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최인호의 호위 무사에게 칼을 맞다

[황종원]

작가 최인호의 영결식에 많은 이들이 모인다.

생전의 인연이 어디 남다르랴.

최인호의 펜 사인회에서 나는 그를 보고 그의 펜카페에 가입하여 글을 올렸다.

과유불급...을 모르는 나는 날마다 드나들며 글을 올린다.

최인호 최고. 둘도 없는 작가. 어쩌고 하는 말도 내 나이가 되면 한 두번이지 다른 일상사를 쓰거나

작가와 관련한 우리 시대의 이야기를 하게되는 일이 어찌 없으랴.

한동안 글을 올렸더니 어느 날 카페지기가 일방적으로 나를 탈퇴를 시켜 버린다.

그리고 이 최인호의 호위 무사를 당당하게 자기의 의견을 카 페에 올렸다.

벌써 10년 전 이야기이나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하니 그 일이 생각난다.

나의 글이 오른 시점은 2004년도이다.

카페 최인호 글사모 “ OB는 떠나라”
닫힌 이들의 모임, 노년 회원을 왕따에다 강제 탈퇴

황종원(semanto)

2004. 5.18

최인호 사랑 카페지기의 글을 아래와 같다.

26살 청년이 작가 한 분을 사랑으로 모시기 이리 어렵나요.
나는 다음 카페 최인호 글사모 운영자인 D입니다.
D는 작가의 아드님 이름이며 작가의 아드님이라도 되고파서 쓰는 제 아이디입니다.

카페를 만들어 저는 참으로 보람되게 살았습니다. 작가의 책을 하나씩 보석 모으듯 하고 ,최 선생님의 글이 실린 기사를 카페에 옮겨 담는 일, 선생님이 일본 문학 여행 떠나시면 줄줄이 꿰어 글 올리기, 선생님 댁 찾아가서 사모님 뵙기, 선생님께서 큰 서점에서 펜서비스하는 날에는 카페 동호인들에게 알려 바람몰이하기를 합니다. 돈을 바라지 않습니다. 명예를 바라서가 아닙니다. 그런 나를 회원들은 너무 너무 사랑합니다. 그들의 칭찬 속에 제 카페를 키워왔습니다.

선생님 주위에 디카를 들고 맴돌 때, D 왔냐 하며 반기시는 선생님 목소리만으로 기쁘답니다. 나는 선생님이 피다 버린 재떨이 속 시가를 찍어 카페의 사진 방에 올리기도 합니다. 선생님의 자취는 제 영혼입니다. 나의 하루 24시간은 선생님 생각입니다. 앉으나 서나 선생님 생각이지요. 어머니는 “네가 하는 일이 돈생기냐,밥 생기냐.” 하시고, 아버지는 묵묵히 지켜보십니다.

선생님은 제 카페에 가끔 들어오십니다. 제게 큰 힘입니다.
요즘 나는 많이 힘듭니다. 지난 5월 8일 교보 문고에서 선생님의 펜서비스 행사가 있을 때부터 시끄럽고 괴로운 일이 생겼습니다.
그 날따라 재수 없게 승용차와 부딪쳐 몸 다치고 다카 망가지고 . 액땜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 날 선생님의 서명을 받아간 사람 중에는 남녀노소가 많았지요. 그 중 일부는 나의 카페에 가입을 했지요. 그 중 한 사람이 유별난 사람이 있습니다. 자신도 책을 썼다면서 서명을 하는 선생님의 탁자에 놓인 자기 책을 사진 찍어 우리 카페의 사진 방에 올리는 무례한 일을 하기 시작하더니 긴 글을 올리기 시작합니다. 자기 자랑 같은 흘러간 가요방 같은 이야기입니다. 매일 글이 올라옵니다.

카페 동호인들이 저사람 말 많다. 우리는 최인호 좋아 하고 외치기만 하면 되는데 심각한 척, 늙다리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 사람이 왜 우리 카페에 낀다지 하고 말이 많습니다. 카페 누군가가 그런 글을 올리려면 자신의 홈페이지를 만들라고 통쾌하게 말하니 꼬리를 내리고 자신의 글을 삭제를 했습니다. 속이 다 후련하였답니다.

그 참에 다른 50대가 내 속을 끓였던 참이었습니다. 한 동안 우리 카페에 글도 잘 올리고, 사진도 잘 올리고 내게 전화도 잘해서 좋은 분 인줄 알았더니 스토커였습니다. 술김에 말도 함부로 하고, 나를 어린 사람 취급합니다. 나는 나이지, 그 사람의 아들이 아닙니다. 우리 카페에서 내가 강제 탈퇴를 시켰습니다. 그런 사람은 우리 카페의 정신과 다릅니다.

그 일로 속을 끓이고 고통을 겪는 판에 이건 또 무슨 일입니까. 새로운 50대는 나서서 선생님의 책을 스캔해서 올리고, 별들의 고향을 추억하는데 우리가 추억의 언덕입니까. 또 대학 시절 30여 년 전 연세 춘추에서 선생님의 수필을 우리 게시판에 올리면서 같은 시대의 다른 작가의 글을 함께 올리고 자신의 대학 시절의 글까지 올립니다. 우리는 최인호님 하나면 되었지 다른 작가들 칭찬은 필요 없습니다. 우리에게는 위대한 최인호 한 분 뿐입니다.

최인호님하고 같은 연배라 하여 실없는 추억담을 말하는 다른 것은 일체 용서 못합니다. 최인호 최인호하는 함성만이 우리의 정신입니다.
나는 새로운 50대가 글을 못 쓰게 막아버렸지요. 그것은 제가 가진 특권입니다. 회사롤 말하면 책상을 빼앗아 보리는 일에 해당되겠지요.
그가 우리 카페에오면 그의 이름이 뜨는 것이 뜨끔하다고 이번에 카페 운영을 함께 맡은 카페누나가 말하여 아예 그 50대를 강제 탈퇴시켰습니다. 50대 주책은 구제 불능입니다.
우리의 위대한 최인호님을 제가 좋다면 카페를 따로 만들면 되지. 왜 우리 젊은이들이 노는 마당에 와서 긴이야기를 횡설 수설 쓴대요.
그런 50대가 없는 세상인 언제 올까요. 그 50대가 내게 연락을 합니다. 최인호 선생님의 학창 시절 글을 스캔해서 글을 올리려니 안되느냐고 메일을 보내왔지만 학창 시절 글을 올려서 무엇한데요. 내가 그를 강제 탈퇴시킨 일은 나 혼자의 생각이 아니라 우리 카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라며 코침을 넣어서 답신을 보냈지요. 당연한 것 아닌가요.
바로 메일이 뜨데요. 자기는 옛 생각을 글로 써서 작가와 일체감을 느끼려한다는등 가요 무대 같은 말을 하면서 , 감히 나를 꾸짖으면서 전화를 걸라는 겁니다. 내가 만만합니까. 내 돈 들여 전화 걸게 .추억은 경로당에 가서하던지 경로 카페를 만들던지 해야 되는 것 아닌가요.

