만들었기에, 상대는 비명을 지르며 제 손에 상처가 나는 것도 잊고 유리조각을 연신 집어던졌다. 피하기 위해 몸을 뒤로 빼고, 물러서는 순간 등에 느껴지는것은 차가운 감촉. 문이 닫혔기에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하나의 fact만이 그를 반기고 있었다.
'미안해요...'
물기어린 그녀의 눈을 바라보며 DD는 손에 들린 칼을 고쳐잡았다. 빠르게, 그리고 최대한 고통없이.를 목표로 그녀를 향해 돌진하며, 비명을 지르는 그녀의 입을 틀어막고 나이프로 목을 그었다. 반항하는 그녀의 움직임이 잦아들 때까지, 칼로 연신 긋고, 또 그으며 절망에 섞인 몸부림을 토해냈다.
'정말 미안해요...'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여인을 구덩이로 던지며 그는 흐느꼈다. 스피커가 원하는데로 결국 그녀를 죽이고 구덩이에 넣을 수 밖에 없었다. 결국은, 죽인 것으로도 모자라서 육신마저도 편히 쉬지 못하게 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무릎을 꿇고 그는 오열했다. 목가에서 올라오는 핏덩어리를 뱉으며 절망에 섞인울음소리를 흐느꼈다. 새로운 문이 벽에서 나타나 열린 것을 보았음에도, 그는 무너져가는 자신을 다잡을 수가 없었다.
차라리 원망하자, 증오하자, 일어서자.
이러한 상황에서 주저앉고 일어나기를 포기해봤자 그를 기다리는 것은 스피커의 조롱과 죽음이라는 단어뿐이다. 이미 일어난 상황은 그의 의지가 아니었지만 그 상황을 헤쳐나가는 것은 그의 의지여야만 한다. 피 묻은 칼을 구덩이 안에 던지며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차마 그녀의 피가 묻은 칼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는 않았기에, 이러한 상황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듯이 놓여진 창을 집어들며 눈물을 닦았다.
아파하고, 마음껏 우는 것은 이곳을 빠져나간 뒤에 해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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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난 사람이길 선택할래요
EPISODE THIRTEEN. I's story
방 안을 빠져나온 그녀들의 몰골은 처참했다. 희생자들의 피와 살점으로 얼룩진 옷과 몸. A는 연신 욕을 내뱉으며 눈물을 흘렸고, 벽을 걷어찼으며, I는 밀려오는 죄의식과 반복되는 1시간 전의 영상으로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살기 위해 그녀들이 선택한 것은 상대의 희생이었다. A는 입술에서 피가 날 만큼 스스로의 입술을 짓이기며 믹서기를 집어들었고 두 눈을 감은채 기절해있는 P의 오른팔을 믹서기안에 넣었다. 고통으로 인해 깨어난 P의 얼굴을 믹서기로 짓이기며 '이렇게 만든건 모두 너다.'라고 소리지르는 A를 바라보며 I는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그녀 또한 각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 H를 내려쳤다. 끊임없이, 최대한 같은 부분만.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최대한 고통받지 않도록 빠르게 죽기를 바라며.- 하지만 그런 그녀의 결심은 H를 각목으로 내리치는 순간마다 변해가기 시작했었다. 내리칠 때마다 울려퍼지는 둔탁한 소리, 꿈틀거리는 몸뚱아리, H에게서 흘러나오는 피. 내리치면 내리칠수록 그녀에게 그것은 묘한 쾌감을 주었다. 머리를 노리던 것이 등에서 배로, 다리로, 발과 손으로. 그녀는 끊임없이 내리쳤고 어느순간 즐거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나서야 각목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이미 H는 죽은지 오래된 상태였고 멈춰버린 천장과 그를 멍하니 바라보는 A의 모습이 I의 광기를 깨닫게했다.
죽여버리고 싶다며? 그럼 죽여
스피커의 비웃음 담긴 목소리가 멍하니 길을 걷는 그녀의 귓속을 멤돌았다. 휘청거리는 I를 A가 부축하며 또 다시 한 발자국씩 그들은 출구를 향해 걸었다. 그들이 해야하는 일은 무엇일까? 강해진다는 것을 살인과 내면에 잠들어있던 광기를 깨어나게하는 방법을 이용했어야 했을까? 그들과 스피커의 목소리의 차이점은 뭐일까?
결국은 같은 것을...
