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간을 맞추는 것이 소금의 기능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바다의 영양을 고스란히 간직한 다양한 종류의 소금들이 각광받는 시대다. 몸에 좋은 소금과 나쁜 소금 선별법부터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소금 활용법까지 알아두면 유용한 소금이야기.
배를 채우기보다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한 시대다.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 기본 식재료의 중요성 역시 부각되고 있다. 한식의 기본 맛을 좌우하는 것이 ‘장’이라고 요리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러한 장의 맛과 영양을 결정하는 것이 바로 소금이다. 장류 외에도 김치, 젓갈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발효식품에는 모두 소금이 들어간다.
특히 젓갈에는 약 25%나 되는 소금이 들어가는데 최근에는 건강을 생각해 소금의 양을 줄이려는 시도가 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발효식품에 들어가는 소금은 그저 저장성만 높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발효 효과를 높이고 영양까지 보충해준다.
요즘 건강을 위해서 싱겁게 먹는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소금의 1일 권장 섭취량도 체질과 그 사람의 신체활동량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짜게 먹는 것은 해가 되지만 지나치게 싱겁게만 먹는 것도 해가 될 수 있다.
사람은 음식은 먹지 않아도 오래 버틸 수 있지만 소금과 물 없이는 며칠을 버텨내기 힘들다. 물만큼이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물질이 바로 소금인 것이다. 실제로 소금은 우리 몸에서 여러 가지 기능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체액의 삼투압 유지, 신경세포의 신호 전달, 영양소 흡수 등이다. 소금의 농도 즉 소금의 주요성분인 염소와 나트륨 농도의 정밀한 조절은 인간의 생존과 건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소금의 적당한 섭취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바로 좋은 소금을 섭취하는 것이다.
소금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어 건강에 좋은 소금이 있는가 하면 좋지 않은 소금도 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소금과 유해한 소금을 잘 가려 섭취하는 것은 물론 요리의 맛을 더할 수 있도록 적제적소에 알맞은 소금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알아두면 유용한 소금의 종류
암염 | 말 그대로 소금이 딱딱하게 굳어 돌처럼 된 소금 덩어리. 예전에 바다였던 곳이 지각변동에 의해 육지로 변한 후 오랜 세월을 거치는 동안 물은 마르고 소금만 남아 굳은 것이다. 암염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생산량이 많으며 미국, 유럽, 중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에서 식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염화나트륨의 함량이 98~99%를 차지해 미네랄이 거의 함유되어 있지 않다.
천일염 | 바닷물 즉 해수를 햇빛과 바람으로 증발시켜 만든 소금이다. 생산지의 환경과 만드는 방법에 따라 영양분과 맛의 차이가 크다. 갯벌을 개조한 염전에서 생산되는 국내 천일염의 경우 생산과정을 자동화하기 어려워 가격이 비싸긴 해도 미네랄 함량이 높고 풍미가 뛰어나다. 세계 각지에서 생산된 갯벌 천일염을 모아 미네랄 성분을 비교해본 결과 한국산 천일염의 미네랄 함량이 가장 높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꽃소금(재제염) | 천일염을 물에 녹여 한 번 씻어낸 후 재결정해 만드는 소금으로 흔히 ‘꽃소금’이라고 부른다. 가공을 거치기는 해도 미네랄 함량이 높은 국산 천일염을 재료로 사용한다면 재제염의 미네랄 함량 역시 높겠지만, 국산 천일염은 가공하는 과정에서 철분 성분이 산화되면서 붉은색이나 황색으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미네랄이 거의 없는 호주산이나 멕시코산 등이 재제염의 재료로 사용된다.
정제염 | 이온교환수지라는 특별한 장치를 써서 해수에서 염화나트륨을 분리해 만든 소금으로 일본에서 개발한 것. 염화나트륨 함량이 보통 99% 이상으로 미네랄 함량이 거의 없다. 미네랄이 없는 소금은 건강에 득이 되기보다는 해를 끼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미네랄 함량이 높은 천일염과 미네랄이 거의 들어 있지 않은 정제염, 암염 등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자염 | 바닷물을 끓여서 얻은 소금으로 우리나라에서 전통적으로 행하던 소금채취법이다. 밀물 때 들어온 바닷물이 마른 갯벌을 통과하면서 염도가 더욱 높아지면 이것을 통에 모은 후 끓여서 소금으로 만든 것. 일부 지역에서만 생산되고 미네랄 함량이 높고 풍미가 좋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태안 자염이 유명하다.
