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oJ8jhZJef6c?si=y642tRvTgtHlBno7 신재창 곡 노래
이른 봄의 詩 (천양희, 1942~)
눈이 내리다 멈춘 곳에
새들도 둥지를 고른다
나뭇가지 사이로 햇빛이
웃으며 걸어오고 있다
바람은 빠르게 오솔길을 깨우고
메아리는 능선을 짧게 찢는다
한줌씩 생각은 돋아나고
계곡을 안개를 길어 올린다
바윗등에 기댄 팽팽한 마음이여
몸보다 먼저 산정에 올랐구나
아직도 덜 핀 꽃망울이 있어서
사람들은 서둘러 나를 앞지른다
아무도 늦은 저녁 기억하지 않으리라
그리움은 두런두런 일어서고
산 아랫마을 지붕이 붉다
누가, 지금 찬란한 소문을 퍼뜨린 것일까
온 동네 골목길이
수줍은 듯 까르르까르르 웃고 있다.
- 1994년 시집 <마음의 수수밭> (창작과 비평사)
*3월도 이제 다 끝나가며 봄이 무르익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자주 내리는 비로 인해 공기는 싸늘하고 주변의 산이나 들, 밭과 논은 겨울 모습 그대로 황량하며 메마른 모습이지만, 양지바른 길섶에는 들풀들로 이미 파랗게 덮여있더군요.
울집 정원에서는 산수유, 미선나무 외에도 성급한 진달래 한 나무가 먼저 꽃을 피웠습니다. 산기슭에서는 노오란 생강나무꽃이 벌써 시들은 대신 진달래가 이제 물이 올라 분홍빛 꽃망울이 터질 듯 부풀었고요.
이 詩는 봄을 기다리고 있는 설레는 마음을, 이른 봄의 산 풍경을 통해 섬세하면서 밝은 시선으로 표현하여 읽는 이에게 상쾌함을 선사해 줍니다. 시인은 이른 봄 아침에 산을 오르며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생명들이 하나씩 깨어나는 모습을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며, 약동하는 봄의 기운을 온몸으로 감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체험한 이른 봄, 산의 신비로운 변화를 시인은, 시각적인 이미지로 선명하게 묘사하여 우리들도 함께 봄기운을 느끼도록 만드는 것이 이 작품만의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특히 마지막 문장의 골목길이 까르르 웃는다는 청각적인 표현을 통해 우리도 싱그러운 봄 속에 들어와 있는 느낌을 받으며, 우리의 마음도 함께 밝아지는 듯하군요. Cho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