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절
공경하는 생활ㅡ질다 장자의 유훈
1 부처님은 또 항가 강을 건너 비사리로 들어가, 큰 숲에 머무시면서 비구들을 가르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깨달음을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다. 나는 우루빈라 숲이 있는 니련선하의 기슭에 살고 있었다. 그때, 고요한 내 마음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공경하지 않는, 섬길 곳이 없는 생활은 번민이다. 나는 어떤 사람을 높여 공경하면 좋을까?' 그리고 또 생각했다. '만일 내게 만족할 수 없는 계가 있거든, 나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남을 공경하면서 살아가자. 또 만일 만족할 수 없는 정이나, 지혜나 해탈이 있거든, 나는 그것을 채우기 위해, 남을 공경하면서 살아가자. 그러나 이 세상에서 계에 있어서나 정에 있어서나 지혜에 있어서나 해탈에 있어서, 나보다 훌륭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나는 한층 더, 내가 스스로 깨달은 법을 존경하면서 살아가자.'
비구들이여, 내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범천이 나타났다. 한쪽 어깨에 옷을 걸치고, 합장하면서 내게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참으로 훌륭한 일입니다. 과거의 모든 부처님도 법을 존경하셨고, 미래의 모든 부처님도 또한 그러하실 것입니다. 현재의 부처이신 부처님도 아무쪼록 법을 존경하면서 살아가시기 원하나이다.'
범천은 이렇게 말하고, 다시 노래를 읊었다.
지난 세상의 부처님이나 오는 세상의 부처님이나 지금 세상의 부처님이나 중생의 걱정을 덜어주는 분들은,
모두 바른 법을 섬기시면서 또 존경하면서 사시니.
이야말로 부처님의 많은 법 중에 가장 중하고 요긴한 일이니라.
내 자신 훌륭하게 되기를 원하거든 내 자신보다 크게 되기를 바라거든, 부처님의 가르치심 언제나 생각해 바른 그 법을 공경하며 살아라.
비구들이여, 범천은 이렇게 노래를 마치자, 내게 예배하고 오른쪽을 돌아 자취를 감추었다.
나는 범천을 알고, 내게 알맞은, 내가 깨달은 이 법을 공경하면서 살아 왔다. 비구들이여, 나는 다시, 모두 위대하게 될 내 승단에 대해서도, 깊은 존경을 보내는 것이다."
2 어느 날, 카마부 비구는 질다 장자로부터 초대를 받고, 그의 집에 가서 말했다.
"장자여,
깨끗한 하얀 하늘 덮개로 폭 하나로 가는 수레여, 흐름을 끊고 속박을 떠나 번뇌 없이 굴러가는 것을 보라
라는, 노래의 뜻을 아십니까?"
"님이여, 그것은 부처님의 노래입니까?"
"그렇습니다."
"그럼, 조금 기다려 주십시오. 잘 생각해 보겠습니다."
장자는 한참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
"스님이여, 깨끗하다는 것은 계의 뜻, 하얀 덮개란 해탈의 뜻, 폭이란 바른 생각의 뜻, 수레란 사대로 되어 부모에게 태어났다가 곧 부서질 몸둥이의 뜻, 흐름이 끊는다는 것은 애욕을 떠난다는 뜻, 속박을 벗어났다는 것은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속박을 벗어났다는 뜻, 번뇌 없이 간다는 것은 목적지에 이른 깨달음의 뜻입니다."
"옳습니다. 장자여! 장자의 지혜눈은 부처님의 말씀을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장자가 죽을 병에 걸려 누었을 때, 숲 속의 나무 귀신이 나타나 권했다.
"장자여, 미래에는 전륜왕이 되겠다고 발원하시오"
"그것도 항상됨이 없는 것이다. 그것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장자는 대답했다. 베갯머리에 있던 가족과 친구들은 이것을 헛소리로 들었다. " 주인이여, 정신을 차리십시오."
"사람들아, 내 말을 헛소리로 듣지 말라. 이제 막 저 숲 속의 나무귀신이 나타나, 미래에는 전륜왕이 되도록 발원하라고, 내게 권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도 항상됨이 없는 것, 그것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고 대답했던 것이다. 사람들아, 너희들은 부처님과 법과 스님들에 대해, 굳건한 믿음을 가져라. 그래서 어떤 공양에도 계를 가지고 바른 마음과 평등한 마음으로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장자는 여러 사람들에게 삼보에 대한 믿음과 보시의 마음을 전해 주고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