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224 (일) 한동훈…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제쳤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회를 접수한 한동훈(50) 전 법무부 장관이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가상 양자대결 여론조사에서 한동훈 전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론평판연구소가 12월 22일 공개한 여론조사(12월 20~21일 조사, 무선 ARS,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결과를 보면 '차기 대통령감으로 둘 중 누가 더 적합하느냐'는 물음에 한동훈 전 장관은 45%, 이재명 대표는 41%를 기록했다. 호감도 조사에서도 한동훈 전 장관이 47%로 42%를 얻은 이재명 대표를 앞섰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정운영 평가는 긍정이 42%, 부정이 56%로 집계됐다. 정당 지지도는 국민의힘이 43%, 민주당이 35%, 정의당이 2% 순이었다. 내년 4월에 치르는 총선에서 신당 창당을 전제로 어느 후보에게 투표할 것인지를 묻는 가상대결 질문에서는 국민의힘 35%, 더불어민주당 32%, 이준석 신당 9%, 이낙연 신당 7%, 새로운 선택 신당 4%, 정의당 2% 등으로 나타났다.
오는 12월 26일 정식 출범을 앞두고 있는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 중점 과제로는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시스템 제시 40% △대통령과 여당의 관계 재정립 22% △분열된 당내 세력 통합 추진 12% △당내 기득권 세력에 대한 희생 요구 11% 등으로 확인됐다. 민주당이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로는 △이재명 대표 등 당 지도부 교체 38%로 가장 높았고, △총선까지 이재명 대표 체제 유지 25% △공정하고 투명한 공천시스템 제시 21%, △당내 비이재명계 세력 포용 9% 등으로 집계됐다.
‘한동훈 비대위’에… 민주당, ‘한나땡’ 입방정 경계
더불어민주당이 12월 22일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를 대비한 샅바 싸움에 들어갔다. 당 지도부는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을 윤석열 대통령의 “대리인”에 비유하며 “일석이조 비대위”라고 환영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장관까지 같이 심판받게 된다는 취지다. 당내 일각서는 ‘한나땡’(한동훈 나오면 땡큐) 인식이 퍼지는 데 대해 “걱정된다”는 반응도 나왔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김건희 여사 특검법 처리에 대해 “재량의 여지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동훈 전 장관이 “악법”이라고 규정하고, 국민의힘에서 총선 이후 처리론을 띄우는 걸 원천 봉쇄한 셈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실세인 한동훈 전 장관과 이재명 대표가 만나는 양당 대표 회담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취지의 질문에는 “실세인지 아닌지 두고 봐야 한다”며 “도리어 대통령 뜻이 더 관철되는 직계라인 비대위원장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정청래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뭐가 급했는지 후임도 없이 무책임하게 장관을 허겁지겁 내려놓고 줄행랑”이라고 비판했다. 한동훈 전 장관이 퇴임식에서 “9회 말 투아웃 투스트라이크면 원하는 공이 들어오지 않았어도, 후회 없이 휘둘러야 한다”고 말한 것에 대해 “보통 그러면 노련한 백전노장을 대타로 내보낸다. 헛스윙으로 아웃되고 경기 망치면 감독도 경질될 수 있음을 알아두길 바란다”고 받아쳤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윤석열 정권은 퇴행을 거듭하더니 이제 전두환 시절로 돌아가는 듯하다”며 “집권 여당의 당대표를 쫓아내고 검사 출신 비대위원장을 앉히는 건 (전두환의) 쿠데타를 떠올리게 한다”고 말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정치에 입문한 지 4개월 만에 은퇴하시겠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당내 일각에선 경계의 목소리도 나왔다. 친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우리 당에서 그의 등장을 낮게 평가하며 ‘한나땡’을 말하는 분들의 일차원적 사고를 보며 많은 걱정을 하게 된다”고 적었다. 정성호 의원은 한동훈 전 장관을 두고 “냉철한 판단과 강력한 실행으로 여당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다”며 “민주당이 막연히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실책만 기다리고 방심하다가는 필패할 것”이라고 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넘어야 할 고개들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한동훈 체제’로 치르게 됐다. 12월 26일 오전 전국위원회에서 비대면 ARS 투표를 통해 최종 의결 절차를 밟으면 한동훈 전 장관은 공식적으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된다. 그의 앞에는 꽃길만 있는 게 아니다. 험난한 고개들이 많이 기다리고 있다. 총선을 100여 일 앞두고 긴급 투입된 한동훈 전 장관 앞에는 어떤 과제들이 놓여 있을까.