눈물을 흘리며 복도 끝의 방 안을 그들은 들어갔다. 방 끝에 보이는 또 다른 문, 다행이 이번에는 아무런 고통의 시련이 없구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들의 시야에는 잔인한 장면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영롱한 빛을 내뿜고 있는 무언가, 아니 무언가들이 있었다. 현재 그들이 가진 내면의 상처를 후벼파는 날카로운 물체의 실물화인 것 같은 유리조각들. 정확히 말하면 유리조각들의 집합소라고 해야할 것이다. 피로 물든 유리조각들과 그 안에 잠들어 있는 한 여인.
"제발.. 더 이상은 못버티겠어."
"정신차려.. 빨리 지나가자."
온 몸이 유리에 난도질 된 상태로 죽어있는 여인을 바라보며 I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여기에 있는 여인도 그들과 같은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었어야 해던 것 같았다. 그리고, 여인은 선택했지만 결말은 실패인 죽음으로서 돌아왔다. 목에 수없이 그어진 상처와 온 몸에 박힌 유리조각으로. 그리고, 살인자의 칼과 함께 잠들어야했다. 실소를 흘리는 I를 A는 일으키려 했지만 I는 완강하게 거부하며 끊임없이 웃음을 흘렸다.
"이렇게 쉬운 것을.. 전 왜 안하고 있었을까요?"
"I... 정신차려. 일단 여기를 빠져나가서, 세상에 나아가서 이야기 하.."
"우리는 살기 위해서 다른 사람을 죽여야했어요. 비록 그들이 우리를 힘들게 한 존재들이었지만, 우리는 그들을 죽인 순간 그들을 넘어서서 더욱 잔인하고 비참한 존재가 된거에요."
"하지만"
"하지만, 여기있는 여인은 살기 위한 시도에서 실패했을지라도 그보다 더한 꼴을 보지 않고 잠들어있어요. 난.. 여기서 나가면 더한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아."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는 많은 방법들이 있다. 모두들 각자에게 맞는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방법을 바꿔가며 세상에 적응해나간다. I 또한 그녀만의 방법으로 세상을 살아가고 있었지만 외적인 강요에 의해 방법을 바꿨어야 했다. 그리고 그것은..
"자기 파멸이에요. 난 더 이상 파멸하고 싶지 않아. 난 사람이길 선택할래요."
"I !!!"
미소를 지으며 I는 A에게 고개를 숙였다. 세상을 향한 마지막 인사로. 그리고 망설이지 않고 구덩이로 뛰어들었다. 수많은 유리 파편들이 그녀에게 박히는 가운데 아무런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무언가 무거운 짐을 덜어버린 것처럼 해방감이 그녀를 잠식했다. 유리조각이 박혀 움직이기도 조차 힘든 손을 들어올려 살인자의 칼을 집어올린 그녀는 웃었다. 마지막 여행을 떠나기 위해 행동을 실행에 옮기는 순간까지, 망연자실한 A를 바라보며 웃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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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당신은 누구인가요?
EPISODE FOURTEEN. DD's story
이번엔 아무 것도 없었다. 아니, 그를 기다리는 한 여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그와 마찬가지로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많은 아픔들을 겪고 최종 관문에 다다른 사람의 모습이었다. 그것도 여인이었다. 남성인 자신의 몸으로도 힘들었던 이 수많은 관문을 뚫고온 또 다른 존재가 여인이라는 것에 그는 더욱 큰 동질감과 동정을 상대에게서 느꼈다. 안도감 때문인지 감기려는 눈을 부릅뜨며 DD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당신도 나와 같은 사람이군요.. 도대체..'
하지만 말할 수 없는 입에 DD는 한숨을 내뱉었다. 지금 자신이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마음 속으로 외쳐도 들리지 않으리라. 하지만 여인은 DD가 하고 싶어하는 말이 무엇인지를 대략적으로 아는 듯 했다.
"당신 뿐인가요?"
