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사막의 표정
주석희
사막의 여우가 낙타 발자국을 세며 따라간다
느릿느릿 태양과 낙타와의 거리
여우는 낙타의 그림자를 밟지 않는다
붉은 능선과 달개비 꽃 짓ㅇ겨 놓은 하늘빛 사이
하루를 견딘 저녁이 찾아온다
그녀가 여우에게 구운 소시지를 던져준다
먹이를 구걸하는 타성의 눈빛과
메마른 그녀의 이마가 모닥발 속에서 끝없이 타오른다
튀어 오르는 불티 곤두박질치는 유성
모래바람이 수없이 묻어버린 낙타의 눈빛 같다
해가 진 쪽으로 연기가 풀어지고
심중을 향한 질문이 사막의 별빛으로 오롯이 돋아난다
호기심을 부풀리며 이방인의 체취를 밟아온 여우가
담요에 파묻힌 여우에게 가만히 귀를 건넨다
불야성에 지친 도시의 여우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본연의 목소리에 매달리듯 귀를 묻는다
바람이 분다
사막의 새벽은 변심한 여자의 입술처럼
낯설고 싸늘하다
하룻밤 여우들의 욕망이 불타버린 자리에서
새하얗게 재가 날린다
첩첩 붉은 새벽이 표정을 바꾼다
*주석희: 본명 주영숙. 1966년 하동 출생. 2013년 《포엠포엠》으로 등단.
시집 『이타적 언어』 시냇물 동인
첫댓글 사막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