내가 카페에 수시로 올리는 일은 나는 할 수는 있어도 다른 사람은 절대 안 됩니다. 내가 작가의 담배꽁초를 찍어 사진을 올리는 것은 스토커가 아니라 애정입니다.

위의 글은 내가 D의 입장에서 썼다.
여기서 나오는 50대는 나이다. 이글은 카페 최인호글사모의 운영자 D(물론 이 D는 영문 이니셜이다. 다른 이름이 있으니 카페를 방문하면 그의 글을 볼 수 있다.)라는 아이디를 쓰는 젊은이가 카페 최인호의 글사모 게시판에 도배를 한 글과 내게 보낸 메일을 정리를 했다.

나는 그의 입장에서 글을 쓰면서 다른 이들을 보는 시선을 찾으려 했다. 그럴수록 젊은이들이 열린 마음으로 노년들을 대하기 바라는 욕심을 갖는다. 젊은 그들 중 일부의 닫힌 마음은 부모와 우리 자신의 잘못이다.

우리 세대의 자랑으로 최인호를 찾다가 왕따를 당했다. 나는 아직 마음이 청춘이다. 내가 작가를 찾는 마음은 그의 정신이고 동질성이다. 우연히 만났을 때 따뜻한 시선과 미소를 바랄 뿐.
작가 최인호는 월간지에 글을 올려 이 카페를 자랑하고 젊은이들을 칭찬한다.

그렇건만 최인호와 같은 또래 OB세대(old boys)는 이렇게 젊은 이들이 혈기로 정한 기준에 따라 왕따 당하고 밀려간다.
남을 배척하고 밀어내는 카페 최인호 글사모는 최인호의 글 자세와 아주 다르다.
이제 60 나이줄의 최인호, 그는 젊은이들 사랑 속에 살지만, 그를 사랑하는 다른 노년들은 이렇게 따돌림 받는 신세들이다.

청춘은 무엇인가. 세상을 바라보는 자세에 있다. 젊어서 이미 늙은이는 청춘이랄 수 없다.
청춘은 사물을 청춘의 눈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수많은 다른 카페에서 노년들은 자기 설자리에 서고 있는가.

5월 8일 최인호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나는 기쁘게 가서 저자의 서명을 받았다. 어머니를 생각하는 마음은 내가 내 책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와 무엇이 다를까. 같은 세대의 같은 느낌으로 나는 그를 찾아 최인호글사모카페에 가입을 해서 글을 올렸다. 게시판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중 '별들의 고향'은 자유롭게 글을 쓰는 방이었다.
그 곳에다 나는 작가를 만난 감동을 올렸다. 다음에 다시 보니 내 글이 다른 곳에 가있길래 나는 운영자에게 물었다. 그는 내게 메일 보냈다. 기분 좋은 메일이었다.

그는 2004 년 05월 14일 금요일, 낮 12시 31분 13초에 글을 보냈다.
원문 그대로이다. D의 이름만 이니셜을 썼다.

안녕하세요.
최인호글사모의 D입니다.
요즘 카페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우선 깊은 감사 드리겠습니다.
오늘 메일을 드린 이유는 semanto1님꼐서 올리시는 글이 '별들의 고향' 게시판보다는
' 사랑의 기쁨'게시판 성격에 더 잘 맞을거 같아서 글 이동을 시킨걸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별들의 고향에는 우리 가족들의 살아가는, 부담없고, 일상의 얘기를 올리는 게시판이거든요.
( 그렇다고 semanto1님 글이 부담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오늘 한 카페회원분의 연락도 있었는데 아무래도 한번 지나치기보다는 여러모로 깊이 음미해보고 생각해볼 semanto1님 글은 다른 게시판에 옮기는게 어떻겠냐는 말씀에 저도 요즘 생각하고 있던바라 우선 '사랑의 기쁨'게시판으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러니 글 옮긴것에 대해 이해를 해주셨음 하는 바램입니다.
그럼 앞으로도 카페에 관심 많이 가져주시길 부탁드리구요.
늘 건강하세요!

그러다가 내가 카페에 글쓰기가 안되어 어쩐 일인가 묻자 그는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2004년 05월 30일 일요일, 새벽 01시 21분 36초에 보내왔다.

메일 보고 연락드립니다.
카페회원분들이 세멘토님의 글을 읽고 최사모 방향에 맞지 않다는 의견을 메일과 정모에서 접하고 부득이 하게 글쓰기 권한을 중지했습니다.
지난번에 말씀드렸다시피 안타깝고 죄송하지만.
제 입장에선 기존의 보다 많은 카페 회원분들의 의견을 따를수 밖에 없음을 이해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느낌과 글로 인해 다소 공감을 느끼기 힘든 글이다, 다소 자기만족에 글을 올리시는거 같다, 너무 도배성 글을 올리신다등 여러 의견을 말씀들 해주셨거든요.
선생님의 대학때 자료를 구해주시고 올려주시느라 많은 수고를 해주신거 참 감사드립니다.
그 과정에서도 황선생님 글을 올려주시고, 카페 자료실에도 황선생님 책을 최인호선생님의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와 같이 올려주신것등 카페가족들의 오해를 불러 일으킨 점 역시 이번 글쓰기 중지에 반영이 됐습니다.
많이 섭섭하시리라 생각되지만 카페를 운영하는 제 입장을 헤아려 주시길 바라겠습니다.
그럼 앞으로 건필하시길 바라겠구요.
늘 건강하시길 바라겟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나는 그의 말을 이해 못하였다. 어린 글을 보냈다.
2004년 05월 30일 일요일, 저녁 7시 43분 31초에 보냈다.

보내준 글에 상당하게 상처를 입어서 이대로 지나칠 수 없어 답 합니다.
나는 작가가 아니랍니다. D씨처럼 열심히 글을 쓰고 올립니다. 살아온 만큼 인생이 있어서지요.
앞으로 D씨가 다른 일을 할 때도 아마 지금 운영자를 할 때 처럼 열심일 것처럼. 열심히 사는 사람이랍니다.
내가 글을 써서 최인호글사모에 글을 올린다고 내 위상이 올라가는 것이 아닙니다. 젊은 이들과 함께 어울리려는 마음 입니다. 그 마음이 잘못되었다 마십시오.

자기 만족에 글을 올린다지만, D씨, 스스로 돌이켜 봅시다. D씨가 작가 최인호님을 만나서 기뻐하는 모습과 글을 볼 때 나 자신도 가슴이 부풀었답니다. 나도 어린 시절 만화가 한 분을 만나 뵙고 얼마나 기뻤는지요.