무언가 이상했다. 멀어지려는 의식을 붙잡으며 DD는 그에게 다가오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에너지가 넘치는 것인지 피와 먼지에 얼룩진 몰골에도 불구하고 여인의 눈은 시련을 겪은 자의 눈빛이 아닌 자랑스러움이, 여인의 입술에서는 만족스러운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에게 다가오는 여인의 발자국에는 힘이 넘쳤으며, 흘러내리는 머리를 가볍게 넘기는 손가락에서는 알 수 없는 고혹적인 미가 흘렀다.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요. 할거는 못되지만 나름 재밌기는 했네요"
앞에 놓인 의자 두 개의 먼지를 털어내는 손길. 그리고 이내 그에게 다시 다가오는 그녀. 아름답고, 가녀린 여인인데 무언가 위험하다는 느낌이 든다. 뭐랄까, 살기 위해서, 이 모든 것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 지금까지 달려온 그였지만 지금 그가 마주하고 있는 것은 지금까지 견딘 것보다 더 큰 위험이라는 것을 눈 앞의 여인이 말해주려는 듯 했다.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발걸음이 갑작스레 멈췄다.
'어?'
몸이 움직여지지 않는다. 뭐가 어떻게 된 일이지? 여인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는 여인이 들고 있는 나무 막대기가 보였다. 그저 평범한 나무 막대기로 보이는 무언가의 영향일까? 가볍게 막대기를 휘두르는데 그의 몸은 움직여지지 않고, 허공에서 물이 담긴 잔이 나타났다. 꿈을 꾸는 것일까?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들었던 이 모든 것이 꿈이었던 것일까?
아니아니.. 그전에...
저 사람은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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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완벽한 또 다른 존재를 원했어
그러나..
EPISODE FIFTEEN. A's story
"사실 이런거 너무 귀찮았어요. 하지만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좀 앉아볼래요?"
A는 나른한 표정으로 마른 입술을 혀로 적셨다. 충격으로 굳어진 DD에게 다가가 그를 끌어안고, 수고했다는 듯 등을 두드렸다. DD는 자신이 어떻게 행동해야할지 모르는 듯 했다. 하지만 괜찮았다. 충격에서 벗어나고 나면 그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또 다른 완벽한 존재로서 세상을 살아나가게 될테니까.
DD를 의자에 앉히며 A는 눈꼬리를 휘어 환하게 미소지었다. 그나마 이번에는 그녀에게 맞는 완벽한 상대를 찾았기에 망정이지, 모두들 죽어버렸다면 아무런 보람도 없이 머리만 굴리고 몸이 힘들어야했던 참담한 결말을 맞이했었을 것이다. 그런 면에 있어서는 눈 앞에 있는 DD라는 존재에 대해 감사하자. DD의 몸에 묻은 핏자국을 정성스레 닦아내며 A는 지난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존재이자 마법사에요. 너무 완벽하기에, 나와 맞는 짝이 세상에 존재하질 않았죠. 혹시나 괜찮을까.라는 생각으로 사람을 하나 죽이고 호크룩스를 만들었는데, 그 호크룩스조차 저만큼 완벽하지 못하다는게 아이러니였죠."
그래서 호크룩스도 죽여야했어요.라는 말을 삼키며 그녀는 콧노래를 부르듯 목소리에 멜로디를 담았다. DD의 정신이 돌아오기 시작한 것인지 움찔하는 것이 느껴졌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결국 난 답을 내려야했어요. 호크룩스가 그나마 나에 가까웠지만, 애를 낳는 것도 아니고 연구 끝에 나타난 결과는 우월한 호크룩스가 있으면, 그에 비해 떨어지는 호크룩스도 있더군요. 그걸 분석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있죠. 가장 완벽한 나의 머리에서 나온 계획 안에 총 7개의 호크룩스를 넣는거에요. 서로 다른 모습으로 변신 마법을 쓰고, 모두의 기록을 새롭게 창조하여 미로 속에 넣는거죠."
'설마...'
"네, 당신은 또 다른 나에요 DD. 내가 만든 미로 속에서 나는 당신들 모두를 관찰하기 위해 여러분과 같은 실험체로서 미로에 들어갔죠. 그리고 하나하나, 죽어나가거나 스스로의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들을 바라보면서 마지막 생존자를 기다렸어요. 그게 당신이죠 DD. 나의 또다른 분신."
A가 추구했던 것은 간단했다.
한 명의 원 주인.
일곱 개의 호크룩스 중 서로의 난투 끝에 살아남은 단 하나의 호크룩스.
서로 완벽한 두 존재의 결합.
이제 그만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와 함께해요. 당신을 사랑할테니, 우린 우리 자신을 사랑하면 되는거에요. 안 그런가요? 그녀는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이며 연신 DD의 목가에 입을 맞추었다. 무언가 답하려는 듯 열리는 DD의 입술을 바라보며 그녀는 생긋 웃었다. 하지만, DD의 입술이 열리는 순간 DD는 바닥에 쓰러져 경련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헐?! 지금 이게 어떻게된거지?"
