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김복수
천구백 육십 년대 초 이맘때쯤인가
계림동 어느 허름한 하숙집에 친구 녀석과 합숙을 했다
그때만 해도 전기가 모자라 천장 밑 벽에 구멍을 뚫어
형광등 하나로 양쪽 방이 같이 써야했다
우리는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날이 많았고
오밤중이 넘어야 직장에서 귀가하는 옆방 아가씨
종종 술 취한 남자와 동행하는 날이 많다
어느 일요일 나는 책을 보고 친구 녀석은 오침 중이다
그때 옆방 아가씨 살짝 고개 내밀고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처럼 보일 듯 말듯 보조개가 예쁘다
나는 친구 녀석을 다급하게 흔들어 깨워보는데
친구 녀석 비몽사몽간에 "시작 했냐 또 시작 했어?"
자두 한 봉지를 사들고 미안 닦음으로 온 것 같은 아가씨
빨간 자두보다 얼굴 더 붉다
우리는 형광등 틈새에 비춰진 수컷과 암컷의 놀이를
한 녀석이 자면 한 녀석을 깨워가면서
한입 베어 물면 새콤달콤한 자두처럼 침을 삼켰다
올해도 어김없이 마당가에 자두는 익고
언제부터인가 마음속 가지에 열린 빨간 자두
세월이 흔들고 지났건만 떨어질 줄 모른다
첫댓글 자두가 자두보다 붉은 아가씨의 얼굴을 그려내는 자두
그 향기가 배어 있습니다.
마냥 그 자두가 떨어졌다해도 자두의 향기는 남아 영원히 자두보다 아름다운 그 아가씨르 기억나게 할것입니다
자두 한구르 심어야 겠습니다
생리적인 현상보다
달콤상큼한 아가씨의 모습에 더 마음 뛰었을 그 무렵....
백만 불의 추억으로 가끔 꺼내 보시는 노 시인의 모습이 정겹습니다.
선생님. 건강, 건필 하시길요.
우~~왕
몰래 훔쳐 보는 자두가 더 달콤하다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