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곡동 특검 수사가 시작된 지 보름이 넘었다. 검찰 수사 때와는 달리 새로운 사실과 정황들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간 특검팀은 사저 부지 매입 에 관여한 부동산 중개업자, 청와대 부지매입 실무자,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 농협 청와대 지점장 등을 소환 조사했다. MB의 아들 이시형씨과 형 이상은 다스 회장에 대해서는 집중 추궁을 벌였다.
이시형의 항변과 이상은의 주장 ‘상식밖’
“MB가 OK해서 땅을 샀다”고 말한 바 있는 김인종 전 청와대 경호처장과 MB가 서울시장였을 때부터 줄곧 집사 역할을 해왔던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에 대한 소환 조사도 예고돼 있는 상태다.
이상은과 이시형 두 사람이 소환조사 과정에서 주장한 내용을 정리하면 크게 두 가지다. 이시형씨는 검찰의 서면조사(지난 4월) 당시 제출한 진술서의 핵심내용인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했으며 땅값도 몰랐다’라는 주장을 뒤집고 자신이 ‘실제 부지 매입자’라고 항변했다.
이상은 회장은 6억원을 조카 이시형에게 빌려주면서 “그 돈은 개인 돈이고 (MB와) 사전에 (차용에 대해) 상의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두 사람의 이같은 주장은 부동산실명법 위반과 배임 혐의에 MB가 관련돼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곡동 사저 부지. 논란이 되자 정부가 매입했다.>
이시형 소유 건물 철거, 계약자와 비용 결제는 MB, 왜?
하지만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정황이 특검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다. 이광범 특검팀은 최근 내곡동 부지에 있던 건물의 철거공사를 맡았던 S산업 관계자를 소환해 업체 선정과정과 계약 주체 등을 조사했다.
현직 새누리당 당직자이기도한 이 업체의 대표는 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대통령이 철거계약 당사자이고, 세금계산서 발행도 대통령이 하셨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일보>는 “(S산업 관계자가) 약자가 계좌이체로 대금결재를 했으며 시형씨나 경호처는 아니고 이 대통령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보도했다.
철거된 건물은 20-17번지에 있던 2층짜리(205㎡)로 지난해 5월 작성된 부지 매입계약서에 의하면 이시형씨의 단독 소유였다. 이후 8월 이시형 명의로 건축물철거ㆍ멸실신고서가 내곡동 주민센터에 접수됐고 9월 S산업과 철거계약이 체결됐다. 그런데 철거계약서의 명의가 MB였고 3000만원 정도의 공사비 결제가 MB명의로 이루어진 것이다.
<이시형 소유 내곡동 부지내 건물. MB가 계약을 맺어 철거 했다.>
청와대는 왜 건축물 철거 관련 서류를 제출하며 이시형씨의 막도장을 사용했을까? 왜 MB가 철거 계약 당사자로 나서 비용까지 부담했을까?
‘내가 실제 부지 매입자’라는 이시형씨의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닐 것이라는 정황이 또 있다. 부동산 중개수수료 1100만원을 매입자인 이시형씨가 아니라 청와대 경호처가 대신 내줬다는 사실도 의혹을 증폭시키는 부분이다.
이상은 6억원도 MB부부 관련된 돈?
이 회장의 주장 역시 상식과 동떨어져 있다. 조카에게 차용해준 6억원에 대해 ‘MB가 몰랐다’고 강조한다. 상식밖이다. 차용증 한 장 달랑 들고 와 거액을 빌려달라는 조카의 말만 듣고 5만원권과 1만원권 현금뭉치를 내줬다는 주장을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
상식밖의 주장이 또 있다. ‘차용증은 필요 없다고 했는데 이시형이 굳이 차용증을 받으라고 했다’는 발언도 의혹 덩어리다. 6억원이라는 거금을 30대 청년에게 빌려주면서 돌려받을 가능성과 방법 등을 따져보지 않은 채 그냥 주려했다는 얘기다. 아무리 큰아버지와 조카 사이라도 이렇게 돈 거래를 하는 사람은 세상에 없다. 애당초 그 돈에 대한 처분권이 이시형이나 MB에게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고개를 드는 게 당연하다.
차용증에 대해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던 이 회장이 논란이 되자 “차용증이 있다”고 강조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이에 대해 특검팀은 지난해 5월20일자로 된 차용증이 그 당시 작성된 것이 아니라, 사저 문제가 논란이 되자 사후에 만들어 끼워 넣었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다스 서울사무소 압수수색은 차용증의 원본파일을 찾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검 압수수색>
6억원과 관련해 특검팀이 주시하는 곳이 또 있다. 김윤옥 여사와 그 주변이다. 김 여사의 수행 측근인 설모씨, 이 회장의 부인 박모씨를 주시하고 있다. 특검팀은 지난달 31일 서울 청담동의 중국요리전문점을 방문 조사해 식당 관계자로부터 6억원이 오고간 작년 5월24일 박씨 등이 당일 식사를 한 사실을 밝혀냈다.
식당 측은 “박씨 등이 당일 ‘매실’ 방에서 식사했으며 동석한 사람들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이 자리에 설씨와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경호처 직원 정모씨 등이 참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시형도 이 자리에 동석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내곡동 의혹, ‘상식’은 이렇게 말한다
MB의 집사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사저 매입 과정에 직접 개입하고 실무를 지시한 사실도 밝혀졌다. 특검팀은 김세욱 전 청와대 행정관에게 “김 전 총무기획관에게 사저 땅값과 세금 문제 등을 보고했고, 그의 지시에 따라 처리했다”는 진술을 받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조사에서는 김 전 총무기획관에 대해 언급된 바가 전혀 없었다.
내곡동 의혹에 대해 ‘상식’은 이렇게 말한다. 아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명의만 빌리는 것으로 부지 매입에 관여시켰고, 은밀하게 진행되는 만큼 설마 문제가 되겠나 싶어 땅 지분을 나누는 과정에서 시형씨에게 유리하도록 편법을 동원한 것이며, 이 회장에게서 빌렸다는 6억원은 MB의 처분 가용권에 있던 돈이었다. 이 정도 상식을 동원해도 내곡동 의혹은 상당부분 해소된다.
검찰은 내곡동 수사에 ‘비상식’을 적용해 국민으로부터 지탄을 받았다. 부디 특검팀만큼은 내곡동 의혹에 ‘상식’을 적용한 수사를 해 주기 바란다.
출처 http://v.daum.net/link/36033627?&CT=C_P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