당황한 A가 지팡이를 집어들고 치료마법을 외쳤으나 DD의 몸은 축 늘어져버렸다. 너무 미로를 어렵게 설치했던 것인걸까. 숨이 끊어져버린 DD의 몸을 흔들며 A는 욕설을 내뱉었다. 차라리 죽을거면 내 손에 죽어!!! 발악하듯 소리쳤지만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DD의 몸뚱아리가 흔들려 느껴지는 감촉뿐이었다.
"죽어버렸어.? 과로로? 아씨, 나 또 혼자된건가?"
"안녕 이쁜아."
이 망할 시츄에이션은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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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훼이크 결말 * + 에이드 사심 결말
Fake Ending
: Praise
찬양하다
EPISODE SEVENTEEN. A's story
"안녕 이쁜아."
이 망할 시츄에이션을 뭘까...
아..아니 이건 망할 시츄에이션이 아닌 당황스러운 시츄에이션이었다. 죽어버린 DD의 시신을 붙잡고 있던 A는 눈 앞에 벌어진 아이러니함에 DD를 던져버리고 양 눈을 비볐다. 눈을 감았다가 떠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이상하다? 내 자신을 향해 쐐기 주문이라도 외치면 나아질까? 고민하던 A를 향해 7명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역시 내 원주답게 새끈하네-"
"원주가 새끈해서 호크룩스인 보람이 아주 큰 걸? 너 보려고 다시왔다 이쁜아."
죽었던 A의 호크룩스들이 A의 새끈함을 잊지 못해 부활했다.는 전개가 찾아온 것이다. A는 잠시 당황했지만 금새 즐거움으로 키득거렸다. 아아, 여기있는 7명의 이쁜이들도 마음에 들지만 시간이 되면 '호크룩스 마법에 대한 재정의'로 논문을 써서 학계에 발표할 생각이었다. [원주가 새끈하면 호크룩스도 죽었다가 부활할 수 있다.] 이것은 획기적인 발견이었고, 수많은 영향을 끼칠 것이었다. 이미 완벽한 존재인 그녀에게 더욱더 절대적인 힘을 부여하게 될테니까.
"예상했던건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전개야."
A는 입꼬리를 올려 생긋 웃곤 나른한 발걸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갔다. A가 한 발자국씩 걸어갈 때마다 그녀의 주변을 둘러싼 7명의 A들. 그들은 A가 차례대로 그들을 바라보는 가운데 무릎을 꿇곤 A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해, 내 이쁜이들, 내 A들."
태초에 에이드가 있었다.
에이드의 손 끝에서 생명이 창조되어 7명의 에이드들을 탄생시켰다.
7명의 에이드들이 각자가 지닌 한계를 딛고 일어나 또 다른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나니,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세상을 정복시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수많은 에이드 클론들이 탄생하사, 그들은 읊조렸다.
"신이시여, 당신의 새끈함과 커피를 향한 손짓과, 매혹적으로 휘어지는 눈꼬리를 찬양하옵나이다."
세상의 지도는 점점 주홍빛 자몽색으로 물들어가사, 에이드가 "가라." 라고 외치셨으니, 수많은 사람들이 양 손을 들어 환호하고, 찬양문을 읊조리사, 하나의 공동체를 만들었다더라.
S : Sexy Ade
T : Terrific Ade
A : Attractive Ade
R : Romantic Ade
H : Holy Ade
O : Outstanding Ade
G : Gorgeous Ade
에이드를 믿으사 전능하신 에이드 자몽님을 믿사오며,
자몽의 향과 새끈함과 매력이 우리들을 구원하러 오시리라 믿나이다.
우리는 클론으로서, 찬양자로서, 신도로서 늘 당신을 찬양할 것을 맹세합니다. Ja-mong-
-에이드 복음 1장 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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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Ending.
게임의 승자
EPISODE SIXTEEN. AA's Story
"넌 뭐지..? 난 분명 호크룩스를 총 7개 만들었는데..?"
"역시 내 분신답게 새끈하게 생겼네. 안 반가워?"