D씨가 자신 만만하고 자기 만족에 올린 글이 없다고 보나요. 자기 만족은 무엇입니까. 남을 베려하고 생각하는 마음입니다.
내가 글을 도배를 하다니.
도배라면 D씨 아닙니까?
지난 번에 나이 먹은 사람이 최인호 글사모를 탈퇴를 했다는 말을 해서 가입을 중단 시켰다는 글을 보고 나는 나이먹은 사람을 욕하는 편에 섰지만. D씨가 운영하는 남을 배려하는 마음의 깊이에 나는 많이 서운합니다.
내가 전화를 건다면 내 전화를 피하렵니까?
내가 D씨에게 해꼬지를 한 일 없고, 작가 최인호님을 그리워한 일이 죄입니까.
내가 여러분들이 올리는 재미있는 글에다 살아온 이야기에 작가의 이야기를 보탰다는 것이 잘못입니까?
여러분의 카페는 독선인가요? 내가 여러분들의 어떤 자존심을 아프게 하였습니까?
작가의 글을 사랑하고 작가와 함께 살아온 만큼 세상살이 이야기가 많다는 것이 죄인가요?
D씨의 글에도 있듯 인생은 늘 청춘이 아니랍니다. 늘 이야기가 쌓여 간답니다.

지난 번에 내게 나가라 하는 여러 분중 일부의 태도에 대하여 나는 마치 홍위병에게 대하는 어른 같은 느낌 이었습니다.
우리 세대 자유로운 글쓰기에 우리 세대의 자랑이며 명예인 최인호 글사모가 이럴 수 있냐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글을 올리지 말까 하다가 나이 먹은 사람으로 젊은 분위기와 구색을 맞춰볼까 했지요. 박이사님이라는 분도 계셔서 나중에 정모할 때 만났으면 하는 바람도 가져 보고요.
사람에게는 자존심이 있답니다.
어떤 절차와 정당한 이유 없이 이렇게 처사를 한다는 것은 매우 불편한 일이랍니다.
네게 전화를 걸어서 양해를 구하던지 하는 순서가 있어야지요.
D씨, 나는 전화를 걸어서 무슨 말을 들을까하다가 나잇살 먹은 사람이 아들같은 연배와 이야기를 하다가 '자네 부모 바꿔.' 하는 순서까지 갈까 글을 보냅니다.
나이가 어려도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있어야하고.
나 또한 인생 스승의 나이로서 하는 말입니다.

황 종 원
전화를 기다립니다.

내가 메일을 보내자 그는 메일로 회신을 했다. 아주 부지런한 청년이다.
2004년 05월 30일 일요일, 밤 10시 31분 33초에 왔다.

솔직히 정말 님의 메일 받고 기분이 나쁘네요.
무언가 굉장히 착각을 하시고 계신거 같은데.
저 혼자만의 생각으로 님의 글을 쓰지 못하게 한줄 아십니까??
카페회원들의 메일과 정모때 나오신 분들과 많은 대화를 통해 내린 결정이구요.
잊으셨나본데. 처음에 님께서 가입하시고 계속 연달아 남들이 어떻게 생각하건 자기만족에 빠지셔서 글을 연이어 올리신걸 두고 도배라고 표현 한것입니다. 제가 도배를 한다고요??^^ 하하하 전 제가 글을 올리기전에 상대방이 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을 갖을까?, 공감을 할까?를 염두해 둔답니다. 그리고 제가 많은 글을 올린다고 그 글이 이상하거나 공감하기 힘든 글이란 얘기는 한번도 들어본일이 없고 카페는 계속 발전해서 오늘의 위치까지 오게 된것입니다.

그동안 저로써는 카페회원들의 세멘토님에 대한 생각에 고심을 거듭해 일단 글쓰기를 중지하고 양해해 주시길 부탁드렸는데요. 과연 그렇다면 우리 카페 회원들 대다수가 독단적이고 편협한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것일까요? 세멘토님 글 때문에 카페에 글쓰기가 꺼려진다는 회원분의 메일을 받고난 후의 제 심정을 생각해 보셨습니까?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이라 더더욱 생각하기가 어렵고 고심에 고심을 해서 내린 결정인데 자존심에 금이 가셨다고..전화를 해서 '자네 부모 바꿔'까지 라는 순서가 갈까 글을 보내신다고 했는데 제가 무슨 죄를 저서 어르신께 이런 글을 받아야 하는지요? 제 나이가 어리다고 너무 함부로 말씀 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리고 잘못 알고 계신것이 있는데 나이 드신 분이 카페를 탈퇴해서 가입을 중지시키다니요? 전 가입중지를 시킨 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대전에 사시는 선생님 스토커분이 카페를 탈퇴하시고 제게 전화를 걸어 욕을 해서 그분이 다시 가입을 해서 탈퇴를 시켰다고 글을 올렸습니다. 자세히 상황을 아시고 말씀 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제겐 세멘토님 한분의 의견보다는 여러 다수의 의견을 귀기울일수 밖에 없습니다.
최대한 운영자의 위치에서 공정하게 생각에 생각을 거듭해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는데 이런 식의 불쾌한 메일까지 받으니 너무 화가 나네요.

그리고 제가 어르신 전화번호를 알지도 못할뿐더러 지난번에도 그렇고 충분히 사전에 메일을 드렸음에도 전화를 걸고 사죄를 해야하나요? 제가 어르신께 무슨 잘못을 해서 그래야 하나요??
최인호선생님을 그리워하고 그분에 대해 글을 올리는 것은 물론 잘못이 아니죠. 다만 카페를 찾는 많은 이들이 세멘토님 글로인해 불편함을 느낀다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요.
생각과 이상은 틀릴수 있다고 봅니다. 똑같은 대상을 두고서 말입니다.
최인호 선생님에 대한 다른 카페를 하나 만드셔서 님이 올리고자 하는 글을 올리신다면 가장 좋을꺼 같네요. 세멘토님과 생각이 같은 분들은 그쪽으로 함께 할 테니까요.

제가 만든 최인호 글사모는 님이 말씀해 주신것처럼 우리 세대 글쓰기의 자랑이며 명예라고 그렇게 거창하게 생각해본적 없습니다. 그저 최인호 작가의 글을 좋아하느 ㄴ이들이 모인 소박한 모임이니까요. 무엇보다 저에겐 회원분들의 생각이 중요하구요. 소수도 아닌 다수가 세멘토님의 글에 대해 공감 하기 어렵고 불편함을 느끼는데 그분들이 독단적이고 모두 편협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는 제게 메일이나 연락 주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저역시 세멘토님과 스토커 때문에 정말 힘들고 카페에 대해 회의감이 많이 들거든요.
솔직히 그냥 메일 안드릴려고 하다가 너무 답답하고 화가나서 무엇보다 내가 무슨 죄를 졌길래..이런 식으로 메일을 받아야 하는지 몰라서 메일 드렸구요. 모두를 만족시키고 납득 시키기 위해 중간에서 애를 많이 썻는데 참 이런 식의 반응을 겪고나니 허탈하군요.