◆ 대통령실과의 관계 정립이 최우선 과제
한동훈 전 장관으로서는 일단 당과 대통령실과의 관계 정립을 어떻게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는 기자들과 만나 "모든 공직자와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서 협력하는 관계라고 생각한다"며 "지금까지 공직생활을 하면서 공공선을 추구한다는 한 가지 기준으로 살아왔고, 그 과정에서 누구를 맹종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계 역시 ‘국민’과 ‘공공선’을 위한 협력 관계로, 사적인 관계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말이 아니라 가시적으로 윤석열 대통령 최측근 이미지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한 상황이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한동훈 전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도 할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KBS라디오 인터뷰에서 "한동훈 전 장관은 대통령하고 신뢰 관계가 두텁다. 애정이 짙은 쓴소리로 대통령이 받아들일 수 있어 잘 통할 수 있다"며 "중요한 것은 쓴소리가 통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가시적 변화를 끌어내야 한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해 가장 급선무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에 대한 특검법 처리 문제다. 야당은 오는 12월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관련 특검법을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까지 거쳤기에 특검법이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것을 여당이 막을 수 없다. 이 사안에서 여당이 어떤 태도 등을 보일지가 주목된다. 일단 한동훈 전 장관은 이 문제와 관련해 '싸움'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특검법은) 정의당이 특검을 추천하고 결정하게 돼 있지 않으냐. 그리고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게 돼 있는 독소조항까지 들어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총선에서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딱 시점을 특정해서 만들어진 악법"이라며 "그런 부분이 국회 절차 내에서 고려돼야 한다"라고도 했다. 일단 특검법의 내용과 특검 시기가 총선과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다만 국민 대다수 여론에 반해 특검법을 거부하기도, 그렇다고 수용하기도 어려운 국민의힘 입장에서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 개혁 공천 등 총선 승리 방정식 찾아내는 것도 관건
총선 승리를 위해 긴급 징집된 한동훈 전 장관의 최우선 목표는 승리일 수밖에 없다. 다만 이 과정에서 승리의 방정식을 찾아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일단 총선 정비와 관련해 급한 불은 크게 탈당이 임박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형성할 것인가가 남아 있다. 이준석 전 대표는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만나긴 만날 수 있다"면서도 "만나도 할 말이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든다", "기대가 없다"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윤석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왔던 유승민 전 의원과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도 관심사다.
개혁 공천도 과제다. 한동훈 전 장관은 당장 공천관리위원장 등 인선 등에 나서야 한다. 인선 방향에 따라 공천 방향도 엿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희생’ 등을 내세우며 지도부, 중진, 친윤(친윤석열) 의원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혁신안을 얼마나 현실화 할 수 있을지, 개혁 공천을 이뤄낼 수 있을지도 주목할 부분이다.
70년대생 비대위원장이 탄생하다 보니 세대교체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는데, 이를 어떻게 충족할지도 관건이다. 다만 한동훈 전 장관이 ‘보수층’의 열광적 지지를 받고 있다는 점은 양날의 칼이다. 지지세를 확장해야 하는 국민의힘으로서는 중도층, 청년층 등에서 지지세가 확장될 수 있는지가 총선 승리의 가늠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전 장관이 ‘보수의 아이콘’이 된 순간, 국민의힘의 중도 확장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 '싸움꾼' 이미지 넘어서는 모습 보여야
대야 관계 설정도 주목해야 할 변수다. 한동훈 전 장관은 장관 재임 시절 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과의 설전을 불사하는 모습을 보였다. 가령 체포동의안에 있어 한동훈 전 장관은 형식적인 이유 설명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범죄사실을 소개하는 등 다른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야당의 강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집권당의 사령탑을 맡으면서, 장관 재임 시절과 같은 ‘설전’을 이어갈지는 지켜봐야 한다. 일단 야당은 한동훈 전 장관과의 일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동훈 전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좋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던 민주당은 일단 공식적으론 비판과 환영 입장이 동시에 나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2월 21일 영등포구 대림동의 ‘큰숲 경로당’에서 배식 봉사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 취임을 축하한다"며 "집권당 책임자로서 주어진 책임과 임무를 잘 수행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통상 후임자를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한 뒤 이임하는 것이 수순"이라며 "이런 절차들을 모두 무시하고 사임하겠다니 법무행정의 공백은 하등 상관없다는 말이냐"고 꼬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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