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들은 떳떳치 못한 시선으로 북한을 바라보고 있다. 그들이 가진 카메라는 감시되고 통제되었다. 그들은 분단을 적극적으로 담고 싶었으나 이중의 제한에 막혀 정면으로 볼 수가 없다. 카메라는 일차적으로 북한의 감시체제에 의해 정해져 있는 부분만 보게끔 되어있고 그렇게 제작된 이미지는 다시 남한의 대북시선으로 조정되어진다. 우리가 볼 수 있는 북한의 모습은 통일전망대의 망원경 안의 것과 다를 바 없이 차단되어 있다. 그러나 노순택, 백승우, 이정 등 세 명의 작가들은 감시와 통제를 비껴나는 틈새의 장면을 훔쳐보는 시선으로 잡아내고 있다.
이미지는 우리에게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는다. 다시 말하면 우리는 이미지 안의 것을 모두 다 볼 수는 없는 것이다. 프레임 안에는 우리가 볼 수 없는 빈틈이 있고 그것을 통해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 카메라를 통해 보는 이미지의 특성이다. 백승우의 “Blow Up”, 정치를 정면으로 내세우는 북한의 “예술”을 시니컬하게 바라보고 있는 노순택, 넘을 수 없는 국경선 너머의 두만강을 자본주의적 “예술”로 둔갑시켜내고 있는 이정, 이들 세 명의 작가들은 자주국방도 적화통일도 외치고 있지 않지만 북한 훔쳐보기를 통해 자기들만의 해석으로 “분단”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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