참고로 오늘부로 세멘토님은 강제탈퇴 처리를 하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청년의 글이 끝났다.

내가 왜 이리 장황하게 글을 올리는가.
내가 어린 청년에게 분노를 느낀들 그를 이길 수 없다.
D는 카페의 운영자라, 회원에게 자격을 부여하고, 글쓰기를 제한하고, 쓴 글을 삭재하고 회원을 강제탈퇴시키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

그에게는 그의 청춘이 있다.
그를 이해하려고 생각했다. 늙은 것이 마음을 풀어야지.
이렇게 메일을 보냈다.

2004년 05월 30일 일요일, 밤 11시 08분 25초이다.
D씨, 나이를 먹다 보면 사람은 작은 일에 섭섭하답니다.
D씨의 어려움을 알면서도 나도 섭섭했지요.

이제 긴 말을 주리지요.
최인호 글사모를 잘 운영하시고, 앞으로 뛰어난 분 되기를 바랍니다.
그럼, 떠납니다.
메일은 이제 그만입니다.
황 종 원

이런 장황한 메일이 오고 갔다. 작가 사랑이 만만치 않다.
내가 올린 글이 어떤 글이었던가.

나는 이런 글을 올렸었다.
글의 전문이다.
'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를 읽고 책장을 덮고 눈물 가득 거울을 보면 입매와 눈매에 계신 어머니
" 아비야, 이 애미 죽지 않는다."
내가 울면 따라 울고, 내가 웃으면 따라 웃고. 살아계실적 불효, 이제와 사모곡에 목매입니다.'

별들은 잊지 못할 젊은 날의 책이었다. 그 책에는 30년 너머의 그리움이 있다.
이런 글도 썼다. 또한 글의 전문이다.

현리 맹호 다방의 '경아'
현리시외버스 정류장에서 수도기계화보병사단(맹호부대) 사령부 가는 길목에 군인극장이 있다.
가을 밤비에 마즌편 맹호다방 불빛이 아련했다.
등화관제 차단막으로 가려진 찻집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을비와 함께 온 듯 새로운 찻집아가씨가 책을 보고 있다. 나는 그 책을 알고 있다.
" 아가씨가 경아야?"
내 말에 그네의 눈이 커졌다.
그 뒤 젊은 군인들이 슬금슬금 그네를 경아라고 부르면 배시시 웃었다.

다음해, 봄이 떠나려는 밤에 찻집에 들어서자 찻집 아줌마가 책 한권을 내게 준다.
" 아이가 떠나면서 이 책을 드리라고 하대요."
받아든 별들의 고향에 메모 한 장이 있다.

황대위님,
경아라 불러주셔서 고마웠어요.
제가 바로 경아였으니까요.
1974. 5. 21

또, 한나절을 국립 도서관에 가서 30여 년 된 연세 춘추를 넘기면서 작가 최인호의 수필을 찾아내어 그 카페에 올렸다. 그 시절 동갑네였던 혼불 작가 최명희와 그때는 문학 청년이었던 내 글도 함께 올렸다. 뛰어난 작가가 된 두 사람과 평범한 사람과의 젊을 날을 지금 세대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또 어느 날은 책방에서 구하기 어려운 타인의 방등 각종 문학상을 받은 작품집을 도서관에서 구하여 스캔하여 자료방에 올리기도 하였다.

나는 작가의 작품 하나하나 읽은 느낌을 올릴 계획까지 세웠다. 작가를 사랑하는 것은 바로 그 작가의 작품을 사랑하는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작가 최인호는 서울 예관동에서 태어났다. 남들은 흘려들을 그 장소가 내게는 남다른 곳이다. 나도 거기서 태어났고 6.25전쟁 이후 대전으로 피난 갔다가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3학년 이후 학창시절과 군대생활이 끝날 때까지 유년과 청춘시절이 묻혀있기에 그렇다.

을지로 4가에서 퇴계로 4가까지 신작로는 꼬마들의 놀이터였다. 길을 사이에 두고 마치 군대 사병처럼 군기 빠진 일제 적산 가옥들이 열중 쉬어 같은 차렷 자세로 서있었다. 퇴계로 4가 동국대학 쪽으로 일렬 횡대로 머리를 맞댄 맨 첫 집이 내가 좋아하던 국민학교 1학년짜리 인덕이네였고(그 애는 나중에 커서 동덕여대 약학과를 갔다), 다음은 우리 집인데 1층은 쌀가게였다.

그전에는 가게의 반은 자전거가게에 세를 주었고, 반쪽은 만화가게를 했는데 국민학교 5학년 때부터 6학년 때 만화가게를 어머니가 접을 때까지 나는 어머니의 만화 선택 자문이며 카운터였다. 혹시 우리 만화가게에 소년 최인호가 왔었는지 모르겠다. 알았으면 돈 안 받고 실컷 만화를 보게 했을 텐데.

우리 옆은 설렁탕집이었다. 춥고 배고픈 그때, 우리 집 뒤는 설렁탕집 주방하고 바로 통했는데, 해장국 한 그릇값으로 두어 그릇치를, 인심 좋은 주방장이 손 크게 냄비에 담아주곤 했다.

그 집에는 영희국민학교에 다니는 또래 계집아이가 있었는데 어린 내가 생각해도 가까이 하기에 멀었다. 나중에 그 집에 큰불이 나서 얼굴에 화상을 입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설렁탕집 옆에 중국음식점은 화자누나네였다. 중국말을 잘하고, 그야 물론 중국 사람이니까, 잘 웃고 예뻤다. 거기다가 자기 집이 복잡하다며 한동안 우리 집 이층에 살 때, 누나 방을 들여다보면 재미있었다. 누나의 화장품이 있는 경대에는 내가 늘 궁금했던 물건들이 있었다. 누나는 가끔 나를 안아주기도 했다.

화자누나네에서 열중쉬어 같은 차렷을 하던 줄 건물이 끝났다. 그 옆으로 1층짜리 건물이 독립 운동하듯 서있다. 수제 구둣방에서 김씨 아저씨는 가죽에다 계속 망치질하고, 옆집 약국아저씨는 "아까정기(머큐로크롬) 사러왔노?"하시며 장난이 심해 상처 난 내 팔뚝을 들여다보았다.

때때로 우리 줄 건물 옆 공터에 곡마단이 들어오면 천막 빈 구석을 찾아 머리를 집어넣다가 곡마단 아저씨의 꿀밤에 혹이 매달렸다. 그 자리는 화원정 시장자리였다. 화원정은 일제 때 이름이었다.

길만 새로 닦아 신작로인 길은 한여름 동네 아이들 기마전이나 구슬치기 딱지치기하기 좋고 한겨울 눈이라도 올 양이면 동대 입구에서 우리 집 앞은 눈썰매장이었다.

한 여름에 아이들은 길바닥에 함정을 만들어놓고 첨벙 빠지며 당황하는 사람들을 보고 웃다가 잡혀서 귀싸대기를 맞고는 그런 짓이 슬그머니 사라졌다.