요리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건강 소금 & 활용법
“소금은 꼭 천일염으로 신안지역 것만 먹는 편이에요. 천일염은 일반 소금에 비해 미네랄과 무기질이 풍부하고 감칠맛이 나요. 잘 담근 장, 갓 짠 고소한 기름, 질 좋은 소금 이 세 가지면 모든 한식을 맛있게 만들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그만큼 음식을 만들 때 소금은 중요한 요소거든요. 친정어머니가 식재료 구입이 까다로운 편인데 어릴 때부터 소금은 꼭 신안 것을 구입하셨거든요. 햇소금이 나오면 대량 구입해 광에 저장해놓고 쓰곤 했죠.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어머니에게 소금을 조금씩 얻어다가 빻아서 국간을 맞추고 김을 재우곤 했죠. 요즘은 가까운 마트에만 가도 다양한 종류의 프리미엄 소금을 구입할 수 있어요. 믿을 수 있는 기업에서 만든 것이라 안심하고 먹을 수 있어요. 시판되는 소금 중에는 5년 숙성시킨 신안 천일염을 구입해 먹어요.” 박연경(세계식문화 연구소 소장)
“천일염을 구입해 직접 간수를 빼 사용해요. 때가 되면 천일염을 자루째 구입해 습하고 그늘진 곳에 두는데 아파트에 산다면 뒤 베란다가 가장 좋지요. 여기에 물을 적당량 뿌려두면 소금이 다 녹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고 일정기간 두면 쓴맛은 빠지고 고슬고슬한 소금이 된답니다. 물을 주는 대신 봄에 구입해 장마철이 지나면 소금 스스로 습기를 머금어 간수가 자연히 빠져나가고 소금이 딱딱해져요.
가을을 지나 겨울이 가까워지면 딱딱했던 소금이 풀어져 맛있는 소금으로 변신하죠. 조금 더 맛있고 건강하게 소금을 먹고 싶다면 이러한 과정을 3~5년 정도 반복해 소금을 숙성시키면 됩니다. 고기를 먹을 때는 유황냄새가 살짝 나는 죽염을 찍어먹으면 고기의 누린 맛을 제거해줘 좋아요. 또한 고사리 같은 나물 간을 맞출 때는 입자가 고와 잘 녹는 자염을 많이 활용하는 편이에요. 꽃소금이나 중국산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면 배추가 물러져요. 국산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이는데 질감이 탱탱해 보다 맛있게 김장김치를 담글 수 있답니다.” 김영빈(요리연구가)
- ▲ 박연경, 김영빈, 조용재(왼쪽부터).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 직업이다 보니 직업상 늘 식재료를 눈여겨볼 수밖에 없어요. 요 근래에는 스테이크에 대한 공부를 많이 하게 되었어요. 스테이크의 기본은 질 좋은 쇠고기지만 그 못지않게 소금 역시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소금은 일반적으로 토판염과 장판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어요. 장판염은 벌에 바닷물을 가둬놓고 물을 증발시켜 생산량이 많은 반면, 토판염은 벌에서 미네랄과 칼슘 등을 소금에 흡수되는 방식으로 일반소금에 비해 다양한 영양분을 품고 있고 그만큼 몸에 좋지요. 때문에 일반 천일염에 비해 가격이 10배 정도 비싸요. 토판염은 쇠고기의 감칠맛을 돋우면서 영양적으로도 뛰어납니다. 토판염을 알고 난 뒤로는 모든 요리에 토판염을 사용해요. 예전에는 산지까지 가야만 진짜 토판염을 구입할 수 있었지만 요즘은 마트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어 편리해요.” 조용재(마켓오 메뉴 개발팀)
“주로 천일염을 사용하고 달걀찜이나 나물처럼 금방 간을 봐야 하는 것들은 고운 입자의 소금을 사용합니다. 꽃소금같이 나트륨 일색의 소금보다는 죽염, 자염 같은 입자가 고우면서도 미네랄 등의 영양분이 풍부한 소금을 사용하면 금세 녹아 간 보기가 훨씬 수월하지요.
