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심

[김신부]

20240905 연중 제22주간 목요일 

<그들은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 루카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5,1-11
1 예수님께서 겐네사렛 호숫가에 서 계시고, 군중은 그분께 몰려들어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있을 때였다.
2 그분께서는 호숫가에 대어 놓은 배 두 척을 보셨다. 어부들은 거기에서 내려 그물을 씻고 있었다.
3 예수님께서는 그 두 배 가운데 시몬의 배에 오르시어 그에게 뭍에서 조금 저어 나가 달라고 부탁하신 다음, 그 배에 앉으시어 군중을 가르치셨다.
4 예수님께서 말씀을 마치시고 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깊은 데로 저어 나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아라.”
5 시몬이 “스승님, 저희가 밤새도록 애썼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하였습니다.
그러나 스승님의 말씀대로 제가 그물을 내리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6 그렇게 하자 그들은 그물이 찢어질 만큼 매우 많은 물고기를 잡게 되었다.
7 그래서 다른 배에 있는 동료들에게 손짓하여 와서 도와 달라고 하였다. 동료들이 와서 고기를 두 배에 가득 채우니 배가 가라앉을 지경이 되었다.
8 시몬 베드로가 그것을 보고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9 사실 베드로도, 그와 함께 있던 이들도 모두 자기들이 잡은 그 많은 고기를 보고 몹시 놀랐던 것이다.
10 시몬의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도 그러하였다. 예수님께서 시몬에게 이르셨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11 그들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그저께 당일치기 서울 나들이에 이어 어제 속초 우체국 직원들과 함께 생일잔치를 하였습니다. 연 오일째 강행군으로 몸은 좀 힘들지만 마음은 무지 행복하고 좋습니다. 하느님 사랑과 이웃 사랑, 기도하며 봉사하는 삶 때문입니다. 
아이는 내년이면 고등학생이 됩니다. 여전히 🦕 공룡을 좋아합니다. 이번엔 변신 공룡입니다. 티라니 사우루스가 갑자기 용감한 전사로 변신합니다. 순간 사십 년전 거대 연구소의 한 얌전한 연구원이 가난한 수도자로 변신한 모습이 스쳐 지나갑니다. 아이의 손재주가 놀랍습니다. 전사가 다시 티라니사우루스로 슬쩍 변신합니다. 

예수님께서 시몬 베드로의 부르심을 시작으로 열두 사도를 부르십니다. 열두 사도는 예수님의 하느님 나라의 복음선포 활동의 목격증인들로서 장차 새로운 하느님 백성, 교회의 기초가 될 것입니다.
첫번째로 부르심을 받은 어부 시몬 베드로는 예수님의 가르침의 권위와 고기잡이 기적에 놀라면서 예수님의 무릎 앞에 엎드려 말하였습니다. “주님, 저에게서 떠나 주십시오. 저는 죄 많은 사람입니다.”
죄인인 시몬 베드로를 예수님께서 사람을 낚는 어부로, 복음선포자로 부르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이제부터 너는 사람을 낚을 것이다.”
시몬 베드로와 동업자인 제베대오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은 '배를 저어다 뭍에 대어 놓은 다음, 모든 것을 버리고 예수님을 따랐습니다.'

나도 시몬 베드로와 비슷한 부르심을 체험하였습니다. 수도자로 사목자로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은 사실 다 비슷한 체험을 합니다. 그리고 시몬 베드로의 부르심은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부르심의 모델이 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죄와 죽음의 한계 속에서 살아가는 죄인들에게 베푸시는 주님의 사랑의 기적에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그 사랑을 전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사람 낚는 어부로 변신한 시몬 베드로는 다시 고기를 낚는 어부로 변신하지는 않습니다. 가난한 수도자는 다시 얌전한 연구원으로 변신하지는 않습니다. 대신 주변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아기자기한 모습으로 변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이로 변합니다. 노인들에게는 노인으로, 밥집 식구들에게는 밥집 식구로, 가족들에게는 가족으로, 학교 친구들에게는 학교 친구로 변합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1코린 9,22)
사도 바오로처럼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Omnibus Omnia) 됩니다. 한 사람이라도 더 얻기 위해서 시몬 베드로처럼 사람 낚는 어부가 되어 아무 두려움없이, 아무 주저함없이 아주 담대히(παρρησία) 하느님의 나라를 선포합니다.(사도 28,31 참조)

사도 바오로의 뒤를 이어, 오늘도 수도자들을 중심으로 그리스도인들은 복음선포자로서 하느님 나라의 복음을 '담대히'(παρρησία) 전하고 있습니다.'좋은 이웃 고마운 마음 아름다운 세상'을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