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날씨
손현숙
새들이 하늘을 끌고 내려 와서
이슬에 발이 젖었다
친구에게 안부를 묻고
토끼풀은 한 뼘이나 더 땅을 늘렸다
고양이 교성은 암수가 기괴하고
비, 허공 중에 한금 긋는다
묵은 낙엽이나 걷으러 옥상으로
사닥다리를 올리는데 하늘로 기어오르던
능소화 해가 오는 쪽으로 입술을 빼물었다
긴꼬리제비흰나비 흔들리는 꽃술에서
날개를 적시는 중이신가
야래향, 달빛 아래 향기를 뿜는다는
달맞이꽃은 낮에도 흐드러지게 꽃을 피우고 섰다
김추자를 좋아하던 형제는 병이 깊다는데 소식을 모르겠고
너한테만 말하는데, 똑같은 말을 매일 하는
치매노모는 아픈 손가락에 걸어놓았다
있으면 좋고 없어도 상관없는
양념딸 고명딸 성가신 이름이나 벗어볼까
키가 작아서 목을 빼고 오빠를 기다리던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빗소리에
들창이나 밀었다가 당겼다가,
사람이 그립다는 말은 혼잣말도 두렵다
애지. 2023. 여름호
◈ 손현숙 약력◈
서울에서 태어나 1999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했다. 시집 『너를 훔친다』, 『손』, 『일부의 사생활』과 사진 산문집 『시인박물관』, 『나는 사랑입니다』, 『댕댕아, 꽃길만 걷자』, 공저로 언어의 모색, 경계의 도시에서. 연구서로 『발화의 힘,』, 『마음 치유와 시』가 있다.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상’, 고려대학교 ‘우수논문상’을 수상했다.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문학박사. 현재 고려대. 한서대에 출강하고 있다. 한국장학재단 문학 멘토. 남산도서관 문학 강사. 조병화문학관 상주작가이다.