특히 스테이크나 삼겹살 등 다른 양념 없이 고기요리를 즐길 때는 질 좋은 소금을 써야 고기의 누린 맛을 잡아주고 감칠맛을 더해줘요. 육류뿐만 아니라 생선을 구울 때도 소금을 뿌리는데, 표면의 단백질이 빨리 응고되어 살 속에 있는 맛 성분이 밖으로 빠져나오지 않아요. 채소를 데칠 때 소금을 넣으면 채소 특유의 비린 맛을 없애주고 색깔을 곱게 만들어주는 특징이 있죠.” 구본길(고려전문학교 호텔외식조리학부 부학장, 요리연구가)
- ▲ 구본길, 이하연, 김은경, 운아스님(왼쪽부터).
“김치에 엄마의 손맛을 제대로 내려면 재료가 차별화되어야 하는데 배추만 좋아서는 맛을 낼 수 없어요. 우선은 소금이 좋아야 하는데 전 서해안 천일염을 주로 사용해요. 질 좋은 천일염으로 배추를 절이면 간이 잘 배는 것은 물론 김치의 식감이 아삭아삭해지거든요. 배추를 절일 때는 10% 정도의 염도로 10시간 정도 절이는 것이 좋아요. 김장 김치는 워낙 소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천일염 중 장판염으로 담그지만 깍두기, 콩나물무침처럼 바로 간을 맞춰야 하는 요리는 토판염을 사용해요. 가격은 훨씬 비싸지만 토판염을 사용하면 음식에 다른 조미료를 사용하지 않아도 깊은 맛이 나거든요. 간수를 내지 않아 쓴맛이 많이 나는 소금으로 요리를 하면 쓴맛을 없애기 위해 설탕을 넣게 돼 설탕을 과다 섭취하게 합니다. 이렇게 소금은 음식 전체의 맛과 영양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랍니다.” 이하연(봉우리 김치 대표)
“요리의 성격에 따라 사용하는 소금도 약간씩 다른 편이에요. 가장 많이 사용되면서 모든 요리에 기본이 되는 것이 천일염이에요. 굵은 천일염은 오이 같은 채소들을 씻을 때 사용하면 농약 등 유해한 성분을 씻어내는 데 도움이 돼요. 상추, 깻잎 같은 잎채소는 소금물에 잠시 담가두면 소독 효과를 얻을 수 있지요. 배추, 열무 등 채소의 숨을 죽일 때 역시 천일염을 사용합니다. 수분을 적당히 배출시키고 간이 적당히 배게 하죠. 무우국이나 채소가 들어가는 국을 끓일 때는 황토소금을 이용해요.
황토가마에서 구워 맛이 훨씬 부드럽고 천일염에 비해 쉽게 부서져 빻기가 훨씬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빻아놓은 황토소금은 물에 잘 녹아 요리의 간을 맞추기가 편해요. 이 밖에도 해양 심층수로 만든 마래솔트, 해초소금 등을 사용해요. 이러한 소금 중 입자가 고운 소금은 바로 뿌려먹거나 채소를 볶을 때, 요리의 마지막 간을 맞출 때 사용한답니다.” 김은경(채소 소믈리에)
“영광에 지인 스님 중 한 분이 직접 염전을 하셔서 그분에게 천일염을 가져와 황토가마에 구워 식용으로 사용해요. 꽃소금의 경우 간수를 뺐는지 안 뺐는지가 확실하지 않아 사용하지 않는 편이지요. 꽃소금은 하얀 경우가 많은데 이렇게 하얀 것은 2차적으로 가공된 경우가 많거든요. 황토옹기에 천일염을 담고 황토가마에 구우면 유해성분이 없어지는데 옛 궁중비법이기도 해요. 이렇게 소금을 만들면 알칼리성 소금이 되는데 일반소금에 비해 비교적 덜 짜고 맛도 부드러워 어떤 음식에 넣어도 맛있지요. 황토에서 구운 굵은 소금은 갈아두었다가 고운 소금이 필요할 때 사용해요.” 운아스님(사찰요리 전문가)
식탁을 건강하게 만드는 시판 프리미엄 소금
기존 정제염보다 나트륨 함량은 낮고 미네랄은 풍부한 천일염을 비롯한 소금의 단점을 개선함과 동시에 다양한 기능성까지 부가한 시판 소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포장방법도 보관 및 사용이 편리한 용기형, 지퍼팩 포장 등 다채로워졌다.
