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부산 살면서도 한 번도 해운대로 해돋이를 보러가야겠다는
생각을 못 했는데 올 해는 왠지 사명감과 기대감이 생기더군요.
새벽에 일어날 엄두가 나지 않아 밤을 새고 새벽 6시에 엄마와 함께
길을 떠났죠. 지하철 2호선(광안리, 해운대까지 가거든요)을 타려고
플랫폼에서 기다리는데 부산은 서울과 달리 퇴근시간이라도
왠만해선 지하철이 만차되는 경우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첫 차를
탈 수가 없었죠. 해가뜨는 시간은 정해진지라 마음은 급해지고
어떻게 해서든 다음 차는 타보겠다는 의지가 강했죠. 마음을 가다듬고
한 15분 후 담차가 왔을 때 무조건 밀었죠. 간신히 꾸역꾸역 밀고
들어간 지하철 안은 정말 아수라장이었습니다. 게다가 환승역인 서면에
서는 기다리다 지친 사람들이 지하철에 오르기 위해 모두들 푸쉬맨이
되어있었습니다. 정말 팔을 들 수도 없이 조여있는 상황이었죠. 그런데
그렇게 불편한 상황인데도, 승질 급한 부산사람들인데도 왠지..오늘은
새해 첫날이라 그런지, 해돋이를 보러간다는 기대감 때문인지 모두들
짜증내길 자제하고 기대감에 찬 표정이었어요.
해운대역에 내려 도로를 따라 걸으면서 모두들 애인과의 약속에 늦은 사
람들처럼 발걸음을 재촉했습니다.동백섬을 지나 조선호텔 쪽으로 다가갔
을 때 해변은 사람으로 가득차서 내려가지 못 하고 그냥 그 근처에서
보기로 하고 기다렸죠. 해뜰 시간이 되자 조그맣고 귀여운 비행기가 날아
다니고 목선 몇 척이 연기를 뿜으며 이리저리 물길을 가르고 있었습니
다. 드디어 아침 7시 32분...수평선 너머로 빠알간 무엇이 옅은 구름
사이로 떠오릅니다. 사람들은 숨을 죽이고 몇몇은 곱게 두 손을 모읍니
다.해돋이를 처름 보아서 그런지, 아니면 새해 첫 해돋이라서 그런지
바다너머로 해가 돋는 모습은 너무나 역동적이고, 살아있었으며,
살아있는 생물이 탄생하는 것같은 신비함이 저를 놀라게 했습니다.
맨 처음 빨갛던 해가 주홍빛이 되면서 바다에서 떨어져서
하늘로 향하는 모습은 경건하고 태양이 빚어낼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글이글 타오르는 것이 태양의 전부가 아닌
수줍으면서도 붉은 힘이 가득한 태양의 다른 모습을 만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시간이었어요. 요즘 기운이 없었는데, 뭔가 힘이 불끈
솟는 것 같네요. 여러분들도 VIVA 2003!!
카페 게시글
영 국 일 기
3.해돋이를 보셨나요?
썰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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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1.0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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