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지에 어긋나는 방향으로 댓글/반응이 달리는 것이 원 글쓴이에게는 좀 그럴지 몰라도, 아주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닌데다 한가지는 확실히 하고 넘어가야 될 것 같아 답글을 달아봅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철도공사가 되었든, 철도청이 되었든, 철도주식회사가 되었든 간에... 단순히 운송수익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창의적 수익모델을 개발함으로서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맞습니다. 철도의 부대사업에 대해 이야기할 때면 그쪽에서 자조적이지만 단골로 등장하는 비교대상이 있는데... 3만 명이 일하는 십수 조짜리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보다, 영등포민자역사에 입점한 롯데백화점이 훨씬 돈을 많이 번다라는 것이지요. 이런 부분에 대해서 코레일이나 서울메트로와 같은 우리 나라의 철도기관/기업에서도 충분히 인지는 하고 있을 것이며, 실제로 그러한 사업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용산 정비창 재개발 사업의 경우, 건설회사에 땅만 팔아넘긴 것이 아니라, 코레일(공사)이 프로젝트사의 지분 상당량을 갖고 대주주로서 참여할 계획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외에 신규로 착수하는 민자역사/쇼핑몰 사업들에 대해서도 그동안 사업권만 팔았던 것과는 달리 직접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출자하는 형태로 해서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양입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일본의 모든 철도역이 상업적 부대시설을 완벽히 갖추고 그러한 기능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듯이... 우리나라에서도 그 비율이 적다 뿐이지 같은 기능을 하고 있는 사례들이 "이미" 적지 않습니다. 크게는 할인점, 백화점 등이 입점해 있어 지역 중심시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각종 대형 민자역사들이 있으며 - 서울역, 용산역, 안양역, 수원역, 서현역 등 - 작게는 중앙선 도농역의 경우 역사에 편의점, 서점 등 가게들이 들어서 사실상 아파트단지 상가노릇을 하고 있는 경우 등도 볼 수가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부문이 일본에 비해 덜 활성화되어 보이는 것에는 여러 가지 복합적인 요인이 있겠지만, 일본과는 도시공간구조 및 그 속에서의 철도역사의 지위가 크게 차이가 있다라고 하는 점 역시 간과할 수 없습니다.
일본의 경우 도시발전은 편집증적일 정도로 철저히 철도를 중심으로 이루어졌으며, 각 마을의 생활권 역시 철도역을 중심점으로 하여 형성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지어놓고 간 우리나라 철도에서도 그 흔적을 조금이나마 찾아볼 수가 있습니다. 지도책을 펼쳐 놓고 천안역과 같은 곳을 본다면 역 앞 광장을 중심으로 하여 정방형 및 대각선의 신작로를 내어 철저히 철도역을 중심으로 신시가지를 구축하려던 의도를 엿볼 수 있지요.) 이런 그들에게 '역전'이라는 공간은 굳이 기차를 타거나 다른 동네로 이동하려 하지 않더라도 상시 나와서 생활하고 사람을 만나는 '삶의 중심'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편의점 대신 철도역을 이용한다고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편리하지요.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1) 일제 때부터 기존 취락과 국토공간을 무시한 채 철저하게 일제 입맛에 맞춘 기형적인 철도망이 자리잡고 있었고 (2) 정책적으로 빠르게 자동차 위주의 교통수단이 번창해 오면서 철도역의 지위는 상당히 축소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여건만 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제시하신 일본 철도역과 유사한 기능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례 중에는 서현역과 도농역이 그와 같습니다.
애초에 분당신도시와 분당선을 디자인할 때는, 분당에 서현역 1개소만을 두고 서울시내까지 거의 완전히 무정차 직통운행하는 철도가 구상되었다고 합니다. 서현역 및 그 일대를 분당의 중심지로 하고, 고속 분당선을 타고 들어온 사람들이 서현역에서 내려 시내버스로 환승.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게끔 하려던 구상이었지요. 그 영향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실제 서현역에는 2층으로 구성된 여느 역에서 찾아보기 힘든 큰 규모의 버스환승 시설이 통합시설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서현역 건물은 그 자체로 '삼성플라자' 라고 하는 거대한 복합 상업시설이기도 합니다.
장대한 규모의 서현역과 달리 도농역은 아기자기하지만 역시 기본적인 발상은 같습니다. 도농역 옆 구 원진레이온 부지에 6천세대에 육박하는 미니 도시 수준의 아파트단지가 건설되었는데, 이 때 도농역을 단지 중심에 배치하고 핵심으로 삼았던 것입니다. 그 입지 덕택에 자연스럽게 전철역이 이 아파트단지의 '사실상의 상가'도 겸하게 되었습니다.
이쯤에서 각설하고 장황해진 내용을 정리하면,
(1) 현 체제 하에서도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 필요성이 인식되고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
(2) 우리나라에서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대규모에서 소규모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유사한 복합기능 역사의 가능성은 열려 있으며 적지는 않은 실제 사례들도 있다는 점.
두 가지로 축약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내용이 어째서 '민영화'에 연관되어야만 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 마치 "현 체제 하에서는 이런 부대사업 부문에 대해서 전혀 무관심하여 돈을 벌지 못하고 있으니 '민영화'를 통해 창의적 경영을 유도해야만 한다." 라는 것처럼도 들립니다만...
사실 현 체제하에서도 여러가지 시도가 시작되고 있고 - 개중에는 매표소에서 과자와 음료수를 파는 다소 엽기적인 발상까지; - 굳이 민영화를 하지 않더라도 여건만 갖춰진다면 일정 부분까지는 충분히 실행해 편익제공이 가능하다고 여겨집니다. 물론 민간체제로 할 경우는 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짐으로서 공격적 경영을 통해 이 부문에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것이 다수 국민들에게 있어서야 무슨 득이 될까요... 매점에서 돈 많이 벌면 운임을 깍아줄 것도 아니고 말입니다. ^^
첫댓글 아.. 디씨에서 글을 옮겨서 가공하는 동안에 일어난 일인것 같습니다 :-)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는 생각이 다른데 역을 중심으로 상권이 발전하여 철도 운영 기관에서 돈을 많이 번다면 운임을 깍아주는 실제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더라도 철도 이용자가 늘어나므로 열차 정차나 운행 회수의 증가가 가능합니다. 또한 철도 회사의 경우에 재정이 안정적으로 되면 추가로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간접적으로 이용자들의 편의를 증가(예, 신조 차량 투입, 서비스 개선 등)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서현역뿐 아니라 수내역도 그리 되어 있습니다. 청구에서 블루힐 백화점을 아예 같이 세우고, 환승시설도 만들어놨는데, IMF로 청구가 망하면서 백화점도 같이 망해버렸고, 롯데에 넘어가면서 지금에 이른 것입니다. 세부 사항은 몰라도 골격만 따져보면 서현이나 수내나 복사한 듯 똑같습니다. 서현, 수내역 갈 때(특히 자동차로) 생각없이 갔다간 낚이기 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