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꿍따에서 한마디씩 이어 나가다 보니,
그 한마디에 얽힌 사연들이 꼭 한 두가지씩은 생각이 난다...
니로님이 'eastern 아지매는 남의 말꼬리 한마디 잡고
뚝딱 얘기를 잘도 엮어 낸다, 굼벵이도 재주핀다' 그랬는데,
그것보다는 내가 나이가 꽤 들었다는 느낌이 많다...
그만큼 요지가지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 왔다는 거지...
(아으...파란만장...요 단어 맘에 드네...)
쿵꿍따에 계속 올려 놓곤 했는데,
이제부터는 쿵꿍따에는 제목만,
이 곳에는 얘깃거리를 올려 놓을 작정이다...
게시판 썰렁해지는 거 못 참는 에어낭자를 위해...
(나 이쁘지요?)
따라서 앞으로 내 제목들은 거의 석자로 시작할 거 같다...
.......................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불이익에 가슴이 터지려 할 때가 가끔 있었다...
똑같은 일을 하는 직원이라도 여성일 경우 초봉이나 직급부터 달랐다...
내 첫 직장에선 여성들만 유니폼을 입혔었다...
몸에 딱 붙는 원피스, 팔을 올리면 스커트가 따라 올라가 아주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바지 입지 마라, 여름에도 꼭 스타킹 신어라...
남자들 이름은 'ㅇㅇㅇ씨'로 불리웠지만,
여자들은 나이 불문 무조건 '미스 ㅇ' 이었다...
'결혼하면 사직하겠습니다...' 라는 불명예제대 각서에 싸인을 해야만 취직이 되던 시절이기도 했다...
불이익은 차치하고라도, 여성이기 때문에 당하는 수모도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일하는 사람으로 봐 주기 보다는 먼저 '여자' 였었다...
'아, 저녁이나 먹으면서 얘기 계속 하실까요?'
'뭐, 다음에 하시죠...'
'아, 빼지 마시고, 같이 술이라도 한 잔 하시면서...'
밥 한 번, 술 한 잔 같이 하는 건 문제될 게 별로 없다...
하지만 막상 자리를 옮겨 둘 만의 테이블에 앉으면,
일 얘기는 물 건너 간다...
괜한 남의 와이프 험담이나 실컷 듣고 오기 십상이다..
이 세상에서 제일 쪼잔한 남자가, 남의 여자 앞에서 자기 여자 흉보는 남자다...
나이가 들어 그런 자리의 수위조절도 가능할 정도가 되니,
이젠 '아줌마' 라는 무서운 호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끄떡하면 '아줌마라서 그래, 역시 아줌마는 안돼..' 였다...
'에이, 더럽고 치사한데 이제 관둘까?' 하는 싯점에 미국으로 오게 됐다...
그리고 여기서 다시 일하기 시작한지 4 년이 되어 간다...
다른 게 뭐냐구?
여긴 '미인계' 가 통한다는 거다...
미국에선 이쁜 여자만 미인계 쓸 수 있는 게 아니다...
무조건 '여성' 이면 '미인계' 의 자격이 된다...
유난히 여성에게 친절하고 여성을 받드는 사회...
'아줌마!' 의 대명사이던 내가,
여기선 lady...woman...maam...으로 통한다...
어떤 땐 여성 통칭 girl 로도 불리운다...
참으로 듣기 좋은 호칭들이다...
난 그 '미인계' 에 대해 일찌감치 터득을 해서,
아주 잘 이용을 하는 사람에 속한다...
거래처에 부탁이 있을 때면...
주로 남자 직원에게 전화를 한다...그것도 일 좀 시원찮게 하는 직원...
그래야 시간이 널널해서 내 일에 매달려 줄 수 있으니까...
일 잘하는 사람들은 너무 바쁘다...
'얘, 매튜...내가 이러저러한 일이 급한데...그거 해 줄 사람, 너 밖에 없잖니?...내가 너 믿는 거 알지?'
어쩌구 어줍잖은 아양을 떨면,
문제의 매튜는 전화선 저쪽에서 바로 녹는다...
'오케이, 허니(윽...얘네들은 이 버릇이 좀 느끼하다...) 내가 곧 알아보고 전화해 줄께...'
그런 일 한 번 있고 나면 매튜는 영원한 내 밥이 된다...
한국과 다른 점이 있다면, 남자들이 그렇듯 친절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집적거리진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말만 곱게 하고, 부드러울 뿐이다...
물론 그 이면에는 여자들도 남자들과 똑같이 일해야 한다는 무서운 평등조건이 있지만, 일 좀 빡빡한 게 뭐 문제랴?...
제대로된 일꾼 대접만 받을 수 있다면...
아, 난 사십이 넘은 나이에, 남의 나라에 와서 '미인계' 쓰면서 살고 있다...
하하하...
파란만장에 메뉴 하나 추가했다...
eastern...(^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