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양산 통도사 산문 앞에 있다는 토담집을 찾았습니다. 한낮이 되도록 갈까 말까 망설이다가 화분에 물주면서 하늘을 봤더니 구름한점 없는 청명한 하늘에 하얀 반달이 떠 있었습니다. ‘낮에 나온 반달은 하얀 반달은...’ 중얼거리다보니 그냥 나가고 싶어지데요. 아내도 외출한 빈집에 혼자 있기도 머시기해서 밍기적 거리던 마음을 털어버리고 입은 채로 그냥 나섰습니다. 지난 11월 말경에 아내와 찾아 나섰다가 헛걸음하고 돌아온 곳이거든요. 계곡 초입에 들어섰더니 이 엄동에도 물은 얼음사이를 흐르고 파란 하늘을 닮은 물빛을 보노라니 가슴이 탁 트이데요. 저도 모르게 심호흡 한번 길게 했습니다. 싸한 냉기가 결코 시리지 않았습니다. 목적지를 향해 살금살금 다가갔습니다. 저도 낯가림이라면 좀 하는 편이거든요. 쥔의 표정에서 편치 않다 싶은 기색이라도 보이면 그냥 물러나올 심산으로요. 조용합디다. 지나는 객인 양 시침 떼고 마당엘 들어섰더니 창호지에 머문 오후의 햇살이 참 따뜻하데요. 그래 이런 곳에 사시는 분이라면 마음도 따뜻하리라... 사진 몇 장 찍는다고 위아래로 흘겨보진 않겠지... 그러곤 무작정 여기저기 기웃거렸지요. 돌담 앞에 껍질만 남긴 체 무심히 선 녀석. 참 허허롭게 섰더군요. “그래! 다 털어주고 나니 서운하냐?” 댓돌 앞에서 해바라기하고 있는 녀석. 참 한가롭습니다. 살아있음에 그 느낌 또한 다름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해우소 안내판을 보니 갑자기 급해지더군요. 그래서 주인을 찾았습니다. 정갈한 차림의 주인이 나오시기에 사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능청스럽게 물었지요. 마음은 해우소로 달려가면서도... 뭐 찍을게 있겠느냐면서 허락하십니다. 거짓말 오래 하면 벌 받지 싶어서 아무개님 아니시냐고 물었더니 놀라십니다. 그래서 제 소개를 드렸더니 또 놀라십니다. 강바람이 여잔 줄 아셨답니다. 이런 세상에...왜 여자라고 생각하셨을까? 나중에 다시 여쭤봤지만 왜 그랬는지 모르시겠답니다. 어제 안 갔더라면 두고두고 여자로 알 뻔했습니다. 참 포근한 집이었습니다. 외양과는 달리 아늑함이 방안 가득했는데 따뜻한 황토색과 다듬지 않은 선반이 그렇고 그 나무들과 뽐내지 않는 아기자기한 茶具들의 어울림이 그렇고 그곳에 사는 주인의 마음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실내의 흙벽도 직접 하시고 다듬지 않은 선반도 직접 만들고 조명등까지 고안하고 만들고 갖가지 다구들도 손수 만드셨다는데 아무튼 목공이고 흙일이고 집안의 크고 작은 일들을 모두 주인의 손길로 다듬고 빗은 것이라니 감각과 손재주는 남달라 보였고 그래서 그런지 더욱 따뜻했습니다. 제가 茶에 대해 뭘 알겠습니까? 그냥 주는 대로 마셨지요. 그리고 茶에 대해선 무식하다고 이실직고했더니 걱정 말고 편한대로 마시라며 웃으시데요. 시키는 대로 편하게 마셨습니다. 처음 듣는 茶이야기 사람 사는 이야기 카페이야기 이런 저런 이야기로 주절주절... 강바람 말 많은 줄 어제 새삼 알았네요. 처음 뵙는 분 앞에서 미주알고주알 했으니 초면에 말 많은 할배로 낙인찍힌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잠깐 앉았는가 싶었는데 짧은 겨울 해는 어느새 앞산으로 넘어가고 토담집에 고즈넉한 어둠이 내려앉을 무렵 무거운 엉덩이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낮에 햇살이 머물었던 자리엔 주황색의 따뜻한 불빛이 대신 번지고 돌담 위 외등이 청록하늘을 배경으로 웃고 있는데 그 보다 더 환한 주인의 배웅을 받으며 돌아왔습니다. 어쨌거나 참 희한한 인연이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집 나서면 갈 곳이 또 한 곳 생긴 겁니다. 그렇게 또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마음 한 자락 풀어놓고 왔습니다. 주신 차 잘 마셨습니다. 주신 한과 맛있게 먹었습니다. 반겨주심에 다시 감사드리며 건강하시고 알찬 나날이시길 기원합니다. -06.01.09 강바람-
첫댓글 통도사 근처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분이 계셨네요.....주인장 소개도 좀 해주시면 좋을텐데요......
