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참 애썼다
나는 이제 안다.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뎌야 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에 지쳐,
당신에게 눈물 차오르는 밤이 있음을.
나는 또 감히 안다.
당신이 무엇을 꿈꾸었고,
무엇을 잃어 왔는지를.
당신의 흔들리는 그림자에
내 그림자가 겹쳐졌기에 절로 헤아려졌다.
입에서 단내가 나도록 뛰어갔지만
끝내 가버리던 버스처럼 늘 한 발짝 차이로
우리를 비껴가던 희망들.
그래도 다시 그 희망을 좇으며
우리 그렇게 살았다.
당신 이마에 손을 얹는다
당신, 참 열심히 살았다
내 이마에도 손을 얹어다오
한 사람이 자신의 지문을
다른 이의 이마에 새기며 위로하는 그 순간
중요하지 않은 것들은 모두 떨어져 나가고
거품처럼 들끓는 욕망에
휘둘리느라 제대로 누려 보지 못한
침묵이 우릴 품어 주리라
당신, 참 애썼다.
사느라, 살아내느라,
여기까지 오느라 애썼다.
부디 당신의 가장 행복한 시절이
아직 오지 않았기를 두 손 모아 빈다.
- 정희재"어쩌면 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