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의 7배 효율, 탄소는 ‘0′… 꿈의 에너지 핵융합
태양 에너지 생성 원리와 유사
원자력보다 효율 높고 친환경적
빌 게이츠 등 수년전부터 투자
권유정 기자 조선일보
입력 2023.07.04 08:00
미래 에너지의 대안으로 꼽히는 핵융합(核融合)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빛과 열을 내는 방식과 유사한 원리를 활용하기 때문에 ‘인공(人工) 태양’으로도 불린다. 상용화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지만 전 세계 주요국이 기술 선점 경쟁에 나서고 있다.
최근 정부는 2050년 핵융합 발전 시설 가동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7일 ‘핵융합 전력생산 실증로’ 설계에 착수했다. 실증로는 핵융합으로 실제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검증하는 시험용 발전소다. 정부는 이곳에서 핵융합 발전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 경제적 타당성, 사회적 유용성 등을 평가한다는 계획이다.
핵융합은 가벼운 중수소, 삼중수소 등 수소 원자핵이 무거운 헬륨 원자로 합쳐지면서 생기는 에너지를 활용한다. 핵에너지를 쓰는 건 마찬가지지만 원자력 발전에 활용되는 핵분열과는 정반대라고 볼 수 있다. 핵분열은 우라늄이나 플루토늄처럼 무거운 핵이 둘 이상의 가벼운 원자핵으로 쪼개지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를 이용한다.
핵융합은 원자력보다 에너지 효율이 약 7배 높고 친환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핵폐기물도 남기지 않는다. 원료도 얻기 쉬운데, 수소는 우주에서 가장 풍부한 원소로 사실상 무한에 가깝게 존재한다.
다만 핵융합을 지구에서 구현하려면 섭씨 1억도가 넘는 초고온 상태의 플라스마를 만들어 일정 시간 이상 유지해 줘야 한다. 강력한 자기장으로 플라스마를 가두는 토카막(tokamak) 방식이 대표적인데, 한국은 이를 이용해 플라즈마를 전 세계서 가장 오래 유지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은 2021년에 1억도를 30초간 유지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 기록을 새로 썼다. 오는 2026년에는 300초를 넘기는 게 목표다.
핵융합 기술이 점차 진전되면서 한국을 포함해 미국, 유럽, 중국 등 주요국은 핵융합 발전 투자를 확대하는 추세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의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가 핵융합 반응 실험에서 에너지 생산에 거의 근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021년이 기점이 됐다. 지난해 LLNL은 핵융합 기술을 통해 투입된 에너지보다 생산된 에너지가 더 많다는 의미인 순(純)에너지를 얻는 데 성공했다.
빌 게이츠(마이크로소프트), 제프 베이조스(아마존), 마크 베니오프(세일즈포스) 등 빅테크 업계 거물들은 핵융합 산업의 잠재력을 일찍부터 높이 평가해 왔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친환경 전문 투자 기업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는 재생에너지, 탄소 저감, 핵융합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코먼웰스퓨전시스템, 타입원에너지, 잽에너지 등이 대표적이다.
인공지능(AI) 챗봇인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공동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은 현재까지 핵융합 스타트업 헬리온에너지에 3억7500만달러(약 5000억원)를 투자했다. 헬리온에너지는 민간에서는 처음으로 플라스마 온도 1억도를 달성했다. 내년까지 핵융합 기술을 사용해 실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벤처스’의 투자를 받은 타입원에너지의 크리스토퍼 모리(Christofer Mowry) 최고경영자(CEO)는 이달 6일 조선비즈가 주최하는 ‘2023 미래에너지포럼’에서 핵융합 기술에 대해 설명한다. 유석재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원장도 이날 포럼에서 ‘핵융합 기술이 바꿀 미래’에 대해 강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