혼자만 알고 다니실것인가요 강바람 누님 ㅎㅎ 누구누구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 합니다?
그런곳에 혼자만 살째기 댕겨 오심은 여러 동생들 섭 합니다...언니야~~~~ㅎㅎㅎㅎㅎ
날씨가 좋다는데 저도 아기 들쳐업고 소풍다녀오고 싶어요 .... 양산통도사 저는 안가보았는데 두분다 부럽습니다.
추운날씨 인데도 따듯하게 느껴지는 풍경입니다.글이 따듯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그림 따시한글......그런디어쩜니까 지두 강바람님이 할망인줄로..........(죄송)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전혀 말많은 할배(?) 아니셨습니다.^^ 처음 만남같잖은 편안함... 주고 받은 대화속에 삶속에 묻어나시는 작은것에 대한 소중함과 느낌을 간직하고 계시는 정겨움... 차 생각나시거든.. 그리고 묻어나는 감성을 들추어 내고 싶어신날... 영축산 나들이 오십시요.
통.사.공 에 가까이 서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연을 새겨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럽네요 언제 그런집을 짓고 여유를 가져보나
나도 늙으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성품이 요모양 요꼴이니, 좁쌀 서너알이나 간직하고 살겠오?,,
저도 첨 뵙는 분이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침묵했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밝혀주시니 저도 편하구요....(실은 한발 다가서시길 바라는 작전이었습니다.)... ^_^
통도사 계곡 곁에서 다을님이 운영하시는 [다요]라는 찻집이었습니다...^_^
그리고 만천하에 고합니다. 강바람은 남자다!!!...ㅎㅎㅎ
강바람 언냐..! 진짜 야속합니데이~ 소풍지가 고로코롬~ 오묘.야릇한 분위기의 찻집인줄 알았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나설것을~~ 혼자 살짝꿍 다녀오셔서 이리~ 약 올리시니, 속이 후련하시겠습니다. 큰 언냐..! 낸중에는 제발 그라지 마이소~!! 전화 안 한것이 못내 아쉬워~~~
으이그 아까버~~~~~~
억울하거나 야속하거나 아깝거나 섭한 사람은 번개 때리소...^_^
산들바람처럼 다가가니 어찌.. 말많은 할배(?) 아니셨습니까?(copy.).^.^ 꼬리끄트머리에 고하지 마시고. 배경음악에 함 해보이소.
"겨을 소풍" 마음이 따스한 그런 날이셨네요. 저두 겨울 소풍 떠나고 싶어져서 큰일났어요. 어느날 갑자기 들길이 소풍 떠나는 날엔 강바람님의 책임이 큽니다. 안녕하시죠?
소풍 떠나이소...제게 책임있다면 기꺼이 지겠습니다...^_^
나도 떠나고 싶어라 내일 이라도 갔다와야겠네요 바람타고 겨울여행을 통도사 다요 찻집으로....
