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희도 보다시피 살과 뼈가 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에 새겨진 상처를 이야기함으로써 부활하신 분이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던 분이라는 사실을 전해주었던 지난 주일의 복음은
주님 부활의 육체성을 일깨웁니다. 그리고 오늘의 복음 또한 제자들에게
나타나신 예수님께서 두려워하는 제자들을 진정시키며 당신의 손과 발을 보여
주시는 모습을 전함으로써 부활하신 분의 육체성을 되새기도록 인도합니다.
이처럼 부활하신 주님의 육체성을 강조하는 복음의 이야기들은 예수님의
부활 사건이 육체를 경시(멸시)하고 영혼만을 중시하며 영과 육을 대립하는
것으로 바라봄으로써 구원을 육체로부터의 해방이라 여겼던 영지 주의적 사고와는
전혀 다른 것임을 알려줍니다. 제2독서의 말씀이 일깨우듯이 영적인 체험이나
앎을 통해서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라는 계명을 따름으로써,
곧 몸으로 믿음을 살아감으로써 구원된다는 것을 부활하신 주님의 육체성을
전하는 복음의 이야기들은 보여줍니다. 믿는 이들에게 영혼만이 구원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온 삶과 존재가 구원되는 것임을 일깨우는 주님 부활의 이야기들은
영과 육이 분리된 것이 아니듯이 믿음과 삶이 분리될 수 없음을 깨닫도록
인도하며, 그렇기에 하느님의 구원을 믿고 희망하는 이들은 주님이 창조하신
세상 속에서 몸으로 그 믿음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육체를 지니고 계셨다는 복음의 증언은 부활이 십자가 죽음의
열매임을 깨닫도록 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과 거기에 새겨져 있는 상처는
부활하신 분이 곧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자신을 십자가에 달리기까지 낮추셨던
예수님이시라는 것을 드러냅니다. 부활하신 분의 몸에 존재하는 상처는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는 표징이 됩니다. 이를 통해 복음은 우리가 삶에서 마주치는
십자가들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인도하는 듯합니다. 또, 각자가 만나는 고유한
십자가에서 그리고 그것을 통해 우리 역시도 부활의 신비에 함께하게 된다는 것을
일깨우며 용기와 희망을 지니고 살아가도록 우리를 초대합니다.
부활하신 주님의 ‘몸’이 곧 주님의 부활을 증언하는 표징이 되었듯이
우리의 몸과 삶도 믿음과 희망을 증언하는 표징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합니다.
몸으로써 믿음을 살아가며 온전한 나 자신이 되어 가는 기쁨을 통해
부활의 신비를 살아가는 주인공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글 : 朴暻根 Augustine 神父 – 서울대교구
MBTI가 뭐예요?
지난 한 해, 많은 사람들이 MBTI에 열광했습니다. MBTI란,
간단히 말해 사람을 16개의 유형의 성격으로 구분하는 성격유형 검사입니다.
저도 처음 들었을 때는 ‘흥! 나를 16가지 중 하나로 규정짓는다고? 안 해!
내가 나지 뭐!’ 하며 검사를 미루었습니다. 그런데 이 유행 같은 바람은 쉽게
잦아들지 않았습니다. 결국엔 저 역시 동참하여 서로의 MBTI를 공유하던
친구들의 단톡방에 제 성격유형을 올렸습니다. 반응은 다양했습니다.
“어! 윤지는 INFP구나!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아니 근데 J가 아니라 P야?”
“다시 해봐. 너 솔직하게 했어?” 등등 말이죠. 친구들은 신이 났습니다.
서로 비교도 해보고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올라와 있는
성격 궁합까지 들먹이며 단톡방이 조용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때 문득 이 MBTI의 인기가 우연히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가 코로나 팬데믹을 겪었던 지난 만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어쩌면 모두 두렵고 외로웠던 게 아닐까’ 싶었던 것입니다. 이 유행에는
만나지 못해도 서로를 알고 싶어 하는 우리의 마음이 반영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MBTI가 물론 그 사람 전부를 표현하는 것은 아니지만 관계에 충분히 도움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화가 날 일도 ‘나는 F(feeling: 감정 중심의 성향)인데
저 사람은 분명 T(thinking: 사고 중심의 성향)일거야!’라고 생각하며 넘기기도 하니,
나를 좀 알게 되어 살아가는 요령 하나를 터득하게 된 건 아닐까요?
어려웠던 그 시기에 저 또한 둘째를 출산하고, 첫째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가까웠던 친구와 이별하는 경험을 하며 두려운 날들을 보냈기에 팬데믹으로 고통을
겪었던 분들과 위로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초등학교
입학식에 갔던 큰아이는 이제 마스크를 벗고 학교에 갑니다.
어느 날엔가 학교에서 들었는지 제 MBTI 유형을 묻더라고요.
“엄마 INFP야? 나도 그런 거 같은데!” “엄마도 네가 그런 것 같다고 생각해!”
“그럼 어떡해, 망했다!” “왜 망했어?”
“우리 둘이 같으면 잘 통하겠지만, 도움을 줘야 할 때는 T도 필요한 거 아니야?”
“그렇지. 근데 라니야, 너희 아빠가 T, 네 동생도 왕 T인 것 같아. 걱정 마!”
“앗! 그럴 줄 알았어! 어쩐지 소울이랑 잘 안 맞는다 했어. 망했다. 힝~.”
아이의 반응에 너무 웃음이 났습니다.
“주님, 저희를 이토록 다르게, 이토록 잘 어울리게 만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이제는 주님의 사랑 안에서 성격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며
소중한 일상을 보내고자 합니다. 꽃 피는 봄이 되니 작은 새싹들이
너무도 귀엽고 대견하여 눈물이 핑 돕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감사를 아이들과 매일 놓치지 않고 나누겠습니다.
그런데 주님, 큰아이와 제가 정말 궁금했는데 지금껏 묻지 못했습니다.
주님께서는 어떤 유형의 MBTI이신가요?”
글 : 이윤지 마리아 – 배우
※ MBTI란 Myers-Briggs Type Indicator의 약자로 M과 B는 사람 이름에서 따왔고
T는 성격의 유형을 의미하고 I는 지표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