A와 똑같이 생긴 AA는 검지손가락을 우아하게 튕기며 샐쭉 미소지었다. AA가 한 걸음,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장미향이 방 안을 가득 채웠다. 저렇게 완벽한 존재가 이 세상에 있을까? 바로 A가 찾던 이상적인 존재가 AA였다. 보기만해도 눈이 멀 것 같은 새끈함. AA가 자신을 칭찬한다고 한들 AA 본인의 새끈함과 비하랴. A의 손은 기대감으로 떨리고 있었고, 발은 완벽한 존재를 향해 다가갔다.
"아주.. 많이 반갑지.. 근데 어떻게 호크룩스가 하나 더 생긴거지..?"
"아아, 똑똑한 너라면 알 줄 알았는데.. 답은 간단해."
AA는 A를 껴안으며 볼에 가볍게 입맞췄다. A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인도한 곳은 DD의 시체가 늘어져있는 곳이었다. 우아한 발걸음으로 걸어가 고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귀한 발로 뒤집은 DD의 시체. DD의 볼을 발로 쓸어내리며 AA는 말을 이었다.
"너의 빡센 트레이닝에 얘가 과로로 죽어버렸잖아.'
"응, 그래서 내가 슬퍼하고 있었지."
"결국 너 앞에서, 너로 인해 죽은거야. 그 순간 완벽한 존재를 필요로 하는 너의 의지가 발동 되었지"
그래서 내가 탄생한거야 이쁜아.-라고 말을 이으며 AA는 손을 뻗었다. A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어만지다 목선을 흩어내려 희롱하듯 움켜쥐는 쇄골. 고개를 들어 혀로 A의 턱선을 핥짝이며 AA는 달아오르는 A의 볼을 귀엽다는 듯 연신 입을 맞추었다. 달콤해, 매우 달콤해. A는 또 다른 완벽한 자신에게 키스를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역시 이 거대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길 잘했어. 이제 내게 남은건 행복 라이프이다. AA와 함께 세상을 재패해서 짱먹고 오순도순 살아가야지.
"사랑해 AA"
"근데 이쁜아.."
"응?"
"사실 말이지. 너가 다른 호크룩스를 보며 생각했던 것처럼, 난 원주인 너가 마음에 안들어. 내가 너보다 더 새끈하고, 입술도 이뻐. 목소리도 고혹적이고 말 그대로 섹시의 아이콘이지."
"......"
"고로 난 또 다른 완벽한 나를 찾거나, 나 혼자 살아가야겠다. 아바다 케다브라"
.... 난 지팡이가 없잖아 시발...
이것이 A가 초록색 불빛을 맞기 전 생각한 마지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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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명의 사람이 그 누구도 모르는 외진 곳에 갇혔다.
한 명이 두려움에 스스로를 죽여 일곱 명이 되었다.
일곱 명의 사람이 체스판의 말이 되었다.
한 명이 죄값으로 손을 갈고, 몸을 갈아 여섯 명이 되었다.
여섯 명의 사람이 살아남기 위한 게임을 시작했다.
한 명이 각목으로 맞아 죽어 다섯 명이 되었다.
다섯 명의 사람이 존재하였고 호기심을 못 이기는 한 명이 있었다.
한 명이 경고문을 어기고 강을 건너 네 명이 남았다.
네 명의 사람이 주사위를 굴러 앞으로 나아갔다.
한 명이 잔꾀로 인해 목을 베어 세 명이 되었다.
세 명의 사람이 끝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한 명이 의욕을 잃고 몸을 던져 두 명이 되었다.
두 명의 사람이 마지막을 함께 했다.
실증을 느낀 한 명이 칼을 휘둘러 한 명이 되었다.
한 명의 소녀가 혼자 남았다.
혼자남은 그녀 또한 스스로를 죽음에 던져 0이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없.었.다 -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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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 fake ending이 제일 마음에 드는거 같아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 스토리 *
full story & fake ending
Made by. 새끈한 에이드
fake story 1
Made by. 지뉴아
* full story에 들어간 출연진의 정체 *
W : 월궁
DD : 따찌
P : 프로세우크
A : 에이드
I : 아엘
H : 호모티엘
Z : 지뉴아
M : 아침
AA : 원주인 에이드를 죽이는 또 다른 호크룩스
* 사실.. 에블바디 에이드 호크룩스
PS. 따찌오빠, 프로세우크 죄송합니다 사랑합니다 ( __)
PS 2. 코멘을 다는 여러분은 사랑합니다.2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