신작로에서 놀던 아이들이 다니는 국민학교는 세 군데였다. 하나는 방산 시장 안에 있던 방산국민학교이다. 하나는 극동빌딩 자리에 있던 일신국민학교, 하나는 인현공원 앞에 있고 지금 덕수중학교자리에 있던 영희국민학교였다.

분명히 동네 이름과 번지에 따라 아이들의 학교는 갈렸지만 해가 떠서 질 때까지 길바닥에는 아이들 천지였다.

내가 이런 당시의 설명을 장황하게 하는 것은 작가 최인호의 어린 시절이 나의 어린 시절과 겹치기 때문이다.

내가 이 긴 이야기를 하는 동안 이미 소년 최인호는 떠나서 나하고 한 번도 놀아보지 않았는지 모르나 어쩌면 단 한번이라도 놀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는 내 마음은 이렇게 동심이다.

그 시절 함께 있었다면 수십 명 씩 떼 지어 놀던 아이 틈 속에 한 살 터울인 최인호와 나도 딱지치기나 구슬치기를 함께 했으리라.

나의 기억 속에는 가난한 시절 늘 배는 고팠으나 구김살 없이 놀던 아이들의 활기찬 웃음소리 속에 때로는 즐거움이, 때로는 미움이, 때로는 사랑이 가득했던 어린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보인다.

작가 최인호가 예관동에서 태어나서 한동안 영희국민학교를 다녔다. 5월 8일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에서 작가의 서명을 받으면서 내가 그에게 "영희국민학교 선배님 반갑습니다" 하자 "어떻게 알았어요. 잠깐 다녔었는데" 하니 작가는 다른 곳에서 다른 국민학교를 졸업했을 것이다.

지금 예관동 나 살던 곳은 중구청사가 되었으나 그 길을 어쩌다 갈 때면 나는 어린 함성과 개구쟁이들이 세월의 벽을 치고 내게 달려오는 느낌을 받는다.

예관동 신작로 길을 떠난 뒤에 불현듯 학창 시절 청춘의 그를 찾고 싶었다. 어쩌면 작가 자신도 깜박 잊은 작가의 자취를.

나는 오랜 친구를 만나러 가듯 고여 있는 일상을 흔들었다. 나는 그를 만나러 가는 행장을 추스른다. 가방에 바인더형 노트와 6B 굵은 연필을 챙긴다. 한동안 묵혔던 복사카드를 아울러.

지하철 서초역에서 내려 국립 도서관으로 가는 오르막길에 이미 여름이 와있다. 작가가 세월의 어느 기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숨바꼭질을 즐기는 장난꾸러기이며 나는 술래이다. 1965년 나는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나는 1946년 12월생이니 작가와 1살 터울이다. 그는 1964년도에 대학을 갔을 것이다 이미 서울고교 2학년 때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었고 대학 2학년 때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당히 문단 입성한 우리 시대의 기린아였다.

분명 그를 도서관에서 볼 수 있으리라. 막상 국립도서관 신문자료실에서 나는 자료 검색을 하다가 낭패감을 맛본다.

1969년도 이전 <연세춘추>는 결본이었다. 1964년부터 1967년까지 학창 생활을 했을 것이 아닌가. '최인호글사모' 카페에 글을 올렸던 작가의 친구가 썼던 글을 생각했다. 1970년 안팎 작가가 결혼했다면 아쉽게나마 펼쳐든 1969년도 낡은 신문철에 나는 헛되이 시간을 묻다니, 어리석구나.

학창시절 이후 작가로서 길을 계속 갔으니, 학창 시절 이후 청년 최인호를 찾아보자. 혹시 연세춘추에서 성공한 작가로 최인호의 모습을 찾아보자. 큰 실망과 작은 기대 속에 신문철을 넘긴다.

그러다가 어느 날 신문에서 나는 '아'하고 놀랜다. 그는 나를 보며 '용용' 한다. '자네 내가 군대 갔다 와서 복학한 것을 몰랐지?' 내가 만난 작가의 작품들이 작가의 단편집에 실려 있는지 모른다. 학생 작가 최인호가 원래 있던 자리에서 만나니 반가움이란.

나는 뛰어나기보다 같은 또래 같이 때로는 장난스럽고 때로는 심각한 그의 학창 생활을 만난다. 그의 수필 '4월'은 얼마나 귀한 글이며 그를 찾는 내게 학생 최인호가 주는 선물이다.

침묵의 계절
영문과. 4년 최인호

4월은 봄의 계절이다. 진달래와 개나리의 계절이다. 여대생이 작년에 맞춘 봄코트가 이상하게 싫어지는 계절이다. 등록금이 걱정되는 계절이다.

오가는 여인들 얼굴이 갑작스레 예뻐 뵈는 계절이다.

그녀들의 얼굴에 미래를 품게 하는 계절이다. 아침엔 쌀쌀했다가 오후엔 무더워지는 괘씸한 계절이다. 공연히 빈 주머니로 버스를 타게 하고 차창으로 새어드는 펄렁이는 햇빛 속을 뚫고 종점까지 가게 하는 계절이다.

시인의 말대로 야채 샐러드의 계절이다. 채광이 잘 드는 유리 많은 실내에 앉아 오렌지 주스를 드는 여인의 손톱 위에 그려진 분홍빛 매니큐어가 수면을 향해 오르는 금붕어 비늘처럼 번득이는 계절이다. 탐욕의 계절이다.

밤에 가스등 켜고 바는 목판 위의 해삼이, 멍게가 입맛을 당기는 계절이다. 담배가 맛이 없어지는 계절이다.

오가는 사람 옷에서 모두 약간씩은 좀약 냄새를 피우게 하는 계절이다. 축제 계절이다. 4월은. 한껏 멋 부려 옷을 입고, 껄껄대는 웃음을 나누며 증권시세에 대해 담소하는 계절이다. 오수의 계절이다.

공기만큼 가벼운 잠이 손에 돌다가 놓쳐버린 풍선처럼 치솟는 상상의 날개를 타고 스름스름 오는 계절이다. 간이역 역장이 끊어주는 차표 위에 빛나는 4월의 태양이 파문을 그리는 계절이다. 길가는 개의 외침이 먼 곳을 공허히 울리는 계절이다. 뜰의 꼭 잠그지 않은 수도꼭지에서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는 수돗물의 낙수가 선명한 계절이다.

실과 같은 가는 빗줄기가 뜰에 거리에 마음을 촉촉이 적시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잊었던 옛여인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그녀의 눈물, 그녀의 헛된 맹세. 떠나보낸 후회가 가슴을 치는 계절이다. 아아. 먼 곳의 기적소리가 그 여인의 긴한 숨소리처럼 느껴지는 계절이다. 사랑은 얼마나 깊었고, 우리들의 사랑은 얼마나 짙었었는가.

