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안보분석]  
동중국해 가스전을 둘러싼 중일 갈등의 재점화
영해·에너지 분쟁 이면에 드리운 日 안보 위기감
- 지난달 발간한 日 방위백서에 中 가스전 개발 상세히 언급
- 中 해양 플랫폼 양국 영해 경계에…日 군사 감시 위협 걱정
- 日 아베 정권 평화안전법제 통과 노린 정치적 의도 분석도

중국위협’을 강조한 일본의 2015년판 방위백서 공개 후 중일 간에 동중국해를 둘러싼 신경전이 가열되는 가운데 일본 정부는 지난 7월 22일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 6월 이후 중국이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과 관련해 12개의 새로운 구조물을 건설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항공사진 등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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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개선 기미를 보였던 중국·일본 관계에 다시 먹구름이 끼고 있다. 발단은 지난 7월 21일 발간된 일본의 2015 방위백서다. 백서는 예년에 비해 중국 위협에 대한 기술을 늘렸고 특히 동중국해에서의 중국의 가스전 개발에 대해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외무성 홈페이지를 통해 2013년 6월 이후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가스 채굴을 위해 신설한 해양 플랫폼(12기) 사진을 공개하며, 이는 “중국의 일방적인 현상변경에 대한 관심의 고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백서는 중국 내에서도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중국 외교부와 국방부는 즉각 방위백서 기술 내용을 반박하고 일본이 인위적으로 중국 위협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중국은 가스전 개발은 분쟁의 소지가 없는 지역 내에서 실시되고 있는 합법적이고 정당한 행동이라는 입장이다.
동중국해 가스전 문제는 중일 간 해상경계선이 확정되지 않은 데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국제사회는 영해기선으로부터 200해리까지를 해당 국가의 배타적 경제수역(EEZ)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동중국해 양쪽의 두 나라 간 거리는 400해리가 채 안 된다. 양국이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에 두 나라는 경계 획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중첩되는 EEZ의 중간지점을 기준으로 임시로 각각 관할해 왔다. 중국은 EEZ의 중간선에 의한 영해 획정 방법을 인정하지는 않으나 그럼에도 중간선의 존재를 인지해 행동해 왔다.
문제는 중국의 가스전 개발이 이 중간선 바로 근처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가스전 개발은 중국 관할 구역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일본 정부는 이 개발로 일본 EEZ 내의 천연가스가 채굴될 가능성이 있다며 중국에 항의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거리상의 문제가 전부인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은 왜 지금 시기에 이 문제를 부각시킨 것일까?
우선, 과거에 비해 급부상하고 있는 안보 군사적 측면에서의 걱정 때문이다. 지난 7월 초부터 일본 정부 관계자 및 언론은 동중국해상에서의 중국의 행동을 일방적인 현상 변경이라고 비난하는 동시에, 이것이 향후 일본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우려했다.
나카타니 겐(中谷元) 일본 방위상은 지난 7월 10일 중의원 평화안전법제 심의에 출석해 동중국해의 해양 플랫폼이 레이더 배치 및 헬기 포트 건설 등으로 군사거점화될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산케이 신문도 동중국해 가스전에 레이더가 설치되면 중국은 센카쿠 열도를 넘어 일본 남서지역 전체에 대한 감시가 가능해진다고 보도했다.
일본의 정치 일정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 문제가 소위 평화안전법제의 중의원 통과를 앞두고 불거지기 시작했으며, 참의원 심의 이후 더욱 가열됐기 때문이다.
방위백서는 중의원에서 평화안전법제 심의가 진행되고 있던 7월 7일에 인쇄가 완료됐다. 하지만 자민당 국방부회 사토(佐藤正久) 의원이 동중국해 가스전을 둘러싼 내용이 미약하다고 지적함에 따라 수정작업에 들어갔고, 10일 수정된 방위백서가 비준됐다. 같은 날 중의원 평화안전법제 심의에서 나카타니 방위상이 동중국해 가스전 해양 플랫폼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 언급했다.
참의원 심의 때 아베의 태도도 전과는 사뭇 달랐다. 7월 27일부터 시작된 참의원 심의에서 아베 총리는 사토 의원의 질의에 대해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이 일본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오키나와 이시가키시 의회가 평화안전법제의 성립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가결한 사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도 언급했다. 이와 달리 아베는 중의원 심의 때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의 암초 매립 행동과 일본의 대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었다.
평화안전법제 통과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있는 아베 정권으로서는 평화안전법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전환시킬 기제가 필요했을 것이다. 아베 정권을 지지하지 않는 비율이 지지율을 상회하는 상황도 감안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국내 정치적 요인이 중국 동중국해 가스전의 군사안보적 위협을 강조하게 된 주요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평화안전법제가 무사히 참의원을 통과한다면 동중국해 가스전을 둘러싼 중일 갈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갈 여지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센카쿠 열도를 둘러싼 문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근본적으로 권익과 주권이 얽힌 문제는 쉽게 풀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한번 자극된 양국의 국민감정이 정치적 고려에 의해 우호적으로 전환되기는 어렵다는 점도 이 문제의 해결을 낙관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된다.
장 혜 진 전문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1968년 ‘천연가스 매장’ 유엔 보고서로부터 양국 갈등 촉발
가스전에 대한 과거 협상
중국이 동중국해에서 가스전 개발을 추진하고 있는 지점(7곳)과 이번에 일본 외무성 홈페이지에 공개된 12개의 가스 채굴 해양 플랫폼은 중간선의 중국 관할 구역에 위치하나 몇몇 플랫폼은 중간선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동중국해 분쟁을 가열시키는 것은 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 때문이다. 이 지역의 석유와 가스 매장량은 약 72억톤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그중 중일 간 분쟁이 가장 첨예한 춘샤오 가스전은 천연가스 매장량이 약 6000만~9000만 배럴(석유 환산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춘샤오 가스전은 중간선으로부터 겨우 4㎞ 떨어진 지점에 있다.
동중국해에 대한 일본·중국 갈등의 뿌리는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유엔 아시아극동경제위원회가 동중국해에 막대한 천연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한 것이 센카쿠 열도를 비롯한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을 가열시키는 계기가 됐다. 가스전을 둘러싼 양국 갈등은 2004년 춘샤오 가스전 개발이 본격화됨에 따라 고조됐다.
양국의 갈등이 잠시 소강기를 맞은 적도 있다. 지난 2008년 후쿠다 총리와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일부 가스전의 공동개발에 합의했고, 문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당시 양국 정상은 양국 중간선에 걸쳐 있는 룽징(龍井, 일본명 아스나로/翌檜)을 공동 개발하고 춘샤오 가스전에 일본 측 출자를 허용하며, 기타 가스전 관련 문제는 계속 협의해 나간다는 것에 합의했다.
그러나 2010년 센카쿠 주변 해역에서 일본 순시선과 중국 어선이 충돌한 사건으로 인해 양국 교섭은 중단됐다. 일본 측은 중국의 동중국해 가스전 개발이 2008년 합의 위배라고 간주하고 합의 이행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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