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광산 매몰사고 5일째… “구조작업 늦어 억장 무너져”
지하 190m 갱도에 작업자 2명 고립
가족들 “업체측 늑장 대응 탓 지체”
소방당국 “이르면 오늘 오후 구조”
“구조 작업이 좀 더 속도를 냈으면 좋겠는데….”
30일 낮 12시경 경북 봉화군 재산면 아연광산 매몰사고 현장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난 A 씨(62)의 매형은 연신 한숨만 내쉬었다. 그는 “소방당국이 구조 시점을 밝힐 때마다 ‘사흘 뒤’라는 말만 반복하고 있다. 벌써 100시간가량 지났는데 이러다 최악의 사태가 현실화될까 봐 걱정”이라고 했다.
이날은 광산 매몰 사고로 A 씨 등 작업자 2명이 갱도에 고립된 지 닷새째 되는 날이다. 하지만 구조 작업이 늦어지면서 가족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30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26일 오후 6시경 광산 제1수직갱도 아래 30여 m 지점 폐갱도에 채워져 있던 모래와 흙 약 900t이 아래로 쏟아졌다. 이 사고로 지하 190m 갱도에서 작업 중이던 조장 A 씨와 보조작업자 B 씨(56)가 고립됐다. 두 사람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다.
가족들은 광산 운영업체 측의 늑장 대응 때문에 구조 작업이 지체됐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업체는 사고 후 자체 구조 작업을 벌이다 14시간이 지난 27일 오전 8시 반경에야 119에 구조를 신청했다. A 씨의 매형은 “신고가 늦어 골든타임을 놓쳤다. 억장이 무너진다”고 했다. 업체 측은 “필요한 법적 책임은 지겠다”는 입장이다.
소방당국은 제2갱도 지하 140m까지 내려간 뒤 A, B 씨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제1 갱도 쪽으로 진입로를 뚫고 있다. 구조 지점까지 거리는 145m가량으로 예상하는데 이날 오후 45m 지점까지 진입로를 확보했다.
소방 관계자는 “45m 구간에 단단한 암석이 있어 시간이 오래 걸렸다. 남은 100m 구간은 7년 전까지 갱도로 이용하던 곳이라 구조 작업이 빨라질 것”이라며 “31일 오후나 다음 달 1일 오전에 구조 예상 지점에 도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소방당국은 작업자들이 고립됐을 것으로 예상되는 갱도 안이 가로세로 각각 4.5m로 넓고 산소와 지하수도 있는 만큼 이들의 생존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조만간 지름 76mm, 98mm 크기의 관을 넣어 무전기와 식품, 의약품 등도 전달할 계획이다.
봉화=명민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