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안거
부처님께서는 웰루와Veluva 마을로 가서 생에 마지막 안거를 보내셨습니다. 그때가 부처
님께서 반열반에 들기 10개월 전입니다. 다른 비구들에게는 근처 웨살리에서 안거에 들도
록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께서 안거를 보내실 웰루와 마을은 너무 작아 많은 비구들이 탁
발하기 어려운 반면에 웨살리는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웨살리는
웰루와와 가깝기 때문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자주 들을 수 있고, 부처님의 열반 소식을 들
으면 마지막에 예를 갖출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아난다 존자와 함께 웰루와 마을에 남아 안거를 보내시던 중 이질에 걸려
말할 수 없는 고통을 겪으셨습니다.1) 하지만 부처님께서는 극심한 고통을 ‘수명형성 아라
한 과 선정증득[āyusankhāra arahattaphala samapatti]’2)으로 가라 앉히십니다. 아라한 과
의 선정에 듦으로써 반열반에 들기까지 약 10개월 남은 동안 다른 병이 없도록 한것입니다.
부처님의 병이 낫자 아난다 존자가 “부처님께서 비구 승가에 아무 말씀도 없이 반열반에
들지는 않으실 것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습니다”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이에 대해 부처
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아난다여, 그런데 비구 승가는 나에 대해서 무엇을 [더] 바라는가? 아난다여, 나는 안과
밖이 없이3) 법을 설하였다. 아난다여, 여래가 [가르친] 법들에는 스승의 주먹[師拳]과 같
은 것이 따로 없다. 아난다여, ‘나는 비구 승가를 거느린다’거나 ‘비구 승가는 나의 지도를
받는다’라고 생각하는 자는 비구 승가에 대해서 무엇인가를 당부할 것이다. 그러나 여래
에게는 ‘나는 비구 승가를 거느린다’거나 ‘비구 승가는 나의 지도를 받는다’라는 생각이
없다. 그러므로 여래가 비구 승가에 대해서 무엇을 당부한단 말인가?
아난다여, 이제 나는 늙어서 나이 들고 노후하고, 긴 세월을 보냈고 노쇠하여, 내 나이가
여든이 되었다. 아난다여, 마치 낡은 수레가 가죽 끈에 묶여서 겨우 움직이는 것처럼 여래
의 몸도 가죽 끈4)에 묶여서 겨우 [살아]간다고 여겨진다.
아난다여, 그러므로 여기서 그대들은 자신을 섬5)으로 삼고[自燈明] 자신을 귀의처로 삼
아[自歸依] 머물고 남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 법을 섬으로 삼고 [法燈明] 법을 귀의
처로 삼아 머물고 다른 것을 귀의처로 삼아 머물지 말라 ··· 비구들이여, 여기 비구는 노력
과 바른 앎과 알아차림을 갖추어 몸에 대해 몸을 거듭 관찰하여 [身隨觀] 세상에 대한 탐
욕과 근심을 제거하며 지낸다. ··· 느낌에 대해 느낌을 거듭 관찰하여 [受隨觀] ··· 마음에
대해 마음을 거듭 관찰하여 [心隨觀] ··· 법에 대해 법을 거듭 관찰하여 [法隨觀] 세상에 대
한 탐욕과 근심을 제거하면서 지낸다.”6)
이는 자기 자신과 법을 의지처로 삼으라고 당부하신 것입니다. 자기 자신과 법을 섬으로
삼고 귀의처로 삼는다는 것은 다름이 아니라 ‘네 가지 알아차림 확립[四念處]’을 실천하는
것임을 명심해야겠습니다.
1) 이때 제석천왕이 병수발을 들었다고 한다. 《법구경 이야기》 제3권, pp.36~39 참조.
이와 관련하여 《대불전경》 Ⅸ, pp.275~359에서는 《디가 니까야》 제2권, 〈제석문경〉,
pp.443~488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2) 부처님의 아라한 과 선정증득[arahattaphala samapatti]에는 세 가지가 있다.
①도의 바로 다음[Maggānantara]; 제일 처음 아라한 도가 생겨난 다음에 일어나는 아라한
과의 선정증득
②반복[Valañjana]: 그 이후 여러 번 계속해서 과의 선정에 들 때마다 입정하는 아라한 과의
선정증득
③수명형성[āyusankhāra] 혹은 생명형성[jivatasankhāra]: 반열반에 들기 전 약 10개월 간
‘아픔이 없기를’하며 서원을 세운 다음드는 선정증득. 《대불전경》 Ⅸ, pp.82~83 참조.
3) ‘법과 사람 둘 다에 안과 밖을 두지 않고’, 즉 법을 남김없이 드러내셨을 뿐만 아니라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법을 설하셨다는 말이다. 《Dīgha Nikāya Atthakathā》, 제2권,
pp.547~548 번역본은 《디가 니까야》 제2권, 〈대반열반경〉, p.203 주 217 참조.
4) 가죽 끈은 아라한 과를 뜻한다. 《Dīgha Nikāya Atthakathā》, 제2권, p. 548 번역본은
《디가 니까야》 제2권, 〈대반열반경〉, p.204 주 219 참조.
5) 빠알리 어 dīpa에 해당하는 산스끄리뜨 어는 dvipa[섬]와 dīpa[등불]가 있다. 상좌부에서
는 이 문맥에 나타나는 dīpa를 모두 섬[sk·dvipa]으로 해석하지만 북방에서는 등불[sk·dīpa]
로 이해를 하였고, 중국에서는 이 부분을 자등명自燈明과 법등명法燈明 으로 옮겼다.
《디가 니까야》 제2권, 〈대반열반경〉, p.205 주 225 참조.
6) 《디가 니까야》 제2권, 〈대반열반경〉, p.205 해석은 Mahasi Sayadaw,
《Mahāsatipatthāna-sutta pāli Nissaya》, pp.22~30, pp.81~114을 기본으로 했다.
첫댓글 사두 사두 사두. ()
이제 부처님께서 마지막을 향해 가시는 길이네요.
이 대목은 항상 읽는 것이지만 가슴이 아려옵니다.
중생들의 이익을 위해 좀 더 계셨더라면 하는 아쉬움,
그러나 모든 것을 다 보여주셨기에 미련없이 떠나시는
홀가분한 모습.
이것이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하신 성자의 삶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