흘러내리는 봄비가 창에 치륵서륵 뿌려지면, 맺힌 물방울마다 빛나는 봄의 노래가, 내부의 등불을 켜고 반 옥타브 낮은 목소리로 울려오는 계절이다.

4월은 초경을 겪는 소녀가 눈을 뜨는 계절이다. 그리하여 소경이 눈을 뜨듯 꽃신을 받쳐들고 화환처럼 화려한 미지의 세계로 벌거벗은 체 달려가는 계절이다. 엽서의 계절이다. 우체국 창구에 몸을 기대고 친구에게 우정을 다짐하는 엽서의 계절이다.

4월은 합창대의 함성이 듣고 싶은 계절이다. 심포니를 들으면서 팝콘을 먹은 계절이다.

다리 위에 감기는 봄바람 한 자락이 수상스런 감촉으로 성감대를 발화하고 드디어는 촉광이 밝은 필라멘트 전구처럼 타오르는 계절이다.

4월은 혁명의 계절이다. 민주주의, 민주주의, 가난과 슬픔으로 점철된 이 땅의 조국 위에 꿈과 희망을 준 계절이다. 잘 보면 종로거리를 을지로 끝, 중앙청 앞광장을 달리던 우리들의 선배가 보인다. 아하 그들의 핏자국이 선연히 보인다. 그들의 죽음은 헛되이 사라진 듯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의 외침은 함성은 우리의 핏속을 흐르고 있다.

보리라. 우리는 결코 지켜보리라.

그 때의 봄이 어떻게 왔다가 어떻게 갔는가를.

빛보다 바랜 진리여. 우리는 결코 허락하지 않으리라.

4월은 동면에서 깨어나 발돋움하고 기지개를 켜는 달이다. 언 땅을 박차고 새순이 돋듯이 우리의 의식이 이를 악물고 솟아오르는 계절이다.

그리고 또한 4월은 깊은 묵념의 계절이다. 어제의 것이 오늘에 사라져 가는 이 거리의 모든 우스꽝스러운 전통 속에서 그래도 잠깐 동안이나마 우리는 에어프릴 풀과도 같은 묵념 속으로 침전하는 계절이다. 깊은 기도를 드리자. 이 땅의 침묵의 계절에 대해.

(연세춘추. 1972. 4. 12)

1972년은 월남전이 막바지에 올랐고, 박정희 시대가 철저하게 진행 중인 때였다. 학생 최인호는 4월을 통곡하듯 하는구나.

나는 다시 학생 최인호를 찾아 나선다. 1970년 대학 3학년 때, 단편 '메리 크리스마스'가 실렸다. 1971년 대학 4학년 때, 단편 소설 '이른 봄'이, 1973년 대학 졸업 2년 후, 단편 '젠틀킴'이, 1977년 대학 졸업 5년 후, 단편 '부서지지 않는 집'(미발표·1969년 작이라는 꼬리말이 달려 있다)이. 1973년에는 대학원생 마광수의 콩트 '인생살이'도 자리 잡고 있다.

다들 반가운 이름들이다.

여기서 학생 최인호의 대학 4학년 때 소설 '이른 봄'에는, 전설처럼 되어있는 이름 '경아'가 나온다. 여기의 경아는 '별들의 고향'의 경아처럼 죽는다. 경아들은 이렇게 비명횡사할 운명의 이름이다.

열여덟 철공인 나와 간호사 경아와의 사랑은 이른 겨울에서 시작하여 늦은 겨울에 경아가 죽어서 끝난다. 그 경아는 다시 '별들의 고향'에서 죽지만 사람들 마음속에 슬픔처럼 남아있게 된다. 남자들의 마음속에 첫사랑처럼 경아가 그립다.

오후의 양광이 커튼을 접기 시작했다. 오늘이 이만 끝내겠다는 도서관의 안내 방송이 나온다. 나는 연세춘추를 덮는다. 그때, 우리 시대 한 나라 서울 하늘 아래 같은 동네에서 태어난 인연으로 찾아온 내게 학생 최인호는 말한다.

'고생하셨네. 나를 만나기 위해. 빛나는 5월을 보내시게.'

.

첫사랑이 아니라도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
더구나 사춘기 때부터 보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는 내게 경아를 소개했고, 나는 한동안 경아를 찾아 맥주집을 가서 정말 경아를 찾았다.
그러나 소설 별들의 고향에 나오는 경아는 아니었다.

작가 최인호가 이번에 '어머니는 죽지 않는다.'는 책을 냈을 때, 나는 더욱 그가 보고 싶었다.
나는 " 어머니, 제가 당신을 죽였습니다." 라고 책이 냈었는데, 작가 최인호는 " 아니오. 어머니는 죽지 않았오." 하니 반가웠다.
더구나 작가 최인호는 내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다녔던 인현동의 영희 초등학교의 1년 선배였다. 그는 예관동에서 태어났고, 나도 또한 그랬다. 어쩌면 어린 시절 동국대학으로 가는 신작로에서 함께 놀았을 지도 모르는 한 살 터울이었다.
우리나라에서 세 단계만 걸치면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히지만 내 마음의 동심은 그것도 소중한 관계였다.
더구나 작가 최인호는 교교 2학년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뛰어난 필재였으니, 그는 애초 보통 사람하고는 다른 차원이었다.
너무도 먼 거리의 그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그를 그리워 할 뿐 못 보았다. 어린 시절 친구처럼.

이번 어버이날에 교보문고에서 나는 그의 책에 서명을 받고 소년처럼 기뻤다.
그 날로 그 책을 다 보고 그의 어머니와 내가 어머니에 대한 생각이나 다 같은 자식의 마음이기에 새삼 어머니가 그리웠다.
나는 그를 더 찾고 싶어 다음 카페를 검색했다.
‘최인호 글사모’ 가있다.
생각치도 않던 기쁨을 만났다.
카페의 게시판에 젊은 활기들이 넘쳤다.
자료방에는 작가와 관련되는 신문자료며 작가와 글사모 동아리회원들의 사진들이 많았다.
작가 자신은 최인호 글사모가 있는 지도 몰랐지만 나중에 알고 자신을 사랑하는 최인호 글사모의 청년들이 고맙다는 기사도 실려 있다.

나는 작가의 서명을 받던 날의 기쁨을 게시판에 올렸다.
작가가 ‘어머니’ 하고 부를 때 그 통곡하는 마음을 닮아 나도 ‘어머니’를 올렸다.
때가 아카시아 피는 때라 첫사랑에 대한 글도 올렸다.
게시판에 올린 글들이 발랄하지만 어쩌냐. 내 글은 노인의 무게를 담고 있고, 시간은 과거와 현실로 넘나든다.
최인호 글사모를 사랑하는 데는 남녀노소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이었다.
젊은이들은 젊은 글로 늙은 이는 늙은 글로 , 작가의 서명회에 책을 사가지고 그 장소로 모이자는 등. 작가의 글을 얼마나 읽었다는등 . 일본여행을 함께 했다는 등. 젊은 그들의 이야기들이 재미있다.
나도 함께 끼어들고 싶었으나, 그들의 말투를 나는 따라 할 수 없다.
젊은 날의 나는 그러했을 것이지만, 이제는 누구를 좋아해도 지긋이 좋아할 뿐. 나서지를 못하는 나이가 되니 똑 같은 말투를 낼 수 없다.

