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자 보내 "영업에 심각한 영향 미칠 수 있다. 외부에 불필요한 이야기 삼가달라"
현재 마트 관련 누적 확진자 46명 증가..검사 대상 2만∼3만명 시민 분노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 창원 한 농협 마트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발생하는 와중에도 사흘간 영업을 강행하는 과정에서 외부에 이런 사실을 알리지 않도록 직원 입단속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초 "보건당국과 (확진자) 동선 확인 등 사유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마트 측 해명과는 달리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에 대한 고의 은폐 시도로 읽히는 대목이어서 지역사회 비판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남창원농협 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하나로마트, 이하 마트) 측은 지난 3일 아침 '유통센터 소장' 이름으로 직원들에게 장문의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
3일은 지난 2일 한 판매코너 근무자 1명이 마트에서 처음으로 확진되고 난 바로 다음 날이었다.
소장은 해당 메시지를 통해 "우리 매장에 종사하는 협력업체 직원 위주로 확진자 및 의심 사례가 몇 차례 발생했다"며 직원들을 대상으로 위생 관리를 당부했다.
소장은 "자칫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고 규정하면서도 "우리 유통센터 영업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외부 지인들에게 불필요한 이야기는 삼가시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하루 수 천명이 방문하는 마트에서 확진자가 발생해 집단감염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인지하면서도 외부에 이를 알리거나 영업을 임시 중단해 확산 우려를 차단하는 대신 영업에 미칠 악영향부터 우려해 입단속에 나선 것이다.
남창원농협 고객 사과문 [남창원농협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는 마트 측이 전면 영업 중단 다음 날인 5일 낸 고객 사과문 속 해명과도 어긋난다.
마트 측은 "보건당국과 (확진자) 동선 확인 등 사유로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밝혔지만, 이 문자 메시지는 고의 은폐 정황에 무게를 싣고 있기 때문이다. 마트 측은 최초 확진자가 일한 코너에만 그 사유를 공지하지 않은 채 2일부터 영업을 중단했지만, 나머지 전 매장에 대해서는 영업을 이어간 바 있다.
3일부터는 각기 다른 코너에서 확진자가 쏟아졌는데도 부분 영업 중단 등 조치마저 시행되지 않았다.
이런 입단속과 영업 강행은 코로나19 집단감염과 진단검사 대상자 폭증으로 이어졌다.
마트 측은 매장 내부에서만 2일 1명→3일 6명→4일 6명(확진자 가족 1명 별도)으로 총 13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뒤인 4일 오후 6시께가 돼서야 영업 중단을 결정했다.
진단검사 대상자는 매장 근무자뿐만 아니라 방문자(7월 26일∼8월 4일)로도 확대됐다. 시는 2만∼3만명을 대상으로 본다.
이 때문에 마트 방문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사가 본격 시작된 지난 5일에는 검사 폭증으로 시민들이 무더위 속에 4시간 넘게 대기하면서 일부는 온열질환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뒤늦은 영업 중단 여파는 9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까지 마트 관련 누적 확진자는 46명으로 집계됐다. 매장 근무자뿐만 아니라 방문자, 확진자 가족 및 접촉자까지 포함된 수치다.
온라인상에서는 일각에서 마트 불매운동까지 거론하는 등 시민들의 분노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마트 측은 현재 언론 취재에 응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