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아름다운 것들</p><p> </p><p> </p><p>아침에 저는 눈을 떴습니다</p><p>(당신이 어떤 밤을 보냈건 아침은 오지요)</p><p>창밖에 새들은 새벽부터 요란했습니다</p><p>그리운 것들이 모여 외치는 듯</p><p> </p><p>그해 여름 밤바다의 반짝이는 파도와</p><p>하얀 줄 빨간 줄 행성 같은 기포 가진 유리구슬</p><p>우울한 사춘기를 덮었던 플라타너스 잎과</p><p>대가리를 따끔하게 치던 열매</p><p>냉장실에서 몇 년 자란 성에의 왕궁과</p><p>황혼녘 전주대 도서관 계단에서 본 거미의 집짓기와</p><p>히말라야의 빙하들과 카파도키아의 붉은 여우와</p><p>맹자와 공자와 반달눈으로 웃는 여자아이와</p><p>엄마의 냄새와 한 점 꽃마리의 하늘빛과</p><p>간디 일리히 마하리쉬와 부처와</p><p>해변의 검은 조약돌과 파도에 휩쓸려</p><p>구르릉구르릉 시간의 천둥을 울리는 구계등 자갈 울음과</p><p>씩씩 무섭게 울던 열 살 꼬맹이들과</p><p>깔깔대던 소녀들과</p><p>운동장 가득 내리던 눈송이들과</p><p>내게 찾아왔던 빛들</p><p>서성이는 시간들</p><p> </p><p>지금도 나를 두르고 있는 설렘으로</p><p>그 아름다운 것들을 생각하며</p><p>현관문을 엽니다</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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