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온한 전설처럼, 음밀한 소문으로만 떠돌던 살아 있는 시체들이
거대한 물결이 되어 도시를 휩쓸기 시작했다.
두려움이 인간을 잔인하게 만든다!
세계가 연합정부의 통치 아래 놓이고, 입체 영상 텔레비전과 무인 택시가 일반화된 미래의 어느 시점, 무명작가 K는 외조부에게 물려받은 시계를 고치려고 수소문 끝에 ‘전설의 시계 장인’을 찾아간다. 시계를 꼭 고치겠다는 생각보다 소문만 무성한 노인을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컸던 K는 시계를 알아보는 듯 반응하는 노인에게 시계를 줄 테니 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한다. 노인은 어둠에 몸을 숨긴 채 소름 끼치는 목소리로 자신의 과거를, 역사의 기록과는 다른 ‘죽은 자들의 소요’의 진실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세 남자의 이야기
나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혼자서 수도로 상경해 어렵사리 시계 장인의 제자가 되었다. G 역시 시계 장인의 제자로, 나는 G가 공방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장인의 제자들 가운데 실력이 가장 뛰어났을뿐더러 장인의 딸과도 가장 친했다. 하지만 외모가 수려한 G는 금세 나를 비롯한 모든 제자들의 실력을 뛰어넘은 것은 물론 그녀의 사랑마저 차지한다. 나는 그런 G를 향해 패배감과 질투를 느끼다 결국 분노의 감정까지 키운다. G가 장인 몰래 시계를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나는 교묘하게 그 사실을 장인에게 흘리고 G는 공방에서 쫓겨난다. 계략으로 G를 쫓아낸 나는 G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G가 만든 시계를 간직하며 시계를 볼 때마다 경외감과 함께 좌절감과 자기혐오를 느낀다.
후에 나와 G는 ‘죽은 자들의 소요’라는 역사의 현장에서 다시 만난다. 나는 군에 입대해 ‘청소대’가 학살한 ‘죽은 자(시체)’들의 사체를 불태우는 임무를 맡았다가 군이 치열한 접전 끝에 시체들을 한곳으로 몰아넣고 울타리를 세운 후에는 망루에서 경계 임무를 맡게 된다. 수년 동안 망루에서 울타리 안에 지어진 정체불명의 피라미드형 건물과 그 주변을 맴도는 시체들을 지켜보던 나는 신경쇠약에 걸려 전역을 신청하고, 군은 전역을 허락하는 조건으로 피라미드 내부를 둘러보고 그곳 상황을 보고하라는 명령을 내린다. 그렇게 죽은 자들의 도시 가운데 있는 피라미드로 들어간 나는 특수질병연구센터의 소장이 되어 있는 G를 만난다. G는 그곳에서 시체가 되는 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다. G는 청소대에 복무하던 중 시체에게 물렸지만 시체로 변하지 않은 자신의 유전자를 바...(하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