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인 진 의원은 지난주 선출된 신임 원내 지도부에 국회 후반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장직을 신청했다. 신청자가 복수일 경우엔 경선을 치뤄야 하지만, 아직까진 당내 다른 신청자가 없는 상태다.
국회 미방위원장직 신청… 확정되면 장관 사퇴 8개월 만에 활동 본격화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미방위)는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주관하는 미래과학부를 비롯해 방송통신위원회 등을 담당한다. 진 의원이 미방위원장을 맡는다면 작년 9월 ‘항명 논란’을 일으키며 장관직에서 사퇴한 뒤 8개월 만에 박근혜 정부의 핵심 과제(창조경제)를 입법적으로 지원하는 상임위의 수장으로 돌아오는 셈이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이 작년 9월말 보건복지부 장관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조선일보DB
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관직 사퇴 과정 때 생겼던) 박 대통령과의 오해는 풀렸느냐. 관계회복은 됐느냐”는 질문에 “오해라고 할 게 있겠느냐. 그런 것은 없다. 따로 풀 것이 없다고 본다”고 했다.
진 의원은 정부의 기초연금법안(국민연금과 연계)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됐을 때도 반대표를 던졌었다. 그는 이에 대해 “나는 줄곧 (반대한다는) 내 입장을 밝혀오지 않았느냐”라고 했다. 그는 지난 2010년 세종시 수정안 표결 때도 박 대통령의 입장과 다르게 투표해 눈길을 끈 적이 있다. 그는 “이번 기초연금법 표결도 세종시 수정안 때처럼 소신 투표로 보면 되느냐”라는 질문에 “그렇다”라고 했다.
진 의원과 친분이 있는 당내 인사는 “기초연금법은 소신 때문에 어쩔 수 없었지만, 이번에 진 의원이 미방위원장을 맡으려는 것은 현 정부의 핵심 과제인 창조경제를 어떻게해서라도 돕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대통령과 오해 쌓인 거 없다”… 친박들의 견제 여부가 아직 ‘변수’
실제로 진 의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초반에 정부 관계자들이 창조경제의 개념을 잘 잡지 못한 문제가 있었지만, 창조경제는 꼭 추진돼야 할 정말 중요한 과제”라는 말을 여러 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진 의원이 미방위원장으로 확정되기 위해선 아직 변수가 남아있다. 친박 핵심인 홍문종 사무총장의 거취다. 총장직에서 16일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힌 홍 사무총장은 현재 7·14 전당대회에 출마할지 아니면 국회 미방위원장직을 신청할 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이 작년 10월 자신이 속한 안전행정위 전체회의에 참석한 모습. /조선일보DB
당 핵심 관계자는 “만약 홍 사무총장이 미방위원장을 신청한다면 두 사람이 위원장 자리를 놓고 경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의원총회에서 투표를 통해 미방위원장을 정하게 되는 것이다.
그때부터는 당내 의원들이 진 의원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당 내에선 “미방위원장은 창조경제와 방송분야를 담당하는 자리인데, 항명 논란을 일으켰던 진 의원에게 맡기는 건 부적절하다”는 주장과, “여권에 대한 국민 지지가 떨어져가는 이런 상황에선 오히려 진 의원처럼 소신 행보를 보였던 인사들이 전면에 나설 수 있도록 해주는 게 맞다”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진영은 누구? ‘친박 핵심 → 탈박 → 친박 복귀…’ 거쳐
판사 출신인 진 의원은 지난 1997년 이회창 대선 후보 특보로 정치에 입문했다. 2004년 4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는 초선이었던 그를 자신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발탁했다. 박 대통령은 성격이 온화하고 입이 무거운 그에 대한 신임이 각별했다.
하지만 진 의원은 박 대통령이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과 맞붙었을 때 “현역 의원이 경선 캠프에 참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며 외곽 지원만 했다. 이로 인해 상당수 친박 인사들은 “진 의원은 무늬만 친박”이라고 했다. 진 의원은 친박들이 자신에 대해 갖고있는 부정적인 기류가 바뀌지 않자, 지난 2010년 8월 “나도 이젠 친박이란 울타리에서 자유로워지겠다”며 탈박(脫朴)을 선언했다.
새누리당 진영 의원이 지난 2004년 4월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비서실장이었을 때 모습. /조선일보DB
하지만 그는 당시 “난 박근혜와의 결별을 말하는 게 아니다”라면서 ‘친박’과 박 대통령을 구분했었다. 실제 박 대통령과 진 의원은 이 기간에도 좋은 관계였다. 당시 평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은 방한한 주요 외국 인사를 만날 때 진 의원을 자주 배석시키곤 했다. 또 거의 매년 그의 지역구에서 열리는 '사랑의 김장 나누기' 행사에도 참여했다.
진 의원은 지난 2012년 5월 이한구 의원과 함께 러닝메이트로 ‘원내대표-정책위의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친박으로 복귀해 ‘복박(復朴)’으로 불렸다. 박 대통령이 선거 전날 진 의원의 지역구를 찾아가 봉사활동을 했는데, 친박들이 “박심(朴心)이 진 의원에게 있다”고 보고 표를 줘 당선시킨 것이었다.
이후 그는 대선 과정에서 정책위의장직과 국민행복추진위 부위원장직을 겸직하며 박 대통령의 공약개발을 도맡았다. 대선 승리 뒤에는 대통령직 인수위 부위원장, 정부 출범 뒤에는 박근혜 정부의 초대 보건복지부 장관으로까지 중용됐다.
하지만 그는 작년 9월 현 정부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추진키로 방침을 정하자, “내 소신과 다른데, 어떻게 이를 추진해달라고 내가 (국회 등을) 설득할 수 있겠느냐”라며 사의를 표명했었다. 정홍원 국무총리가 나서서 만류했지만 진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박 대통령은 장관직 사표를 수리했다. 진 의원은 그 당시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박 대통령은 나를 이해해줄 것이라고 본다. 정책 사안에 대해 입장이 달랐던 것일 뿐”이라며 “이제 국회에서 의정활동으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도울 생각”이라고 했었다.
과연 진 의원이 작년 인터뷰 때 말했던 것처럼 이번에 국회 미방위원장을 맡아 박근혜 정부 지원에 나설 수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자신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친박들의 ‘벽’에 부딪칠까?
첫댓글 과연 진솔한 그러나 땡기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