안부 전해주이소....^_^
못 갔습니다 주당 친구가 낮부터 찾아왔네요
좋은 인연 따라 ~ 벗님네 따라~~ 정겹게 마주한 미소에 정 나누면서~~~
위치가 궁금하네요 가보고 싶습니다.님과함께....
통도사 계곡 길가에....^_^
어라~여기우리집 근처인데 오시는님 가신ㅡㄴ님 얼굴한번 볼것을....()
첫댓글 통도사 근처에 따뜻한 보금자리를 마련한 분이 계셨네요.....주인장 소개도 좀 해주시면 좋을텐데요......
혼자만 알고 다니실것인가요 강바람 누님 ㅎㅎ 누구누구가 누구인지 정말 궁금 합니다?
그런곳에 혼자만 살째기 댕겨 오심은 여러 동생들 섭 합니다...언니야~~~~ㅎㅎㅎㅎㅎ
날씨가 좋다는데 저도 아기 들쳐업고 소풍다녀오고 싶어요 .... 양산통도사 저는 안가보았는데 두분다 부럽습니다.
추운날씨 인데도 따듯하게 느껴지는 풍경입니다.글이 따듯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좋은그림 따시한글......그런디어쩜니까 지두 강바람님이 할망인줄로..........(죄송)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전혀 말많은 할배(?) 아니셨습니다.^^ 처음 만남같잖은 편안함... 주고 받은 대화속에 삶속에 묻어나시는 작은것에 대한 소중함과 느낌을 간직하고 계시는 정겨움... 차 생각나시거든.. 그리고 묻어나는 감성을 들추어 내고 싶어신날... 영축산 나들이 오십시요.
통.사.공 에 가까이 서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인연을 새겨보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부럽네요 언제 그런집을 짓고 여유를 가져보나
나도 늙으면 저렇게 살아야 하는데,,,성품이 요모양 요꼴이니, 좁쌀 서너알이나 간직하고 살겠오?,,
저도 첨 뵙는 분이고 본인이 어떻게 생각하실지 몰라서 침묵했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밝혀주시니 저도 편하구요....(실은 한발 다가서시길 바라는 작전이었습니다.)... ^_^
통도사 계곡 곁에서 다을님이 운영하시는 [다요]라는 찻집이었습니다...^_^
그리고 만천하에 고합니다. 강바람은 남자다!!!...ㅎㅎㅎ
강바람 언냐..! 진짜 야속합니데이~ 소풍지가 고로코롬~ 오묘.야릇한 분위기의 찻집인줄 알았더라면, 만사 제쳐놓고 따라나설것을~~ 혼자 살짝꿍 다녀오셔서 이리~ 약 올리시니, 속이 후련하시겠습니다. 큰 언냐..! 낸중에는 제발 그라지 마이소~!! 전화 안 한것이 못내 아쉬워~~~
으이그 아까버~~~~~~
억울하거나 야속하거나 아깝거나 섭한 사람은 번개 때리소...^_^
산들바람처럼 다가가니 어찌.. 말많은 할배(?) 아니셨습니까?(copy.).^.^ 꼬리끄트머리에 고하지 마시고. 배경음악에 함 해보이소.
"겨을 소풍" 마음이 따스한 그런 날이셨네요. 저두 겨울 소풍 떠나고 싶어져서 큰일났어요. 어느날 갑자기 들길이 소풍 떠나는 날엔 강바람님의 책임이 큽니다. 안녕하시죠?
소풍 떠나이소...제게 책임있다면 기꺼이 지겠습니다...^_^
나도 떠나고 싶어라 내일 이라도 갔다와야겠네요 바람타고 겨울여행을 통도사 다요 찻집으로....
안부 전해주이소....^_^
못 갔습니다 주당 친구가 낮부터 찾아왔네요
좋은 인연 따라 ~ 벗님네 따라~~ 정겹게 마주한 미소에 정 나누면서~~~
위치가 궁금하네요 가보고 싶습니다.님과함께....
통도사 계곡 길가에....^_^
어라~여기우리집 근처인데 오시는님 가신ㅡㄴ님 얼굴한번 볼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