나는 작가 최인호를 가슴에 담고 그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애환을 이야기 하고 싶었다.
그리고 작가가 행여 내 글을 보고 언젠가 만날 때
" 황형, 반갑소."
하는 한 마디를 듣고 싶은 소박한 출발을 시작했다.
어머니 이야기를 작가의 어머니에 맞춰 쓰고, 스승의 날에 선생님 이야기를 올렸다.
작가 또래 김훈의 ‘칼의 노래’에 대한 독후감을 올렸다.
‘칼의 노래’에 단칼에 잘린 원균 장군의 처지가 너무 안타까워서 " 작가님, 원균을 살려주세요." 하고 올리면서 장군을 돌봐주기를 바랬다.

내 글을 뒤따라 ‘최인호글사모’의 운영자가 댓글을 달았다.
" 그런 부탁은 작가를 혼란스럽게 하니, 작가에게 직접 말을 하십시오."
나는 무슨 말인가 했다.
글을 올리면 작가를 혼란스럽게 하는 데, 혼란을 가중시키려 작가에게 메일을 보내라니.
다시 다른 글들이 내 글의 뒤에 따라 붙었다.
" 글 잘 쓰는 당신은 ‘최인호글사모’에 관련이 없는 이야기는 따로 홈페이지를 만들어서 올리세요. 여기에 올리지 말고."
나는 선정성 광고를 올린 것이 아니었다.
사랑해, 사랑해하고 젊은이들이 말할 때, ‘나는 당신을 생각한다.’하면서 글을 올리고 작가의 정신과 일치하는 나의 시대에 기뻐하고 감사했다.

그렇건만 그들은 " 무게 잡지 말라고 한다. "
아이들이 노는 마당에 함께 놀자하고 들어선 어른 모습이 되고 말았다.
내가 무슨 말을 하랴. 나가라는데. 나가야지.
작가를 좋아하는데 젊은이들과 똑 같은 사고와 말투를 못하는 내가 잘못이다.
나는 내 글을 젊은이가 말하는 데로 삭제를 했다.
다시 운영자의 글이 올랐다.

“님이 올리시는 글은 솔직히 모두에게 이야기 가능한 주제임에는 분명하지만 도배식으로 올라오고 카페가족들의 반응은 개의치 않으시고 글을 올리시는 데는 좀 문제가 있지 않나봅니다.‘
그는 내 글을 도배라고 한다.
나는 도배를 할 줄 모르고, 도배를 할 체력이 아니다.
하루 하나 작가를 생각하며 주제를 생각해서 올렸다.
운영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여러군데 게시판을 진짜로 도배하는 열혈청년이다 . 자기와 같은 수준으로 취급을 해주니 고맙기는하다.

"아무래도 책을 내신 작가분이시고 다른 곳에서 활동하시는 점으로 보아 앞으로는 글을 올려 주실 때 예전과 같은 글은 올리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굳이 ‘최인호 글사모’가 아닌 다른 곳에서도 황선생님은 활동할 곳이 많으실 거라 보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운영자는 내게 활동할 곳이 많으니 다른 곳으로 가보라고 한다.
나는 최인호 글사모에 활동하러온 ' 조폭'이 아니다. 최인호가 좋아서 글을 올린 죄밖에 없다.
나이 먹은 영감 소리 내는 너는 가라. 하는 퇴출 선고이다.
나는 작가인가. 내가 과연. 나는 글을 일기처럼 쓰는 사람일 뿐이다. 내 책 한 권이 나왔다고 작가 대접해주는 마음은 고맙지만 그 말은 내게 야유를 하듯 섭섭하다.
진정이 이렇게 홀대 받을 수 있을까.
" 다만 다소 공감대가 형성되기 어려운 글을 올려 주셔서 이렇게 일이 된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곳은 무엇보다도 최우선적으로 최인호 선생님을 위한 글사모임을 다시 한번 상기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작가의 글을 읽고 열광하는 지적 수준이 내 글을 공감대가 형성하기 어려운 글이라고 한다. 그것은 나의 능력한계이다. 무슨 말을 할 것인가.

운영자의 말에 줄줄이 박수 소리 요란했다.
단순무식이란 이는 "나도 멋지게 글 좀 올리려고 무던히 노력 중인데.......우쒸~~역시 운영자다운 면모를.........뭐 이번 일로 우리카페회원님들이 얼마나 최사모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깨달은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좀 더 나은 단순무식이 되도록 노력할 참입니다. "
과연 단순 무식이다.
정희라는 이는 " 멋지십니다! 짝짝짝!!"
나는 마치 홍위병들에게 얻어맞는 보수 세력이다.

나만 맞고 있는가.
다른 오십대도 나잇값을 해달라는 강한 주장에 강제 탈퇴를 당하고 운영자는 이런 글을 올렸다.

"사진도 많이 올리시고 글도 많이 올리시고 지방에 사시면서 참 열성적으로 카페에 많은 관심 가져주셨는데 어느 날 갑자기 탈퇴를 하셨습니다. 늙은 사람이 너무 나서는 모습이 보기 안좋아보인다고 하시면서. 그러고 저에게 메일을 자주 보내주시며 안부를 알려주시곤 했습니다.
그런데 몇주전에 이분이 서울에 오신다고 하셨습니다. 여백 출판사에 선생님 스크랩한 자료를 갖다드리러 오시며 시간이 되면 보자고 하시더라구요. 수업 시간과 겹칠 것 같지만 저도 시간이 되면 물론 뵙기를 바랐습니다. 그리고 이젠 회원은 아니지만 그래도 먼 곳에서 오시는데 하는 생각에 여백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런 분이 오시는데 잘 부탁드린다구요.(여백의 서경숙씨는 저와 동갑인지라 이젠 서로 친구가 됐거든요..^^)

그런데 잠시 후 들은 얘기가 참 충격적이었어요. 그분은 여백의 김과장님도 아시구 오래전부터 선생님께 좀 이상스레 다가오신 분이라고. 일종의 스토커라고 한다면 이해가 빠르겠네요. 전 그동안 물론 선생님을 대부님이라 부르시며 교류가 있으신 듯 말씀하셔서 알고 지내는 분이시구나 했거든요. 그런 말을 듣자 솔직히 좀 오싹해지면서 기분이 그렇더라구요. 마침 수업도 있고해서 그분과의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곤 다음날 전화가 와서 그 일은 말씀 안 드리고 수업으로 인해 만나 뵙지 못함을 죄송하다고 말씀드렸죠. 근데 사인회 바로 전날인 14일 저녁에 갑작스레 전화가 왔습니다. 약간 술 취한 목소리에 다짜고짜 욕을 하시더라고요.