1 레이크크리스탈 솔트 굵은 소금
호주에서 생산되는 호수 소금으로, 바다 소금과 같이 칼슘과 마그네슘 등 미네랄을 풍부하게 함유하고 있으면서도 바다소금과 달리 순하고 부드러운 맛이 장점이다. 일반소금 대비 ⅓ 정도만 넣으면 짠맛과 깊은 맛이 난다. 250g, 6천8백원.
2 레퓨레 김대감집 맛의 비밀 삼증삼포염
전남 신안 비금도산 천일염을 물의 열과 수증기로 세번 이상 찌고 말리기 때문에 제조과정 중 다이옥신이 생성될 우려가 없으며 불순물만 제거하고 미네랄은 그대로 남긴 알칼리성 소금이다. 구운 소금보다 나트륨은 적고 천연 미네랄은 풍부하다. 130g, 3천7백50원.
3 레퓨레 김대감집 맛의 비밀
국산 천일염 100%로 굵은 소금, 고운 소금 두 가지가 있다. 2003년 전남 신안의 청정 갯벌에서 생산한 천일염을 5년 이상 숙성시켜 간수가 빠져 맛이 달고 부드러운 소금. 350g, 6천7백원.
4 신안메이드 3년 묵은 천일염
우리나라 청정해역 염전에서 바닷물을 염전으로 끌어와 햇빛과 바람을 통해 자연방식으로 수분을 증발시켜 만든 소금. 천연 미네랄 성분, 마그네슘 등이 풍부한 소금. 500g, 1천9백50원.
5 청정원 신안섬 보배 3년 묵은 천일염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선정된 천혜의 신안 갯벌천일염 100%로 만들었다. 3년 동안 자연 방식으로 간수를 빼 부드러운 짠맛과 천연 미네랄이 풍부한 천일염이다. 480g, 6천3백원.
6 황토소금
1년 중 춘분부터 하지 사이에 채취한 천일염을 1년 이상 묵혀 간수를 제거한 후 황토 단지에 담아 10~12시간 구워 만든 소금이다. 쓴맛이 없고 담백하면서도 단맛이 나는 알칼리성 소금. 140g, 3천원.
7 레퓨레 리염
국산 천일염에 게나 새우 등에서 추출한 키토산을 특허 받은 기술로 결합하여 만든 소금. 염화칼륨 등 화학물질을 첨가하지 않았다. 키토산이 함유되어 일반 소금보다 황토색을 띠고 입자감이 있다. 175g, 1만2천원.
8 샘표 소금요정 미네랄밸런스소금
천연 갯벌의 미네랄에 함초 미네랄을 더해 현대인에게 부족한 미네랄을 보충할 수 있는 천연 미네랄소금. 함초가 함유되어 칼슘이 우유의 5배, 칼륨이 감자의 7배, 철분이 김과 다시마의 10배 정도 들어 있다. 250g, 3천4백60원.
9 청정원 신안섬 보배 함초소금
서해안 청정 갯벌에서 자란 함초로 만들어 음식의 깊은 맛을 더해준다. 갯벌의 풍부한 미네랄과 영양이 그대로 살아 있으며 모든 요리에 사용이 가능하다. 200g, 3천4백50원.
10 영진그린식품 알칼리 소금
꽃소금의 깨끗함과 천일염의 영양소를 모두 갖춘 천연 소금. 산성 함유의 기존 식염과는 다른 PH농도 8.5 이상의 알칼리성 소금으로 볶은 소금과 같은 맛을 낸다. 300g, 2천4백원.
11 레퓨레 우리아이 첫소금
유아와 어린이 전용 소금으로 이유식에 사용하면 좋다. 국산 천일염에 키토산, 식물성 칼슘을 결합하여 면역, 성장, 치아건강, 미각 발달에 도움이 되도록 만든 프리미엄 소금. 90g, 8천7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