굉장히 이해가 안가고 화가 났지만 일단 자초지정을 말씀하시라고 그리곤 제가 욕먹을 일을 했다면 욕을 먹겠다고 했지요. 계속 욕을 하셔서 몇번 전화를 끊었는데 결국 그러시더군요. "니가 어쩜 싸가지없이 내가 서울에 갔는데 안만나주냐고"..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말 최인호선생님에 대한 글이 좋고 그분이 존경스러워 이 공간을 만들었구요. 그동안 나름대로는 경험도 일천하고 능력도 안 되는 놈이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 하고 있습니다. 너무나 많은 분들이 수고한다, 고생한다, 대견하다는 많은 분에 넘치는 칭찬과 격려를 아껴주시지 않으셔서 많은 보람과 기쁨을 느꼈고요. 돌이켜보면 한 것도 별로 없는데 그저 좋게만 봐주셔서 참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구요. 그러나. 익히 아시겠지만 전 평범하기 그지없는 26살의 청년입니다.

이제는 최인호선생님도 이 곳을 알아주시고, 늘 고마워해주셔서 몸 둘 바를 모르는 제 심정인데 정말 허탈함을 솔직히 느꼈습니다. 제 주변 사람 중에 그런 분이 있습니다. "너 카페 활동 그만하면 좋겠다"고 말씀하시는 (우리 가족 아닙니다. 특히 어머니 아니에요..^^)
아무래도 이곳으로 인해 시간을 많이 뺏기고 다른 일에 영향을 미칠까 걱정해주는거라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만..그 말을 듣고 참 고민도 많이 했습니다.

너무 혼자서 아는 것도 없는 놈이 겸손한척, 착한척하면서 앞장서서 이렇게 일을 하다 무리수가 따르는게 아닌가 하는요. 제 솔직한 심정은 한분이라도 최인호선생님을 더 알고, 그분을 아는 사람들끼리 정다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인데요.
이제는 솔직히 겁도 납니다.

최인호 선생님께서도 어쩜 저에 대해 부담을 갖고 계시지는 않을까하고요.
솔직히 지금 심정 너무 복잡하고 어지럽습니다. 가뜩이나 일이 안좋을려고 몸도 아프고, 이번 사고로 인해 인간에 대해 참 많은 실망감을 느끼는 저인지라. semanto1님 일도 그러하구요. (semanto1님께는 깊은 사과 드리겠습니다. 이번 일과 관련해서 카페에 대해 보다 냉철하게 생각하다보니 서운하셨을 거라 생각됩니다.)
화가 납니다. 아주 많이요. 제 스스로에게도 그렇구요.
단순히 욕을 먹어서 그런 게 아니라. 어쩜 그분한테 고마워해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시금 냉정히 이 공간에 대해, 저란 속물근성이 다분한 인간에 대해 생각할 수 있을 테니까요. 이런 글을 올려 참 많이 죄송하고요. 카페규모가 점점 커지고 능력 밖의 일들이 돌발적으로 자꾸 생기니 한계 있는 제가 어찌해야 할런지 참 고민입니다.
도단 좀 무서워지는 게 그분이 가입을 다시 하셨더라고요. 공개하겠습니다. 그분 강제탈퇴 바로 했고요. 어제 제게 다시 전화와 호출이 그분에게 왔었습니다. 혹 이글을 그 분이 보신다면 절대로 연락하지 마세요. 이젠 참는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운영자가 힘들다. 초등학교 반장도 힘든데 더구나 카페 운영하기란 더욱 그럴 것이다.
운영자의 이야기만 위에서 들리고, 나잇살 먹은 오십대의 소리는 안 들린다. 탈퇴하고 가입하고 반복하다가 결국은 운영자가 강제 탈퇴를 시켰다는 말은 가입희망자의 의사에 관계없이 명퇴를 시켰다는 것이다.
말할 기회를 빼앗은 것이니 어른들이 하는 못된 수작을 그대로 본받는다.
귀에 듣기 좋은 말만 찾아듣고 싫은 말은 하는 이는 쳐버리니 이것이 청년의 순수인가.
내 세대의 행태에 신물이 났는데 , 여기서 청년은 그 신물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내 글이 대한 이해도 있다.

Qt_girl 라는 이는 " 게시판의 내용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그동안 자유게시판에는 무거운 이야기보다는 신변잡기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올라왔었는데.. semanto1님의 글내용과 게시판의 글을 모두 삭제하신 행동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이런 모든 사실들에 맘이 아프네요. 카페가 성장해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겠습니다.
온라인이라는 한정된 장소에서 만나다보니 뜻과 생각이 맞지 않으면 어느새 배척해버리는데 너무 익숙해졌지 않았나 싶습니다. 남의 얘기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주관적인 생각으로 해석하는 것도. 서로 만나서 눈빛을 보며 대화를 못하는데서 오는 나쁜 점이고요.
다른 사람의 글을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하셨으면. 저의 짧은 생각은 이렇습니다.".
그러자 곧장 운영자의 반격이 뜬다.
" 더 이상 코멘트를 하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말을 좀 아껴야할 때 같네요. 역시 얼굴 맞대고 얘기하는 게 아닌 온라인상에서 서로의 진심을 얘기하는 것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황선생님께는 다시 한번 사죄드립니다. "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이들 보다 열린 마음인줄 알았다.
그러나 나이 먹은 보수 세력보다 더 강한 끼리끼리 편 가르기가 이렇게 강한 줄을 몰랐다.
나는 내 글의 행간에 작가와 한 시대를 사는 동갑네로서 반겨주기를 바랬으니 착각은 슬픈 착각이다.
나이 들면 갈 곳이 어디인가.
나는 문득 사방의 벽을 느낀다.

내가 ‘최인호글사모’에 글을 못 열려도 ‘최인호 사랑’은 진행중이다.

2004.6.1

나의 이 글은 작가에게는 낯선이의 글일 따름.

나는 그의 마지막 책 ' 낯 악은 타인들이 도시'를 무심코 한 쪽(P86)을 펼쳐 본다.

사진사는 오합지졸의 예비군을 통솔하는 조교처럼

개들을 훈련하는 조련사처럼

그 표현의 적학성은 참 탁월하다.

제 사진관에 온 손님들을 오합지졸의 예비군 처럼... 조련 받는 개처럼.

그 감정은 타인을 바라 보는 작가의 '시선'이다.

최인호에게 아무리 자신에게 다가 와도 세상 사람은 낯익은 친구가 아니라 '낯익은 타인'이었다.

그이 펜 동호회를 보면 최인호는 호위 무사를 거느린 듯 보였다.

그는 떠났으나 호위 무사들은 그의 뒤를 따르지는 않는다.

그들 또한 '낯 익은 타인' 일 따름.

세상은 과연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